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44화 (44/107)
  • 44장

    “장군님! 장군님!”

    강소성을 담당하는 장군 중 한명인 조비대장군 휘하 양교춘은 황급히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오는 병사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날씨가 좋아서 이제 막 오수를 즐기려던 참이었다. 이제 그도 나이가 많이 들었는지 부쩍 잠이 많아졌다.

    ‘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무슨 일인데 항상 침착하던 부관이 이렇게 흥분을 해서 달려온 거지?’

    “왜 무슨 일이야?”

    “곤제국 군선입니다!”

    ‘곤제국 군선은 전에도 왔었잖아? 겨우 그걸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니겠지?’

    양교춘이 더 말해보라는 듯이 가만히 의자에 누워 부관을 쳐다보자 부관은 이제야 숨을 돌리고 말을 했다.

    “그게 백룡대 입니다!”

    “뭣이라! 백룡대! 그들이 왜!”

    양교춘은 단숨에 오수를 날려버리는 부관의 대답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룡대라니! 그 미친 하얀 악마들이 대체 왜 이곳으로 온단 말이야!’

    양교춘은 일찍이 양가창법으로 유명한 양가의 후손들 중 하나로 전에는 곤제국과 국경을 맞대는 요동에서 근무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하얀 악마들과도 한번 붙어본 적이 있었고 그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흠. 그런데 이상하군. 기병대인 백룡대가 왜 초원을 벗어나 이곳까지? 어째서 이곳으로 온 거지? 그것도 배를 타고 말이야. 오히려 흑룡대가 와야 이상하지 않은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밖에서 우리군의 허락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군. 그런데 왜 흑룡대가 아니고 백룡대지?”

    “네? 그건 저도 잘...”

    항상 냉철하고 정확하던 부관도 백룡대의 등장에 약간 충격을 받고 흥분했는지 말이 헛 나오고 있었다.

    ‘평소 때라면 저런 말은 안 할 텐데 말이야. 뭐 어찌 됐건 허락을 구하니 받아 주는 것이 낫겠지. 무슨 일로 왔는지도 알아보고 말이야.’

    “좋아. 접안을 허가한다. 아니 오랜만에 내가 직접 나가봐야겠군.”

    “네. 굳이 나가실 것 까지는...”

    “아니. 한번 나가봐야지 병사들도 한번 훑어보고 말이야. 자네가 먼저 가서 준비를 해놓게”

    “예”

    부관은 들어올 때만큼 재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나간다고 했으니 준비 할게 좀 더 늘었을 것이다. 부관을 귀찮게 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병사들을 만나본지도 오래 되었으니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하얀 악마들의 주인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으니’

    하얀 용과 어린 용들은 강소성 해군기지 (황하와 장강 및 운하의 수군과 구별하기 위해 수군이라 부르지 않고 해군이라 부른다) 인 계동기지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채 닻을 내리고 가만히 파도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배에는 수십 개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전에도 한번 본 검은 바탕에 울부짖는 하얀 용이 수놓아진 군기와 붉은 바탕에 검은색 새. 저것이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도 두개고 다리도 3개나 되는 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런 새가 그려진 깃발.

    바로 곤제국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그 두 개가 가장 눈에 확연히 들어 왔다.

    계동기지는 삼면이 약간 높은 언덕으로 둘러 싸여 있었고 앞에는 작은 섬들이 해군기지를 가로 막고 있어서 해군기지로서의 최고의 지형을 갖춘 곳 이었다. 저런 곳에는 아마도 하얀 용 급의 배를 접선시킬만한 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하얀 용 혼자서 그곳까지 간다면 가기도 전에 암초에 바닥이 뚫릴 것이다.

    그랬기에 접안 허가가 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어린용 한척을 보낸 것 이었다. 사실 어린용을 보내기도 전에 어부들의 신고를 받은 군선이 먼저 도착했기는 했지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적어도 어린용 보다는 커 보이는 수척의 군선이 하얀 용에게 다가 왔다. 하지만 하얀 용은 정말 컸다. 용악이 서 있는 갑판 위에서 다른 군선이 내려다 보일 정도였다.

    “접안허가가 떨어졌소! 하지만 이 배는 허락 할 수 없고 작은 배만 가능하오!”

    가까이 다가온 군선의 갑판위에서 한 장군.

    아마도 장군일 것이다 복장을 보아하니 그랬다. 이쪽을 보고 소리쳤다.

    선원들은 지금까지 용악이 보아온 그런 껄렁껄렁 놀기 놓아하는 게으른 선원의 모습이 아닌 전부다 하얀색 갑옷을 차려 입은 채로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갑판을 가득 채우며 서 있었다.

    어린용에 타고 있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바로 백룡대인가?’

    용악이 감탄스러운 모습으로 고율을 바라보자 고율은 자신을 보고 한번 미소를 지어 보내고는 그 장군에게 대답했다.

    “감사하오! 이것은 강소지부 대인에게 전하는 서찰이고 이것은 강소성을 맡고 있는 장군에게 보내는 서찰이오. 자세한 사안은 그 안에 적혀 있으니 우선 그것을 먼저 전달해 주기 바라겠소.”

    고율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서있던 병사에게서 두 개의 서찰을 전해 받아 그 장군의 앞으로 던졌다.

    쏴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순식간에 쏘아져 나간 서찰은 장군 앞에 박힌 채로 부르르 꼬리를 흔들었다.

    ‘무력시위인가? 대충 보아하니 저 사람들은 백룡대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용악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에 다른 병사들은 몇몇 병사들만 남겨두고 어린용으로 옮겨 타고고율과 몇몇 호위병들은 그 장군이 탄 군선으로 옮겨 탔다.

    용악도 고율을 따라 군선으로 옮겨 탔다. 그리고는 서서히 파도를 헤치며 한제국 군선의 뒤를 따라 어린 용들은 계동기지로 향했다.

    ******

    “음 어떠셨습니까? 장군”

    “흐음. 자네가 보기에는 어땠는가?”

    양교춘과 부관은 집무실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해는 떨어진지 오래였지만 양교춘장군의 집무실은 노란 불빛이 빛나는 등과 어스름하게 창문을 타고 넘어 들어온 달빛으로 인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았다.

    백룡대은 별 탈 없이 접안을 마치고 지금은 숙소에서 쉬고 있는 중이였다. 보아하니 백룡대중 한개 단이 온 것 같아 보였다. 대략 300-400명 정도로 보였으니.

    양교춘은 내심 만나기를 기대 했던 그 때의 그 하얀 악마들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웬 젊은 무사가 자신이 백룡단을 이끄는 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역시 명성만큼이나 훌륭한 부대더군요. 그 대장이라는 자도 꽤 강해보이고 특히 그 하얀 용이라 불린 함(艦)은 정말 엄청 나더군요”

    “음. 하지만 전대의 그 하얀 악마들보다는 약해 보이더군. 신입들이 많이 들어왔나 할 정도로 말이야.”

    “예? 사실 저는 이번에 처음 백룡대를 만난 것이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도 엄청나던데.”

    “그렇군. 자네는 그들을 본적이 없겠군. 변방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으니깐 말이야.”

    “예 송구스럽지만 그렇습니다.”

    부관은 죄송하다는 말투로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것이 자네 잘못인가? 아직 자네가 어린 탓이지. 그리고 그들과는 안 마주치는 것이 더 좋고 말일세. 그들은 진정 악마니까 말일세.’

    양교춘은 부관에게 자신의 생각을 굳이 말하지는 않고 그냥 자신의 눈앞에 놓인 미지근한 차를 마셨다.

    ‘그들은 과연 이곳에 왜 왔을까. 뭐 몇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기는 했지만 그것 만으로 백룡대가 움직이기는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과연 어떤 의도로 이곳으로 온 것일까?”

    부관은 양교춘이 흘리며 한 말을 듣고 빠르게 탁자위에 놓인 보고서를 들추며 말을 했다.

    “그들이 밝힌 이유는 해적소탕의 최후통첩과 명마의 구입. 그리고 해적들에 의한 청해상단의 피해의 보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 첫 번째 이유는 황도로 보내야 하는 것이지. 우리에게 먼저 보낼 필요는 없는 것이지. 두 번째 이유는 명마라...  강소성에서 명마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말이고 세 번째 이유라면 청해상단이 직접 이곳으로 올 일이지 그것 때문에 백룡대가 온 것은 그야 말로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이지.”

    “예.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지만 강남의 남경 근처에 정말로 명마를 키우는 곳이 있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남경으로 가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는 것은 약간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 되옵니다.”

    “그런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네 말대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

    양교춘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기자 부관 역시 보고서를 다시금 살피며 생각을 정리 했다.

    ‘과연 그들이 이곳에 왜 왔을까. 해적들 때문에? 해적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기에? 해적들이 우리 군이 사용하는 수룡포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곤제국에서 그것을 노리고 왔을 리는 전무.’

    ‘대체 노리는 것이 무엇이냐. 어렵군. 백룡대라는 강수를 두고 나왔으니 함부로 무력을 사용해서 쫒아 낼 수도 없는 일이고. 황도로 보고를 하기는 하겠지만 그들이 뭐라 할지는 안 봐도 뻔한 일. 어렵구나...’

    “그들에 대해서는 일단 호위를 붙이도록 해.”

    “예. 이미 붙였습니다. 물론 감시의 임무도 겸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 들이 데려온 포로가 있지 않았나?”

    “예. 용악이라는 아이인데 적성사관관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퇴학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던 중 3년 전에 해적들에게 포로로 잡혔다고 합니다.”

    ‘사관관이라 나도 그곳을 나왔지. 비록 적성사관관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하아 벌써 그것이 언제 적 일이지. 나도 이제 늙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건가. 그건 그렇고 오래된 일인데 빨리 찾았군.’

    “호오... 그 옛날 기록을 벌써 찾았나?”

    “사실. 그 아이를 알아본 병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백부장을 하고 있는 황령이라는 병사인데 그자가 3년 전에 그 아이의 보호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잊지 않았고 있었다고 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잊지 않았더라. 그 아이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리고 보호를 맡았다고? 누구에게? 황도의 인물에게 말인가? 그렇다면.’

    “흠... 그자의 정체가 뭐지?”

    “예. 아마도 금의위나 아니면 감찰부 대원으로 사료 되옵니다. 3년 전에 이곳으로 부임을 해 온 것도 그렇고 신상기록도 불분명한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후견인이 허승대장군으로 되어 있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허승대장군이라... 이미 은퇴를 하지 않았나? 그것도 3년도 더 전에 말이다. 흠. 확실히 의문투성이군. 그 아이나 이 황령 이라는 백부장이나 말이야. 하지만 이미 밝혀진 적은 두려운 것이 아니지.’

    황령이라는 자는 이미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 눈에 보이는 적은 감시하면 그만이다.

    "먼저 사람을 시켜 감시하도록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잘했어. 그런 것은 내 허락을 받기 전에 미리미리 하는 게 좋지.”

    “감사합니다.”

    “그럼 백룡대를 감시하고 황도의 연락을 기다리도록 하지”

    “예”

    1336년 봄바람이 불어오는 강소성 계동기지에서 아이는 새로운 시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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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 - 흑영기병대 - 249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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