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15화 (15/107)

15장

허승대장군은 슬그머니 웃으면서 도발적으로 까닥까닥 고개를 흔들면서 칼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밖이 소란스러워 지면서 호위병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창문을 타 넘고 자객 3명이 더 방안으로 들어왔다!

‘젠장 여긴 3층이라고!’

다른 자객들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자 처음에 지붕에서 허승대장군을 노리던 자객은 허승대장군을 보고 까닥까닥 고개를 흔들며 칼을 흔들었다.

방금 전 그가 했던 행동 그대로였다.

복면을 해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자식! 자객 놈 치고는 웃기는 놈이네!’

여민은 호각을 부른 후 지붕에서 내려와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다른 부하들에게 미리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 그나마 민망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이런 경우에는 민망한 게 더 나으려나..”

여민은 같이 따라오는 부하들을 독촉하며 더 빨리 달렸다.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될 듯 싶어서 대장군부 병사들이 아닌 특수공작군 부하들을 대기시킨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다른 병사였으면 이렇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에 이런 속도를 내며 달려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야! 벽호! 석궁이나 활은 가져 왔냐?”

“이런 날에 활을 어떻게 쏴요! 석궁도 마친 가지고! 제식훈련을 받아본지가 너무 오래 되서 다 잊어버린 겁니까! 장군이 되서 빈둥빈둥 놀기나 하고 말야. 밑에 있는 졸자 들은 죽을 고생하는데 말이야”

여민 뒤를 열심히 쫒아오고 던 병사들 중 한명이 소리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병사들도 킥킥대며 여민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웃어 댄다.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여민은 장군이다. 그것도 거저먹은 장군이 아닌 실력으로 장군이 된 자다. 그런데 그런 여민보다 그렇게 많이 뒤쳐지지 않은 채로 병사들은 뒤따라오고 있었다.

특수공작군의 훈련 상태와 전투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하지만 역시 기강이 문란한 건지 아님 상관을 무시하는 건지는 몰라도 마치 허승대장군과 여민과의 대화를 듣는 듯 했다.

“이 빌어먹을 놈들아! 그럼 뭐 가지고 왔냐! 원거리 무기는 없어?”

“몰라요! 다들 자기무기 챙겨 왔겠죠! 아... 야! 백산! 너 비도 던지지 않냐?”

“잘 자는데 깨워 놓고! 미친놈처럼 비속에서 달리기 까지 시키고! 이제는 비도까지 던지게 할라고?! 응?! 나는 그냥 머리수만 채울 거야!”

“이 미친놈들. 내가 봐도 허승대장군 님이 고생하신 모습이 훤 하구만. 이런 놈 들이 부하라니.”

허승대장군이 들으면 혈압 올라 쓰러질지도 모를 발언을 하면서 여민과 다른 대원들은 열심히 허승대장군이 위치한 집무실로 달려갔다.

“야! 허승대장군님 호위 누가 맡고 있냐?”

여민의 말을 듣고 다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다들 모르나 보다. 누가 호위를 맡고 있는지 말이다.

‘에혀. 하여간 이 놈 들하고 있으면 머리가 깨진다니깐.’

“우리군 – 특수공작군- 이 맡고 있는 거 아니야?”

“아마도 아닐 걸요? 대장군부 직속 병사들일 걸요?”

뒤따라오던 병사들 중 누군가 대답을 했고 다른 병사들은 너 참 대단하다느니,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었냐느니, 어떻게 알았냐느니 하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었고 병사들의 칭찬 - 칭찬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을 듣고 대답을 한 병사는 또 내가 좀 한다느니 하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이 미친놈들. 다른 병사들이면 달리는데도 정신없을 판인데 저런 쓸데없는 말까지 지껄이며 달리고 있다니.’

여민은 훈련을 좀 더 심하게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민이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무렵 허승대장군과 4명의 자객 은 2회전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우연히 사혈을 맞은 건지 아님 오랜 훈련효과로 허승대장군이 제대로 던졌는지 모르지만 단검을 맞은 자객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허승대장군은 장군도와 방패를 조심스럽게 엇갈리고는 4명을 주시했다.

장군도는 곤 제국식도 였다. 검과 도를 합쳐놓은 형태로 크기는 대략 90센미르 정도에 도신은 20센미르 정도로 무척 두꺼운 도였다. 두꺼운 만큼 무게도 많이 나갔다.

검파 부분은 전형적인 베기 중심인 도처럼 칼등은 두텁고 칼날 쪽으로 갈수록 얇아지고 날카로워지는 형식에 따르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손잡이부근은 도의 모양 이였으나 도봉(刀峯) -칼날끝- 은 검처럼 양날을 가지고 있었다.

왼손에 낀 궁기병용 방패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 완만한 구형을 이루고 있었고 팔뚝에 간단하게 장착 할 수 있게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패 뒤편에 비도 몇 개가 달려 있었다. 전형적인 특수공작군이 사용하는 전용 무기였다.

‘입구를 막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밖에도 자객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언가 가져갈 것은 없으니 노리는 것은 나고, 호각을 불은건 아마도 여민일 것이고... 여민이 아니더라도 호각소리를 듣고 부하들이 이곳으로 올 터이니 내가 할일 은 최대한 버티는 것이겠지.’

자객 4명은 서두르지 않고 사방을 점하고 천천히 허승대장군에게 다가 왔다.

‘저들이 가진 무기는 모두 단검, 다행이군. 다른 무기를 안 가져와서. 거리의 우세는 내가 점하고 있다. 문제는 둘러 쌓이면 안된다는 것!’

허승대장군은 벽 쪽으로 이동하려고 움직였으나 자객들은 허승대장군의 생각을 간파 했는지 철저하게 벽 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후후 쉽게 놔주지는 않겠다 이거냐? 어쨌든 시간은 나의 편, 너희들은 먼저 올 수 밖에 없다!’

역시나 허승대장군의 예측처럼 자객들은 달려들었다.

한곳의 방위도 놓치지 않고 한명은 위에서 한명은 아래에서 그리고 둘은 좌,우에서! 허승대장군은 그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달려들기 전에 먼저 밑에서 다가오는 자객에게 달려고 있었다.

한박자 빠른 공격 이것이 바로 선의 선!

밑에서 치고 나오는 자객은 자신의 예측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허승대장군을 보고 급히 날아오는 도를 단검으로 교차하며 막았다. 하지만 검의 무게차이는 어쩔 수 없는 법

그 결과 밑에 깔린 자객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공격 시기를 놓치고 말았고 그 결과 4명의 합격술은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자신의 도에 반탄 하는 단검의 힘을 이용한 허승대장군은 그 반동으로 위로 날아올라 위에서 자신을 노리던 자객의 단검을 방패로 막고 잔뜩 웅크린 몸을 회전시켜 발로 자객의 다리를 걷어 찬 후 다시 그 반동을 이용해 양쪽에서 자신을 노리던 자객 중 한명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전혀 다른 속도, 전혀 다른 힘이 허승대장군의 도에서 뿜어져 나왔다.

허승대장군의 도가 날아오는 것을 본 자객은 기겁하며 몸을 놀렸다.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인가!’

육가도법(六加刀法)  석풍야(析風野)!!

허승대장군의 예측하지 못한 힘에 자객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가슴이 쩍 갈라진 채로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다른 자객들이 그것을 보고 머뭇거릴 찰라 허승대장군은 가슴이 갈려져 죽은 자객의 뒤편으로 돌아 좌,우에서 자신을 노리던 또 다른 자객에게 자객을 차 보냈다.

‘잠깐만 시선을 붙들어 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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