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다음날 여민과 용악은 대장군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용악이 묵은 곳은 전에 도 한번 묵은 적이 있는 그곳이었다. 바로 자객을 만난 그 곳이다.
허승대장군은 이제 벌써 한 달 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다시 몸을 만들고 있었다. 사실 허승대장군은 이제 30대 초반이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던 것과는 달리 대장군직을 그만 두고 그냥 대장군부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었다.
한쪽 팔과 한쪽 눈이 없으니 무인이나 군인으로써의 생명은 어찌 보면 다 한 것 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강호에는 그런 불구를 딛고 일어서서 고수가 된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 허승대장군이 굳이 꼭 관복을 벗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허나 용악은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흠. 그럼 내 후견인은 누가 되는 거지? 여민형이 되는건가? 흐음. 여민형도 장군이니깐 그럴 수도 있겠네. 어차피 추천으로 들어오는 녀석들도 있었으니.’
용악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는 밖으로 나가 수련을 했다.
이미 그동안 제 1식과 제2식은 첫 번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분명 끝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곧 다른 한계에 부딪치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것이다.
다시금 부단히 노력해야 새로운 한계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3식인 흑포(黑爆)와 제4식은 산포(散爆)는 오로지 창을 이용하는 초식이었기 때문이였다. 흑포와 산포는 모두 창의 회전력을 충격으로 바꾸는 무공이다. 그렇기에 창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었다.
1.2초식이 쾌에 중점을 둔 초식이라면 3.4초식은 회전력과 충격의 집중력 즉, 회(廻)와 집(集)에 중점을 둔 초식이다. 즉,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회전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회전반경을 좁게 하여 한 점에 집중 시키는 것 그것이 흑포와 산포의 기본 원리였다.
이번에는 지난 2달과는 다르게 혼자서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여민과 함께 수련을 했다.
사실 용아창법의 초식들은 창법이라면 어떤 창법이든지 다 가지고 있는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지 기의 운용과 세세한 부분들만 다를 뿐이지 대체적인 형과 수련방식은 비슷했다. 그랬기에 여민은 그리 어렵지 않게 흑포와 산포의 특징을 발견해 내고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행할 수 있는지를 용악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여민이 쉽게 흑포와 산포가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알아냈다고 해서 용아창법이 약한 무공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물론 여민의 실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용아창법의 진정한 무서움은 어떤 초식과 그 초식이 어떻게 나올 것 인지를 알면서도 막지 못한다는데 그 무서움이 있는 것이었다. 용악은 비록 그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부단히 노력하다보면 용악도 언젠가는 용아창법의 오의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용악이 여민이 쉽게 깨닫고 가르쳐 주었다는 점에 대해 놀랐다면 여민은 용아창법의 황당함에 놀랐다.
여민이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은 흑포와 산포가 대장군부 밀전무공인 육가창법 그것도 후삼식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전반부, 후반부, 그리고 전삼식과 후삼식이 되어서야 할 수 있는 초식을 겨우 제 3식과 제4식에 담고 있다니.이거야 원 기가 찰 지경이었다. 3,4초식이 이러한데 그 후 초식은 어떠할까. 여민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물론 어떤 무공이든지 1초식이 마지막 초식보다 약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무공이라는 것이 자로 정확하게 제어 이것은 이것보다 약하다. 이것은 이것보다 강하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그때그때 쓰임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위력만큼은 후 초식으로 갈수록 강해지는게 보통이였다. 첫 초식부터 마지막 초식까지 한 번에 펼쳐내면 펼쳐 낼수록 탄력을 받기 때문 이였다. 그랬기에 여민은 진정으로 용아창법을 대성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위력을 나타낼지 궁금했다.
사실은 용천대장군이 펼치는 모습을 보았기는 했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리고 또 예상을 하고 눈에 담아 둔 것도 아니어서 자세히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용악과 여민은 방학이 끝날 때까지 함께 수련을 했다. 아니 자세히 말하면 여민이 용악의 수련을 도와주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흑포는 회전력을 이용해서 목표물을 꿰뚫어 그 반대편까지 충격을 주는 초식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중수법과도 비슷했지만 그런 고차원 적인 초식은 아니었고 단지 그만큼 충격이 깊숙이 퍼진다는 것을 의미 했다.
산포는 흑포와는 반대로 충격이 타격점으로부터 사방으로 퍼지는 초식이었다. 그래서 수련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나무토막을 세워 놓고 창으로 내려치거나 찔러서 얼마만큼의 충격이 퍼졌는지 나무에 남은 자국으로 손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 같이 , 여민이 짜증나서 용악 혼자 하라고 할 때까지 용악는 수련을 거듭하고 거듭하여 방학이 끝나고 사관관으로 돌아가는 날 용악은 흑포와 산포도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네 개의 초식의 한계를 뛰어넘고서야 비로써 5초식인 흑산포(黑散爆)와 6초식인 칠절참혼(七絶斬魂) 7초식인 흑살십육섬(黑殺十六錟) 에 대해서 막연하나마 어떠한 것인지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희열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었다.
내일은 이제 다시 사관관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재수 없는 조창도 봐야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도 볼 수 있으니 그렇기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말도 실컷 탈 수 있을 것이다. 오전에는 허승대장군을 만났다.
예전 그 모습과는 겉모습으로 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만은 그대로였다. 대충대충 하면서도 무언가 숨겨져 있는 분위기 말이다.
주로 말하는 쪽은 허승대장군이었고 용악은 그냥 듣기만 했다. 주 내용은 자신은 이제 옷을 벗었으니 후원을 해 줄 수는 없다. 여민이 대신 후원을 해줄 것이다. 내 이름으로 일단 추천해둔 것으로 해놓았다든지. 용악이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마치고 그냥 이런 저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용악은 여민과 함께 방을 나와 여민의 집무실로 향했다.
항상 잊고 있지만 여민도 장군이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그의 집무실도 있었다.
‘왜 이렇게 장군하고 여민형하고 어울리지 않는 건지. 아. 그건 그렇고 그럼 특수공작군은 어떻게 되는거지...’
용악은 이곳에 있는 동안 몇몇 특수공작군 대원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같이 수련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들 모두가 다 빼어난 고수들이라 그런지 용악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었고 용악은 그들의 가르침을 남김없이 받아 들였다. 그랬기에 그들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형. 그럼 특수공작군은 어떻게 되는 거죠?”
“아. 음. 글쎄? 대장군님은 군을 떠나 강호를 떠돈다 했으니 그렇다 치고. 나는 음... 일단 나는 넘어가고 다른 녀석들은 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배정 받겠지. 어쩌면 천황기갑단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여민은 용악의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용악이야 뭐 그냥 사관관 으로 가면 되겠지만 그는 할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원래 있던 곳? 그게 무슨말이죠? 천황기갑단은 또 뭐고요?”
“아. 음. 허승대장군 있을 때 물어보지 왜 이제야 물어봐서 귀찮게 하는 거냐! 특수공작군은 다들 여러 방면의 출신의 군인들 중에서 쓸 만한 녀석들을 뽑아서 만든 곳이라고. 그러니 다들 원래 소속이 있지.
그리고 천황기갑단은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고 그냥 구상만 하고 있는 것인데. 무림인들을 모아서 무슨 우리 특수공작군 비슷한 것을 만들려나봐.
허승대장군님이 빠져나가고 이번에 옥영대장군이 새로 부임했는데 그 사람이 맡아서 계획하고 실행한다고 하더군. 뭐 그냥 그런 거야. 별로 신경 쓸 것 없어. 어디가도 지 밥그릇 잊어버릴 놈들은 아니니깐. 아니지 남의 밥그릇 뺏어 먹을 놈들이니깐.”
“네.”
‘역시 다른 대원들은 여민형에게 미움을 받는 게 분명해. 그나저나 옥영대장군이라. 그는 또 누구야. 천황기갑단은 또 뭐고. 뭐 이러나 저러나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겠지. 아. 참 중요한 것을 잊어버릴 뻔 했네’
“형.”
“에잇. 또 뭐야 너는 내가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여민은 능숙하게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에 인장을 찍으며 용악에게 신경질 냈다. 역시 허승대장군의 판박이다.
‘혹시 아들 아니야?’
용악은 혼자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키득키득 웃었다.
“야 웃지 말고 말하려고 했던 게 뭐야?”
“아. 이거요”
용악은 주섬주섬 옷 속에서 편지를 꺼내 여민에게 건네주었다. 그리 고급인 편지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정성이 담겨져 있는 듯 했다.
“이게 뭔데?”
“편지요.”
“음 연예편지? 아. 나는 꼬맹이들 안 좋아 하는데 그것도 남자아이는... 그만 포기하는 게 서로에게 좋겠다.”
“...”
“흠흠. 미안하다. 누구야? 혹시 언니는 있데? 이쁘냐?”
여민은 혼자 말하고도 미안했는지 헛기침을 하더니 역시나 다를까 헛소리만 지껄였다.
‘어떻게 머릿속에 그런 것 밖에 들어 있지 않은 겁니까!’
“휴... 그런게 아니고요. 할일 없으면 서축에 가서 이것좀 전해주라고요”
“서축?”
여민은 서축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축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건지, 먼 곳을 가는 게 귀찮아서 그런건지. 연예편지가 아니라는 실망감에 그러는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빨리 안 가져다주어도 돼요. 음 그냥 이번 겨울에 가기 전 에만 가져다주시면 되요”
“지금이 가을인데?”
“아. 음 그렇군요. 빨리 출발 하셔야겠습니다.”
여민은 이제야 허승대장군이 자신에게 벼루를 던지는 심정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당신은 이런 기분을 항상 느꼈던 것이군요. 대단합니다. 그렇게 잘 참으실 수 있다니. 흠. 어차피 나도 할일도 없으니 서축이나 갔다 올까. 폐하께는 대충 휴가나 내 달라고 하고. 그래! 이번 기회에 진탕 놀고 오는거야!’
“알았다. 내가 갔다주마”
“고마워요. 역시 여민 형이 최고에요”
“음화화. 내가 또 좀 하지!”
‘역시 단순해.’
용악는 겉으로는 웃으며 속으로는 여민의 단순함에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