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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21화 (221/250)

[제71장] 우담화 3

“이게 백자안 공자란 말인가요?”

“그렇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소.”

허공대마신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천상선녀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자안이 곧 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다렸던 그녀였다.

한데 허공대마신을 비롯한 마계심판관들과 이중마인, 뇌옥대마신 등이 들어와 한 줌 고름이 담긴 병을 내민 것이다.

백자안이 독이 퍼져 한 줌 고름으로 변했다는 말에 천상선녀가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허공대마신의 설명이 끝나자, 잠자코 듣고 있던 마계 총군사 마선생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된 것이로군. 허공대마신 그대가 있었음에도 백자안 그자가 죽는 걸 막지 못했소?”

“죄송합니다. 총군사님.”

허공대마신이 고개를 숙였다.

따로 부마제 직함이 없는 마계에 있어 총군사는 마제 바로 다음가는 자리였다.

마선생이 분노하면 그 역시 중벌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직접 백자안을 죽인 뇌옥대마신이 급히 말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놈이 탈옥하려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으음, 됐소.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하지만 그대들 때문에 마제님의 계획이 모두 어그러졌소. 백자안 그자와 교환할 중요한 물건이 있었거늘.”

마선생이 허탈해했다.

허공대마신이 조심스레 물었다.

“총군사님.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백자안 그놈이 스스로 마계자루에서 빠져나왔는데, 어찌 그렇게 무력하게 당했을까요? 혹시 놈이 속임수를 쓴 게 아닐까요?”

“나보고 이 고름을 살펴달라는 것이오?”

“네. 여기 천상선녀도 있으니 공개적으로 살펴주십시오.”

허공대마신의 말에 천상선녀가 분노했다.

“지금 제 앞에서 장난을 치는 건가요? 이 고름이 백자안 공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나요?”

“진정하시오. 그 때문에 내가 이자의 정체에 관해서 물어보지 않았소? 지금 보니 천계 태자는 아닌 것 같구려. 태자라면 이렇게 침착하지는 못했을 듯하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진짜 백 공자를 데려오세요.”

“잠시 기다리시오. 내게 방법이 있소.”

마선생이 품속에서 약병을 하나 꺼냈다.

붉은 병에 담긴 물을 고름 위에 부었다.

순간, 지지직 타는 소리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름의 부피가 커지더니 급기야 사람의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술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천상선녀 등이 놀랄 때 마침내 고름이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한데 그는 바로 백자안이 아닌가.

살아 있을 때 입은 옷까지 똑같았다.

다만 목뼈가 부러져 숨을 거둔 것만 달랐다.

“이 약은 중독이 되어 혈수가 되어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는 효능이 있소. 다만 죽은 지 한 시진이 지나지 않아야 하는데 마침 운이 좋았던 것 같소.”

마선생이 백자안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특히 부러진 목뼈 부분을 자세히 봤다.

“휴우! 옥장의 손아귀에 목뼈가 부러진 것이 확실하오. 아마도 그는 혈도를 풀고 마계자루에서 나오기 위해 모든 공력을 소비했을 것이오. 그 때문에 탈진상태에 빠졌을 것이고, 옥장의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오. 어떻게 하겠소? 시체라도 데려가겠소?”

“물론이에요. 일단 천제께 보여 다시 살릴 수 있는지 여쭤볼 생각이에요.”

“하하하. 하지만 아무리 시체라도 마음대로 데려갈 수는 없소.”

“무엇 때문인가요?”

“이자는 이미 죽었으나 아직 몸속에 숨겨둔 지존검과 천마검 등이 나타나지 않았소. 이는 아직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뜻이오. 완전히 죽었다면 반드시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오.”

“그래서요?”

“아까도 말했지만, 우담화를 가져와야만 데려갈 수 있을 것이오.”

“백 공자가 아직 살아 있는지는 천제님만이 알 수 있어요. 일단 데려가도록 하겠어요.”

“절대 불가하오. 다시 말하지만 백자안 이자는 아직 완전히 죽은 게 아니오. 사실 진짜 죽었다면 이렇게까지 육신을 완전히 회복시켰을 수도 없었을 것이오.”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죠? 지금 백 공자의 맥은 완전히 멎어있거늘.”

“내 생각에 아마도 몸속에 내재해 있는 지존검과 천마검 때문인 것 같소. 두 보검은 자체 검혼이 있어서 일종의 내공이라 할 수 있소. 백자안은 두 보검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데, 주종관계로 엮어진 검혼이 아직 살아 있어 목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것이오. 다만 보검을 몸속에 내재했기에 망정이지 외부에 꺼내놓았다면 목숨이 완전히 끊어졌을 것이오.”

“흥! 제멋대로 해석을 하는군요. 하지만 우담화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준다는 약속은 제 권한 밖의 일이에요.”

“하하하. 그러니까 천제에게 보고하고 다시 오라는 것이 아니오?”

“그러다가 시간이 지체되어 백 공자가 정말 죽는다면 책임을 질 건가요? 진짜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으음, 좋소. 마제께 한번 말씀을 드려보겠소. 일이 복잡하게 꼬여 중간보고를 드려야겠소.”

마선생이 말을 한 후 눈을 감았다.

마제에게 보고하기 위해 집무실 밖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뜻밖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다들 그가 원격으로 마제와 대화를 나누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말해 원격전음을 날려 보고하는 셈이었다.

그렇게 일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선생이 다시 눈을 떴다.

“마제께서 명을 내리셨소.”

“어떻게 되었나요?”

“마제께서 말씀하시길 먼저 이 자의 정체에 관해 이야기하라고 하셨소. 사실대로 말하면 데려가도 좋다고 하셨소.”

“그게 정말인가요?”

“그렇소. 마제께서는 허언하는 분이 아니오. 다만 우담화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전하라 하셨소.”

“흥! 언제는 우담화가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 왜 이제는 다시 백 공자를 내준다는 것이죠? 고작 정체만 알고 보내준다? 무슨 속셈이죠?”

“더 이상 말싸움은 하지 맙시다. 어떻게 하겠소?”

“으음······.”

천상선녀가 안색을 굳혔다.

“어서 대답하시오. 사실 우리로서는 크게 양보하는 것이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 백자안 이자가 설사 완전히 죽었다 해도 그 시신은 매우 중요하오. 왜냐하면 몸속에 지존검과 천마검이 있기 때문이오.”

“좋아요. 백 공자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은 한 가지에요.”

“그게 무엇이오?”

“백 공자는 우리 천계의 태자님이 아니에요.”

“하하하. 역시 그랬구려. 결국 백자안 이자가 그동안 천계에게 이용을 당했다는 분석이 맞았군.”

“흥! 마음대로 해석하는군요. 이제 가도 되나요?”

“좋소. 다만 마제님의 말씀을 한 가지 전하지 못한 게 있소.”

“그게 뭔가요?”

“마제께서 백자안 이자의 몸에 금제를 하나 가했다고 하셨소.”

“언제 말인가요?”

“조금 전에 가하셨소. 나와 원격전음으로 대화하시면서 금제마공을 시전하셨소. 그러니 천계로 돌아가서 천제에게 보고하시오. 백자안 이 자를 살리고 싶다면 우담화를 보내라고. 이 자가 깨어나야 천계 태자 역시 깨어나지 않겠소?”

“······!”

천상선녀가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그 표정만으로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었다.

“좋아요. 그대로 전하지요. 이만 가겠어요.”

천상선녀가 품속에서 자루 하나를 꺼냈다.

바로 천계자루였다.

이 천계자루는 마계자루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법보였다.

마계자루가 내공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천계자루는 반대로 기운을 보존하는 힘이 있었다.

아무래도 천계로 데려갈 때까지 백자안의 기를 보존하려는 것 같았다.

“잘 가시오. 결과를 기다리겠소.”

“흥!”

천상선녀가 백자안이 들어간 자루를 등에 메고 사라졌다.

스스슷.

* * *

천계 총단.

천상선녀가 천계자루 안에 들어있던 백자안을 끄집어내자, 이를 지켜보던 천제가 눈을 빛냈다.

“어떻게 된 것이오?”

“죄송합니다. 천제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천상선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는 동안 천제는 빠른 속도로 백자안의 몸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가요? 마제가 백 공자 몸에 금제를 가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소. 그가 우담화를 원한다고 했소?”

“네. 그러면서 백 공자를 살려내지 못하면 태자님 역시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그저 넘겨짚은 것에 불과하오. 총군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천제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한 노인을 쳐다봤다.

그는 바로 천계 총군사 천선생(天先生)이란 자였다.

마계 총군사 마선생과 대척점에 있는 사람으로 역시 천계의 제이인자였다.

천상선녀가 백자안을 데려오자 급히 천제를 모셔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마계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제 그자는 우담화를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자입니다.”

“그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 같소?”

“우담화가 조만간 피어난다는 사실. 그리고 백 공자와 태자님이 서로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들 역시 그의 추측일 뿐입니다. 사실 우담화와 관련한 문제는 오직 천제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닙니까? 저와 천상선녀 두 사람도 잘 모르는데 그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마선생과 마제의 예지력은 매우 뛰어나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오.”

“천제님. 이제 저희도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명에 따라 그동안 백자안 이자에게 보이지 않은 여러 안배를 해왔지만, 그 이유를 확실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셔야 대책을 세울 게 아닙니까? 당장 백자안 이자를 살리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을 내리는 데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같아요. 태자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천상선녀가 안색을 조금 붉혔다.

원래 천제의 일에 어떤 불평도 의문도 품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일찍이 천계 태자와 혼인을 약속한 사이였다.

정식으로 약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혼인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천계 태자는 생사천겁을 통과해야 했다. 그 이후 천상선녀는 천계사자 역할을 맡게 되었다.

천제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하나씩 물어보도록 하시오. 이제 생사천겁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으니 더는 숨길 것이 없을 듯하오. 다만 그동안 내가 두 사람에게 자세히 말하지 못한 것은 바로 생사천겁의 특수성 때문이었소. 잘 알다시피 생사천겁은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통과할 수 있소. 만약 외부 조력을 과도하게 받게 되면 실패로 간주하오. 태자의 생사천겁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므로 그동안 많은 것을 밝히지 않은 것이오.”

“백자안 공자의 상태는 어떤가요? 정말 아직 살아 있는 겁니까?”

천상선녀의 첫 번째 물음이었다.

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는 살아 있소. 숨을 쉬지 않는 것은 귀식대법이 자동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오. 다만 마제가 금제를 가한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긴 하오.”

“그럼 정말 백 공자가 깨어나지 않으면 태자님도 깨어나지 못하는 건가요?”

“그렇소.”

“태자님과 백 공자 두 분의 관계를 알고 싶어요. 백 공자가 태자님의 대리자로 선정되어 대리 생사천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소. 백자안 이 친구는 태자의 생사천겁을 대신 겪고 있소. 다만 그 과정에는 매우 신비한 힘이 작용하고 있소. 그 사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의구심이 깊었을 것이오.”

“신비한 힘이 바로 우담화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백 공자와 우담화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일전에 말씀하셨는데,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요.”

“그것은 지금 밝힐 수 없소. 아직 생사천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오. 생사천겁이 끝나고 태자가 깨어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오.”

“태자님이 깨어나면 백 공자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다시 무림으로 돌아가 무림을 다스리게 되나요?”

“그것 역시 생사천겁이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이오. 지금 말해주면 생사천겁 완성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이해하시오.”

“네. 천제님. 일단 마제의 금제를 푸는 게 급선무일 테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현명한 생각이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오. 총군사께서는 궁금한 게 없으시오?”

“네. 어차피 이제 다 알게 될 것이니까요.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긴 합니다.”

“그게 무엇이오?”

“모든 것이 평화롭게 마무리되기 위해 결국 한 사람이 희생될 것 같은데, 제 예상이 맞습니까?”

“그렇소. 나 역시 그 점이 너무나 아쉽소. 하지만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으니 나 역시 어쩔 수가 없구려.”

천제가 안색을 굳혔다.

천상선녀가 굳은 안색으로 물었다.

“희생을 당하는 사람이 혹시 백자안 공자인가요?”

“그렇소. 그는 아마 결국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지금 백 공자를 살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요? 설마 태자님 때문에 잠시 살린 후 다시 죽이려는 건가요?”

“그렇소. 일단 태자가 깨어나면 그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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