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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24화 (224/250)
  • [제72장] 천계 태자 3

    “휴우! 이곳 천계비고 안으로 들어온 지도 벌써 석 달이 흘렀구나.”

    백자안이 가부좌를 한 채 지난 석 달을 돌이켜봤다.

    그가 있는 곳은 바로 천계석실이었다.

    지난 석 달간 백자안은 그야말로 무공 연마에 매진했다.

    천계비고 안에 있는 비급들은 그야말로 그에게 새로운 무공 경지의 눈을 뜨게 해준 것들이었다.

    하나 같이 상승무공들로 그 위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했다.

    하지만 백자안은 그 모든 무공을 익히는 데 성공했다.

    천선생 말에 의하면 천계 보양단 덕분일 거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비급에 수록된 각종 무공과 비술들이 보는 즉시 이해가 되었다.

    오히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방대한 비급들의 양이었다.

    천계보양단의 또 다른 효능 중 하나로 겉표지만 바라봐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왔지만,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석 달이 걸린 것이다.

    그가 읽은 비급의 수는 일이만권이 아니라 수백만 권 정도였다.

    일일이 다 세어보지 않았지만, 최소한 삼백만 권은 되는 것 같았다.

    ‘무공은 정말 끝이 없구나. 지성에 도달하는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마제와 겨뤄볼 만한 실력을 갖춘 것 같군. 두려움을 없앤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백자안이 미소를 지었다.

    다만 아직 지성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역시 천제님의 말씀대로 마제를 죽여야 지성과 비슷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 문제는 지금 실력으로 과연 마제를 죽일 수 있는가이다.’

    백자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석실 안을 둘러봤다.

    지난 석 달간 그의 거처였던 곳으로 그만큼 정이 들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왠지 마음이 편했다.

    ‘처음 와본 곳인데 낯설지가 않았다. 하기야 천계비급들도 꼭 이전에 한 번 연마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예정대로 모든 무공을 익혔으니 내일은 이곳을 떠나 중간지대로 가봐야겠다. 중간지대에 돌로 변한 무림인들을 원상태로 회복시킨 후 그들을 모두 무림에 데려간다면, 새롭게 무림질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무림이 아닌 중간지대로 먼저 가보는 것은 최근 며칠간 그가 고심해서 내린 결단이었다.

    중간지대로 가는 것은 이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천계비급 중에는 특수 이동대법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백자안은 그것들을 최대한 반복해서 익혔다. 이제는 천계, 마계, 중간지대, 신선계, 무림 등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실제 이동대법을 펼쳐 천계비고 밖으로 나가보지는 않았다.

    이는 마제의 공격이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천계비고 주위에는 결계가 쳐져 있어 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하기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무나 천계비고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되었다.

    ‘내일 아침 천제님과 천선생, 천상선녀 세 사람이 모두 온다고 했으니, 내 뜻을 알리고 중간지대로 가봐야겠군.’

    백자안은 석실 안에 있는 샘터로 가서 천계수를 마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물과 같이 보이는 천계수 역시 특별한 것이었다.

    이전에 그가 복용한 천계석유보다 더 내공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신비한 효험이 있었다.

    ‘어쩌면 천계수 덕분에 더욱더 총명해졌을지도 모르겠군.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인데 목욕이나 할까. 샘터의 물은 계속 솟아나니까, 목욕한 후 깨끗하게 비워버리면 다음 사람이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백자안이 미소를 지었다.

    천계수로 목욕을 하는 것은 이전부터 생각해둔 계획이었다.

    천계수가 내공 증진에 효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안 후 마지막 날에 아예 전체를 흡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몸은 매우 깨끗해서 목욕한다고 해서 물이 더럽혀질 우려는 없었다.

    다만 깨끗하게 비워두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었다.

    백자안이 옷을 벗고 천계수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풍덩.

    “아! 역시 좋군.”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인 후 조금씩 천계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천계수의 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깊지는 않아 대략 한 시진 후 목욕 및 흡수가 끝나도록 조절했다.

    ‘무림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공 수련에 지장이 있을까 봐 천계 쪽에서도 내게 무림의 상황에 관해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 조금 답답하긴 하구나. 십만혈군 그자가 과연 내 얼굴로 역용해 지존맹주가 되었는지 내일 꼭 물어봐야겠다.’

    백자안이 무림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의 몸을 문질렀다.

    때는 나오지 않았지만, 목욕 중이라 자연스럽게 하게 된 동작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몸에 들어가 있는 병장기와 물건들이 생각났다.

    ‘그래 이번 기회에 검들도 씻기는 게 좋겠군.’

    백자안이 몸속에서 세 자루 검을 꺼냈다.

    바로 지존검과 천마검, 그리고 상황보검이었다.

    백자안이 검들을 천계수에 담아 깨끗하게 닦아냈다.

    보검답게 먼지 하나 없었지만,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의식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백자안은 이들 세 검에 무척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몸속에 있던 보검들이 큰 도움을 줬던 것이다.

    특히 마계로 끌려갔을 때 각 검의 검혼들이 마치 내공처럼 작용한 것이 가장 컸다.

    세 자루 보검 중 으뜸은 역시 지존검이었다.

    각성을 이룬 지존검은 지난 석 달간의 무공 성취로 인해 그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준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무엇보다 천계비급 중에 지존검과 관련된 것이 있었다.

    지존검이 천계 법보 중 으뜸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천마검 역시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천계비고 안에는 마계의 무공도 상당히 많았다.

    그중에 천마검과 관련한 비급 역시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황보검 역시 보통 검이 아니었다.

    검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확인할 수 있어 그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백자안이 세 자루 보검을 깨끗이 씻고 다시 몸속에 넣으려 할 때였다.

    천계수가 갑자기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백자안이 직감적으로 보검들이 천계수에 영향을 준 것을 알았다.

    “으음······.”

    백자안이 가볍게 안색을 굳혔다.

    천계수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용암의 온도에도 견딜 수 있는 몸을 지니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당장 샘터 밖으로 나가야 할 필요는 없었다.

    백자안이 구중천심공을 운공했다.

    더욱더 완벽해진 구중천심공 역시 그 위력이 배가되어 있었다.

    백자안은 천계수의 흡수 속도를 높였다.

    그 순간,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천계수를 흡수했을 때의 느낌이 이전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아, 이 느낌은 바로······.’

    백자안이 깜짝 놀랐다.

    뭔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지금의 느낌이 회오리바람과 같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때문일까.

    이번에도 그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지존검과 천마검, 상황보검이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위기의 순간 자동으로 몸속으로 복귀하도록 해두었는데, 그 과정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어쩌면 이번에 회오리바람의 진짜 정체를 알 수도 있겠구나.’

    백자안이 실눈을 뜨고 기다렸다.

    몸은 계속 나른해지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졌지만, 백자안은 그게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천계수가 끓게 됨으로써 진정한 효능을 그가 흡수하게 된 것 같았다.

    ‘혹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도 회오리바람이 나선 것일까. 천제님 말씀대로 회오리바람이 정말 우담화 기운의 일부일까.’

    백자안이 우담화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천제 말대로라면 자신이야말로 우담화의 실체였다.

    만약 그렇다면 회오리바람은 호신강기와 같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자신과 우담화의 관계.

    지난 석 달간 무수히 생각을 거듭했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아니 애써 외면하려 했다는 것이 맞았다.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로 번민하다가 무공 연마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천계 태자가 깨어나야 모든 사실을 알 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때 내가 과연 살아 있을까. 지금은 알 수 없는 문제이니 현재에 집중하도록 하자.

    백자안이 마음을 다잡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천계수가 거의 흡수되어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천계수 바닥은 뭔가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쳐져 있어 그동안 보지 못했었다.

    그래도 샘물이 계속 솟아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천계수가 유입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엄연히 발로 디딜 수 있는 바닥이 있으므로 외부로부터 물이 유입되는 공간은 매우 작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다른 곳과 연결된 곳이 없었다.

    ‘아! 내가 착각했었구나. 천계수가 외부로부터 흘러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 힘으로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었다. 외부인이 사용한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물이 보충되는 신비한 항아리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군.’

    천계수는 이제 정말 소진되기 직전이었다.

    백자안은 막바지로 조금 남아 있는 물이 동심원 모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 있었군. 역시 내 예상대로 회오리바람이 천계수에 작용한 것이었다.’

    백자안이 손을 뻗어 마지막 남은 물을 움켜쥐었다.

    순간, 그 물 역시 백자안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물이 사라지자 회오리바람의 흔적 역시 없어지고 말았다.

    다만 뭔가 신비한 기운이 들어와 마치 갑옷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회오리바람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겠구나.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뭔가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백자안이 자신의 몸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식이 흐려졌지만, 이제는 멀쩡했다.

    몸속 기운 역시 최상이었다.

    하지만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곧바로 일주천을 한 바로 그때였다.

    갑옷처럼 느껴졌던 신비한 기운이 점점 범위를 좁히며 오그라지는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 단전을 침범했다.

    단전이 있는 기해혈에 뭔가 단단한 것이 느껴진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기해혈에 내공이 감지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감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자안의 내공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치 단단한 공처럼 뭔가가 느껴졌다.

    아직은 작은 크기였지만 미세하게 점점 불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백자안이 눈을 빛내며 덩어리의 정체를 알아내려 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되었을까.

    백자안이 문득 뭔가를 깨닫고 안색을 굳혔다.

    ‘설마 이게 바로 천제께서 말씀하신 그 내단인가. 마제를 죽이지도 않았는데, 우담화 기운의 결정체이자 열매라던 그 내단이 형성되다니······ 정말 내가 우담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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