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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22화 (222/250)

[제72장] 천계 태자 1

[제72장] 천계 태자

천상선녀.

백자안이 태자가 깨어나면 죽을 운명이라는 천제의 말에 그녀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럴 수는 없어요. 태자님을 깨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백 공자를 희생시키는 것은 막아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생사천겁이 시작될 때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오.”

“그 운명을 누가 정했나요?”

천상선녀가 언성을 조금 높였다.

천계의 주인인 천제 앞에서 무례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천제는 조금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 역시 매우 안타까워하는 표정이었다.

듣고 있던 총군사 천선생이 말했다.

“천제께서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으신 것 같으니 천상선녀 역시 이해를 하시오. 아마도 생사천겁이 마무리되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을 듯하오. 그전까지는 천제님도 일일이 다 설명하기 어려울 듯하니 어쩌겠소?”

“생사천겁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이해가 돼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이 희생을 당해서는 안되는 게 아니겠어요?”

천상선녀의 거듭된 항의에 천제 또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을 지킨 그가 입을 열었다.

“천상선녀의 말에 일리가 있소. 나 또한 그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오.”

“이해가 안 돼요. 대체 생사천겁이 시작될 당시 어떤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죠?”

“으음, 모든 것은 생사천겁이 끝날 때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오. 내일까지 방도를 구해 백 공자를 깨울 것이니 그때 천상선녀도 참여하도록 하시오. 총군사도 마찬가지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천상선녀와 천선생이 고개를 숙인 후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천제가 백자안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백 공자가 바로 우담화라는 사실을 직접 보기 전에는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생사천겁이 끝나면 우담화가 열매를 맺게 되고, 그 열매를 태자가 복용하면 지성자가 되어 마제의 야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마제 그자가 가한 금제인데, 아무래도 천계석유를 먹여야겠구나. 내가 직접 가져와야겠다.”

천제가 백자안을 한번 쳐다본 후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집무실 안에 남은 사람은 백자안뿐이었다.

그때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시신으로 변했던 백자안이 천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비록 마제와 천제 등이 아직 살아 있다고 말했지만, 숨도 쉬지 않고 있던 그였다.

한데 아무런 조처도 없이 스스로 눈을 뜬 것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무거웠다.

조금 전 천제의 말 때문이었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 우담화였다니. 그게 정말이란 말인가.”

백자안이 큰 충격을 받은 듯 허탈해했다.

한데 어떻게 그가 깨어날 수 있었을까.

백자안은 잠시 마계 뇌옥에서 뇌옥대마신의 공격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감방 문이 열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나타나든 정면으로 맞서 싸워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한데 문이 열리고 허공대마신, 이중마인 등의 모습이 보였을 때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무공이 그들 모두를 상대하는데 역부족일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둔갑술이었다.

신선비급에 수록된 둔갑술이긴 하나 구중천심공이 가미된 특수한 것이었다. 내심 완벽하게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일단 죽은 체해서 이곳을 벗어나겠다는 계획이었다.

둔갑술은 어떤 것으로든 모습을 변형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그 결과 목이 부러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완벽히 하기 위해 그는 한 줌 고름으로 변하는 모험을 가했다.

그렇게 허공대마신 등을 속이는 데 성공했으나, 마선생의 약 때문에 육신을 다시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죽은 지 한 시진 안에 복용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 약의 효과를 억제하면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과정 동안 백자안은 자신을 두고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천제의 말대로 귀식대법을 펼쳐 숨을 쉬고 있지는 않았지만, 귀는 열어두고 있었다.

그렇게 천계까지 오게 된 그는 마침내 충격적인 내용까지 듣게 된 것이었다.

천계 태자의 생사천겁을 위해 자신이 대리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었다.

그가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자신이 우담화 자체라는 사실이었다.

‘도저히 믿기 어렵구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백자안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천제를 믿고 모든 사실을 이야기할 것인가. 아니면 이곳을 탈출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알기 위해 계속 죽은 체할 것인가.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구나. 내가 깨어나면 태자가 깨어나고, 그다음은 내가 죽는다고 했는데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인가. 혹시 마제의 금제 때문인가. 아니면 천제의 예상과 달리 아직 생사천겁이 끝나지 않아서일까.’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아무래도 천계 태자를 직접 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 위험한 모험이 될 게 분명했다.

‘이곳은 천계다. 내가 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갈 곳이 없을 것이다. 특수 이동대법으로 무림으로 갈 수 있는지 한번 점검해보고 안 되면 좀 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백자안이 곧바로 특수 이동대법을 점검해봤다.

한데 마지막 순간에 내공이 모이지 않는 게 아닌가.

기해혈 부위가 뜨끔하면서 어떤 힘도 쓸 수 없었다.

백자안의 안색이 굳어졌다.

‘마제가 정말 나의 몸에 금제를 가했구나. 몸을 움직이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내공을 사용할 수 없으니 이곳을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천제가 천계석유라는 것을 가지고 온다고 했으니, 그것을 먹고 금제부터 풀어야겠다.’

백자안이 다시 누웠다.

어찌 된 일인지 둔갑술은 여전히 가능했다.

아마도 한번 펼쳤던 것이라 계속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 같았다.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 다만 내가 정말로 우담화에 불과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일까.

백자안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다시 깨달음의 내용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육신에 대한 집착을 일시나마 떨쳐버린 적이 있었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마음이다. 육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다면 내가 사람이든 꽃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것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내가 아직 완전히 깨달음을 얻지 못한 증거이다. 지금 내가 기댈 곳은 바로 완벽한 무아의 경지다.’

마음을 비우자 몸이 점점 편안해졌다.

긴장이 풀렸고, 졸음이 밀려왔다.

‘그래, 한숨 자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일 수도 있겠지.’

몸이 점점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며, 백자안은 깊은 잠에 빠졌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자안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천제의 집무실이 아닌 이름 모를 석실 안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그가 누워있는 돌 침상 앞에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관 뚜껑은 열려 있었다. 그 안에 한 청년이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백자안은 직감적으로 그가 바로 천계 태자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석실 안에는 기이한 금빛 기류가 맴돌고 있었다.

그 기류는 백자안과 관 속에 있는 청년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었다. 백자안은 어떤 대법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까지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이 태자인가. 태자를 깨우기 위해 벌써 대법을 펼치는 것인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그간의 사정을 모르겠구나.’

백자안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생각보다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몸을 살피니 기해혈에 가해졌던 장애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공 역시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다.

이미 가득 차서 더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내공이지만, 이전보다 열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천계석유란 것을 내가 복용한 것 같군. 이름만 보면 공청석유와 비슷한 것 같은데, 아마도 그것보다 더 우수한 효능이 있는 것 같다. 다만 내가 이렇게 중간에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 같구나.’

백자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청년이 있는 관 쪽으로 갔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였다.

천계 태자로 추정되는 청년의 얼굴은 그야말로 천하제일미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가사 상태에 빠진 듯 숨소리만 미약하게 들릴 뿐이었다.

‘으음, 이제 어떻게 한다? 내가 깨어났음에도 태자가 깨어나지 않으니, 너무 초조해할 필요는 없겠구나. 차라리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천제에게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

백자안이 마음을 굳혔을 때.

석실 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천제와 천선생, 그리고 천상선녀였다.

“아니! 어떻게?”

천제가 놀라며 관 속에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백자안이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속의 청년은 아무 움직임이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아! 역시 생사천겁이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이게 다 마제 그자 때문이다.”

천계가 말을 한 후 일단 백자안에게 자신과 천선생, 천상선녀를 소개해줬다.

그리고 간단히 천상선녀가 백자안을 데려왔던 과정을 설명했다.

그 내용은 대부분 백자안이 알고 있던 사실에 부합했다.

“감사합니다. 저를 구해주셨군요. 이분이 바로 태자입니까?”

“그렇소. 하나뿐인 내 아들이오.”

“역시 그랬군요. 태자님이셨군요. 한데 태자님을 살리기 위해 저를 데려오신 겁니까?”

“그렇소이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소?”

“솔직히 세분이 나눈 말씀을 모두 들었습니다. 제가 깨어나야 태자님이 깨어나고, 이후에 제가 반드시 죽어야 할 운명이라고 하셨던가요?”

“아!”

천제 등 세 사람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백자안이 이번에는 천제를 향해 물었다.

“제가 사람이 아니고 우담화라고 하셨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아! 그 말까지 들었소?”

천제가 당황해했다.

하지만 정작 당황하고 놀란 사람은 바로 천상선녀와 천선생이었다.

백자안과 우담화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백자안이 바로 우담화라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모두의 시선이 천제에게 쏠렸다.

천제가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것을 사실대로 설명하겠소. 생사천겁의 막바지에 마제 그자 때문에 또 하나의 벽이 생긴 듯하니, 이제는 솔직히 말하고 협조를 부탁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네. 경청하겠습니다.”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그 역시 천제에게 악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설명을 들어볼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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