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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45화 (245/250)
  • [제79장] 시산혈해 2

    우우웅.

    굉음과 함께 마계이동석이 돌기 시작했다.

    마계이동석 위에는 백자안이 서 있었다.

    주위에는 마선생과 원로대마신, 허공대마신, 호법대마신, 뇌옥대마신, 이중마인 이렇게 여섯 명이 두 손을 들고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는 예상된 것으로 그들의 마력으로 마계이동석을 발동시키는 것 같았다.

    “이제 곧 도착하게 될 것이오. 명심하시오. 주어진 시간은 한시진뿐이니까.”

    마선생의 말에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백자안이 대답을 한 그 순간 마계이동석에서 나오던 붉은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다리부터 서서히 모습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본격적으로 특수 이동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백자안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것은 물론이었다.

    몸속에 천상선녀와 천선생이 들어가 있기에 자칫 막바지에 탄로 나지 않을까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행이다. 일단 천계 총단으로 들어가면 다소 여유가 생길 것이다. 다만 역시 이동 중이라 그런지 몸속 기운이 거의 사라지는 느낌이구나. 만약 이때 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펼치는 이동대법이 아니라 더욱더 무력화되는 것 같았다.

    ‘제발 이 고비를 넘겨야 할 텐데······.’

    하지만 백자안의 바람과 달리 이동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이 속도라면 일각은 더 있어야 했다.

    백자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했다.

    괜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마선생 등 여섯 고수는 여전히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백자안의 하반신까지 이동이 완료되어 상반신만 보이게 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청 안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한데 그는 바로 마제가 아닌가.

    마선생, 원로대마신 등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마제님! 어떻게 오신 겁니까?”

    “기운이 이상해서 오게 되었소. 저자가 바로 혈괴자요?”

    “네. 곧 끝날 겁니다. 분부대로 태자의 심장을 가져올 임무를 맡겼으니,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한데 기운이 이상하다는 말씀은?”

    “몰라서 묻는 것이오? 마계이동석에 천계 인물이 오르게 되면 기운이 달라지오. 저자는 일반 무림인이 아니라 천계 인물이오. 어쩌면 백자안 그놈일 수도 있을 듯하오.”

    마제가 우수를 들었다.

    아무래도 공격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백자안의 안색이 더욱더 굳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지금은 이동의 막바지에 달해 방어는 물론이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마제의 일장에 즉사할 가능성이 컸다.

    백자안이 후유증을 감수하고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마제님이시군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혈괴자라고 합니다. 어찌 저를 보고 백자안 그놈이라고 하십니까?”

    “영악한 놈!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는 속일 수 없다.”

    마제가 언성을 높이며 마침내 일장을 날렸다.

    쏴아아.

    꽝!

    “으윽!”

    백자안이 피를 토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마제의 강력한 공격을 받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 때문인가.

    혈괴자로 역용했던 그의 얼굴이 본얼굴로 돌아왔다.

    “백자안 네놈이 맞았구나!”

    마제가 노성을 터뜨리며 다시 한번 일장을 날렸다.

    쏴아아.

    이제 백자안의 몸 중 이동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얼굴뿐이었다.

    조금 전 가슴에 장력을 얻어맞자마자 어찌 된 일인지 단숨에 목을 제외한 상체 모두 이동이 완료되었다.

    게다가 내상이 심했지만 우려와 달리 즉사는 면했다.

    아무래도 특수 이동 중이라 그 자체로 보호막이 형성된 것 같았다.

    하기야 공간이동 중이라 타격을 받는 부분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얼굴 부분은 달랐다.

    이동 직전까지 정신이 있어야 하므로 그 보호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었다.

    쏴아아.

    백자안임을 확인했기 때문인지 마제의 장세가 조금 전보다 두 배는 더 강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뒤늦게 백자안의 정체를 알게 된 마선생, 원로대마신 등 여섯 고수가 일제히 장력을 퍼부었다.

    동시에 마계이동석을 발동시켰던 마력을 거둔 것은 물론이었다.

    순간, 백자안은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 마제, 마선생 등의 장력이 그에게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 의외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순간적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계이동석 자체가 나를 공격하는구나. 보조를 해주던 마력이 사라져 내가 천계 사람이라는 것이 들통난 것 같다. 역시 나는 천족의 후예였단 말인가.’

    백자안이 쓴웃음 지었다.

    이제 곧 머릿속이 완전히 폭발하리라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즉사를 의미했다.

    설사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곧이어 닥칠 마제, 원로대마신 등 일곱 고수의 공격을 막아낼 능력이 없었다.

    이미 마계이동석의 특수 이동은 중단된 상태.

    몸뚱이는 사라지고 얼굴만 보여 기괴하기 짝이 없는 상황.

    어차피 이동이 멈춘 상태가 지속하면 목숨이 위험해지므로 그 또한 절망적인 요소였다.

    백자안은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손꼽히는 위기 중 하나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떤 기운도 모을 수 없었다.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한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자안이 눈을 감은 것은 그때였다.

    마음을 통해 심단전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가 의지할 것은 심단전이 유일했다.

    아직 지성자가 되지 못해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 효능은 무궁무진했다.

    특히 지금 그가 죽게 되면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었다.

    몸속에 있는 천상선녀와 천선생 또한 죽게 될 것은 자명했다.

    ‘마음으로 특수 이동해 태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백자안이 마음을 집중했다.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곧바로 들이닥친 것은 무지막지한 마제의 장력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백자안의 머리가 터지며 가루가 되어버렸다.

    뒤늦게 마선생과 원로대마신 등의 장력이 당도했지만, 이미 백자안의 머리는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진 이후였다.

    “마제님. 놈이 죽은 겁니까? 특수 이동한 겁니까?”

    마선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제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놈은 완전히 죽었소. 나의 장세가 워낙 강해 특수 이동되어 사라진 것으로 보였을 뿐이오.”

    “감축드립니다. 마침내 백자안 그놈을 제거하셨군요. 하지만 천계 태자의 심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까짓 것 필요 없소. 이미 지성자를 이룬 것과 마찬가지이니까. 사실 태자 그놈을 완전히 죽였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지, 심장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오. 자칫 잘못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 그럼 이제 지성자가 되신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까?”

    “그렇소. 나는 내 방식대로 지성자가 되었소.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오. 그러니 지금 당장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시오.”

    “천계 총단을 완전히 소멸시킬 생각입니까?”

    “그렇소. 총단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키면 천제를 비롯해 그 안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제거할 수 있지 않겠소? 태자 놈도 그때 죽이면 될 것이오. 다만 놈들의 최후 발악이 예상되니 돌강시 부대 역시 모두 소집하도록 하시오.”

    “네. 한데 놈들의 폐쇄진법을 뚫을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이제는 가능할 것이오. 폐쇄진법이 깨지면 본계의 모든 병력이 놈들을 영구히 소멸시키게 될 것이오. 지금 당장 준비하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으으······ 이곳은?”

    정신을 차린 백자안이 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름 모를 석실이었다.

    하지만 왠지 낯익은 곳이었다.

    ‘마계이동석 위에서 머릿속이 폭발하면서 정신을 잃었었는데, 내가 살아있었던 말인가?’

    백자안이 의아해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누워있던 곳을 깨닫고 매우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있던 곳은 바로 관 안이었다.

    ‘아! 어찌 내가 이런 곳에?’

    백자안이 놀람과 함께 다시 한번 석실 안을 둘러봤다.

    얼마 후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석실이 바로 천계 태자가 있던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한데 천계 태자가 있던 곳에 자신이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아! 그럼 특수 이동이 성공했다는 말인가. 한데 왜 이렇게 몸이 가볍지?’

    백자안이 급히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내상이 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멀쩡했다.

    아니 이전보다 수십 배는 더 내공이 깊어진 것 같았다.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기혈의 흐름이 막힌 곳이 없었다.

    그때였다.

    불현듯 한 생각이 나서 급히 몸속 보관 장소를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그의 몸속에 천상선녀와 천선생이 있었지 않은가.

    그들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급선무였다.

    ‘없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아무래도 이동 중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당황한 백자안이 일단 관 바깥으로 나오려던 찰나.

    석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들은 천제와 천선생, 천상선녀가 아닌가.

    백자안이 그들을 보고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천선생과 천상선녀 두 사람이 자신의 몸에서 이미 나와 건재한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

    하지만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이 자신을 향해 한 말이었다.

    “태자님! 깨어나셨군요.”

    “아들아!”

    “네?”

    백자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세 사람 모두 자신을 태자라고 불렀다.

    급히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그가 안색을 굳혔다.

    역시 이전 자신의 모습과 달랐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것을 깨달은 천상선녀가 급히 동경을 꺼내 건네주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백자안이 동경으로 얼굴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태자의 몸 안으로 들어와 있단 말인가.’

    분명 동경 속의 얼굴은 천계 태자의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천계 태자가 있는 곳으로 특수 이동하려는 의념을 품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렇게 직접 그의 몸을 내가 빼앗게 될 줄은 몰랐구나. 어쩌면 특수 이동 과정에서 심대한 타격을 받아 원래 몸이 소멸하였을 수도 있겠군.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은 진실을 밝히지 말고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

    백자안이 급히 마음을 다스렸다.

    당분간 진실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것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천제의 반응이 우려되었다.

    누구보다 태자의 안위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이지 않았던가.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사달이 날 수 있었다.

    ‘일단은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해야겠군.’

    백자안이 결심을 굳히고 있을 때.

    천선생이 물었다.

    “태자님! 괜찮으십니까?”

    “제가 태자입니까? 기억이 아무것도 나지 않습니다.”

    “아!”

    “이런!”

    탄식이 터져 나왔다.

    특히 천제가 가장 많이 놀란 것 같았다.

    그 때문일까.

    천제가 휘청거렸다.

    “천제님!”

    천선생이 급히 그를 부축했다.

    “나······ 나는 괜찮소. 공력을 모두 잃어 힘이 없을 뿐이오. 일단 태자에게 자초지종을 간단히 설명해주시오. 그러면 점차 기억이 살아날지도 모르오.”

    “네.”

    천선생이 대답 후 백자안을 향해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태자의 과거와 생사천겁, 그리고 현재 천계의 상황까지.

    백자안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태자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그의 관심을 끌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이후 백자안 본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을 던져 궁금증을 일부 해소했다.

    “그러니까 두 분께서는 백자안 그 사람과 함께 마계 총단에서 탈출하셨다는 말씀인가요?”

    “네. 태자님. 원래 저희 두 사람은 백 공자의 몸에 들어가 있었는데, 마계이동석을 이용해 특수 이동을 하는 도중 마제의 일장을 맞고 모두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후 깨어났을 때는 바로 이곳 석실 안이었지요. 지금은 그때로부터 하루가 지난 상황입니다.”

    “백자안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희도 모릅니다. 하지만 태자님께서 깨어나신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완전히 소멸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말씀은 저의 생사천겁이 끝났다는 겁니까?”

    “네. 이제 자신이 태자라는 것을 인정하시는 것 같군요. 기억이 살아나십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거짓말을 할 분이 아닌 것 같군요.”

    백자안이 대충 둘러대며 시간을 벌었다.

    마계의 공격이 임박해 상황을 더는 파국으로 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마계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 태자로 행세하는 것이 좋겠구나. 지금 당장 내 본신을 찾을 방법도 없지 않은가.’

    백자안이 허탈해했다.

    본신이 소멸했다고 생각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때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대별산에 있는 내 양신이 있었지. 분신술의 특징 중 하나가 이런 경우 몸을 보존하는 것인데, 양신이 소멸하지 않았다면 그의 몸을 회수하면 될 것 같구나. 한데 아직 이들은 내 양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군. 그렇다면······.’

    백자안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까 무림에 대해 말씀하실 때 무황연합군 병력이 대별산에 주둔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들의 총지휘자가 바로 백자안이란 그 사람이 아닙니까?”

    “아! 그건 아마도 백자안으로 역용한 사람일 겁니다. 진짜 백자안은 마계로 왔었으니까. 그자의 정체가 궁금하신 겁니까?”

    “네. 확인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총단 전체가 폐쇄되어 무림으로 가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 마계를 비롯하여 신선계와 무림, 황궁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긴 합니다. 무엇보다 마계의 총공격에 맞서 은둔반선들과 무림인들, 황군과도 힘을 합치기로 했으니, 조만간 그를 직접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은 그저 몸을 추스르고 기억을 찾는 데 노력하십시오. 최소 사흘의 여유는 있을 테니까 너무 서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태자님의 지성자 각성입니다. 백자안이 소멸하여 난감한 상황이긴 하나, 태자님께서 깨어나셨으니 분명 길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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