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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42화 (242/250)
  • [제78장] 돌강시 2

    다시 오게 된 마계 총단은 이전보다 활력에 차 있었다.

    천계와의 싸움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때문인가.

    비록 이번에도 마계 총단의 일부밖에 보지 못했지만, 백자안은 그런 분위기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마제님께 보고드리고 오겠소.”

    원로대마신이 백자안에게 방 하나를 배정해준 후 밖으로 나갔다.

    백자안이 배정받은 방은 마계 총단의 손님들이 묵는 귀빈각의 여러 방 중 한 곳이었다.

    혼자 남게 된 백자안이 생각에 잠겼다.

    다시 살펴봐도 총단 내부의 움직임은 활력에 차 있었다.

    물론 일종의 마기라 할 수 있었지만, 백자안은 기감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마계가 천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게 사실인 것 같구나. 그렇다면 이제 마제가 지성을 이룬 후 봉문한 천계 총단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일만 남았겠군.’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엉겁결에 원로대마신을 따라오긴 했으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형국이었다.

    무엇보다 대별산에 주둔하고 있는 무황연합군 오십만 무사들이 걱정되었다.

    양신에게 지휘를 맡기고 오긴 했으나 자신처럼 뜻밖의 일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럴 게 아니라 양신과 연락을 취해봐야겠다.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지만······.’

    백자안이 가부좌를 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가 지금 시도하려는 것은 분신술에 포함되는 비술 중 하나로 양신과 영성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 방식은 전음과 비슷했다.

    하기야 이런 식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양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물론 처음 양신을 만들 때 그가 해야 할 기본적인 임무에 대해 알려주기는 했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지시가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 백자안이 만든 양신이 불완전하다는 점이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완전해졌는데, 그 때문에 서로 역할을 바꾼 바 있었다.

    그 때문일까.

    우려대로 양신과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만 분신전음을 시도한 때문인지 몸 일부에서 기이한 변화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양신이 뭔가를 내게 요구하는 것 같은데, 물건 같은 것을 원하는 것인가.’

    백자안이 이런 직감을 느끼고 의념을 내어 승낙했다.

    이는 마치 이전에 천상여의주와 소통하던 방식과 유사했다.

    분신전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면 이런 식으로도 필요한 물건을 양신에게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백자안은 몸 안쪽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고 눈을 빛냈다.

    ‘양신이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 하나를 가져간 것 같군.’

    백자안이 무영신투술로 몸속에 넣어두었던 물건들을 살폈다.

    먼저 지존검과 천마검, 상황보검은 그대로 있었다.

    나머지 물건을 살펴본 결과 한 가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존령기였다.

    ‘아! 맹주 신물이라 할 수 있는 지존령기를 가져갔군. 하기야 화약 폭발 작전이 어려워진 지금 양신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지존령기가 양신에게 넘어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필요성은 그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존령기가 지존맹주의 신물 역할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십만이나 되는 무사들을 지휘하다 보면 신물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양신에게 맡겨야 할 물건 일순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이유보다 더욱 직접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으음, 어쩌면 나 대신 낙양 총단에 있는 화약을 터뜨리려는 것인가. 분신술의 특성상 지금 내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자신이 양신임을 인식 못 하고 있던가.’

    백자안이 안색을 다시 굳혔다.

    애초에 불완전한 양신을 만든 것이 다시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자신이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경우 양신이 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 역할이 커질수록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설마 양신의 폭주가 일어나지는 않겠지. 일단 내가 만든 양신을 믿고 그에게 무림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 그가 무림혈맹과 마계살수단 정도만 처리해준다면 나 역시 이곳에서 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자안이 마음을 다스릴 때.

    인기척과 함께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바로 원로대마신과 마계 총군사 마선생, 허공대마신, 뇌옥대마신, 호법대마신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백자안으로서는 새롭게 나타난 사람들 모두 구면이라 할 수 있었다.

    “하하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먼저 이분들을 소개하겠소.”

    원로대마신이 마선생, 허공대마신 등을 소개해줬다.

    백자안 역시 자신의 소개를 다시 했다.

    “이번에 무림혈맹의 맹주가 된 혈괴자라고 합니다. 여러 대마신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전에도 본맹을 위해 여러 도움을 주셨는데, 이렇게 직접 뵙게 되는 것은 처음이군요.”

    “하하하, 반갑소이다. 기도가 비범하니 역시 무림혈맹주가 될만하오.”

    마선생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백자안으로서는 아직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의례적인 답변만 했다.

    “과찬이십니다. 이게 다 마제님을 비롯해 여러 대마신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데 마제께 제가 왔다는 보고를 드렸습니까?”

    “그렇소이다. 원래 직접 맹주를 만나보고 싶어 하셨으나, 지성자 수련이 막바지 단계에 이러러 부득이 외부인을 만나지 못하고 계시오. 이해를 해주시오.”

    “아닙니다. 한데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다시 낙양으로 돌아가는 겁니까?”

    “그건 아니오. 마제께서 맹주에게 한 가지 임무를 맡기셨소. 그 임무만 성공한다면 아마도 마제님께서 직접 절세무공을 가르쳐주실 뿐만 아니라 무림을 다스리는 최종대리자로 공식 인정을 해주실 것이오.”

    “무슨 임무입니까? 그리고 최종대리자라 하심은? 이제부터는 마계에서 직접 무림 일에 개입한다고 선언하지 않으셨습니까?”

    “하하하. 오해가 있으셨구려. 먼저 최종대리자에 대해 말씀드리면, 여전히 우리는 최종대리자를 구하고 있소. 전대 마계총살수가 직접 무림 일에 개입하고자 했던 것은 대리자가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오. 하지만 혈괴자 귀하는 다르오. 충분히 본계의 최종대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본계가 무림 일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다소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오. 일종의 불개입 서약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근원에 관한 문제는 너무나 복잡해 더는 설명하지 않겠소. 어차피 맹주 역시 우리가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하지 않소?”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시면 제가 마제님의 뜻을 받들어 무림을 잘 다스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수행해야 할 임무가 무엇입니까?”

    백자안이 말을 하며 속으로 안도했다.

    솔직히 자신의 정체를 의심할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조짐이 없었다.

    그래서 이왕 혈괴자로 행세하는 이상 좀 더 적극적으로 마제의 뜻에 따라주는 척하려는 것이다.

    “임무는 매우 간단하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을 죽여달라는 것이오.”

    “누구를 말입니까?”

    “천계 태자.”

    “아!”

    백자안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왜 그러시오? 천계 태자를 아시오?”

    “네. 그 존재를 돌아가신 전대 맹주께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랬었구려. 아는지 모르겠지만 천계 태자는 지금 천계 총단에 있소. 하지만 천계가 봉문이 되면서 폐쇄진법이 펼쳐져 있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소.”

    “그런 곳을 제가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천계 놈들의 폐쇄진법은 우리 마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창안된 것이오. 일반 무림인인 맹주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소. 아,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오. 우리가 도와주면 충분히 천계 태자가 있는 석실 안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오.”

    “일종의 특수 이동대법이군요.”

    “그렇소. 다만 법보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다른 점이오.”

    “천계 태자를 죽이려는 이유를 알아도 되겠습니까? 제가 알기로 그는 가사 상태에 빠져 있다던데, 그게 정말입니까?”

    “하하하. 그렇소.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구려. 천계 태자를 죽이려는 것은 천족의 명맥을 끊기 위해서요. 마제께서는 놈이 회복해 천제의 뒤를 이을 것을 우려하고 계시오. 그래서 이참에 죽여 발본색원하려는 것이오. 놈은 아비인 천제와 달리 불사의 능력이 없으니 아마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천족의 후예를 전문적으로 죽일 수 있는 특수 비수 한 자루를 줄 것이오. 석실 안에 도착하면 곧바로 놈의 가슴을 비수로 찔러 심장을 도려내면 되오.”

    “심장을 이곳으로 가져와야 하는군요.”

    “그렇소. 폐쇄진법을 뚫고 석실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렵지, 일단 들어가면 매우 쉬운 임무요. 어떻게 생각하시오? 할 수 있겠소?”

    “네. 당연히 따라야지요.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돌강시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하하하! 만박서생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는 것이오?”

    “네. 중간지대에 있던 수백만 개의 석상이 이곳 마계 총단으로 옮겨져 돌강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까?”

    “그렇소. 어디 그들뿐이겠소? 무림혈맹의 전대맹주였던 십만혈군에 의해 돌로 변한 자들도 모두 이곳에 있소. 이제 그 사실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으니 뭐든지 물어보시오. 혹시 그 돌강시 중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이전 삼의맹과 영웅맹, 지존맹 무사들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이며 무슨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맹주가 궁금해하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그들은 대부분 정파 무사들로 우리 무림혈맹의 적들입니다. 조만간 무황연합군과 격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또 다른 적이 될 수 있는 그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맹주께서는 혹시 백자안 그놈이 돌강시를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오?”

    “네. 역시 총군사께서는 현명하시군요.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겁니까?”

    “그렇소. 한번 돌로 변한 자들은 지성자가 아닌 한 절대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없소. 다만 우리 마제께서는 지성자에 거의 근접해 그들을 강시 부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오. 아는지 모르겠지만 돌강시라 부르는 그들의 힘은 서약의 돌과 비슷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가히 무적이라 할 수 있소. 그 위력은 저번 천계와의 최종 전쟁 때 입증된 바 있소. 당시 마제께서는 아직 지성자가 되지 못하셨음에도 돌강시 부대를 이용해 대승을 거두셨소.”

    “그렇군요. 마제님의 통제 아래 있다는 뜻이라면 안심을 놓을 수 있겠군요. 한데 돌강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뭡니까? 마제께서 지성자가 되셔야 완성이 되는 겁니까?”

    “그렇소. 마제께서 지성자가 되시는 날이 바로 돌강시가 최종 완성되는 날이 될 것이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천계 총단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될 것이오. 이제 이해가 되었소?”

    “네. 어느 정도. 저로서는 마제님을 믿고 명대로 따를 수밖에 없겠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혹시 제가 가져와야 할 천계 태자의 심장이 마제님의 지성자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겁니까?”

    “하하하! 매우 예리한 질문이오. 그 부분은 우리도 잘 모르오. 다만 백자안 그놈과 천계 태자 이렇게 두 놈이 우리 마제님의 심기를 다소 어지럽히는 것은 사실이오. 지성자가 되려면 마음의 평정이 필요한데 화근이 없어져야 자연스럽게 대공을 성취하시지 않겠소?”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제가 천계에 들어가는 것은 언제입니까?”

    “내일 아침이오. 법보를 비롯해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하니 그때까지 쉬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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