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21화 (21/107)

21장

지난 2년 동안 용악은 8식으로 이루어진 용아창법을 익히며 용아창법 제1식인 일섬(一錟)과 제2식인 참혼(斬魂), 제 3식인 흑포(黑爆) 제 4식인 산포(散爆)까지 이 네 가지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이 한계에 다다를 때 까지 익혀서 이제 막 한계를 넘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계기만 주어진다면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용악은 생각했다. 어떤 것이 계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렸을 적 자신의 아버지가 말했고 또 여민이 누누이 말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서 용악은 다시금 반복했다.

‘내공만 익혀서는 반쪽짜리, 아니! 반에 반쪽짜리 무인도 될 수 없어. 진정한 힘이란 자신의 몸과 정신에서 나오는 법이다. 내공을 비롯한 무슨 외공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그 수단이 되는 것뿐이야. 응? 무엇의 수단이 되냐고? 물론 신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 수단이 되는 거지.

신체의 한계가 뭐냐고? 너 대체 내가 말할 때 뭘 들은 거냐! 항상 잊지 말고 되새기도록 해! 잘 듣도록 해! 우리의 몸과 정신은 수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겹과 같은 것으로 쌓여져 있어. 그리고 우리가 수련을 하거나 참선을 하고 또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몸과 정신을 덮고 있는 그 겹에서 하나씩 벗어 날수 있는 것이지. 무인들은 그 겹을 한계라고 이름 짓고 그렇게 부르고 있지.

누가 지었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 어쨌든 우리가 신체를 끝없이 수련하고 수련하다 보면 그 한계점에 도달 할 수 있고 그 한계점에서 또다시 극한의 고통을 참으며 수련하다 보면 그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지.

뭐? 그 한계라는 것은 한개 뿐이냐고? 맞을래? 아까 말 했잖아! 수많은 한계로 이루어 져 있다고 그 한계는 사람마다 달라서 머라 정확히 정의 할 수는 없어 그저 누구나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는 없지.

그래, 너도 언젠가는 그런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부단히 노력해야 그 한계를 넘어 설 수 있지 하지만 하나의 한계를 넘어서면 다시 또 다른 한계가 나타나기 마련이야.

결국 우리가 수련을 하는 이유는 끝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지. 뭐? 모든 한계를 극복하면 어떻게 되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아마도 인간의 한계라고 볼 수 있으니깐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지 않을까?

뭐 신이나 악마 같은 존재 말이야.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공을 익히는 이유는 그런 한계를 좀 더 쉽게 빠르게 넘어서기 위해서라고 말 할 수 있지.

너도 들어 봤을 거다. 극의에 다다른 현자나 무인들은 마지막 깨달음을 남겨 두고 있다고. 그 깨달음이란 바로 정신적 한계를 말하는 거야 내공을 익히게 되면 그 깨달음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물론 꼭 내공을 익혀야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내공을 익히지 않아도 깨달을 수는 있지만. 내공을 익히는 편이 깨달음을 얻는데 좀 더 쉽다는 거지.

무인들은 신체의 한계만을 극복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제대로 된 무인들이야 말로 정신의 한계 즉 깨달음을 얻어야 하지.

나도 깨달음을 얻었냐고? 물론이지! 내가 누구냐! 그 이름도 찬란한 여민장군 아니냐! 어쨌든 너도 부단히 노력하도록 해. 한순간의 깨달음이나 한계의 극복은 바로 자신이 평소에 노력한 만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내공만 있으면 무엇이든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말이야. 일류 고수라고 해도 삼류 파락호에게 죽을 수 도 있는 것 이고 내공 대신 다른 힘을 쓰는 서대륙의 검객들과 군인들도 우리 동대륙의 무림인들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

그게 무얼 의미 하는지는 알겠지? 그래 내공은 그저 수단일 뿐이야 중요한건 자신의 노력에 의해 신체의 한계를 얼마나 뛰어 넘었느냐 하는 점이지.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열심히 수련하라는 것이야! 빨리 연습이나 하도록 해!’

용악은 여민의 모습을 떠 올리며 조그마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유쾌한 사람 실제로 유쾌한 건지 아님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것 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를 보면 유쾌해 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용악이 그렇게 혼자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용악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와 먼지가 날 정도로 세게 앉았다. 그는 들고 있던 창을 자신의 어깨에 대며 말을 했다.

“처음 보는 꼬마군 이름이 뭐냐? 그나저나 여기는 내 자리인데”

‘설마 시비를 거는 것인가? 내가 잘못한건 없을 텐데?’

용악이 그의 의도를 추측하고 있을 때 조운이 다가 왔다.

“아. 형 어쩐 일이에요?”

“아? 응 별일 아니다. 그냥 처음 보는 녀석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말이야.”

그는 대답을 하며 창으로 용악을 가리켰다. 조운이 형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형이라. 키는 150센미르가 넘어 보이는데.. 예비졸업생쯤 되려나?'

“아. 이 녀석은 오늘 처음 들어온 녀석이에요. 이름은 용악이라고 하고요. 용악. 이 형은 모용소천이라고 이제 곧 졸업할 형이야”

조운은 다른 아이들에게 손짓해서 용악 근처로 모이게 하고는 모용소천이라고 불린 아이에게 용악을 소개했다.

‘모용소천? 한번도 못 들어본 이름인데.’

“그나저나 너희들 뭘 그렇게 보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거냐?”

조운은 아까 전부터 자신들이 바라보며 궁금해 하던 것을 모용소천에게 물었다.

‘진작에 이렇게 물어볼 걸. 괜히 우리끼리 고민 했자나. 쳇.’

조운은 허산를 한번 째려봐주고 모용소천에게 말을 했다.

“아. 저기 모여 있는 애들 있자나요? 재들 왜 모여 있는 건가하고 물은 거에요.”

조운은 여기저기 아니 2부류로 나누어진 듯 모여 있는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 그거? 어린놈들이 벌써부터 세력을 모으는 거지. 겉 멋 만든 멍청이들이야. 저기 왼쪽에 모여 있는 녀석들은 무림맹에서 온 녀석들과 무림문파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거고 저쪽 오른편에 모여 있는 녀석들은 장군부에 속해있는 장군들의 자제들이지. 아? 나는 뭐냐고? 이도저도 아닌 거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녀석들은 나 같은 녀석들이고.”

모용소천은 웃긴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창대 끝으로 하나씩 가리키며 말했다.

‘세력이라.’

용악은 세력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아는 아이들끼리 모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하고 있는 게 나으니 말이다.

‘흐음. 그러고 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자나. 이 녀석들 아까 뭐라고 했더라 조운하고 허산 아.... 마충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실실 웃던 아이가 조식이고. 그래도 하루에 4명이나 알았으니 많이 안건가? 군무관에서는 한명도 몰랐으니.’

용악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운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 달라는 눈빛을 보냈고 모용소천은 결국 그 눈빛에 굴복하고 말았다.

“알았다. 알았어. 아까도 말했지만 저기 왼쪽에 있는 녀석들은 무림세가의 자제들이 대부분이야. 무림맹 알지? 거기서 뽑혀서 이곳으로 오게 된 녀석들이다. 뭐 흔히 말하는 명문세도가. 음. 강북 팽가나 진주언가. 황보세가에서는 이번에는 보낼 애들이 없었는지 그곳에 속해 있는 녀석들은 없고 남궁세가나 다른 세가들은 강남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이곳으로 올 이유는 없지. 그래서 거의 다 무림맹에서 차출된 녀석들이야.”

“저기.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런데 무림맹이 뭐지요?”

마충은 조심스럽게 모용소천에게 물었다. 그가 느끼기에는 모용소천은 까마득히 높은 선배이니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또 자신의 아버지가 모용천대장군 휘하의 장군이기도 하고 말이다. 괜히 그가 잘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다니. 아닌가? 어차피 무림으로 나가지 않으면 별 상관이 없나? 어쨌든. 무림맹이 뭐냐고 물었지?”

정작 물은 것은 졸인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마충이지만 다른 아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궁금해 하고 있었지만 누군가 물어보기를 기다렸던 것이리라.

“음. 일단 강북에는 9대신전라고 하는 대신전이 있어. 많이 들어본 소림이나 무당 같은 문파들을 9대신전라고 하지. 9대신전 중 누가 최고냐고 하는 물음은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니 누가 최고냐고  물어본다면 때려죽일 거다. 그런데 대부분의 9대신전은 강북에 위치하고 있지.

또 흔히 명문세도가라고 부르는 세도가들도 대부분 강북에 위치하고 있지. 그들은 대부분은 한제국의 허락을 받은 거나 다름없어서 원활하게 가세를 이어 갈 수 있지만 여기저기 대문파에 의해 치인 중소문파들은 자신들의 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뭉칠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만들어 진 게 무림맹이야. 9대신전이나 세도가들은 뭉치지 않냐고? 그것도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질문이다. 이 녀석아.”

모용소천은 조운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을 이었다.

“호랑이는 절대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 않지. 혼자 살아가는데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늑대는 혼자 생활하지 않지. 혼자 살아가기에는 곰도 호랑이도 그 밖의 수많은 맹수들이 두려우니까 따라서 늑대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지. 같은 맥락이야. 그들은 중소문파들이 무림맹을 만들어도 그들이 모일 필요성을 못 느끼니까. 어떻게 보면 자만과 허영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그들은 대단한건 사실이지.”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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