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5화 (5/107)
  • 5장

    그 시각 연왕이 있는 야전막사

    연왕 또한 천하에 둘도 없는 무인이다.

    그랬기에 오랜 시간 북방의 이종족과 싸워왔고 또 그렇게 싸워 왔기에 무인이 된 인물. 그렇기에 그의 야전막사역시 간단하게 이를 데 없었다.

    왕의 칭호를 가진 자의 막사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막사 안에는 연왕에게 충성을 받친 4성의 성주들과 2명의 대장군 그리고 몇몇 연왕과 친분이 있는 혹은 이름 높은 무림인들이 자리해 있었다. 강북의 팽가와 진주언가. 산동의 황보세가의 가주들도 연왕과 함께 하고 있었다.

    “연왕페하. 서축하나를 치기 위해서 4성의 병사들을 모두 데려올 필요가 있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왕자와 대립하고 있는 경계지역에 병사들이 부족한데도 말입니다.”

    산동의 황보세가의 가주가 물었다.

    황보세가는 무림세가이기도 하지만 군문세가의 성격도 띈 가문 그렇기에 연왕과도 친분이 있었고 이렇게 서축까지 따라온 것이다.

    ‘이들은 서축이 어떤 군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특히 용천이 어떤 인물인지도. 하긴 용천 그 친구는 그 능력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렇기에 이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것이겠지. 후후 오랜만에 만나겠구나 나의 오랜 친우여’

    연왕은 황보세가 가주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겨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데려 왔냐고 물었나? 가주?”

    “예. 연왕폐하”

    “흥!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안 그런가? 조비대장군?”

    연왕은 황보세가의 가주에게 대답을 하는 대신 왼편에 앉아 있던 한 장군에게 물었다.

    조비대장군.

    연왕 휘하의 장군으로 오래전부터 연왕을 따랐던 인물이다. 그리고 용천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이기도 했다.

    “예. 연왕전하 용천 그 녀석은 맘에 들지 않지만. 그의 군사와 무력은 대단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조비. 이 녀석 아직도 용천에게 맺힌 것을 풀지 못했군. 다른 것은 다 좋지만 왜 용천과 관련된 일만 생기면 이렇게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이냐.’

    연왕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장군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몇몇 장군들을 빼고는 다들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서축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대략 3만에서 4만정도 된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연왕의 군대는 11만. 병력차가 3배나 나고 전장은 평야지대. 병력의 우위가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지형이기도 하다.

    다른 장군들이 모두 조비의 말에 동의를 할 때 허승대장군과 그 휘하 장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크족과 싸우면서 용천이 이끄는 폭풍기마대와 함께 싸운 적이 있었다.

    궁기병이라 불리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부리는 오크족을 상대로 훨씬 적은 수의 기병만으로 그것도 탁트인 평야에서 적 기마대를 모조리 몰살 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가 데리고 온 병력은 1만.

    그때 몰살당한 오크족은 3만이다.

    이번에 용천이 데리고 오는 병력은 3만 정도라 한다. 전력의 차이는 병사의 수에 제곱해서 차이가 나지만 폭풍기마대의 위력이라면 연왕군과 양패구상을 할 정도의 병력이다. 자칫 잘못하면 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흠뻑 적셨다.

    “연왕전하. 그렇다면 저기 세워진 저 천막은 무엇입니까?”

    황보세가의 가주는 연왕군의 목책 바깥쪽에 세워진 한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의아하게도 연왕군의 목책 바깥부분에 흰색 천으로 된 천막하나가 달랑 세워져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연왕이 말을 끝 마칠때 쯤 한 장군이 막사 안으로 들어오며 말을 꺼냈다.

    “신 허승대장군 휘하 후장군 여민. 말씀드리겠습니다. 용천대장군이 이끄는 폭풍기마대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거리는 약 800미르 곧 있으면 그 전군(前軍)이 보일 듯 싶습니다. 병력 수는 약 3만정도로 추정됩니다.”

    ‘역시 3만정도군. 흠. 자칫 잘못하면 위험하겠어. 병사들의 질이 차이가 이렇게 나니.’

    허승대장군은 그렇게 생각하며 휘하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용! 나의 오랜 친우가 오는데 이렇게 앉아서 맞을 수는 없지 전군 출전한다!”

    연왕은 단숨에 주위를 제압하고 막사를 나섰다.

    위엄과 의기 넘치는 모습.

    이것이 바로 북방의 제왕이라 불리는 연왕의 진정한 모습이였다.

    “대장군. 연왕군과 거리 800미르 정도 남았습니다.”

    마초는 앞서서 전장을 살펴보고는 용천에게 와 보고했다.

    "속보로 전환한다. 진형은 어린진형으로“

    “옛 대장군”

    “우장군! 좌장군!”

    “옛 대장군!”

    “전장군! 후장군!”

    “옛 대장군”

    마초는 깃발수에게 명령을 하달하고 용천이 부름에 따라 용천의 뒤로 바짝 따라 붙었다.

    “전군을 목책 20미르 앞까지 전진시킨다. 그리고... 병사들을 대기시키고 진정시키라. 이곳 천수평야를 벗어날 때 까지”

    용천은 명령을 내리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이제 이들을 보는 것도 마지막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옛. 대장군”

    네 명의 장군은 우렁차게 대답을 하며 좌,우로 퍼져 나갔다.

    그 시각 연왕군 진형에 위치하고 있던 황보세가의 가주와 팽가의 가주는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왜 그렇게 연왕이 긴장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압도적인 전력차가나면 병력수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것을 전술을 잘 알지 못하는 자기들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팽가주 가주는 연왕전하께서 왜 저러는지 알고 있소? 평소의 연왕전하답지 않아서 말이오.”

    “연왕부에 있는 가신들이 말하기를 서축군을 이끄는 용천대장군이라는 자가 일세의 영웅이라고 하오리다. 폭풍대장군이라 불린다지요.그러니 연왕전하도 신중한 것이 아니겠소.”

    “아무리 그래도...”

    황보세가의 가주는 말을 하다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말을 멈췄다.

    그들은 절정수준의 무림인이다.

    다른 병사들과는 다르게 살기(殺氣)등의 기운에 민감했다.

    그런 그에게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살기와 비슷한데 살기는 아니었다.

    팽가주도 그것을 느꼈는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무림인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허승대장군과 조비대장군 그리고 연왕은 이런 기운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지를 움찔거리게 만드는 이것은 바로 잘 훈련된 군사들이 내뿜는 전기(戰氣)이며 군기(軍氣)이다.

    ‘이제 오는가 용천 나의 오랜 친우여!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연왕은 손을 벌려 그 기운을 더욱더 느꼈다.

    이윽고 땅이 울리며 서축군의 모습이 서서히 들어나기 시작했다.

    평야를 점령하듯이 검은 물결이 서서히 연왕군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지만 마치 검은 용암이 밀려오는 듯 했다.

    병사들도 이제야 군기를 느꼈는지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연왕과 함께한 북방군은 이런 기운을 어쩌다 느끼기도 했지만 4성의 군사들은 이런 기운을 느끼는 것이 처음인지 모두들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북방군 휘하의 장수들은 병사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목에 핏발을 세운 체 독려 하였으나 장수들도 질린 표정들이었다.

    오오오오오

    서축군의 군기가 모여 유형화 된 모습을 보이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연왕군쪽으로 불기 시작하고

    쿵쿵쿵쿵쿵

    전마들의 말발굽 소리와 병사들의 창대와 땅이 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천상의 병사들이 하강한 듯 했다.

    오오오오오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기세는 병사들을 두렵게 만들고

    쿵쿵쿵쿵쿵

    지축을 흔드는 거칠고 큰소리는 병사들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허어... 과연... 대단하다. 이 정도라니.”

    팽가주와 황보가주등의 무림인들은 생전 처음 느끼는 이 위압감에 진정으로 감탄했다.

    이정도의 위압감은 천하제일인에 근접하다고 알려진 무림맹주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이다.

    한낱 병사들이 만들어낸 기운이 천하제일인의 기세보다 강하다니 대단했다.

    ‘과연 연왕이 인정할만한 사내인가! 병사들의 기를 이렇게 모을 수 있다니!’

    팽가주는 할 말을 잃은 듯 신음을 흘렸다.

    팽가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들의 가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무림인들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 멀리 병사들을 바라보자 병사들은 장군들과 고참병들의 호된 질책을 들으며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허승. 폭풍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그렇지 않나?”

    연왕은 기쁜 듯 들뜬 목소리로 허승대장군에게 물었다.

    “예. 전하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 강해진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래야지. 그래야 나의 친우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

    연왕은 진정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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