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28화 (28/107)
  • 28장

    석철원이 유공을 만나 보고를 할 무렵. 용악은 자신의 앞을 막고선 무언가를 보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마치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하늘에 떠있는 별을 바라보던 용악은 자신의 머리위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혀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머리가 그의 시선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용악은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서 다시금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 역시 다시 용악의 시선을 가로 막았다. 용악은 하는 수 없이 말을 건넸다. 기왕이면 상관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원하니 한마디 해 줄 수밖에... 용악은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뭡니까 이게.....”

    그는 용악의 말에 당황했는지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상당히 충격이 컸나보다. 하긴 보통은 누구신지. 아님 어쩐 일이신지 라고 묻는게 정석이었으니 말이다.

    용악은 휘청거리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둠에 감싸여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얼굴의 윤곽 정도는 확인 할 수 있었다.

    ‘대충 여민형 나이쯤 되려나?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그의 방해로 인해 용악의 감상은 끝을 맺었고 정신은 이제 슬슬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아. 음. 나는 곽철 이라고 한다. 네가 용악이라는 꼬마지?”

    그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용악의 시선을 느끼며 용악의 옆에 하늘을 보고 누워 말했다.

    “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이 배는 뭐죠? 이 배는 어디로 가는 거죠? 제가 여기 왜 타 있는 것이고? 제가 누운 지 얼마나 됐죠?”

    “음. 첫 번째 대답. 나는 이 배의 죄수들을 책임지는 대장군부 소속 군인이다 둘째. 이 배는 죄수수송선이다. 셋째 이 배는 지금 강소성 계동으로 가고 있다. 넷째 네가 여기 왜 타고 있는지는 석교관의 편지가 있으니 나중에 살펴보도록 해 다섯째 이 배는 출항한지 보름이 지났다.”

    그는 말을 마치고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름이라니 꽤 오랫동안 누워 있었잖아... 상처는 아직도 욱씬거리고. 죄수수송선이라고... 그런데 죄수를 왜 수송하지? 흐음.....일단 석교관님 편지를 봐야 어떻게 되가는지 알겠다. 그나저나 강소성으로 간다니... 그것도 배를 타고. 아... 그런데 왜 운하로 안가고 바다로 가는 거지? 운하가 더 빠를 텐데?’

    “저기. 그런데 왜 운하로 안가고 바다로 가는 거죠?”

    그는 머리를 극적이며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배는 죄수수송선이야. 그런데 죄수를 왜 수송하느냐 하면 면죄부를 받고 동해군도에 위치한 해적들과 싸우기로 한 죄수들을 강소로 데려 가는 거지. 그런데 이놈들은 죄수잖아?

    운하로 가다가 잘못해서 죄수들이 배를 탈취하면 잡을 길이 없잖아. 그러니깐 바다로 가는 거지.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이 수송선을 호위하는 배가 하나도 없어.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 뭐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야.”

    ‘아. 그런 이유군. 그래도 시간에 구애됨 없이 바다로 가는 것을 보면 꽤 오랫동안 싸움이 진행되나 보네. 해적이라... 저번에 허승대장군님이 해적하고 싸우고 왔다고 했는데 그게 이 해적들인가? 끈질기네 아직도 살아있고.’

    “자. 꼬마야. 오랜만에 일어났으니 정신은 깨어 있어도 몸은 피곤할거다. 지금이 벌써 새벽 2시니 지금 자야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 거다. 그럼 들어가라. 나는 좀 더 살펴봐야겠다.”

    그는 자리에 누운 체로 용악에게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방으로 돌아온 용악은 이제야 방 한 구석에 자신의 짐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창날과 석교관이 준 그 쇠꼬챙이 그리고 몇 개의 의복. 속에 있는 것을 다 꺼내고 나서야 용악은 석교관의 편지를 찾을 수 있었고 흐릿한 불빛 아래서 편지를 읽었다. 대충 중요한 내용은 조비대장군이 난리를 쳐서 자신이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쓰여 있었고 일단은 강소로 가는 배가 이것 밖에 없어서 자신을 여기에 태워서 보낸다고 적혀있었다.

    강소에 가면 따로 맞이해 줄 사람이 있으니 잘 찾아가라는 것이었고 나머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적어져 있었다. 용악은 편지를 다 읽고 접어서 짐 속에 쑤셔 넣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용악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뻐근한 게 꽤 오랫동안 잠을 잔 듯 했다. 침상에서 내려와 몸을 풀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깰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아니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이 생긴 듯 싶었다.

    감히 관선을 건들이다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들이란 말인가.

    용악은 혹시나 싶어 쇠꼬챙이를 옷 속에 깊숙이 떨어지지 않게 집어넣고 방문을 나섰다. 용악이 있던 방은 배의 선원들이 생활하는 방들 중에 하나인 듯 했다. 용악이 갑판 근처로 다가가자 고함소리와 함께 쇠가 부딪치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아무래도 정말 큰일이 일어난 듯 싶었다.

    용악이 올라갈까 아님 다시 방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할 때 갑판 문이 열리면서 우악스러운 손이 용악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올렸다.

    용악을 끌어 올린 사내는 털이 덥수룩한 전형적인 해적의 모습이었다. 갑판에는 해적들과 호위병들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고 수송선 주위를 3척의 해적선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크기도 수송선과 비슷한 걸로 보아 적어도 호위병들은 3배 이상의 병력들과 싸워야 했을 것이다. 아니 해적선은 수송 따위는 안하니 그 이상일수도.

    용악이 갑판에 올라 왔을 때 이미 호위병들은 항복을 하고 한쪽에 포박을 당해 쳐 박혀 있었다. 어제 용악이 만났던 그 사람도 같이있었다.

    “뭐야! 그럼 이 배는 화포와 화약을 실은 배가 아니다. 이 말이냐!! 이런 제기랄.”

    해적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이가 선장으로 보이는 이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치다가 선장을 발로 차 배 밖으로 날려 버렸다. 두 손이 묶여 있었으니 아무래도 선장은 죽을 것이다.

    “저기. 두목 어쩌겠습니까?”

    “뭘 어떻게! 이것이라도 끌고 가야지! 죄수들이라고 하니 노예로 전부 부려먹으면 되겠다. 제길 어쩐지 호위선이 없을 때부터 이상하다 했다. 젠장. 괜히 피 흘렸잖아. 자 빨리빨리 정리하고 돌아간다!”

    두목으로 보이는 이가 거대한 도를 휘두르며 소리치자 해적들은 호위병 및 해적들의 시체와 부상당한 호위병들은 갑옷을 벗겨 바다로 던져 버리고 사다리를 타고 자기들의 배로 돌아갔다.

    몇몇은 남아 수송선을 정리하며 호위병들과 선원들을 좀 더 단단하게 포박을 하고 죄수들도 하나씩 데려와 포박했다. 물론 용악도 그 속에 껴서 같이 포박 당했다. 그리고는 3척의 해적선에 있던 해적들은 밧줄로 수송선의 주 돛대와 상갑판에 구멍을 뚫어 묶고 수송선을 이끌고 서서히 나아갔다.

    ‘이게 뭔 일이냐. 이젠 해적이냐. 하아. 정말 되는 일이 없구나.’

    용악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손을 압박하는 밧줄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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