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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41화 (241/250)

[제78장] 돌강시 1

[제78장] 돌강시

사흘 후.

“맹주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무사들을 모두 지하 광장에 보내 숨긴 후 대별산에 있는 놈들에게 정보를 흘리면 됩니다.”

혈천자의 보고에 백자안이 미소를 지었다.

원래 금마옥 보수가 끝나고 곧바로 무림혈맹 무사들과 마계살수들을 지하 광장으로 보내 화약을 터뜨리려 했으나, 총단 내부에 봉쇄진법을 펼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특히 총살수가 봉쇄진법의 위력을 직접 봐야 지하 광장으로 마계살수들을 배치하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백자안이 펼친 봉쇄진법은 총살수가 보더라도 매우 훌륭했다.

겉으로는 표시 나지 않으나 한번 발동이 되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내공 발현이 제한되게 되어있었다.

사실 이 진법은 무명부록에 수록된 것으로, 지하 광장에 매설된 화약이 없었다면 백자안 역시 이 진법으로 승부를 볼 생각까지 있었다.

다만 실제 한 번도 실전에 응용해본 적이 없어 이백만이나 되는 병력 모두에게 적용될지는 미지수였다.

“총살수를 비롯한 마계살수들은 준비가 끝났소?”

“네. 본맹 무사들과 함께 지금 모두 대연무장에서 맹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맹주님께서 직접 인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하 광장에 들어가 매복하고 난 후 정보를 흘리면 분명 무황연합군 측의 간자가 총단 내부로 들어와 확인을 시도할 것이오. 총단이 비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대별산으로 전서구를 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흘 안으로 놈들이 올 것이오. 그러니 간자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가 반응을 보이면 안 될 것이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모든 무사를 불러들였습니다. 다만 지하 광장에 들어간 후 소수 인원을 선발해 외부 정보를 계속 수집할 필요는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천 명 정도는 아예 처음부터 선발해 지하 광장에 들어가지 않고 총단 외곽에 잠복시켜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니오. 일단 그들도 지하 광장의 구조를 알아야 유사시 직접 들어와 보고할 수 있으니 한 명도 빠짐이 없어야 할 것이오. 정보수집단 무사는 지하 광장에 들어간 후 내가 직접 선발하겠소.”

“알겠습니다. 이제 대연무장으로 가시지요.”

“그럽시다.”

* * *

백자안이 혈천자와 함께 대연무장에 도착하자 무림혈맹 무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

반면 마계살수들은 조용했다.

다들 귀면탈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표정의 변화도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모두 합해 이백만이 넘는 병력이 이제 지하 광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난 상황.

이백만 무사들이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는 물과 비상식량까지 지하 광장에 마련해두었기 때문에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이제 지하 광장으로 들어가서 지존령기로 화약만 터뜨리면 모든 것이 말끔해질 것이다. 한데 예감이 그리 좋지 못하구나.’

백자안이 총살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여러 번 확인했지만 총살수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작전이 진행될 수 있었다.

“어서 오시오. 맹주.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소.”

총살수가 담담히 말했다.

백자안 역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였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지하 광장으로 내려가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하하하! 좋소이다. 한데 조금만 더 있다가 내려가는 게 좋겠소이다.”

“무슨 이유로?”

“저번에 내가 말씀드리지 않았소? 마계 총단에서 백자안 그놈을 제거하기 위해 특별고수들이 온다고.”

“아! 그분들이 지금 도착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마제께 이번 작전 계획을 보고드렸더니 특별고수들과 함께 움직이라고 명을 내리셨소이다. 곧 도착한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어차피 특별고수들도 지하 광장의 구조를 알아야 하지 않겠소?”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지요.”

백자안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벌써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특별고수들이란 그자들까지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으니까.’

백자안이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물었다.

“몇 분 정도나 오십니까?”

“천 명 정도로 알고 있소. 모두 우리 마계의 원로고수분들이시오.”

“아! 원로고수라면 무공이 대단하겠군요. 당연히 진성마신들이고 말입니다.”

“물론이오. 사실 백자안 그놈을 제거하는데 원로고수 열 분만 오셔도 되는데, 하도 쥐새끼처럼 빠져나가는 놈이라 본계 원로원에 있는 고수분들이 총출동하시는 것 같소.”

“네.”

백자안이 미소를 지으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제만 직접 오지 않는다면 지금 내 능력으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자안이 마음을 다잡을 때.

허공에서 붉은 구름 하나가 나타났다.

대연무장에 있던 무사들이 모두 놀랄 때 구름 속에서 일단의 고수들이 나타나 지상으로 내려왔다.

마치 비가 내리듯 수직으로 강하하는 그들은 바로 마계 원로고수들이었다.

그 인원수는 총살수 말대로 천여 명.

총살수가 원로고수 중 대표로 보이는 흑의노인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원로원주님.”

원로원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살수. 수고가 많소. 어느 분이 혈괴자이시오?”

“이분입니다.”

총살수가 백자안을 가리키자, 원로원주가 말했다.

“아! 반갑소이다. 원로원주 원로대마신(元老大魔神)이라 하오.”

“혈괴자라고 합니다.”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원로대마신의 기세가 범상치 않았으나, 최대한 원로고수들 모두를 지하 광장으로 유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하하. 총살수를 통해 이번 작전 계획을 들었소이다.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백자안이 혈천자에게 눈짓하자 그가 유인작전을 간단히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원로대마신이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봉쇄진법이었다.

“봉쇄진법을 한번 보고 싶소. 임시 가동을 할 수 있겠소? 일부라도 좋소.”

“네.”

백자안이 우수를 들자 대연무장 주위에 금빛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이미 기본적인 설치가 되어있어서 간단한 개시 동작만 하면 되었다.

“으음, 훌륭하오. 이 정도면 여기 있는 무사를 모두 가둘 수도 있을 듯하오. 실로 놀라운 진법이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디서 배웠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소?”

“저의 사문인 혈괴문(血怪門)에서 비전으로 내려오는 진법입니다. 혈괴진법(血怪陣法)이라 하며 최대 한시진 정도 진 안에 갇힌 자들의 내공 발현을 제한할 수 있지요.”

“그렇구려. 역시 무림혈맹주가 될 자격이 있으시오. 우리 원로원 대마신들 역시 진에 갇히면 낭패를 볼 수 있을 듯하오.”

“과찬이십니다. 그럼 바로 지하 광장으로 내려가시겠습니까?”

“좋소. 우리 원로고수들은 그곳에 계속 있을 생각은 없지만 한번 구경은 해야겠소. 혹시라도 이상한 점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상한 점이라면?”

“총단 지하에 화약이 매설되어 있다는 정보가 있소. 괜히 지하 광장에 내려갔다가 화약이라도 터지면 낭패가 아니겠소?”

“금시초문입니다. 그 정보는 어떻게 입수하셨습니까?”

백자안이 속으로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만박서생 그자에게서 입수한 정보요.”

“만박서생이라고 하면 중원무맹의 총군사로 이미 죽은 자가 아닙니까?”

“하하하! 그는 죽은 게 아니라 다른 삼의맹 무사들처럼 중간지대에 돌로 변해있었소. 하지만 지금 그 돌들은 모두 본계 총단으로 옮겨졌고, 복구 중이오.”

“복구라 하심은?”

“일종의 강시로 재탄생된다고 보면 될 것이오. 지금 이 자리에서 깊은 이야기는 할 수 없으나, 이번에 우리가 천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사실 그들 돌강시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돌강시라. 괴이하군요. 한데 만박서생의 경우처럼 지금 옛 기억도 입수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수백만이 넘는 돌강시 부대는 이제 무적의 부대로 거듭나고 있소. 조만간 마제께서 지성자가 되시면 돌강시 부대 역시 완성될 것이오. 아무튼 총단 지하 광장에 화약이 매설되어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니 맹주도 조심해야 할 것이오. 혹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뭐 백자안이라도 된다면 모르겠지만, 어찌 이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백자안이 강력하게 부인하자, 원로대마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우리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백자안 그놈뿐인데, 그놈은 지금 대별산에 있는 게 확인되었으니······ 일단 나와 맹주를 비롯해 일부만 지하 광장으로 들어가 봅시다. 매설된 화약을 알아내는 법보를 가져왔으니 검사해보면 알 것이오.”

“좋습니다. 만박서생 그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맞겠지요.”

“하하하. 만박서생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오. 아직은 불완전한 돌강시에 불과해 말은 하지 못하오. 그래서 섭혼술로 놈의 기억을 읽은 것이지. 일단 들어갑시다.”

“네.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백자안과 혈천자가 앞장서자, 총살수, 원로대마신을 비롯해 원로고수 백여 명이 그 뒤를 따랐다.

여차하면 화약을 터뜨릴 생각을 하는 백자안이지만 생각보다 소수에 불과해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었다.

‘지존령기가 없으면 절대 화약은 터지지 않는다. 아무리 법보를 가져왔다고 해도 화약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있다면 비상시 화약 폭발 작전이 성공하기도 전에 간파될 테니까. 일단 상황에 맞춰 행동하도록 하자.’

백자안이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보다 더한 위기도 여러 번 겪었던 그였다.

사실 화약이 발각되는 것보다 더 그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바로 돌강시였다.

자신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회복시킬 대상이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한데 예상대로 마계 총단으로 이동된 그들이 지금 일종의 강시부대로 만들어지고 있다니.

그 말은 좀 더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영원히 원래대로 회복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최대한 빨리 마계 총단에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내 눈으로 직접 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대별산에서 나의 양신이 잘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 같구나. 만약 일화를 역용시켜 나 대신 지존맹주 행세를 하게 했다면 놈들에게 발각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금마옥을 거쳐 지하 광장으로 내려가며 다시 한번 양신에 대해 생각했다.

양신을 만들 때 불완전해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신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폭주하게 되면 그 화가 무황연합군 전체에 미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 상황을 잘 모면하는 게 급선무였다.

지하 광장에 도착한 백자안이 함께 도착한 원로대마신과 총살수에게 말했다.

“이곳입니다. 어떻습니까?”

“하하하!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곳이구려. 최소한 오백만 명은 수용이 가능할 것 같소. 일단 잠시 둘러보겠소.”

원로대마신이 광장 전체를 살폈다.

백자안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를 지켜봤다.

과연 만박서생의 기억을 훔쳤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추측대로 원로대마신이 한 곳을 가리켰다.

바위 하나가 옆으로 놓여 있는 곳.

바로 광장 전체를 폭발시키는 기관 작동 장치가 있는 곳이었다.

“저기인 것 같군.”

원로대마신이 바위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백자안과 총살수 등도 뒤따라갔다.

얼마 후 도착한 바위 옆에는 이전처럼 홈이 하나 보였다.

“이곳이군.”

원로대마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홈을 가리켰다.

“그게 뭡니까?”

총살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여기가 바로 지존령기를 꽂는 곳이오. 지존령기를 꽂고 오른 방향으로 세 번 돌리면 일각 후에 화약이 터져 지하 광장 전체가 무너지게 되오.”

“아!”

“그럴 수가!”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라는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두려움도 섞여 있었다.

제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이런 규모의 지하 광장이 완전히 무너지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소. 지존령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니까.”

“원로원주님. 아까 화약을 탐지하는 법보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탐지 말이오? 탐지는 조금 전 끝냈소. 만박서생 그자의 기억대로 여기에 묻힌 화약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감지가 되지 않는 것 같소. 애초 쉽게 발각이 될 것 같으면 함정 기능을 할 수 없지 않겠소? 하지만 폭발 기폭장치라 할 수 있는 곳을 확인했으니, 이곳에 화약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소.”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혈천자의 물음이었다.

말은 안 했지만, 자신은 화약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원로대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혈괴자 맹주. 미안하지만 우리를 따라 마계 총단으로 좀 가야겠소.”

“설마 저를 의심하는 겁니까? 의심이 나시면 제 몸을 수색해보십시오. 저는 지존령기 같은 것을 본 적도 없습니다.”

백자안이 펄쩍 뛰며 부인했다.

원로대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마제께서 맹주를 한번 만나보고자 하시오.”

“지금 말입니까? 유인작전은 어떻게 하고 말입니까?”

“이곳은 매우 위험한 곳이오. 따라서 아군 병력이 숨을 장소를 새로 만들어야 할 듯하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으니, 그때까지 하루 정도만 시간을 내면 될 듯하오. 특수 이동대법으로 가면 금방이니까. 어떻게 생각하시오?”

“좋습니다. 제가 당당한데 무얼 걱정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마제님을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좋소. 기분 나쁘게 생각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하오. 하지만 맹주가 최종대리자가 되는 시험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소. 아무리 본계가 직접 무림에 직접 개입한다고 하나 엄연히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오.”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일단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지요.”

백자안이 서둘러 지하 광장에서 나오려고 했다.

그때였다.

원로대마신이 그를 저지했다.

“지금 바로 마계 총단으로 갑시다. 마제님께서 조금 전 내게 직접 지시를 내리셨소이다.”

“지금 말입니까?”

“그렇소. 잠깐이면 되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계 총단에 한 번 더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좋소. 그럼 나와 맹주 두 사람만 가기로 합시다. 이곳 일은 혈천자와 총살수 두 사람에게 맡기면 될 듯하오. 그럼 갑시다.”

원로대마신이 백자안의 어깨를 잡았다.

순간 스스슷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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