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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30화 (230/250)

[제74장] 심단전의 위력 2

“놈이 죽었습니다.”

“목을 잘라라. 백자안 저놈은 마제님까지 속이고 살아남은 자다. 귀식대법으로 죽은 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목을 자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지. 마계비수는 도검불침이라도 자를 수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마계살수 한 명이 백자안에게 다가갔다.

백자안의 이마에 여전히 비수가 박혀 있었기 때문에, 다른 비수를 들고 있는 자였다.

스스슥.

비수를 백자안의 목에 대고 그어버리자, 살갗이 벗겨지며 핏물이 솟구쳤다.

마계살수가 비수에 힘을 주자 목뼈가 그대로 부러지며 마침내 목과 몸이 분리되었다.

하지만 이미 죽은 후인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잘라냈습니다.”

“잘했다. 이제 불에 태워라. 아예 재로 만들어야 안심을 놓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번에 나선 자는 다른 마계살수였다.

그는 백자안의 이마에 박혀 있는 자신의 비수를 뽑은 후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화르르.

조장급 마계살수답게 삼매진화의 위력 또한 대단했다.

강력한 화염으로 백자안의 분리된 시신은 단숨에 한 줌 재로 변하고 말았다.

“마계화골산으로 재까지 없애야겠군.”

특급살수가 품속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백자안의 마지막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재에 뿌렸다.

치지직.

붉은 연기와 함께 재마저 한 줌 고름으로 변해버렸다.

특급살수가 우수를 흔들자 그 고름 역시 수증기로 변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소멸했습니다. 한데 놈의 몸속에 있다던 지존검과 천마검은 보이지 않는군요.”

“상관없다. 이미 놈의 몸과 일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까. 하하하. 방일화 그 계집을 잡으러 왔다가 뜻하지 않은 대어를 낚았군. 총살수께 보고드리면 매우 기뻐하실 것이다.”

특급살수가 껄껄 웃었다.

그가 말한 총살수는 마계살수의 수장으로, 진성마신 중에서도 최고 무위를 자랑하는 마계십대고수 중 한 명이었다.

최근 그는 마제의 명으로 백만 살수들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무림을 장악한 바 있었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무림혈맹의 맹주인 십만혈군이 무림제일인자였다. 하지만 그 역시 마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임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십만혈군이 안도하는 점은 마계살수들이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십만혈군은 그 이유가 천계와 마계의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발발한 천계와 마계의 전쟁은 이제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총살수의 임무는 전면전을 대비해 언제든 무림인들을 동원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특급살수님.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방일화 그 계집을 여기서 기다릴 생각입니까?”

“으음, 생각 중이다. 오래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고 한 사흘 정도만 기다려보도록 하자. 일단 총살수께 백자안을 제거한 일을 보고부터 하자.”

“네. 보고는 제가 할까요?”

“아니다. 내가 직접 하겠다.”

특급살수가 품속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려는 바로 그 순간.

맞은편 절벽에 나 있는 구멍 안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튀어나왔다.

호랑이처럼 생긴 영물.

바로 호랑이 영물이었다.

놈의 덩치는 일반 호랑이의 다섯 배 정도나 되었다.

“앗!”

상대적으로 절벽 가까이 있던 마계살수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호랑이 영물의 날카로운 발톱에 심장이 파괴된 후였다.

“어흥!”

호랑이 영물이 외부로 튀어나온 마계살수의 심장을 그대로 입에 넣었다.

“저놈이!”

특급살수가 분노하며 옆에 있는 수하에게 눈짓했다.

쏴아아.

마계살수가 장풍을 날렸다.

꽈앙.

호랑이 영물의 복부에 그대로 격중되었으나, 끄떡도 없었다.

오히려 놈의 분노를 샀는지 발톱에 그 살수 역시 심장이 파괴되고 말았다.

우걱우걱.

갈기갈기 찢겨 걸레가 된 심장을 호랑이 영물이 다시 삼켰다.

이제 남은 사람은 특급살수 한 명뿐.

그는 의외로 신속하게 침착성을 회복하고 있었다.

호랑이 영물의 몸놀림이 가공할 정도로 빠르고 그 힘이 강력하긴 하나, 자신의 적수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기야 일만 특급살수들의 무공은 조장급 살수들보다 수십 배 이상 강했다.

“후후후! 영물이 되려다 실패해 마물이 되기 직전인 놈이구나. 이미 마성을 몸속에 지니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우리 마계 소속 마물이라 할 수 있겠군. 지금이라도 내게 복종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특급살수가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호랑이 영물이 대답 대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쐐애액.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속도였다.

앞발로 특급살수의 심장을 파괴하려던 바로 그때.

특급살수의 검이 그대로 호랑이 영물의 목을 꿰뚫었다.

푸화확!

호랑이 영물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쿵.

거대한 덩치에 맞게 소리도 컸다.

“조문이 목에 있었군. 내 예상이 맞아서 쉽게 처치할 수 있었다.”

특급살수가 호랑이 영물의 가죽을 보며 눈을 빛냈다.

“보통 가죽이 아니군. 필시 오래전에 누군가 보호장구로 사용하려고 일부러 키운 게 틀림없다. 가죽으로 옷을 만들면 훌륭한 방패가 될 뿐 아니라 기혈을 안정시켜 주화입마를 막을 수 있겠군.”

특급살수가 능숙한 솜씨로 호랑이 가죽을 벗겨냈다. 그다음 곧바로 겉옷 안에 입을 수 있도록 가죽옷을 만들었다.

내공이 강하기 때문인지 가죽옷을 만드는데 일각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전에 백자안이 옷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휴! 완성되었군. 한번 입어볼까. 이 옷을 입고 싸우면 내 능력의 두 배 이상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 반드시 초특급살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이미 백자안 그놈을 죽여 큰 공을 세웠으니 자동으로 승급이 되겠지만, 그 전에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장차 총살수가 될 수 있겠지.”

누군가에게 일부러 이야기하듯 다시 한 차례 중얼거린 그가 가죽옷을 입으려던 찰나.

그의 등 뒤에서 무심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가 많았소.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지 몰랐소. 역시 마계의 살수답소.”

“누구냐?”

특급살수가 매우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아니! 너는?”

특급살수가 쓰고 있던 귀면탈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다시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조금 전 완전히 소멸했던 백자안이 아닌가.

“살아있었느냐? 설마 분신술을 사용했느냐?”

“분신술을 사용하지는 않았소. 다만 죽음을 겪었을 뿐이오.”

“그게 무슨 뜻이냐?”

특급살수가 안색을 굳혔다.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져 시간을 끌려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속으로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자안이 자신의 뒤에 나타난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그였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백자안의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백자안의 무공 수위를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맞았다.

마계살수단에서 특급살수 이상은 원래 마계 인물들로서 어릴 때부터 숱한 적들을 상대해왔었다.

그래서 대부분 싸우기 전에 자신의 승패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백자안의 경우는 특이하게 승패를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그 때문인지 괴이한 두려움을 갖게 했다.

‘이러한 느낌은 마제님을 대할 때뿐이었는데······.’

그가 마제를 직접 본 것은 특급살수가 되었을 때 딱 한 번뿐이었다.

그때의 느낌을 백자안에게서 받고 있으니 움츠러들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오. 다만 조금 전 말한 대로 죽음을 겪었을 뿐이오.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실제 죽음과 큰 차이가 없었소.”

“그래서 죽음 속에서 무공을 회복했다는 말이냐?”

“그렇소. 진정한 무아의 경지는 죽음 속에 있었소. 하지만 아직 무공을 완성한 것은 아니오. 그래도 이전보다는 확실히 강해진 것은 사실인 것 같소.”

“그래서 나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냐?”

“그렇소. 그 사실은 그대가 이미 알고 있지 않소?”

“믿을 수 없다. 네놈은 지금 허세를 부리고 있다. 감히 나를 속이려 하다니.”

특급살수가 검을 들어 그대로 백자안을 향해 찔러왔다.

슈우욱.

단순한 검초였지만 마치 검 자체가 늘어난 것처럼 그 빠르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급살수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구명절초를 펼친 것으로, 이 일초는 작은 산도 무너뜨릴 힘이 담겨 있었다.

백자안이 우수를 가볍게 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손에 검 한 자루가 들려있는 게 아닌가.

바로 지존검이었다.

마침내 지존검을 몸속에서 꺼내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눈부신 검광과 함께 두 검이 그대로 부딪혔다.

놀랍게도 서로 검봉끼리 맞닿은 것이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뒤에 벌어졌다.

지존검이 특급살수의 검을 두 쪽으로 쪼개며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으윽!”

특급살수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가슴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지존검의 검기에 호신강기까지 뚫려 그만 당하고 만 것이었다.

“네······ 네놈이! 으윽!”

특급살수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즉사하고 말았다.

지존검기에 당한 순간 심장뿐만 아니라 몸속 내장 모두가 파열했기에 살아남을 방도가 없었다.

‘휴우! 천운이었다. 심단전의 위력 중에 이런 불사지기(不死之氣)가 있었다니. 하지만 두 번 다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구나. 마치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시들어버리는 우담화와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뜻하지 않게 큰 힘을 얻었다. 이전의 공력을 모두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천계비고에서 연마했던 모든 무공과 비술 역시 완벽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아직 지성자는 되지 못한 점이 아쉽구나. 역시 심단전이 완전히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백자안이 못내 아쉬워하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죽옷을 집어 들었다.

호랑이 영물의 가죽옷.

그것을 보니 백소영이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중간지대에 돌로 변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그가 굳이 가죽옷을 챙겨두려는 것은 바로 제자인 방일화를 위해서였다.

그녀가 돌아오면 이전에 백소영처럼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이 가죽옷은 방패 역할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다른 효능도 분명 많이 있다. 하지만 소영이도 결국 당한 것을 보면 한계가 있긴 하겠군.’

그랬다.

백소영이 돌로 변했다고 할 때 결국 가죽옷이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였다.

백자안이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가죽옷을 코에 갖다 댔다.

가죽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래. 지금 내 능력으로 이 냄새를 추적할 수 있다. 중간지대로 가서 석상 중 같은 냄새가 나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소영이다. 게다가 소영이는 가죽옷을 입고 있었기에 반드시 지성자가 아니라도 회복시킬 여지가 있을 것이다. 어서 가서 시험해봐야겠다.’

백자안이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호랑이 영물과 마계살수들의 시체를 삼매진화로 완전히 없애버렸다.

다른 마계살수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그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바로 특수 이동대법을 펼친 것이었다.

스스슷.

그가 향한 곳은 물론 중간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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