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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35화 (235/250)

[제76장] 무림왕 1

[제76장] 무림왕

무명노승과 십만혈군의 대결.

그것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무림왕 책봉에 앞서 세 명의 도전자를 받겠다고 했지만, 백자안이 실종된 지금 십만혈군의 유일한 적수가 바로 무명노승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부님. 부맹주께서 이길 수 있을까요?」

방일화의 전음에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아마 어려울 것이다. 다만 천계의 도움을 받아 무공을 완성했다는 말이 있으니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방일화 역시 안색을 굳혔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무명노승이 십만혈군의 술법에 당해 돌로 변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대일 대결에서 외부인이 끼어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백자안과 방일화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대결은 시작되고 있었다.

쏴아아.

먼저 장풍을 날린 사람은 바로 무명노승이었다.

십만혈군이 석변개술을 펼치기 전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승부는 물론 생사결을 뜻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최소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싸움이 계속될 것이었다.

“좋은 장법이군.”

십만혈군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떤 반격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여유도 없어 보였다.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무명노승의 장풍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척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장법이다. 부맹주가 정말 신공을 완성했구나.’

백자안이 기대감에 눈을 빛낼 때.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십만혈군의 몸이 출렁였다.

무명노승의 장력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장력을 날린 무명노승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공격을 당한 십만혈군은 금세 자세를 바로 했는데, 무명노승이 반탄력에 의해 내상을 입은 것이다.

문제는 내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명노승의 몸이 경직되는가 싶더니 금세 돌로 변하고 말았다.

‘호신강기로 술법을 펼치다니.’

백자안이 매우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무명노승의 무공은 그야말로 일취월장하여 내심 승리도 기대했었다.

한데 그가 별다른 반항도 못 하고 돌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후후후! 나의 석변개술은 무적이다. 안타깝지만 너도 마계로 보내야겠구나.”

십만혈군이 우수를 휘젓자 스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무명노승이 사라졌다.

이미 돌로 변한 상태에서 그의 말대로 마계로 보내는 것 같았다.

악양루에 모인 군중들이 하나같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군중 속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지존맹 십만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무명노승의 명을 기다리고만 있었다. 한데 총지휘자가 돌로 변해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와아아!

무림혈맹 무사들의 함성이 뒤늦게 터져 나왔다.

아무리 자신들의 맹주라고는 하지만 석변개술은 언제봐도 두려운 술법이었다.

“대단하십니다.”

혈천자의 칭찬에 십만혈군이 미소를 지었다.

“최근 술법의 경지를 극도로 올려놓지 않았다면 어려운 승부가 되었을 것이오. 역시 천계의 도움을 받은 게 맞더군.”

“하지만 맹주님도 마계의 도움을 받아 무공을 완성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긴 하오. 하지만 대부분은 나 스스로 터득한 것이오.”

십만혈군이 여유 있게 말했다.

청룡선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무림혈맹주답소. 하지만 아직 두 명의 도전자가 더 남았소.”

“알고 있소.”

십만혈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선생이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두 번째로 도전하실 분은 앞으로 나오시오.”

“내가 겨뤄보도록 하지요.”

말과 함께 나온 사람은 놀랍게도 절대황녀였다.

황제 신분인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예상하였소. 낭군이 될 사람의 실력을 몸소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오. 다만 그대는 이제 내 처가 될 것이니 석변개술을 사용하지는 않겠소. 한번 돌로 변하면 나 역시 어쩔 수 없으니까.”

십만혈군이 우수를 들어 올렸다.

석변개술 등 여러 술법 외에 일반적인 무공은 한 번도 외부에 보인 적 없는 그였다.

“흥!”

절대황녀가 코웃음을 치며 검을 뽑았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 것이 이전에 왜구 토벌 때 가져왔던 황제보검이었다.

“먼저 공격하시오. 비무선 밖으로 먼저 나가는 사람이 지는 것으로 합시다.”

십만혈군이 말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와 절대황녀가 대치하고 있는 공간 주위로 동심원 모양으로 경계선이 그려져 있었다.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비무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조금 전 십만혈군의 말은 경계선 밖으로 먼저 나가는 사람이 패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었다.

“흥!”

절대황녀가 검을 수평으로 갈랐다.

순간, 물결 모양의 벼락이 분출되며 십만혈군의 전신을 노렸다.

쏴아아.

군중 속에서 감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그 위력이 가공했다.

절대황녀의 무공 역시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꽈앙.

폭음과 함께 이번에도 십만혈군의 몸이 비틀거렸다.

하지만 잠시였을 뿐 이내 자세를 바로 했다.

반면 절대황녀는 비무선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명백한 그녀의 패배였다.

“아!”

절대황녀가 망연자실했다.

사실 그녀가 믿고 있었던 고수는 무명노승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

황제가 된 후 그녀는 매일 무공을 연마했다. 최근 경지는 자신이 생각해도 놀랄 정도였다.

내공 역시 황궁무고에 있던 영약을 새롭게 복용해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아져 있었다.

다만 십만혈군의 무공과 술법이 너무 강해 무명노승이 어느 정도 힘을 빼줄 것을 기대하긴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패배였다.

십만혈군이 공격을 당하고 몸을 비틀거리는 것 또한 타격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일종의 반탄강기를 발출하는 방식이었다.

그 반탄강기에 술법을 가미하면 곧바로 석변개술이 적용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술법 없이 반탄강기만으로도 능히 절대황녀를 제압한 것으로 봐서 일반 무공 또한 궁극에 달한 것으로 보였다.

“하하하! 천하 사람들이 나보고 술법만 강하다고 하나 그건 사실이 아니오. 뭐든지 한 가지에 정통하면 나머지도 쉬워지는 법. 사실 나의 일반적인 무공 역시 궁극의 경지에 오른 지 오래요. 이제 내 능력을 알았으니 순순히 혼인에 응하시오.”

“흥!”

절대황녀가 코웃음을 쳤다.

십만혈군의 배려로 별다른 내상은 입지 않았지만, 모든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 그녀를 절망에 빠트렸다.

‘그냥 이대로 천계 고수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절대황녀가 옆에 있는 청룡선생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요?」

「일단 한 명의 도전자가 더 남아 있으니 좀 더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마지막 도전자도 패배한다면 부득이 전면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지존맹 무사들까지 합치면 승산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근처에 이미 마계살수들이 잠복해 있을 거예요. 그들이 나선다면 우리 병력이 전멸당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더는 기회가 없습니다. 천계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필사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천하의 운명이 달린 일이니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좋아요. 국사를 믿겠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화약을 가져오지 못한 점이군요. 그 많던 화약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다니, 누구의 소행이었을까요?」

「아마 마계살수들의 소행이었을 겁니다. 그 화약을 가지고 무슨 짓을 벌일지 그게 걱정이긴 합니다. 그 정도 양이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날려 보낼 수 있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요. 일단 국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도록 하지요. 전면전을 벌여 우리가 전멸당하더라도 그게 최상일 것 같아요.」

절대황녀가 눈을 빛냈다.

차선책으로 일단 십만혈군과 혼인을 하고 훗날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죽음과도 같은 치욕이었다.

황제이기에 앞서 순결한 처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여러모로 전망이 좋지 못했다.

천계와 마계의 전면전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전황은 천계 쪽이 매우 불리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계가 무림의 일까지 신경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울 터.

청룡선생 말대로 오늘 타협을 해서 물러나면 더는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컸다.

천계와 마계 두 곳 모두 무림의 일에 대한 직접 개입은 서로 미루고 있는 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면전을 벌이더라도 승산은 희박했다.

무엇보다 십만혈군이 건재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마계살수단의 존재였다.

백만에 달하는 그들은 마계 본래 힘이 아니었기에 지금처럼 쉽게 무림의 일에 개입할 수 있었다.

반면 천계는 마계의 고수들이 직접 개입해야 비로소 나설 수 있는 것 같았다.

‘아! 이럴 때 백 맹주라도 있었다면······.’

절대황녀가 초조한 표정으로 마지막 도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세 번째 도전자로 예정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명노승과 절대황녀 본인까지 딱 두 명만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다.

십만혈군 역시 그 점을 아는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혈천자가 그에게 전음을 날렸다.

「맹주님. 놈들이 마지막 도전자마저 맹주님께 패하면 전면전을 벌일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천계의 도움을 받으려는 계획 같은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걱정할 필요 없소. 군중 속에 숨어 있을 지존맹 잔당과 황군을 모두 합쳐야 이십만 정도인데, 만약 전면전을 벌이려 한다면 석변개술로 모두 돌로 만들어버리겠소.」

「그러면 황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홀로 남게 되면 황제 역시 생각이 달라질 것이오.」

「끝내 혼인을 거부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세뇌를 시켜야겠지. 내가 터득한 술법은 수천 가지가 넘는데 상대를 세뇌해 내 말에 따르게 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오. 그렇게 해서 훗날 내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때 세뇌를 풀어 진정으로 나를 따르게 할 생각이오.」

「황제가 진정으로 마음에 드시는군요.」

「그렇소. 내가 스스로 황제가 되는 것도 잠시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나는 무림을 다스리는 것이 좋겠소.」

「하기야 현재 맹주님의 무공이라면 마제 역시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겁니다. 향후 마제가 천계를 정복하는 데 성공한다면, 무림 정도는 맹주님께 맡길 가능성이 클 겁니다. 그동안 맹주님께서 만든 돌 역시 모두 마제에게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걸로 특수 강시를 만들면 천계가 더는 버티기 힘들 겁니다.」

「천계와 마계의 전쟁은 내 알 바가 아니오. 물론 마계를 지금처럼 돕긴 하겠지만, 나를 건드리면 나 역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어제까지만 해도 내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제는 마제의 명에 무조건 복종하지만은 않을 것이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쩌면 지금 맹주님의 무공은 천제와 마제보다 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게 다 금지된 술법을 완성했기 때문이지요.」

「총군사도 그렇게 생각하시오?」

「네. 단적인 예로 중간지대에 있었던 돌들을 천제와 마제 역시 원래대로 회복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곳에 있던 돌들도 모두 마제에게 갔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맹주님의 석변개술은 천제와 마제 모두 막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예리한 분석이오. 한데 마지막 도전자가 왜 이렇게 안 나타나는 것이오? 도전자가 없으면 바로 무림왕 책봉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혈천자가 전음을 보낸 후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열을 살릴 동안 도전자가 없으면 무림왕 책봉에 앞선 관례비무를 끝내도록 하는 게 좋겠소. 청룡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으음······.”

청룡선생이 안색을 굳히며 반박을 못 했다.

마지막 세 번째 도전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숫자를 살리겠소. 하나, 둘, 셋······.”

혈천자가 마지막 열을 살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한 사람이 비무선 안으로 들어왔다.

“본인이 도전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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