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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47화 (247/250)

[제80장] 지성자 1

[제80장] 지성자

사흘 후 천계벌.

자욱한 안개가 깔린 이곳에 거대한 진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천계벌은 천계 총단 방어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총 구 겹으로 되어있는 폐쇄진법이 이미 대부분 파괴되어 마지막 한 관문만 남은 상황.

마지막 관문마저 돌파되어 마계연합군이 들이닥치면 이곳 천계벌에서 정면 대결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만큼 천계벌은 중요한 곳이었다.

천계벌이 돌파되면 천계 총단 역시 아마도 영원히 소멸할 것이었다.

“놈들이 팔관문까지 돌파하고 마지막 구관문 돌파를 앞두고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천선생의 보고에 천계벌 지휘막사에 모인 천계 총단 지휘부 고수 백여 명이 안색을 굳혔다.

안색이 더욱더 창백해진 천제가 물었다.

“놈들이 마지막 구관문을 뚫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소?”

“하루면 충분할 겁니다. 마제의 마력이 생각보다 대단해 폐쇄진법이 더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놈들의 병력 규모는?”

“마물과 요괴들이 대거 가담해 측정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추정을 해보면 최소한 오백만은 넘을 것 같습니다.”

“오백만이라. 많긴 하군. 우리 쪽 병력은 어느 정도요?”

“대략 백만 정도입니다. 무황연합군과 은둔반선들이 도착하면 대략 이백만에 육박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래봤자 놈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구려. 비록 우리 천계 역시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은둔고수들이 수없이 많다고 하나, 이번에 우리가 대패해 총단이 소멸하면 향후 천 년간은 재기하기 힘들 것이오. 그렇지 않소?”

“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마계가 천계를 완전히 지배하게 될 겁니다. 만약 놈들이 지속해서 숙청작업을 하게 되면 영원히 재기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지원 병력은 어떻게 되었소?”

천제의 물음에 천선생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회의에 참석한 지휘부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의 시작 전에 어느 정도 낭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단 한 사람 백자안만은 예외였다.

‘나의 양신이 그렇게 강해졌다니. 일단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랬다.

낭보는 다름 아닌 무황연합군의 승리였다.

“조금 전 대략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회의에 늦게 참석하신 분들도 많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황연합군을 이끄는 백자안 지존맹주가 마침내 무림혈맹 놈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합니다.”

“오!”

“아!”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공식적인 발표라 더욱더 감탄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정보를 늦게 안 사람은 바로 천제였다.

“어떤 식으로 놈들을 제거했소? 무림혈맹 놈들의 수가 백만이 넘어 분명 중과부적이었을 텐데······.”

“백자안 맹주가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신으로 총단에 들어가 놈들을 지하광장으로 유인했다고 합니다. 이에 속은 놈들이 지하 광장으로 들어왔을 때 화약을 터뜨렸지요.”

“지하광장에 있는 화약은 지존령기가 있어야 폭발시킬 수 있다고 하던데, 역시 그가 진짜 백자안 공자였구려.”

“네. 이번에 거의 확실하게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화약으로 폭사한 놈들의 수는?”

“대략 오십만이라고 합니다. 지하 광장에 화약이 매설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후라 무림혈맹 총군사 혈천자가 병력 절반만 투입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나마 백 맹주가 일부러 중상을 입은 것으로 위장해 도주하는 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후는 어떻게 되었소? 나머지 오십만 무림혈맹 무사들이 남아 있지 않았소?”

“화약으로 오십만 무림혈맹 무사들을 제거한 백 맹주가 지하 광장에서 빠져나와 무황연합군과 그 외 새롭게 지원 병력으로 온 무사들과 힘을 합쳐 놈들을 일망타진했다고 합니다. 혈천자를 비롯하여 무림혈맹 놈들 중 생존자는 아무도 없다고 하니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 같습니다.”

“무황연합군을 지원하러 온 병력이 있었소?”

“네. 놀랍게도 마교와 동방무맹, 은자림 소속 무사 오십만이 합세를 했었다고 합니다.”

천선생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놀랐다.

마교와 동방무맹, 은자림 무사들은 이미 대부분 사망했거나 돌로 변해 마계의 돌강시 부대가 되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장 놀란 것은 백자안이었다.

처음 듣는 소식이었고 그만큼 기대가 컸다.

천선생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먼저 마교의 경우 불패마왕과 그의 딸 임요요가 돌로 변하지 않고 모처에서 요양 중이었다고 합니다. 흡수대법을 연마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내상이 심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교도들을 다시 모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 이십만 정도의 무사를 데리고 무황연합군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오! 그런 일이! 동방무맹과 은자림은?”

“동방무맹은 원래 동방 총단을 지키고 있었던 태상장로 백두노인이 한강어옹 등 고수들과 함께 새롭게 이십만 무사를 모아 이번에 비밀리에 합류했다는군요. 은자림 역시 생사신의와 동정어옹 등을 중심으로 은거해있던 십만 고수를 모아 이번에 전격적으로 합류를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 잘된 일이오. 그럼 지휘체계는?”

“원래 마교와 동방무맹, 은자림 모두 백 맹주의 지휘를 받았던 터라 세 곳 모두 지존맹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황군의 지휘 역시 백 맹주가 계속 맡고 있다고 하니 신속한 작전이 가능할 겁니다.”

“그들 모두 무황연합군으로 불러도 되겠구려. 그래 언제 이곳에 도착한다고 하오?”

“오늘 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총병력 백만을 이끌고 신선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는 숭산으로 출발했다고 하니, 늦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은둔반선들은 언제 올 예정이오? 예정대로 무황연합군과 함께 올 것 같소?”

“네. 십만 은둔반선들이 총집결한 상태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병력이기도 한데, 이번 작전에 참여하는데 이견이 적지 않아 의사를 통일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무법반선이 수고를 많이 해주었을 것이오. 들어보니 백 맹주와 은둔반선들에게 기대를 한번 걸어볼만 한 것 같소. 물론 절대적인 병력은 여전히 우리가 열세이지만 말이오.”

“네. 숫자로만 봐도 우리의 두 배가 넘으니까요.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역시 마제의 무공입니다. 폐쇄진법을 깨트리는 속도로 볼 때 지성자에 버금가는 무공을 터득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놈의 무공은 내가 직접 겪어봐서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너무 낙심은 하지 마시오. 우리 태자 역시 만만치 않을 테니까.”

천제가 흐뭇한 표정으로 백자안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사흘간 백자안의 기도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는 백자안 나름대로 모종의 특별수련을 했기 때문인데, 그 결과는 자신도 아직 몰랐다.

“혹시 지성을 이룬 겁니까?”

천계 태상장로 만수자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마제 그놈만은 제가 제거해볼 생각입니다. 놈이 진정한 지성을 이룬 것이 아닌 이상 분명 승산이 있을 겁니다.”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전쟁에 있어 사기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이렇게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다만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알기로 낙양 총단에 백만 마계살수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 점은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군요. 마계살수단 놈들은 무황연합군이 낙양으로 입성하기 전에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럼 마제가 불러들인 겁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폐쇄진 바깥에 주둔하고 있는 놈들 진영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으음, 놈들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군요. 기존 병력 오백만에 놈들까지 더하면 육백만 정도로 봐야겠군요. 돌강시 부대는 거기에 포함된 겁니까?”

“돌강시 부대 역시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략 삼백만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놈들까지 다 합치면 구백만이니 우리가 모르는 놈들의 비밀병력까지 합치면 대략 천만 정도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천선생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사실 그가 마계살수단과 돌강시 부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자안이 그 부분을 묻자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한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좌중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특히 돌강시 부대에게 당한 천계 고수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돌강시 놈들을 제거할 방책을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오?”

천제의 물음에 돌강시 부대에 대한 대처 방안을 수립하고 있던 천상선녀가 대답했다.

“네. 지금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에요. 다만 돌강시들 모두가 마제에게 종속되어, 아마도 마제가 소멸하여야 그들 역시 놈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제가 죽는다고 해서 돌강시들이 원래 모습대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요?”

백자안의 물음이었다.

“네. 돌강시들의 완전한 회복은 지성자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에요.”

“그렇군요.”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결국, 지성자가 되는 길뿐이란 말인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일종의 편법이라 지성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양신 처리 문제도 있고 최후까지 마음을 졸여야 할 듯하구나.’

백자안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천상선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돌강시 부대 중 지금 그 소재가 유일하게 파악되는 것은 마제를 호위하는 십대호법이에요. 그들은 마제를 가까이서 호위하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전면전이 발발하면 특히 그들을 경계해야 할 거예요.”

“마계십대호법을 말씀하는 것이오?”

“네. 천제님. 그들은 원래 강호 인물들로 백 맹주와 친분이 깊다는 특징이 있지요. 아마도 마제가 백 맹주와의 대결을 대비해 호법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커요.”

“그들의 이름이나 별호에 대해서 파악된 게 있습니까?”

이번에는 백자안의 질문이었다.

악미미를 비롯하여 네 명의 미녀가 마제의 호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뇌옥대마신으로부터 들은 바는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했다.

“네. 얼마 전에 파악된 바로는 악미미, 단목수련, 백리설아, 김지혜, 부채도사, 백록공자, 만박서생, 풍류도인, 무명노승, 태극검선이 바로 그들이에요.”

“아!”

백자안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열 명은 자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주로 중원무맹과 동방무맹 사람들로, 마교의 불패마왕과 임요요가 건재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실종된 사람 중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핵심적인 인물들이었다.

“왜 그러세요? 태자님.”

“아, 아닙니다. 한데 백자안 맹주의 가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있습니까?”

“백 맹주가 도착했을 때 물어볼 것 같아 미리 파악하시려는 건가요?”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

“백 맹주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된 게 없어요. 다만 백소영 소저는 지금 회복되어 백 맹주와 함께 있다고 알고 있어요.”

천상선녀의 말에 만수자가 급히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소? 백소영 소저 역시 돌로 변해있었던 인물이 아니오? 한데 회복이 되었다니 그럼 지성자가 나타났다는 말이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특별사자 말로는 백 맹주가 동생을 회복시켜준 것은 맞는데, 특수 가죽옷을 입고 있어 애초에 돌로 변할 때 그 정도가 약했다고 해요. 정확한 것은 백 소저가 오면 직접 물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단 돌로 변한 사람을 회복시켰다는 것은 지성자에 근접했다는 뜻이 아니오? 어쩌면 백 맹주야말로 우리의 희망이 될 수 있을 듯하오.”

만수자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기대감이 어린 표정이었다.

백자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예감이 좋지 못하다. 결국, 나의 양신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게 아닐까. 소영이를 회복시킨 것은 나인데 벌써 내 공을 차지하다니.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마지막에 큰 사달이 날 것 같구나. 결국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줄 것인가. 만약 양신의 무공이 나보다 강하다면 그때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결국은 내가 지성자가 되는 길밖에 없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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