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217화 (217/250)

[제70장] 금지된 술법 2

둥둥둥!

“지금부터 산동성 무림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십만에 달하는 군웅들이 일제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남 인근에 있는 태산 일대가 혈교 잔당에 의해 장악되자 이를 물리치기 위해 모인 군웅들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물론 지존맹 제남지부 대연무장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바로 출정할 수 있도록 다들 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전에 토벌대의 지휘체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혈교 잔당의 수괴인 십만혈군의 술법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 수립이었다.

술법 방어진법을 토벌대 전체가 펼쳐야 하므로 그 습득 시간이 필요했다.

그 때문일까.

아무래도 오늘 중으로 출정은 어렵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술법사들의 견해를 들어보고 판단할 문제였다.

토벌이 하루 늦춰지면 그만큼 놈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기에 최대한 빠를수록 좋았다.

제남지부 총관이자 오늘 대회 사회를 맡은 산동선생(山東先生)이 말했다.

“먼저 본 대회를 주최하신 지존맹 산동성 총지부장이신 모용곽 대협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용대협께서는 이곳 제남지부장이기도 하시며, 이번 혈교 잔당 토벌을 총지휘하고 계십니다. 다들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와아아!

짝짝짝!

다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비록 일차 토벌대로 보냈던 지부 무사들이 대패를 당했지만, 그래도 믿을만한 고수가 바로 모용곽인 것이다.

모용곽이 포권한 후 말했다.

“모용곽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영웅첩에 응해주시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우리 산동무림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이렇게 많은 분을 모이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태산은 이곳에서 멀지 않습니다. 이 기세를 모아 놈들을 토벌한다면 우리 산동무림은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겁니다.”

군웅들이 다시금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모용곽이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비록 일차토벌로 보낸 삼천 명의 무사들이 전멸을 당했지만, 십만의 병력이라면 그 어떤 세력도 상대할 수 있는 규모였다.

“영웅 여러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태산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문제는 십만혈군 그놈의 술법입니다. 사람들을 돌로 만드는 그 술법은 술법계에서 조차 금지된 것으로 반드시 그 대책을 미리 수립해야 할 겁니다. 이에 천하 각지에서 술법사들이 대거 와주셨습니다. 그분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용곽이 단상에 앉아 있는 십여 명의 술법사들을 소개했다.

술법사라 했지만, 겉모습만 보면 보통 무림인들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술법 또한 도술의 일종으로 생각해서인지 도포를 입은 사람이 많았다.

병장기 역시 검이나 도 같은 일반 무기보다 부채나 피리 등 특색 있는 무기들이 많이 보였다.

“그럼 어젯밤 술법사들이 자체 추대한 대표 술법사 한 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양생술사(養生術士)님이십니다.”

짝짝짝.

박수와 함께 백발노인 한 명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바로 술법계의 원로인 양생술사였다.

단상 밑에 있던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제 객방에서 술법에 관해 이야기하던 만변술사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아침에 갑자기 사라져 버려 지금까지 그 소재를 알 수 없었다.

대회장에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만변술사가 이의를 제기해야 더욱 확실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텐데······.’

백자안이 걱정했으나 그 역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간밤의 술법 연구에도 이렇다 할 수확이 없었다.

따라서 지금에 와서는 양생술사의 계획에 기대를 걸어보는 그였다.

“우리 술법사들은 그동안 십만혈군의 술법에 관해 연구를 깊이 있게 했습니다. 그 결과 술법 방어진법을 하나 만들 수 있었습니다. 놈이 무사들을 돌로 만드는 술법은 매우 무서운 것으로, 혈교 내에서도 금지된 술법이라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펼치는 술법 방어진법을 뚫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일단 놈의 술법을 우리가 막아내면 놈의 기혈 역시 흔들리게 마련이고, 그때 고수분들이 공격을 가하면 놈을 제거할 수 있을 겁니다.”

와아아!

군웅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말은 안 해도 다들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양생술사가 자신 있게 대책을 수립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술법 방어진법을 펼치기 위해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없습니다. 저희 술법사들이 시키는 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뿐입니다. 멋대로 자리를 이탈해 개인행동을 하게 되면 진에 빈틈이 생기게 되니 그 점만 주의해주십시오. 그렇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

와아아.

군웅들이 함성으로 대답했다.

양생술사가 포권으로 답한 후 자리로 돌아가자, 산동선생이 말했다.

“정보에 의하면 십만혈군 그놈이 태산 태음동(太陰洞)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그곳으로 출발하고 싶지만, 그래도 술법 방어진법을 몇 번 연습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양생술사께서는 연습이 필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 모두 다 돌로 변할 수도 있으니 다들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지휘체계입니다. 산동을 비롯해 천하 각지에서 많은 고수분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신 것 같은데, 우리 대표로 누구를 뽑아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모용대협께서 맡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소이다. 모용대협이 적격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강호 관례에 의해 모용 대협께서 세 분의 도전자를 받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여러분을 통솔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테니까요. 아, 물론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그대로 모용대협으로 결정될 겁니다.”

산동선생이 득의한 표정을 지었다.

혹여 수장 자리를 노릴 사람이 나타날 까 우려를 했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사자인 모용곽 역시 표정 관리에 들어가 있었다.

이번 토벌이 성공한다면 그의 명성 또한 매우 높아질 게 확실했다.

그가 총단에 지원 병력을 보내 달라고 직접 요청하지 않은 것도 최대한 자기 선에서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둥둥둥!

북소리가 여러 차례 울렸다.

하지만 끝내 도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이로써 이번 토벌의 총지휘자는 모용대협으로 결정되었음을 알립니다. 식사를 잠시 한 후 곧바로 방어진법 연습이 있을 것이니 다들 그렇게 알고 준비해주십시오. 실제 출정은 내일 새벽 이루어질 겁니다. 서둘러 가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이상입니다.”

군웅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며 열광했다.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곧바로 준비된 음식과 술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백자안과 방일화 역시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사부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태산에 먼저 가본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십만혈군 그자가 태음동이란 동굴에 있다고 하니 그 위치를 알아낸 후 먼저 가볼 생각이다. 다만 지금 말고 오늘 밤 가볼 생각이다. 아무래도 낮에는 그자 역시 방어 준비를 하느라 동굴 밖에 있을 가능성이 클 테니까.”

“네. 그게 좋겠네요. 한데 사부님께서 연마하신 그 특수 이동대법은 그 장소만 확실히 알면 곧바로 이동이 가능한 건가요?”

“원칙은 그렇지. 하지만 방어진법 같은 것이 펼쳐져 있으면 쉽지 않다.”

“그러면 태음동 바로 앞에 일단 가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렇다. 나 혼자 가볼 생각이니 너는 토벌대와 함께 있으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해라.”

“저도 함께 가고 싶어요. 어차피 시차가 나니까 이곳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십만혈군 그놈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수하들도 있을 것이니 제가 필요할 거예요. 예를 들어 사부님께서 십만혈군 그놈에게 섭혼술을 펼치려면 외부의 방해가 없어야 하잖아요? 그때 제가 호법을 서서 외부 침입을 막아드릴 수 있을 거예요.”

“으음, 좋다. 하지만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구나. 십만혈군 그자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이곳 분위기를 알 테니까 말이다.”

“놈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사부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결국은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게 아니겠어요?”

“하하하. 그 말은 내가 했던 것 같은데, 좋다. 그렇게 하자.”

“호호.”

* * *

태산 태음동.

야심한 시각.

두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바로 백자안과 방일화였다.

태음동의 위치를 파악한 백자안이 특수 이동대법을 펼쳐 방일화와 함께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동굴 주위에 절진이 펼쳐져 있을 것을 우려하여 일단 외곽에 도착한 두 사람이었다.

한데 예상과 달리 동굴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삼만 명에 달한다는 혈교 잔당 역시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자안이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방일화가 말했다.

“혹시 진법 때문에 기파가 감지되지 않는 게 아닐까요? 이곳 태음동은 태산 깊숙한 곳과 연결되어 수십만 명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금지된 술법을 익혔을 정도라면 진법 역시 매우 강하게 펼칠 수 있겠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방법이 있겠느냐? 정면 돌파해야지. 일화 너는 이곳에서 나를 기다려라.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면 다른 곳에서 놈들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니, 그때는 놈들을 막고 있어라.”

“네. 사부님. 몸조심하세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나는 네가 걱정이다. 혹시라도 십만혈군 그자가 나타나면 절대 정면 승부를 걸지 말고 피하도록 해라. 내가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동굴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역시 아무도 막는 자가 없었다.

백자안이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을 바로 그때였다.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동굴 입구가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밖에 있던 방일화가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사부님!”

* * *

동굴이 무너지자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백자안이었다.

입구 부분만 무너졌지만, 퇴로가 막힌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그가 진짜 놀란 것은 기관진식이 그의 이목을 속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지금 그의 무공 수위는 스스로 생각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정확히 파악은 못 하고 있지만 지성자 달성도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 때문에 웬만한 기관과 진법은 곧바로 감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도 알지 못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단 들어왔으니 계속 들어갈 수밖에. 끝까지 가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조급히 굴지 말자.’

백자안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벽에 야명석이 박혀 있어 동굴 안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다만 백자안은 동굴 내부가 최근 인위적으로 개조가 된 느낌을 받았다.

어떤 거대한 힘으로 동굴 곳곳에 함정이 설치된 느낌이었다.

‘어쩌면 십만혈군 그자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처음부터 나를 노린 것인가. 내가 이곳에 올 줄을 알았다면 보통 능력의 소유자가 아닐 것이다.’

벡자안이 안색을 굳히며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출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소름 끼치도록 기괴한 음성 하나가 들려왔다.

“백자안! 마계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하겠다.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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