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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29화 (229/250)
  • [제74장] 심단전의 위력 1

    [제74장] 심단전의 위력

    “모옥이 한 채 있습니다. 최근까지 누가 살았던 게 틀림없습니다.”

    “계곡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계살수 두 명의 보고였다.

    우두머리 살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방일화 그 계집이 눈치채고 벌써 도망을 간 것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잠시 계곡 밖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이 두 개인 것으로 보아 한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어쩌면 주위에 숨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두머리 살수가 모옥 안에 직접 들어가 살폈다.

    방일화와 백자안의 방을 차례로 살핀 후 말했다.

    “최소한 한 명은 근처에 있다. 두 사람 모두 계곡 밖으로 나갔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은잠술을 펼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세밀히 살펴봐야겠다.”

    모옥에서 나온 우두머리 살수가 계곡 안을 빠르게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하로 보이는 나머지 살수 두 명도 수색에 가담했다.

    백자안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바위와 한 몸이 되어 숨어 있는 그였지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표정이었다.

    ‘큰일이다. 아직 심단전의 기운이 미미해 은잠술이 점점 풀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각 후에 내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그랬다.

    마계살수들이 계곡 밑으로 내려온 지 한시진이 넘어가자, 공력이 다시 밑바닥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는 심단전의 약점이기도 했다.

    깨달음을 기반으로 하므로 그 위력이 무한대라는 장점이 있긴 하나, 그 지속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지금은 예상치 못한 적들의 침입으로 백자안의 마음도 다소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놈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지금 내 공력으로 가능할까.’

    백자안이 반신반의했다.

    공력이 서서히 사라지고는 있었으나, 심단전이 한번 형성된 이상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은 없었다.

    쉽게 말해 최소한의 불씨는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씨의 위력은 그야말로 미미했다.

    최소한의 내공이기에 그 무공도 최소한의 위력만 나타날 게 분명했다.

    ‘고작 세 명뿐이지만 백만 마계살수 중 지휘부에 속해있는 게 틀림없다. 일화 말로는 대부분의 마계살수가 말도 우둔하고 강시처럼 느껴진다고 했으나, 저들은 일반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말은 마계살수 중에서도 지휘부 살수들이 틀림없다. 특히 우두머리로 보이는 저자의 무공은 실로 대단하다. 가히 진성마신들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고수다.’

    백자안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

    그나마 한가지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은 아직 자신의 존재를 마계살수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진짜 고수라면 자신의 은잠술을 아직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다행히 심단전의 기운은 일부만 있어도 대부분의 무공이 가능한 것 같으니 승산이 있을 것이다.’

    백자안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마계살수들이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특히 우두머리 살수가 뭔가를 발견한 것 같았다.

    “저쪽이 수상하군. 절벽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우두머리 살수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바로 백자안이 있는 곳이었다.

    마침내 들키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놈들이 공격을 가할 때 반격을 가해 최소한 살수 한 명을 격살할 생각이었다.

    ‘지존지를 한 명에게 집중해서 날리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래야 세 명의 합공을 피할 수 있다.’

    백자안이 남아 있는 내공을 오른손 검지에 모았다.

    “제가 장풍을 날려보겠습니다.”

    마계살수 한 명이 장풍을 날리려 했다.

    우두머리 살수가 저지했다.

    “잠깐. 자칫 달아날 수 있으니 법보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두머리 살수가 품속에서 구슬을 하나 꺼냈다.

    붉은빛의 구슬은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였다.

    “아! 그것은 마계벽력탄이 아닙니까?”

    “그렇다. 절벽 깊숙한 곳까지 괴이한 기운이 느껴지니 처음부터 아예 상당 부분 파괴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저항세력의 본거지일 수도 있으니, 마계벽력탄을 사용할 때인 것 같군. 너희는 혹시 놈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대비하고 있어라.”

    “네. 특급살수님.”

    마계살수 두 명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백만 마계살수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일반살수였다.

    다만 일반살수 중에서도 의사소통과 무공이 뛰어난 조장급 살수들이었다.

    마계벽력탄을 가지고 있는 우두머리 살수는 최고 지휘부 살수인 특급살수였다.

    특급살수의 숫자는 만 명 정도.

    마계살수 조직은 이러한 특급살수 한 명이 일반살수를 수하로 거느리고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있었다.

    한편 특급살수 중에도 초특급살수가 있는데, 그들은 진성마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초특급살수의 수는 대략 백여 명이었다.

    백자안은 방일화로부터 이런 마계살수의 조직체계에 관한 설명을 들은 바 있었다.

    당시는 근거 없는 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들어보니 대강은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초특급살수는 아닌 게 다행이군. 마계벽력탄으로 절벽을 파괴할 생각인가. 한데 무슨 기운을 느꼈다는 것이지? 나 말고 다른 기운이 있다는 말인가.’

    백자안이 숨을 골랐다.

    그러면서 천천히 감지기파를 퍼뜨렸다.

    이번에는 뒤쪽이었는데, 역시 뭔가 괴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 저놈들의 말이 맞는구나. 다만 저놈들이 온 이후 새롭게 형성된 기운 같다. 마치 잠들어 있던 기운이 다시 깨어난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영물이나 마물 같은데······.’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영물이나 마물이나 둘 다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다만 마물과 달리 영물은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달랐다.

    백자안은 문득 옛일이 생각났다.

    반로환동하기 전 이곳 무저곡에서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긴 영물을 만나 싸웠던 일이었다.

    그가 백소영에게 선물로 준 가죽옷의 출처이기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놈이 출몰한 곳이 지금 내가 있는 곳 근처이구나. 기운도 비슷한 것 같고. 놈은 비록 영물이긴 하나 성격이 포악해 마물에 가까웠었지. 마계살수들의 마기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난 것인가.’

    백자안이 호랑이 영물을 떠올리고 있을 바로 그때.

    마계 특급살수가 들고 있던 마계벽력탄을 던졌다.

    백자안이 흠칫하며 최대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처음 계획과 달리 일단 버텨볼 생각 같았다.

    하기야 승산이 불확실한 싸움을 하느니 호랑이 영물과 마계살수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게 현명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때까지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숨길 수 있는가에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이동이었다.

    특수 이동대법을 펼쳐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아직 공력이 미약해 먼 거리 이동은 불가능하지만, 반대편 절벽으로 가는 것은 어쩌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이 같은 생각은 그야말로 임기응변으로 지금 공력으로 특수 이동대법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콰콰콰쾅.

    마계벽력탄이 절벽에 닿으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히 폭발이 일어난 곳은 백자안이 원래 있던 곳과 일장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백자안은 폭발로 돌 먼지가 자욱해지는 순간, 은잠술을 풀고 특수 이동대법을 펼쳤다.

    한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한 것도 아니라 도중에 멈춰버렸다.

    그 결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마치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백자안이 마계살수들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맞은편 절벽으로 이동하던 도중 대법이 중단되어 벌어진 결과였다.

    십장 밖에 떨어져 있던 마계살수들이 백자안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전에 절벽 일부가 날아가는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

    마계벽력탄의 위력은 대단했다.

    무저곡 절벽의 재질은 특수한 것이라 웬만한 폭발에도 끄떡없었는데, 거대한 구멍 같은 것이 생겨난 것이다.

    십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으로, 백자안 역시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곳이었다.

    이전에 호랑이 영물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절벽 일부가 파괴된 후라 이러한 구멍을 볼 수 없었다.

    백자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 구멍을 보긴 했으나, 이내 다시 마계살수들을 보았다.

    마계살수들 역시 파괴된 절벽보다는 백자안에게 집중했다.

    “네놈은 백자안?”

    특급살수의 물음이었다.

    그도 놀랐는지 귀면탈 밖으로 보이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광이 짙어졌다.

    “그렇다. 나를 아느냐?”

    “물론이다. 네놈 얼굴은 우리 마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있지. 네놈은 마제께 죽임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 숨어 있었다니 놀랍구나.”

    “나를 죽이려 했던 자가 마제가 맞는구나. 그는 내가 죽은 줄 알고 이곳으로 나를 보냈지. 그 사실은 알고 있었느냐?”

    “그건 몰랐다. 마제께서 네놈이 죽었다는 사실만 알려주셨으니까.”

    “하기야 시신을 찾아봐야 천계의 의심만 살뿐이지.”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겉으로는 생각보다 태연해 보였다.

    그 점이 마계살수들을 흠칫하게 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백자안의 무공은 진성마신 이상이 되어야 제압이 가능했다.

    다만 진성마신에 거의 도달한 특급살수의 경우는 제법 여유가 있어 보였다.

    놀란 눈이 원래대로 안정감을 보였다.

    “후후후! 지금 보니 거의 시체에 가깝구나. 내기도 극히 미약하고 말이야. 물론 처음 보는 기운이긴 하지만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군.”

    특급살수가 옆에 있는 살수 두 명에게 눈짓했다.

    먼저 백자안을 상대하라는 뜻이었다.

    스스슷.

    마계살수 두 명이 백자안에게 다가왔다.

    마치 포위를 하듯 서로 간격을 두고 백자안의 좌우를 위협했다.

    백자안과의 거리는 대략 삼장 정도.

    백자안이 속으로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어쩌면 이번 싸움에 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 현재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단전지기(心丹田之氣)의 최소 기운만으로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백자안이 무의식적으로 다시 고개를 돌려 절벽에 새롭게 난 구멍을 바라봤다.

    구멍이라기보다 동굴 같은 그곳은 의외로 잠잠했다.

    하지만 그 속이 깜깜해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백자안이 구멍을 바라본 것은 물론 호랑이 영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지만 호랑이 영물은 백자안에게도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백자안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마계살수 두 명이 양옆에서 빠르게 다가왔다.

    스스슷.

    두 사람의 손에는 비수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참고로 마계살수들의 병장기는 가지각색이었다.

    지금 합공을 가하고 있는 살수들의 무기는 비수였다. 그 예기의 날카로움은 파공성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비수 두 자루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오며 백자안의 목을 노렸다.

    백자안이 흠칫하며 뒤로 몸을 빼려 했다.

    하지만 조금 전 뒤를 돌아봤던 것이 실수였다.

    대비를 못 하고 있다가 기습을 당한 꼴이었다. 그러고 보니 백자안은 병장기도 없었다.

    급히 지존검을 몸속에서 꺼내려 했으나 내공 부족인지 가능하지 않았다.

    다만 가까스로 몸을 피하는 데 성공해 일차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살수들이 비수 방향을 교묘히 바꾸는 게 아닌가.

    피할 것을 미리 알고 이차공격을 한 것이었다.

    스팟!

    비수 한 자루가 목을 스치며 피가 솟구쳤다.

    “으윽!”

    백자안이 비틀거렸다.

    푹!

    또 다른 비수가 그의 옆구리를 스치며 살점을 도려냈다.

    마계의 특수 독이 묻혀있는 비수라 금세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이 느껴졌다.

    “잘 가라!”

    살수 한 명이 비수를 백자안의 이마에 박아버렸다.

    푹.

    백자안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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