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헤에. 이거 잘하면 우리 대장군님 옷 벗을지도 모르겠네.”
“너 이 자식! 농담이 나오냐! 그래도 내가 누구냐! 그놈들한테 몇 방 먹여 놔서 회복하려면 얼마동안은 지들도 쉬어야 할 거다. 그나저나 꼬맹이는 좀 어떠냐?”
이제 심각한 이야기를 대충 끝맺고 다시 가벼운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런지 어쩐지 몰라도 여민은 다시 단검 던지기를 시작했다.
“객관적인 수치를 물어보시는 겁니까? 아님 제 개인적인 의견을 물으시는 겁니까?”
“둘 다.”
허승대장군은 얼마 남지 않은 보고서를 마저 정리하며 말했다. 여민은 용케 비에 젖지 않게 가져 온 보고서를 읽어 나갔다.
“객관적인 수치를 먼저 말씀드리면. 무공이해력은 상상(上上) 무공과 신체의 조화 상상(上上) 무공활용력 상하(上下) 응용력 상하(上下) 체력 상중(上中) 체력회복력 상중(上中) 지구력 상중(上中) 근력 상상(上上) 무공에 대한 집중력 상상(上上) 돌발상황대처능력 상중(上中) 판단력 상중(上中) 판단 후 실행능력 상중(上中) 순발력 상상(上上) 민첩성 상상(上上) 유연성 상상(上上) 반사능력 상중(上中) 무의식중 반사능력 상상(上上) 주변기물활용능력 중상(中上) 기억력 중상(中上) 통솔력 증명안됨. 친화도 하하(下下) 호기심 하중(下中) 잠재능력 특상상(特上上) 이상입니다!”
허승장군은 보고서를 보다가 소리 나게 집어 던지고 나서 책상위에 수북이 놓여져 있던 단검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너 솔직히 말해라. 꼬맹이가 몇 살이냐?”
“이제 8살 입니다. 그건 놓고 말하시는게...힉!”
“너 오늘 나한테 진정으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하아... 내 친히 너를 위해서 몸을 움직여 주마. 여기 있는 게 어디보자. 정확히 20개다. 내가 차곡차곡 척추사이에다 하나씩 박아주고 남은 것은 갈비뼈 사이에다가 하나도 남김없이 박아주마. 그러면 확실히 정신 차릴 거야. 그렇지?”
여민은 대답을 하다 날아오는 단검을 손에 들고 있는 단검 면을 이용해서 흘려버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제대로 던지려는 모양이다. 제대로 던지면 앉아서 막다가는 골로 가기 십상이다.
“히익!! 왜 그래요!”
“너 그게 8살짜리 꼬맹이 능력이라고 나한테 보고 하는 거냐! 엉? 천재라고 불리는 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어! 그게 말이 되냐!! 전부다 상(上)이상이자나! 너도 믿어지냐 그게? 응?”
“헤에... 장군님이 천재면 저도 천재일 텐데. 힉! 어쨌든 수치는 사실입니다. 제가 작성 한 게 아니고 군무관에서 작성한 것이니까요”
여민은 날아오는 단검들을 피하면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벌써 5개째 단검이 벽에 꽂히고 있었다. 허승대장군은 잠깐 쉬면서 한 손에다 가는 다시 단검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었다.
“그래, 객관적인 수치는 그렇다 치고 주관적인 의견을 말해봐”
여민은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벽에 꽂혀있는 단검들을 뽑으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보기에는 벌써 신체의 한계를 2번 뛰어넘은 것 같아요. 이상한 건 약간 인위적으로 한계를 극복했다는 거지만 어쨌든 넘은 것 같고 정신적인 한계도 벌써 1번 뛰어넘은 것 같아요.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그래그래, 그 미친 천재 같은 특징 말고 좀 정상적인 특징은 없냐? 그 나이에 벌써 한계를 깨버리다니 꼬맹이 완전 미친 거 아냐?”
“미쳤는지 어쩠는지 모르겠지만. 용악 같은 아이가 없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시죠. 무림문파의 대제자들은 그래도 그 정도는 된다고 하던데요 뭘...”
“아니! 그 정도는 아니다! 확신할 수 있어! 자꾸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잖아! 너 의견이나 말해보라니깐!”
“우선 말씀드렸다시피 친화도가 하하(下下)입니다. 사실 군무관에서 용악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어요. 교관들하고도 이야기를 안 합니다.
그리고 아이답지 않게 호기심이 없어요. 무공에 대한 것은 조금 관심이 있는 듯 한데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를 않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지를 못해서 통솔력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친화력으로 보아 덕장은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쉽게 말하면 따돌림 당하는 천재라 이거냐?”
“아니죠. 다른 이들을 따돌리는 천재죠”
“그거나 그거나.”
허승대장군은 대충 대답을 하고 한손에 올려놨던 단검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여민에게 단검 주워서 갖다 놓으라는 손짓을 했다. 여민이 조심스럽게 벽에서 뽑은 단검들을 허승대장군의 책상위에 올려놓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와는 다르게 약간 굳은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장난기 있는 목소리가 아닌 진지한 목소리였다.
“조비대장군이 이제 장군님께 손을 쓰는 것입니까?”
“아? 음. 이제가 아니지. 벌써 오래됐지. 내가 강소에 가게 된 것도 모두 그 자가 꾸민 일이 분명하니... 도대체 그 멍청이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연왕폐하께서 황제의 위에 오르신지도 벌써 1년이 넘었고 전 황제폐하였던 유표전하께서도 몸을 추스르고 이제 정사에 관여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해결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남쪽에서는 두 명의 왕자들은 여전히 우리와 대치중이고 북쪽의 이종족들은 항상 문제였고 말이야. 그리고 동해에선 이젠 미친 해적들이 난리고! 서축일은 어영부영 대충 넘어가서 그렇게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호위나 좀 더 늘릴까요?”
“아. 그자도 짜증나기는 하지만 멍청한 자는 아니니 내게 자객을 보내거나 그렇지는 않겠지. 일단 너도 꼬맹이 사관관에 입학 시키고나서 복귀 하도록 해. 어차피 사관관은 보호자가 들어갈 수 없으니 말이야”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리고 오늘 늦은 것 말이죠”
여민은 이렇게 말하고 수다스럽게 오늘 하루 동안 자신과 용악에게 일어났던 재수 없던 일을 줄줄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잔뜩 부풀려서 말했다. 허승대장군의 얼굴이 약간 지루해지는 듯하고 손이 자꾸 단검 쪽으로 다가가자 여민은 서둘러 말을 마쳤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오늘 왠지 기분이 안 좋아요.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몸조심하라 이거냐?”
“역시 우리 대장군님이시군요! 바로 그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제 말 흘려듣지 마세요~~ 그럼 저는 이만 저를 기다리는 여인네들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여민은 우스꽝스럽게 허승대장군에게 경례를 하고 장난 끼 섞인 들뜬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방문을 나섰다. 하지만 방문을 나가기 전 허승대장군에게 보였던 여민의 눈은 절대로 웃고 있는 눈이 아니었다.
‘저 녀석. 오늘 정말 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냐?’
허승대장군은 자신을 걱정해주던 여민을 눈을 감고 잠시 생각 하고는 방금 정리한 보고서를 한쪽으로 쌓아서 밀어 넣고 또 한 무더기 쌓여져 있는 보고서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한손에는 단검을 쥐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