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누구에요?”
여민은 황제가 앞에 있는 대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서 홀짝홀짝 술을 마시며 옆에 있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
‘이거 무슨 술이지? 싸구려 술집치고는 맛있네.’
“내 딸아이 남편”
여민은 대답을 듣고 다시 황제폐하를 바라보았다. 용악의 전매특허 표정인 ‘그런데 어쩌라고’ 하는 표정을 담은체로 말이다.
황제의 딸은 공주. 공주는 희명 공주 1명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공주는 밖으로 놀러 나가서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웬 남편? 아.. 그러고 보니 누구를 따라간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이사람 인가 보다.’
“혁정이라고 하지, 아 무림인들은 귀무혈도라고 부르던가?”
황제 유공은 혁정이라 불리는 사내를 바라보며 대답을 했고 그 사내는 대답 대신 유공을 향해 조용히 미소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귀무혈도 혁정은 저도 아는데요. 저는 이 남자가 왜 여기 와있냐는 것을 물은 건데요? 문제의 핵심을 이렇게 파악하지 못해서야 어디 황제 할 수 있겠어요?”
여민은 다른 신료들이 들으면 쓰러질 소리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해대고 있었다.
그런데도 유공은 아무 말 없이 점소이를 불러 술을 더 시키며 잔을 하나 더 가져오라 일렀다.
점소이는 나는 듯이 술과 잔을 가져왔고 유공은 여민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말을 이었다.
“제1 감찰대장이니까. 됐나? 이제?”
“에... 그럼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제1 감찰대장? 무림에서는 호위가라고 불리는 사람?”
“맞네. 내가 그 사람이네”
혁정은 술을 다 마신 여민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말을 대신 대답을 했다.
“이제 알았으면 보고하도록, 제13감찰대장 여민”
유공은 아까와는 다른 조심스럽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여민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여민도 약간은 긴장한 목소리로 옷 속에 껴서 가져온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보고서 번호 24. 허승대장군 암살사건. 발생시각은 2-3시, 인원은 일급자객39명과 특급자객1명, 사상자 일급자객39명, 허승대장군 호위병4명 4명중 2명은 즉사, 1명은 의약당으로 이송 되었으나 결국 사망, 흉수 조사 중.
특급자객도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것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이고 자객의 무기 중 서대륙에서 들어온 산악경비대 석궁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 짐 현재 그것을 중심으로 조사 중.
제3감찰대상 허승대장군의 상태는 왼손 절단. 왼쪽 눈 실명, 허리에서 복부 쪽으로 깊이 약 10센미르 정도의 자상, 어깨부터 엉덩이 쪽으로 약 40센미르 가량의 자상, 4군데 모두 독에 중독 됐으나 빠른 조치로 해독성공, 많은 출혈로 인한 충격으로 현재 혼수상태. 이상입니다."
황제 유공은 여민의 보고를 듣고 의자에 등을 바치며 누웠다.
‘흠..산악경비대 석궁이라. 그걸 어떻게 자객이 가지고 있었던 거지.’
유공이 생각을 이어 갈 때 혁정은 여민에게 조용히 물었다.
“산악경비대 석궁이 뭐지? 내가 모르는 무기도 있나?”
“산악경비대 석궁. 서대륙 정식명칭은 발키론 레인져 연발석궁, 서대륙에서 가장 발달된 기술을 가진 드워프-노움족의 나라인 아스칼론에서 만들어낸 무기.
한번 장전으로 6발의 석궁화살을 발사 할 수 있으며 3초에 6발 발사가능 재장전에 걸리는 시간은 약 2분. 현재 곤제국에서 연구를 위해 극소량 수입하고 있으며 대량생산을 위해 계량중이고 한제국에서도 곤제국을 통해 극소량을 구입하여 현재 조비대장군 휘하의 군사무기연구소에서 계량중임.”
여민은 무정의 대답에 서류를 몇 장 넘겨 산악경비대 석궁에 관한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여민의 대답을 들은 후 황제 유공은 무정에게 손짓해 잔에 술을 따르게 하면서 여민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런 무기를 자객이 사용했다고?”
“예, 허승대장군의 도에 박혀 있는 석궁화살은 정확하게 산악경비대 석궁화살과 일치하고 있으며 상황을 미루어 봐서 한 번에 6발이 발사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리고 그 석궁은 현재 조비대장군 휘하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 중이고.”
“예”
“그럼 조비대장군이 이번 일에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아직은 확신 할 수 없습니다. 곤제국에서 들여온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
여민과 혁정 그리고 황제 유공 모두 말을 마치고 조용히 술을 마셨다. 자칫 하다가는 사안이 심각하게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장군이 대장군을 시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퍼지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그건 일단 좀 더 조사를 해보고 그런데 무슨 미친 자객들이 40명이나 몰려 다는 거야! 그냥 한 두 명 오고 말지.”
“저기 허승대장군한테 죽은 자객들만 5명인데요.”
“그랬나? 허승 그렇게 안 봤는데 꽤 하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특수공작군 소속이니까요”
“하긴 미친 전투귀신들만 모여 있는 특수공작군을 그래도 잘 이끌어 왔으니.”
혁정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조용히 술만 마시고 있었고 유공과 여민은 침을 튀겨가며 특수공작군의 미친 행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그 미친놈들 이야기는 그만하고 용악은 어때?”
여민은 유공의 말을 듣고 용악이 다쳤다고 말해야 할지 아님 말하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해야겠지. 혼날 때 혼나더라도.’
“저기 그 도망간 자객 있자나요. 그 미친 자객이 도망가다가 용악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보고 용악한테 한 칼 먹였거든요? 그래서 용악도 의약당에 있습니다만...”
퍼퍼퍽
여민은 그 말을 한 후 잠시 후에 시끌시끌하던 2층 사람들의 주위를 끌만큼 얻어맞고 말았다.
‘그래도 9족이 참수 된 게 아닌 게 어디냐!’
여민은 그렇게 자위하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자리에 앉았다.
여민을 패느냐 붉어진 얼굴을 하고 유공은 여민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그래, 많이 다친 거냐?”
“아뇨, 그 정도는 아니고요. 아주 쪼금 아주 쪼~~금 다쳤습니다.”
“그런데 입원을 1달이나 해야 한다고!”
혁정은 여민이 하는 짓을 보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가 보기에 이 녀석은 정말 재밌는 녀석이었다. 감찰부 소속 녀석들은 다들 딱딱한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녀석도 있다니 마치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서 반가운 고래를 본 듯한 기분 이였다.
혁정의 기분을 알아주지도 않은 체 둘 사람은 열심히 설왕설래 하고 있었다.
사실은 여민이 한마디 하고 유공이 한대씩 때리는 것이지만.
그 후 1달 뒤 용악은 다른 아이들은 이미 입학수속을 마치고 훈련을 받고 있을 때 뒤늦게 사관관에 입학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