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1화 (1/107)

1장- 황적관 : 징조

제국력 1331년

거대한 대제국 한.

모래바람과 오크족과 놀족등 이종족으로부터 한제국을 지키는 변방에 우뚝 선 거대한 성.

수 십년 동안 오크족의 침입을 막아온 낡은 성 황적관.

수차례에 걸쳐 보강하고 또 보강한 그 성이 무너졌다.

모래바람도 오크족도 아닌 다름 아닌 황도로부터 날아온 혈풍으로 인해.

한 사내가 문을 박차고 대전 안으로 쏘아지듯 들어왔다. 황적관은 오크족의 침입을 막아주는 한제국의 최우선의 방패 그렇기에 황적관을 지키는 장수들도 병사들도 하나같이 범과용을 닮은 듯 용맹했다.

그리고 그런 용과 범중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이가 있으니 바로 지금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내 하후양이다. 한제국이 세워지기 이전 전국시대의 유명한 장수의 후손이다.

그의 선조가 섬기던 나라는 패당하고 없어졌지만 그의 후손들은 무림세가로 발전하여 한제국으로부터 살아남았다. 그리고 한제국이 세워진지 벌써 200년도 넘는 지금은 대부분의 가신들이 군문에 투신하여 무림세가라고 부르기보다는 군문세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할 정도로 변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용맹과 기상은 사라지지 않은 듯 방금 안으로 들어온 사내 역시 우렁찬 목소리로 상석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신 하후양 대장군을 뵈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전형적인 야전식 인사. 전장이 아님에도 이런 인사가 가능한 이유는 이곳이 항상 전투가 끊이지 않는 서축지방이기 때문일 것이다.

“병사들에게 들었습니다. 난이 일어났다지요?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는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대청가운데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청 안에는 방금 질문을 받은 사내 좌우로 장수들이 앉아 있었고 그 가운데 탁자가 위치해 있었다.

탁자위에는 전형적인 군사지도가 펼쳐져 있었는데 대부분이 옥천관 넘어 사막과 황서지방 위쪽의 이종족들의 주거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겨우 그 일 때문에 옥천관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냐! 옥천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텐데!”

가운데에 앉아 있던 사내가 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40대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그는 투구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 강대한 기상이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했고 갑옷을 입은 그의 몸은 태산과 같은 위압감을 주는 듯 했다.

그가 바로 변방의 폭풍.

한제국이 세워질 때부터 오크족과 이종족을 막아온 용씨가문의 후손

한제국의 대장군 중 한명인 폭풍대장군 용천이었다.

그가 그의 기마대인 폭풍기마대를 이끌고 변방의 이종족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흡사 폭풍이 지나가는 듯 하다하여 황상께서 친히 내려준 칭호인 폭풍대장군.

그 칭호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 바로 용천이었다.

하지만 그의 위엄도 하후양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말 돌리지 마시지요 장군님. 옥문관은 동생에게 맡겨두고 왔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속 시원히 말씀해 주십지요”

용천의 위엄은 먹혀들지 않고 하후양의 외침만 대청 안에 울리자 대청안에 있던 장수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하하. 장군 제 말이 맞았지요? 저놈 량 이가 이렇게 나올 줄 다 알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하하하”

용천 왼편에 앉아있던 좌장군 양탁이 그렇게 말하자 주위에 있던 장수들은 더욱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제야 자신이 놀림감이 된 것을 안 하후양은 대청을 빠르게 훑어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후다닥 앉았다. 웃음이 가라앉자 오른편에 앉아있던 우장군 사마군이 말을 꺼냈다.

우장군 사마군은 서축군의 참모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회의는 그가 주도 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마군이기에 지금 말하는 목소리가 낮게 깔린 것으로 보아 일의 심각성이 상상외로 크구나 하고 대청 안의 장수들은 생각했다.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장내는 순식간에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만큼 서축 아니 천하를 떠도는 소문은 심각했고 사마군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소문이 사실임을  확고히 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황상의 형님이신 연왕 유공께서 황상을 폐하시고 문무관리들 을 황도로 모은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지 않는 관리들에 대해서는 반역죄를 씌운다는 사실도 함께 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황도로 전령을 보내본 결과 그 소문이 사실임이 들어났습니다. 벌써 두 분 왕자께서 연왕께 칼을 빼들었고 이제 그것을 휘두르기만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호남,강서,염도,화명,신주를 다스리는 첫째 왕자님이신 초패왕 유혼왕자님은 벌써 군사를 모아 황도로 진격하려고 준비 중이시고 사천,중경,한서,서주,녹해를 다스리는 흑화왕 유빈왕자님도 군사를 모은다고 합니다. 이곳 서축은 황도, 접경지대와 거리가 멀어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하니 어쩌면 벌써 출병 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소문만 듣고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만 하고 있던 찰라에 대장군이 보낸 전령을 만나자마자 이곳으로 온 다른 장수들도 자세한 사항은 이제야 들었는지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전령이 가져온 명령서는 분명 황제페하의 인장이 찍혀져 있는 명령서였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반역죄로 처벌한다지만 아무 준비도 없이 황급히 황도로 갈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제국의 초대 황제로부터 서축군은 따로 칙명을 받아 다른 성(한제국의 가장 큰 행정구역을 일컫는 말)으로 이동을 할 수 없고 칙명 외의 다른 명령. 설령 황명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받을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서축만 지키는 군대였다.

따라서 보통 때에 이런 명령서가 내려온다면 따르지 않는 것이 올바른 것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왕자들이 연왕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나라가 3등분이 되려고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끝나지 않을 침묵을 깨고 하후양은 좌중의 장수들을 향해 말했다.

“뭐. 솔직히 말해서 보지도 못한 왕자들이 무엇을 하던 상관없지 않습니까? 중요한건 우리가 서축군이라는 것이고 또 우리의 의지 아닙니까?”

다들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용천을 바라보았다.

서축이 가진 힘.

서축의 기병대야 말로 한제국 제일의 기병대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것을 알고 있는 자들이 적을 뿐이다.

서축의 기병대와 상대할 수 있는 군은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는 오크족의 기병들과 동방의 제국 곤국기병 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 군사학자들 사이에서의 두드러진 의견이었다.

그런 서축의 군대가 황도로 진격한다면? 아마 황도로 가는 길은 혈로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 그리고 서축군을 막지도 못할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연왕이 차지한 곳은 강북과 강남, 산서, 산동뿐. 두 왕자의 힘이 미치는 주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왕자들의 지배를 벗어난  나머지 성주들와 성를 지키는 대장군들도 지금의 서축과 같은 상황을 마지하고 있을 터. 함부로 서축군을 막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다.

괜히 끼어들어서 피해를 보는 거보다 누군가 좀 더 확실한 승기를 잡으면 그때 끼어들면 되는 것이 뻔한 일. 그렇기에 서축군은 연왕이나 다른 왕자나 꼭 가져야 하는 힘인 것은 분명하다.

누구나 서축을 가지더라도 그 힘은 여전히 강대한 것이기에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켜 버릴 수 있으니.... 그렇기에 연왕이 먼저 전령을 보낸 것이다. 아마도 북경을 얻자마자 보냈을 것이다.

이렇게 전령이 빨리 온 걸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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