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20화 (20/107)
  • 20장

    제 3연무장은 제 2연무장보다 컸다. 한쪽에는 마사가 위치하고 있었고 수도 없이 많은 말(馬)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명의 교관들은 아이들은 10명씩 맡아서 가르쳤다. 번호순대로 아이들을 나누었기 때문에 조식패거리와 용악은 모두 한 조가 되었다. 사관관에 들어온 아이들 모두 다들 한 배경하는 아이들이어서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말을 타본 아이들이였다. 그래서 그렇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록 무기를 휘두르다 떨어지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다.

    “용악 너 말 타봤냐?”

    조식은 조심스럽게 말 위에 올라타며 물었다. 힘들게 올라가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왠지 말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어린이들이 탈 만한 말이 아닌 군마여서 그런 듯 했다.

    용악은 조식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타고 있는 말과 혼잣말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용악을 처음 태우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용케 용악에게 익숙해 졌는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발만 굴렀다.

    “당연한 거 아냐? 여기 온 아이들 중 말 안타본 녀석들이 어디 있냐? 너만 그렇게 못타지.”

    용악이 대답하기도 전에 조운이라고 불린 아이는 말을 천천히 걷게 하여 용악 옆으로 다가왔다. 그냥 오지 않고 조식이 타고 있는 말을 발로 쳐 놀라게 해 조식을 놀라게 했다. 아무래도 조식은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 듯 했다.

    ‘아니면 친근함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일지도...’

    조식은 투덜투덜 거리며 교관에게 달려갔고 조운은 그 모습을 보고 용악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타는 모습을 보아하니 꽤 타나본데 시합이나 할래? 저기 뒤쫓아 오는 석교관님 피해서 도망가야 하는데 말야. 어때?”

    용악는 말없이 조운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냥 타면 돼? 라고 물어보는 듯 했다.

    “어 그냥 타면 돼, 그럼 나 먼저 간다!”

    조운은 용케도 용악의 생각을 읽고 대답을 하고는 말고삐를 세게 당기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럼 나도 한번 타볼까? 안 그래도 1달 동안이나 못 돌아다니고 갑갑하게 방에만 처박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말 타본지도 오래됐네 서축에 있을때는 아버지와 함께 항상 탔는데. 아... 아버지.’

    용악은 잠시 서축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 말고삐를 당겼다.

    ‘그래 오랜만에 한번 달려 보자! 비록 너는 백룡은 아니지만 잘 부탁한다.’

    용악은 나지막하게 말에게 기대어 말했다.

    ‘좋다! 얼마 만이냐 이런 기분!’

    귓가를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 무척 부드러웠고 또한 시원했다. 너무도 오랜만에 타는 것인지 아님 꽤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크게 뜬 눈이 바람을 맞아 눈물이 흘러 나왔다.

    용악은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말을 처음 탓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처음 타고 난후 며칠 동안 말만 잡고 있기를 1주일 그 후 부터는 말을 타는 게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아버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좀 더 빨리 달려! 아버지와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이대로 하늘로 날아가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용악은 이제 타고 있는 게 아닌 매달려 가는 모습으로 말의 목을 붙잡으며 말에게 속삭였다. 어느 샌가 조운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용악은 혼자서 연무장을 달려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용악이 느끼기에는 찰라의 시간이 지나간 듯 했지만 벌써 용악은 벌써 연무장을 5바퀴째 돌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른 아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용악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식이 있는 곳으로 다가 왔을 때 연무장에 있던 아이들 모두 용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조금 타네?”

    조운은 용악의 뒤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조운은 자신보다 말을 잘 타는 아이를 처음 보았다. 물론 자신 또래의 아이들에 한해서 이긴 하지만 사관관에 있는 아이들도 자신과 큰 차이가 나는데 갑자기 어디서 이런 녀석이 튀어나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운. 이 녀석! 말 괴롭히지 말랬지!”

    용악의 조를 담당하던 교관이 다가와 서류철로 조운의 머리를 살짝 치며 말했다.

    ‘석교관이라고 했던가. 뭐 누구든 상관없지. 맨날 이렇게 탈 수 있다니!’

    용악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해 했다.

    “너 신입생치고는 꽤 잘 타는군. 97번이라.... 이름이 뭐냐?”

    석교관은 말에서 내려 말을 쓰다듬고 있는 용악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악의 옷에 97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97번인지 알았을 것이다.

    “용악입니다.”

    “용악? 설마 서축성 출신이냐? 혹시 용천대장군 알아?”

    “네”

    석교관은 용악의 말을 듣고는 약간 놀란 듯한 목소리로 용악에게 제차 물었고 서둘러 서류철을 뒤척이며 용악에 관한 서류를 찾아 빠르게 읽어 나갔다.

    ‘반역자인 전 대장군인 용천의 아들, 어떤 사유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특수공작군의 허승대장군이 후견인으로 있음.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군무관을 졸업. 자세한 사항은 후면을 참조, 현재 나이 8살.’

    ‘젠장. 대장군님 아들이라니... 하아. 대장군님. 가까이서 볼 때는 몰랐지만 멀리서 보니 당신의 빈자리가 정말 크군요. 별 쓰레기 같은 것들이 판을 치고 다니니. 당신이 있을 때에는 아무도 그러지 못했는데. 젠장. 어찌됐건 골치 아프게 됐군. 반역죄인의 아들이라... 빌어먹을 조비자식. 그 분을 감히! 골치 아프게 됬어.’

    석교관. 석철원은 보고서를 읽으며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미 1년 전부터 용천대장군의 반역죄를 지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연왕페하께서 서축 정벌을 다녀오신 다음부터 조비대장군은 꾸준히 용천대장군의 반역죄를 지었다고 주장했고 지금은 그 주장이 받아 들여져 반역죄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폐하께서 9족을 멸하는 반역죄를 지은 용천대장군의 아들인 용악은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서 지금껏 용악은 살아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주목을 받은 용악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석교관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표정과 분위기로 보아 그리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불행히도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석교관이 정신을 차린 후 아이들은 제4연무장으로 향했다. 제 4연무장은 움푹움푹 무언가 알 수 없는 구덩이들이 군데군데 파여 있었고 어떤 곳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기도 했고 어떤 곳은 물이 고여 있는 곳도 있었다. 그야 말로 야전 전장을 그대로 묘사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비록 여건상 사막 지형은 없었다.

    제 4연무장에서는 그야말로 야전 훈련을 했다. 매복, 기습, 휴식, 행군, 정찰, 점검 등 그야말로 전장에서 하는 행위들을 그대로 훈련하는 곳 이였다. 그것도 등에는 엄청난 양의 군장을 매고 말이다.

    지금 용악은 온 몸을 감싸는 갑주를 입고 등에는 자신이 사용할 침낭과 금창약 등 들을 비롯한 비상약품, 비상식량, 엄폐장막, 나침반, 등등 그야말로 황군, 그것도 특수공작군이 가지고 다닐만한 물건들을 잔뜩 집어넣은 보자기를 매고 있었고 허리에는 한제국 정식 군용 장도(張刀) 3호를 차고 다른 한쪽허리에는 단검을 두른 띠를 차고 있었고 한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중보병용 방패 - 아이들은 한손으로는 들기도 힘들었다. - 를 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보기 만해도 무거워 죽을 것 같아 보이는 모습 이었다. 그런 모습을 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보면 어느샌가 해가 지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 온다.

    아이들은 녹초가 된 그것도 완전히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급식소로 가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제 1연무장으로 가서 군무관에서도 배운 육가창식 후반부를 배운다. 군무관에서는 전반부를 가르치고 사관관에서는 후반부를 가르쳤다.

    군무관을 거치지 않은 아이들도 많았지만 전반부는 배워도 안 배워도 상관이 없을 만큼 쉽고 간단한 것 이여서 군무관을 거친 아이들과 거치지 않은 아이들의 수준 차이는 거의 없었다.

    교관이 먼저 펼친 후반부를 따라서 펼치며 형을 익히고 그 후에 기의 운용방법을 알아가며 변초와 실초를 적절히 섞는 방법을 배우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의념을 무기에 실어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배운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다면 무림인들은 모두 초인들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저 그 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육가창식은 그래도 황궁무고에서 고르고 골라 선택된 무공이니 말이다. 아이들이 잘 배우던 아님 못 배우던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수업은 끝이 났다. 수업이 끝이 날 무렵 제 1연무관은 어느 샌가 다른 선배들로 북적거렸다. 용악과 같이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수업이 모두 끝난 다음에는 제 1연무장에 모여서 다들 자유롭게 수련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가 떨어진지 오래지만 제 1연무장은 곳곳이 밝혀둔 횃불과 연기가 많이 나지 않는 불붙은 나무를 담은 솥들이 정확한 방위를 잡고 위치하고 있어서 어둡지는 않았다.

    아이들 중 피곤한 아이들은 합숙소로 향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리에 남아 수련을 계속 했다. 용악은 오늘 배운 육가창식을 떠올리며 연습을 했다.

    비록 군무관에서 이미 여민에게서 후반부를 배웠기는 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다른 법, 용악은 그것을 오늘 뼈저리게 느끼며 자신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앉았다.

    아무래도 빨리 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리 그 무공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행 할 수 있고 또 기의 운용에도 문제가 없지만 그가 가진 내공과 자신의 체격과 비례하는 근력은 용악의 노력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문제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시간뿐이었다. 용악은 한숨을 쉬고 연무장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번호순으로 서서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용악 근처에는 허산, 조운, 마충 모두 모여 있었다. 조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용악이 자리를 잡고 앉자 다른 아이들도 모두 용악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용악에게도 말을 건네곤 했다. 하지만 용악의 대답이 그리 시원치 않았는지 곧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용악은 자신이 맞이하고 있는 한계에 대해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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