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19화 (19/107)
  • 19장 - 적성

    용악은 사관관 근처에 있는 주루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주인장은 꼬마애 혼자서 다니는 것을 보고 뭐라고 했지만 사관관생 이라고 말하니 아무 말 안하고 방을 내주었다. - 아침 일찍 사관관에 들어 섰다. 군무관이랑 별 차이도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군무관보다 조금, 아니 조금 많이 크다는 정도... 여민이 미리 입학 수속을 마쳤는지 오자마자 번호표를 받고 교관을 따라 숙소로 이동했다.

    용악이 꽤 이른 시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벌써부터 깨어나 구보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관관도 군무관과 마찬가지로 아침에는 구보를 하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군무관에 있을때 사관생들을 본거 같았다. 용악는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교관은 용악을 합숙소까지 대려다 주고는 일이 있는지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갔고 궁금한 게 있으면 아이들에게 물어보라고 일러 주었다.

    합숙소는 서축에서 흔히 본 전형적인 군 숙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것은 정기훈련 때만 그렇게 지내는 것이고 이런 숙소에서 지내는 게 보통이였다.

    가운데로 넓은 통로가 위치하고 양쪽으로 땅에서 30센미르 정도 떨어진 높이에 나무판이 건물 벽을 따라 쫙 깔려 있었다. 교관이 나누어 준 번호표에는 97이라고 적혀 있었고 용악 옆자리에 있는 사물함에 100이라고 적혀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합숙소에서는 100명이 생활하는 듯 했다. 용악는 자신의 번호가 적힌 자리에 가서 간단하게 나무 상자로 만들어진 사물함을 열어 보았다.

    사관복 몇 벌과 이불과 베게가 들어 있었다. 용악은 가지고 온 물건과 -아버지가 쓰던 창과 여민이 사다 준 특이한 모양의 목 단검- 옷을 벗어서 집어넣고 사관복으로 갈아입었다.

    용악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듯이 옷을 다 갈아입고는 옆에 앉아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때 마침 그 아이도 용악을 바라보았고 서로는 말을 하려다 누가 먼저 말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고민도 잠시 용악을 바라보던 아이가 먼저 말을 건넸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무언의 압력을 넣었을 것이다.

    “아. 안녕,”

    “안녕”

    참으로 삭막하기 그지없는 인사를 나누었고 그 결과 인사를 나눈 아이는 뒤에 있던 2명의 아이들에게 잠시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다시금 말을 건넸다. 코피가 조금 흐르른 것으로 보아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꽤 맞았나보다.

    “난 조식이라고 해. 너는”

    “난 용악”

    더 이상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고 조식이라 자신을 소개한 아이는 또다시 그 2명의 아이들에게 끌려갔다. 잠시 후 조식은 아까보다 좀 더 힘들어 하는 모습으로 나타났고 다시금 머라 말을 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뒤에 있던 덩치 큰 아이가 먼저 말을 건넸다.

    “난 허산라고 하고, 여기 옆에 있는 녀석은 조운이고 그 옆에 있는 녀석 99번이라고 써 있는 옷 입은 아이는 막충이야. 이 멍청한 녀석이 누군지는 아까 들었지? 만나서 반갑다.”

    “어. 나도 반갑다.”

    허산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이는 한명씩 소개 할 때 마다 알기 쉽게 손가락으로 가르쳐 주었고 조식을 가리킬 때에는 살짝 뒤통수를 때렸다.

    허산는 정말 덩치가 컸다.

    용악이 이제 겨우 120센미르 정도 될 정도 였는데 - 이만해도 또래 애들 보다는 큰 편이였다. - 그아이는 거의 150센미르에 가까울 정도였다.

    조식이라고 불린 아이는 피부도 흰 편이고 키도 별로 크지 않고 손도 가는 편이여서 오히려 공부하는 문사 같은 느낌을 주는 아이였고 조운과 마충은 합숙소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는 별로 다를 바 없는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용악과 몇몇 아이들은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교관을 따라 산으로 올랐다. 1달 동안 쉬었더니 체력이 금세 떨어졌는지 조금 힘에 겨웠다. 하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구보를 마치고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나니 용악은 대충 사관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하긴 군무관하고 거의 비슷하니 못 알아보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생 수는 군무관보다 4배는 많은 듯 했다. 용악이 기억하기로 군무관생들은 겨우 100여명 정도였는데 급식소에서 보니 거의 400명 정도 있는듯했다.

    용악이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놀라고 있자 조식은 마치 자랑을 하듯이 설명을 해줬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다 선배고 사관관은 4년 동안 교육을 받으니깐 선배들이 3부류가 있고 하지만 다행히도 사관관 계획표에 따라 훈련을 받다보면 만날 일은 거의 없고 자유연무시간이나 식사시간에만 만난다고 조식은 말해주었다.

    ‘이 녀석 의외로 조목조목 주제에 벗어나지 않게 말을 잘하네? 아까는 그렇게 멍청한 행동을 하더니 말이야 낮을 가리나.’

    용악은 그렇게 조식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는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하고난 후 제 2연무장으로 향했다.

    군무관은 연무장이 하나 밖에 없었는데 여기는 무려 4개나 있었다. 가장 넓은 제 1 연무장은 자유연무장과 가끔씩 있는 열병식 때 사용되고 제 2연무장은 군무관에서는 배우지 않은 궁술을 배우는 곳이고 제 3연무장은 마상무기술과 승마술을 배우는 곳이고 제 4연무장은 장애물 통과 및 은폐, 기타 전장에서 필요한 기술 등을 배우는 곳이었다.

    물론 이것들 모두 조식이 말해준 내용이다.

    제 2연무장의 크기는 100명의 아이들이 줄을 맞추어서 설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고 길이는 대충 보니 300미르 정도 될 것 같았다. 연무장 한쪽에는 연습에 필요한 집단과 나무로 만든 표적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그 반대편에 있는 창고에는 활과 화살이 수북하게 쌓여져 있었고, 석궁 과 연노도 몇 개 보였다.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용방법만 가르쳐 주기 위해서 가져다 놓은 듯 했다. 원거리 무기로는 화포를 따라갈 무기가 없지만 아이들이 화포의 조작 방법을 배우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비록 다들 뛰어난 오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이들이었다.

    그 동안 배운 것이 있는지 아이들은 알아서 자신의 번호가 적혀진 표적들을 연무장에다 옮겼고 다 옮기고 나서는 창고로 들어가 자신의 번호가 적혀진 활과 화살들을 가지고 나왔다.

    아이들 용으로 만들어진 활인 듯 했다. 하긴 정식 군용 활을 쏘기에는 아직 키가 작아 무리가 있었다.

    용악은 따로 교관에게서 활 쏘는 법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았고 조식 패거리 중 마충이라는 아이가 무척 활을 잘 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관들도 마충의 실력을 인정했는지 따로 훈련을 시키지는 않았고 마충도 스스로 연습을 했다. 아이들이 더 이상 팔이 아파 활을 쏠 수 없을 때 쯤 되면 궁술훈련이 끝날 시간이 된다. 하지만 힘들어도 쉬지 않고 바로 제 3연무장으로 이동해서 마상무기술과 승마술을 배웠다.

    나중에 궁술을 완벽하게 배우면 마상궁술을 배운다고는 알려주었지만 그 때가 되려면 아직 멀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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