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장. 강소 계동기지
그가 이 배 하얀 용에 탄지 벌써 5일째
이제 내일이면 강소에 도착한다고 했다.
용악이 있었던 그곳은 동해군도에서도 중심부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했고 배가 동해군도를 타고 빙 돌아서 갔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했다.
“어이 꼬마.”
용악의 뒤로 고율이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어제와 같은 복장이다. 허름한 흰색 상의에 허름한 검은색 반바지. 그게 서대륙에서 선원들이 입는 옷이라고 주장하기는 했지만 용악이 보기에 어색한 것은 어색한 거였다.
‘이름이 고율이라고 했던가. 흠. 곤제국에서 고 씨를 쓰는 사람은 다 황족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 그냥 핏줄만 이어 받은 변두리 황족인가. 하긴 황족들이 이러고 다니지는 않지.’
“왜 밤마다 잠도 안자고 칼춤을 추는 거냐! 병사들이 잠을 못 잔다고 뭐라고 하잖아!”
용악은 고율을 빤히 바라 봤다. 그래도 심드렁한 표정까지는 짓지 않았다.
‘웃기지 마시지요. 잘만 자는 거 다 봤습니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말을 했다가는 당장 이배에서 쫓겨날 수 도 있었다.
“아 그건...”
“대장! 해적선 발견!”
주 돛대 위에서 망을 보던 한 병사가 용악의 말을 묻어버린 체 고율을 보고 소리쳤다.
“조금 있다 계속하자.”
그는 용악을 향해 한쪽 눈을 깜빡이고는 위로 올라갔다.
‘뭘 의미하는 거지 방금 그건? 그나저나 해적선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데?’
용악은 손으로 해를 가리며 바다를 살폈다.
‘흐음... 혹시 저기 있는 저 점을 보고 말하는 건가?’
고율은 바람 같이 밧줄을 타고 올라가 병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들어 눈에 대고 보더니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저건 뭐지?’
용악이 궁금한 표정으로 고율을 바라보자 고율은 용악의 시선을 느끼고는 대답을 해주었다.
“아 이건 천리경이라고 하는 것이고 지금은 바쁘니까. 흐음. 그냥 구경만 해라 뭐 물어보지 말고”
고율은 그렇게 말하고는 선장실 입구에 마치 굴뚝처럼 나 있던 삐쭉 튀어나온 구멍을 향해 소리 쳤다.
‘아 저게 저런 용도였구나.’
“최무현! 화포장!”
“왜! 뭔 일이야! 이번 판은 내가 따고 있었다고!”
‘또 카드를 치고 있었나.’
선원들은 서대륙 선원들이 즐겨 한다는 카드를 하고 있었다. 용악도 병사들이 몇 번 하는 것을 봤는데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재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사실 배 위에서는 할일도 얼마 없기에 병사들은 도박을 매우 즐겼다.
“시끄러! 시험대상이 나타났다 준비해!”
“정말이지! 잠깐만 기다리시죠. 대장!”
갑자기 목소리가 달라지더니 안쪽이 부산스러워 지는 소리가 통을 통해서 들려 왔다.
‘이건 이런 용도로 쓰이는 구나. 아마도 화포가 있는 곳은 지하 1층 일 테니까. 이렇게 명령을 보내는 군.’
“방향은 북북서 거리는 약 900미르!”
“방향은 북북서 거리는 약 900미르! 확인 완료!”
용악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율과 최무현이라 불린 화포장은 서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발포 준비 완료!”
“좋아 잠시 대기!”
고율은 용악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이러 오라는 뜻이리라. 용악은 군소리 말고 바로 고율에게 딱 달라붙어서 섰다.
“잘 봐두라고... 네 녀석이 이 하얀 용의 첫 번째 전투의 관전자가 되는 거라고.”
고율은 용악의 머리를 쓰다듬어 헝클어뜨리며 말을 했다.
“1호 3호 자룡 분리!”
“1호 3호 자룡 분리!”
병사들은 그렇게 고율의 명령을 다시 한 번 복창을 하고는 용악이 처음 타고 왔던 배로 뛰어 들어 갔다. 하얀 용 양쪽에 작은 배, 이들은 그 배를 어린 용(자룡)이라고 불렀다는 양쪽에 2개씩 총 4개가 달려 있었다.
병사들이 뛰어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좌측에 있던 어린 용들은 어미용인 하얀 용에게서 떨어져 나왔고 하얀 용은 서서히 그리고 부드럽게 왼쪽으로 선회를 했다. 1호와 3호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깃발을 흔들어 완전히 분리됐다는 것을 고율에게 알려 주었다.
“좋아! 하얀 용의 첫 번째 전투를 개시한다! 음. 다들 알아서 구경하도록!”
고율은 명령으로 보기에는 약간 이상한 명령을 내리고는 용악을 데리고 밑으로 내려갔다.
‘이곳이 화포실인가. 한 번도 안 들어가 봤는데.’
“화포장! 준비는?”
“준비 완료! 저번처럼 또 뒤집어지지 않기 위해서 반 만 쏘기로 했습니다.”
“좋아!”
고율과 최무현은 용악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나누며 서로서로 뭐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용악. 귀 단단히 막으라고”
고율은 최무현을 바라보고 있는 용악의 손을 들어 귀를 막아주며 말했다. 최무현이라 불린 그 화포장은 거대한 몸집의 소유자였다. 윗도리는 벗어 놨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그 거대한 상체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발포 준비!”
“발포 준비!”
“각도는 외각 50 내각 15도 삼각포화로 발포! 각도는 5도 1도!”
“외각 50! 내각 15! 삼각포화 각도 5! 1!”
화포장 최무현이 명령을 내리자 각 화포를 담당하던 병사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돌리며 명령을 복창했다.
‘신기한데... 이렇게 쏘는 건가?’
“홀수만 발포한다! 저번처럼 뒤집어 지면 니들 다 죽을 줄 알아라!”
“준비완료!”
“준비완료!”
병사들이 속속들이 발포 준비를 마쳤다고 보고를 해왔다.
“좋아 1번 3번 5번 순으로 발포!”
“발포!”
화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이럴까.
정말 엄청 났다.
펑
펑
펑!
연속해서 화포는 주르륵 뒤로 밀려나며 포탄을 밖으로 토해 냈다. 자욱한 화약 연기가 화포 실을 가득 채웠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동시에 용악의 코를 파고들었다.
“하하. 이것이 바로 남자의 향수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고율은 그 냄새가 좋은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숨을 들이키며 말을 했다. 손에는 그 서대륙 담배를 들고서 말이다.
‘저건 또 언제. 그렇지 않아도 연기도 많아 죽겠는데 그걸 피고 싶은 걸까?!’
한발 쏘고 난 화포는 그 반동으로 뒤로 엄청나게 밀려 나왔지만 병사들은 익숙했는지 빠르게 원래의 자리로 다시 되돌려 놓고는 다시금 각도를 조정하고 발포 했다.
‘이건! 대단하다! 이런 화포라니!! 어떻게 이런 것을 벌써!!’
용악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감격을 느끼며 고율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단 한 건가??’
용악은 누군지 모를 기억이 이것은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이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 인줄 몰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고율은 용악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용악을 향해 소리를 치며 말을 했다.
“아. 한 번에 다 쏘면 배가 뒤집히거든. 반동이 엄청나 이번에 새로 들어 온 아이들은 말이야.”
“아 그게 아니야? 음. 삼각포화는 삼각형을 이루어서 포화를 하는 건데.,,..”
용악이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체 고개를 흔들자 고율은 짜증났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최무현과 뭐라 이야기를 나누고는 밖으로 연결된 그 쇠 통로에 대고 소리쳤다.
“맞았냐?”
“예! 하나 격침! 끝내주는 군요! 최대 사거리가 2000미르라더니 정말 나가네요!”
“하하 그렇겠지! 최무현! 자내 아버지는 정말 천재야!”
고율은 그렇게 최무현을 칭찬하며 어깨를 한차례 두들기더니 뭐라 지시를 내리고는 용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용악은 정신이 없었다.
전혀 적응이 되지 않는 메케한 연기 속에서 오랜 동안 있어서 호흡도 원활하지 않았고 그 엄청난 소음에 귀가 멀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러던 와중에 2천미르이라는 말을 들었다.
‘세상에 2천미르라니. 근처에 오기도 전에 다 죽는다는 말인가? 곤제국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건가. 한제국도 이런 것이 있을까?’
용악은 서축에 있을 때 이렇게 강력한 화포를 본 적이 없었다.
“쯧쯧.... 사내자식이 그렇게 약해서야..”
고율은 밖으로 나오며 흔들거리는 용악의 몸을 지탱해 일으켜 세웠다.
“이 정도에 놀라면 안 되지! 자 빨리 우리의 잠룡을 깨우자고!”
‘잠룡은 또 뭐야. 저거 진짜로 쏘는 건 아니겠지? 의장용 아니었나? 설마.’
용악은 고율의 팔을 잡고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선수에 있던 그 두 대의 화포를 가리켰다.
“하하! 어떻게 알았냐? 자 빨리 준비! 준비 완료되면 화포장이 알아서 발포! 새끼 용들은 어서 어미 품으로 돌아와라!”
“예!”
병사들은 고율의 명령에 빠르게 반응하며 대답했다. 하얀 용은 천천히 다시 원래대로 방향을 돌렸고 잠시 동안 하얀 용에서 떨어져 나와 하얀 용을 호위하던 어린 용들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반동이 엄청나서 옆에서 어린 용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쏠 수 가 없거든. 뭐 원래 지상용으로 만들어 진거라 해적선에게 쏘기에는 아까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자 다시 한 번 봐라”
고율은 용악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옆에 서서 병사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용악에게 하나하나 말을 해주었다.
화포병들은 준비를 마치고는 고율을 바라보았고 고율은 바로 발포 명령을 내렸다.
“빨리 이쪽으로... 꽉 잡아라. 날아간다.”
발포를 하고서도 병사들은 서둘러 화포에서 떨어져 뒤로 와서 갑판 난간을 잡고 앉았다.
‘얼마나 반동이 심하기에 저렇지?’
용악은 일어나려다가 고율이 붙잡는 손길에 다시금 주저앉았다.
“잘못 하면 진짜로 바다로 날아간다.”
퍼엉!!!!
아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하는 소리가 화포로부터 뿜어져 나왔고 화포의 반동으로 온 배가 다 흔들리며 병사들은 주륵 하고 뒤로 밀려 났다.
용악 역시 마찬가지였다.
괜히 고율 말을 안 듣고 대충 잡고 있다가 뒤로 날아가는 용악을 고율이 낚아채어 잡아주었다.
“너 이 녀석..”
고율은 남은 한손으로 용악의 머리를 한대치고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아직 한발이 더 남았지 참. 꽉 잡아야지 또 날아가면 안 잡아 줄 수도 있어.’
용악은 바닥을 꽉 붙잡고 바짝 누웠다.
펑!
화포에서는 마치 용이 입김을 뿜어내듯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화포는 주르륵 뒤로 밀려 났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배 전체가 흔들린 것도 마찬가지. 병사들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화포를 정리 했고 구경 나온 다른 병사들도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봐 어떻게 됐어?”
“첫발은 정확히 맞아서 한방에 두 동강 났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탄은 영 이상한 곳으로 떨어 졌습니다.”
“자세히 이야기 해봐”
고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가를 한 모금 먹더니 돛대 위에서 해적선을 바라보던 병사에게 보고를 들었다.
‘흠. 강철로 덧대고 덧댔는데도 반동이 이 정도나 되다니. 이거 보고서를 새로 써야 하나. 이정도면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고율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최무현에게 다가가 바닥에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그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악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가. 누웠다. 아니 쓰러졌다는 표현이 맞았다.
‘하. 정신없군. 정말. 이런 게 있을 줄은. 대체 나는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수련 한 건지. 이래서는 무림인이나 일반인이나 별 차이도 없잖아?’
용악은 그런 생각을 하며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피곤했다.
몸도 마음도.
새로운 문명을 맛본 기분이랄까
그 후 이틀 후 용악은 드디어 강소에 도착했다. 원래는 3년도 더 전에 도착해야 했던 그 곳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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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 흑영기병대 - 249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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