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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39화 (239/250)

[제77장] 분신술 2

낙양 무림혈맹 총단.

아침부터 열린 혈교 영웅대회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오늘 대회의 목적은 바로 공석이 된 무림혈맹의 맹주를 뽑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죽은 십만혈군의 후임을 뽑는 대회라 혈교주를 뽑는 성격도 있었다.

와아아.

짝짝짝.

맹주를 뽑는 시합이 거듭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제 남은 시합은 오지 결승전뿐.

두 사람이 무공을 겨뤄 그 승자가 혈교주이자 무림혈맹주가 될 예정이었다.

치열한 예선과 본선을 거쳐 결승에 오른 사람은 다음과 같았다.

혈교 장로 혈괴자(血怪者).

혈교 호법 묵혈검객(?血劍客).

사회를 맡은 무림혈맹 총군사 혈천자가 말했다.

“결승전은 반시진 후 거행하겠습니다. 그동안 다들 휴식을 취하고 있으십시오.”

와아아.

백만 무림혈맹 무사들이 다시 함성을 질렀다.

휴식 시간에 술과 음식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대별산에 무황연합군 병력 오십만이 주둔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혈맹 총단에는 백만 마계살수들이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이 웬만한 중소문파 장문인보다 뛰어나다는 마계살수가 자그마치 백만 명이었다.

비록 무황연합의 수장이자 지존맹주인 백자안의 무공이 입신의 경지에 달했다고 하나, 자신들이 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은 무림혈맹 무사들의 사기를 극한으로 올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천계와 마계의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마계가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이었다.

새롭게 임명된 마계총살수가 밝힌 내용으로 무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은 물론이었다.

그 때문일까.

마계의 최종 승리가 전해질 때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다들 기뻐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 사람, 바로 백자안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분신술을 통해 낙양에 온 백자안은 무림혈맹 무사 중 한 명을 죽이고 그의 얼굴로 역용해 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참고로 그는 백자안의 본신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양신이 왔어야 했는데, 분신술 도중 다소 문제가 생겼다.

완벽한 분신술은 지성자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보다 활동적이고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난 본신이 낙양으로 오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에 따라 지금 대별산에서 무황연합 무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백자안이 바로 양신이었다.

‘나의 양신이 무사들을 잘 지휘해줘야 할 텐데 걱정이구나. 그나저나 천계가 최종적으로 패배했다고 하니 정말 큰 일이구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무림을 평정해도 마계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양신 문제로 걱정이 큰 상태에서 천계의 패배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최소한 천계와 마계의 힘이 균형을 이뤄 무림에 개입하지 않을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확인이 필요한 문제였다.

신임 마계총살수가 사기를 북돋우려고 과장해서 말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참고로 마계총살수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마계의 승리는 마계살수 한 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무림혈맹 쪽에 전달한 소식이었다.

무사들에게 제공된 음식과 술을 조금씩 먹으며 백자안이 생각했다.

‘일단 무림혈맹주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무림혈맹주가 되면 천계와 마계 소식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리부터 낙담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

마음을 다스리자 자신감이 좀 더 생겨났다.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양신까지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그였다.

이는 지성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으음, 일단 저 두 명 중 한 명으로 역용해야 하는데,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그게 가능할까.’

백자안이 대기석에 앉아서 회복운공을 하고 있는 혈괴자와 묵혈검객을 바라봤다.

두 사람 중 한 명을 죽이고 섭혼술로 그 기억까지 빼앗아야 했다.

동시에 그의 시신까지 완전히 소멸시켜야 하므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으음, 무리하는 것보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유인을 하는 게 좋겠군. 지금 내 능력이라면 원격 섭혼술이 가능할 것이다.’

백자안이 혈괴자를 향해 우수를 들었다.

수십 장이 넘는 거리였기에 아무도 그의 행동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만 무사 중에 파묻혀 있는 그였다.

참고로 최종 승리자가 아닌 결승 진출자 한 명을 공략하려는 것은 무사들에게 압도적인 무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지 않고 맹주가 된 후 무공이 달라진다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혈괴자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일각 후였다.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최종 대결을 앞둔 터라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혈괴자가 대기석을 떠나 한적한 곳을 가는 것을 보고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중요한 대결을 앞두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영약을 복용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대연무장 근처에는 탈의실이 있었다.

그곳에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뭔가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백자안의 신형이 사라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워낙 많은 사람이 함께 있어 그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백자안이 은잠술을 펼쳐 들어간 곳을 바로 예의 탈의실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혈괴자가 들어왔다.

미리 들어와 있던 백자안이 그의 사혈을 찍은 후 섭혼술로 기억을 흡수했다.

그 시간은 비록 일각 정도에 불과했지만, 백자안이 획득한 정보는 흡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무공 경지가 올라간 것에 비례해 섭혼술로 얻어낼 수 있는 기억의 양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혈괴자는 혈교 장로 출신으로, 십만혈군이 득세하자 그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전까지는 모종의 장소에서 폐관 수련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뒤늦게 활동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세력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성격 역시 포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부녀자를 마음대로 범하고 죽이는 등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지 않고 했다.

하지만 혈교의 특성상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혈괴공(血怪功)이란 무공을 극성으로 익혀 무림혈맹의 실질적인 이인자로 군림하던 그가 맹주 자리를 노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섭혼술이 끝나자 혈괴자의 시신은 삼매진화로 태워져 한 줌 재가 되어 버렸다.

백자안이 혈괴자로 역용했음은 물론이었다.

끼이익.

탈의실 문이 열리며 백자안이 다시 나왔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백자안을 혈괴자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무공이 높아지니 섭혼술과 역용술도 그 위력이 강해지는구나. 일단 첫 단계는 성공이다.’

백자안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기석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회복운공을 하던 묵혈검객이 흠칫하며 그를 쳐다봤다.

생전의 혈괴자와 묵혈검객은 앙숙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한 여자 때문으로, 묵혈검객이 잡아 온 여인을 혈괴자가 빼앗아 욕심을 채운 적이 있었다.

묵혈검객 또한 이름난 색마라 할 수 있었으나, 어쩐 일인지 당시 문제로 삼지 않았다.

세력이 혈괴자보다 약했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를 갈고 있었다.

‘영약을 먹고 온 줄 알았는데, 조금 전보다 기도가 더 약해졌군. 오늘 네놈은 내 손에 죽는다. 극성에 오른 묵혈검강을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묵혈검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결승전까지 올라오면서 그는 실력의 삼 푼을 숨기고 있었다.

결승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한데 평소 원수처럼 여겼던 혈괴자가 결승에 올라오자 자연스럽게 살심을 품게 된 것이었다.

“후후후!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기권하는 것이 어떻겠소?”

묵혈검객의 도발이었다.

백자안이 코웃음을 쳤다.

“흥! 곧 죽을 놈이 입만 살았구나.”

“뭐라고? 네놈이 감히!”

묵혈검객이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듯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두고 보자. 어차피 곧 네놈은 죽는다.’

묵혈검객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가 연마한 묵혈검강은 연속해서 펼칠 수 없지만,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묵혈검객이 살심을 가까스로 억누를 때.

시합 재개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둥둥!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분은 비무대 위로 올라오십시오.”

혈천자의 말과 함께 백자안과 묵혈검객이 비무대 위로 올랐다.

와아아.

짝짝짝.

관전하던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그때였다.

총단 안쪽에서 한 떼의 무리가 나왔다.

귀면탈을 쓰고 있는 백 명의 살수들.

바로 마계살수 중 초특급살수들이었다.

한편 무사들의 이목은 그들과 함께 선두에서 천천히 걸음을 걷고 있는 자에게 쏠렸다.

황금 귀면탈을 쓰고 있는 사내.

바로 이번에 새롭게 총살수가 된 자였다.

대회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되었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혈천자가 그들을 반긴 것은 물론이었다.

“총살수께서 오셨군요. 환영합니다. 나머지 마계살수분들은?”

“곳곳에 숨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오. 그보다 아직 결승전이 시작되지 않아서 다행이오. 무림혈맹의 새 맹주가 될 분이 누구일지 궁금해서 나와봤소.”

“잘 오셨습니다. 상석에 앉으십시오.”

혈천자가 수하를 시켜 단상에 있는 자리를 안내했다.

상석에 총살수가 앉고 초특급살수들은 그를 호위하며 뒤에 병풍처럼 섰다.

그 위세가 실로 대단했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그 기도가 대회장에 모인 무림혈맹 무사 전체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으음, 무공을 펼칠 때 주의를 해야겠군. 아직 저들과 맞설 때가 아니다. 한데 벼락치기로 연마한 혈괴공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지 모르겠군.’

백자안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섭혼술로 획득한 기억 중에는 혈괴공 구결도 있었다.

백자안의 계획은 이 혈괴공을 압도적인 수준으로 펼치는 것이었다.

한편 상대인 묵혈검객은 이미 검을 뽑아서 묵혈검강을 펼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둥둥둥!

“시작하시오!”

혈천자의 말과 함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선공은 예상대로 묵혈검객이었다.

쏴아아.

거대한 검강이 마치 해일처럼 백자안을 덮쳤다.

바로 묵혈검강이었다.

이 묵혈검강은 겉으로는 다른 검강과 비슷하지만, 한가지 특색이 있었다.

그것은 상대의 반격이 있을 때 그 힘을 흡수해 두 배로 돌려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상대는 묵혈검강뿐만 아니라 자신이 날린 공격의 두 배 힘까지 막아내야 했다.

묵혈검객이 내심 묵혈검강을 천하제일무공으로 생각하는 근거였다.

백자안의 반격은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묵혈검강의 위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자, 과감하게 그 역시 혈괴공을 극성으로 펼친 것이었다.

쏴아아.

핏빛 기류가 공 모양을 이루며 앞으로 나아갔다.

묵혈검강과 맞부딪힐 것은 자명했다.

꽈아앙.

비무대 전체가 날아갈 정도의 충격파와 함께 폭음이 일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윽!”

관전하던 무사들이 급히 보니 그 비명의 주인공은 바로 묵혈검객이었다.

들고 있던 그의 애검 묵혈검(?血劍)은 완전히 녹아내려 형체를 알 수 없었다.

그의 육신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복부에 생긴 커다란 구멍. 강한 경력에 의해 녹아내렸는지 내장도 보이지 않았다.

“케켁!”

듣기 거북한 음성과 함께 묵혈검객이 쓰러졌다.

쿵.

혈천자가 급히 확인하니 이미 숨을 거둔 이후였다.

와아아!

짝짝짝!

함성과 박수가 백자안을 향해 쏟아졌다.

최소 백합 정도는 겨룰 줄 알았는데, 예상을 뛰어넘어 압승을 거둔 데 대한 환호였다.

솔직히 다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선출된 신임 맹주의 무공이 전 맹주인 십만혈군보다 못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한데 극강의 무공을 보여주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혈괴자의 승리요! 이로써 혈괴자께서 혈교주이자 무림혈맹주가 되셨음을 선포합니다.”

혈천자의 말에 다시 한번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백자안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의 시선은 은연중 총살수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귀면탈을 쓰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 없었다.

백자안으로서는 그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백자안이 두 손을 높이 들자, 무림혈맹 무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와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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