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216화 (216/250)
  • [제70장] 금지된 술법 1

    [제70장] 금지된 술법

    “십만혈군 그놈에게 당하면 무조건 돌이 된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물론이네. 지금 태산에는 그렇게 변한 돌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하네.”

    “하기야 오죽하면 지존맹 제남지부에서 자체 무림대회를 열겠나? 내일 대회에서 자세한 것이 밝혀지겠군.”

    “그렇겠지. 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낙양 총단에 계신 맹주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 맹주님의 무공은 천하제일이니 십마혈군 그놈의 술법이 아무리 뛰어나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실 거야.”

    “총단에서 곧 지원병력을 파견하지 않을까?”

    “이번 무림대회에서 산동성 무림인들이 대거 모일 것이니, 힘을 합쳐 토벌해보고 안 되면 그때는 총단에서 직접 나서겠지. 사실 이번에 태산 일대를 장악한 혈교 일당의 수가 삼만 정도로, 병력으로만 보면 얼마든지 산동 무림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지.”

    “하기야 내일 무림대회에 모일 무사들의 수도 최소한 십만 정도는 될 거라고 하더군.”

    “생각보다 많군. 그동안 놈들에게 당한 병력도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다들 말은 안 해도 위협을 느끼는 모양이야.”

    “물론이지. 그냥 무공이 강한 것도 아니고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린다니. 게다가 그 술법이 금지된 것이라고 하지 않나? 피해 지역이 늘어나기 전에 힘을 모아 제거해야지.”

    “맞는 말일세. 우리도 내일 무림대회에 참가해 힘을 보태세.”

    “당연하지. 하하하.”

    대한들의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백자안과 방일화가 식사를 마무리했다.

    반 시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객잔 안에서 두 사람이 들은 정보는 상당히 많았다.

    특히 제남지부 무사들의 무력감과 총단 지원에 대한 기대. 그리고 최후의 순간 백자안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 등.

    제남지부에 바로 가서는 좀체 얻을 수 없는 무림 민심이었다.

    “사부님. 내일 대회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일 것 같군요.”

    “아마 그럴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금지된 술법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요?”

    “그렇다. 아무리 무공이 높은 고수라도 의외로 술법에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그럴 때 혼자서 상대하는 것보다 힘을 합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만큼 해결 방안도 많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십만혈군을 상대할 또 다른 술법사의 등장 같은 건가요?”

    “그렇다. 하지만 자고로 술법의 최고봉은 혈교에서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십만혈군을 제압할 술법사는 드물 것이다.”

    “사부님은 자신 있으세요? 특히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그 술법은 저 또한 매우 두려운 게 사실이에요. 중간지대에 돌로 변한 무림인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지요. 두 수법은 같은 것인가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사점이 있을 것이고, 내가 십만혈군 그자에게서 알아낼 것이 바로 그 점이다.”

    “하지만 중간지대에 있는 무림인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지성자뿐이라고 하셨잖아요?”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내가 중간지대에 갇혔을 때 그곳을 나갈 방법은 구중천심공을 대성하는 것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전에 무명폭잠공을 이용해 중간지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 물론 중간에 회오리바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말이다.”

    “듣고 보니 그러하네요. 그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신기해요. 특히 그 회오리바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네 생각은 어떠하냐? 나에 대해서 그 정도까지 아는 사람은 네가 거의 유일하니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

    “제 생각에는 그 회오비람은 반드시 천계와 관련이 있을 거예요.”

    방일화가 눈을 빛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음파를 차단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네 생각도 나와 같구나. 그렇다면 내가 결국 천계에 의해 토사구팽당할 것이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부님과 천계 태자라는 분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아요. 천상선녀라는 분은 왜 그렇게 안 나타나는지 제가 더 답답하군요.”

    “나보다 더하겠느냐? 하지만 그녀 역시 고충이 있겠지. 어쩌면 생사천겁이란 것이 여전히 계속 중일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아! 그러하네요. 생사천겁의 진행에 대해 천계에서 간섭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 생사천겁이 끝나야 비로소 모든 일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게 추측일 뿐이죠. 지금 중요한 것은 혈교 잔당 토벌이니 거기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토벌이 성공하면 무림도 이제 완전히 평화를 찾게 될 것이니, 그때가 되면 생사천겁 또한 끝나지 않겠어요?”

    “나 또한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그게 무엇인가요? 혹시 마계의 복수?”

    “그렇다. 일화 네가 그동안 매우 총명해졌구나.”

    “호호호! 과찬이세요. 다만 마계의 복수 역시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사부님께서 구천마녀를 제거해 복수를 걱정하시는 건데, 복수하려면 벌써 했지 않겠어요? 아마도 마계 역시 천계의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살수를 파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글쎄다. 두고 보면 알겠지. 이제 슬슬 일어나볼까?”

    “네. 제남지부로 가도록 해요.”

    * * *

    백자안과 방일화가 지존맹 제남지부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였다.

    두 사람은 낭인무사를 자처하며 객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다만 남녀유별이라 각기 다른 방에서 묵어야 했다.

    물론 그 방은 독방이 아니라 십여 명이 함께 쓰는 큰 방이었다.

    백자안과 방일화는 어차피 하루만 임시로 묵을 방이라 개의치 않았다.

    아직 태산 쪽에서 혈교 잔당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고, 아무래도 구체적인 작전 계획 같은 것은 내일 대회가 열려야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백자안이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십만혈군에 대한 것이었다.

    ‘으음, 이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깝긴 하군. 어쩔 수 없이 모용곽을 만나야 한단 말인가.’

    백자안이 큰 방 한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눈을 빛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물론 백자안처럼 혼자 앉아 조용히 운기조식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집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이렇다 할 고수는 없군. 다만 저 사람이 조금 기도가 비범하군.’

    백자안이 도포를 입은 청의중년인 한 명을 쳐다봤다.

    부채를 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십만혈군의 술법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십만혈군 그놈의 술법이 왜 금지된 술법이지? 사람을 돌로 만들어서 그런 것인가? 아는 분이 있으면 이야기 좀 해주시오.”

    “그야 우리는 모르지. 혈교에서 금지시킨 술법이니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소?”

    “내일 술법사들이 참석한다고 하니 그때 이야기가 있지 않겠소? 우리는 졸개들만 상대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오. 내 아까 밖에서 잠깐 들으니 술법사들이 대항술법을 펼칠 계획이라고 하오. 그리고 만에 하나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술법 방어진법까지 펼친다고 하더군.”

    “술법 방어진법이 무엇이오?”

    “하하하. 나 역시 아직 자세히는 모르오. 다만 일종의 보호진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술법이 통하지 않게 하는 일종의 방어막이라 할 수 있겠지.”

    “그 술법 방어진법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마지막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예의 청의중년인이었다.

    “귀하는 뉘신 데 그렇게 장담하시오?”

    “나는 떠돌이 술법사요. 금지된 술법은 절대 진법으로 막을 수 없소. 오직 대항술법만이 사람들이 돌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귀하는 혹시 만변술사(萬變術士)가 아니오?”

    “그렇소.”

    청의중년인, 즉 만변술사가 시인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자안 역시 그의 별호를 알고 있었기에 가볍게 놀랐다.

    ‘만변술사라면 강호에 명성이 매우 높은 술법사인데 이곳에 있었구나.’

    “술법사들은 따로 모여 있다고 하던데 왜 이곳에 계신 거요?”

    “하하하. 나는 늘 혼자 지내는 편이라 굳이 지휘부에 이야기하지 않았소. 내 얼굴을 아는 사람도 드물어서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소. 한데 내가 만변술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일전에 귀하를 직접 만난 친구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소. 이마에 푸른 점이 있고 늘 부채를 들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내가 본 얼굴로 다닌 경우는 드문데 어떻게 친구분과 만났던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좋소이다. 나도 이번에 본 얼굴로 활동을 할 생각이니까요.”

    만변술사가 득의한 표정을 지었다.

    술법에서만큼은 자신이 일인자라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하지만 다른 술법사와 왕래가 거의 없어 공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무림계에서는 술법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십만혈군의 등장은 술법사들에게는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십만혈군의 술법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단번에 명성을 얻게 되기 때문이었다.

    “혹시 귀하는 십만혈군의 술법을 막을 수 있소?”

    백자안의 질문이었다.

    “물론이오.”

    “그럼 돌로 변한 사람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소?”

    “그건 불가능하오. 술법이 이미 완성된 후에는 그것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절대 되돌릴 수 없소. 따라서 놈이 술법을 펼치기 전에 대항술법으로 막아야 하오. 술법이 깨어지면 십만혈군 그자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그게 정말이오? 술법에는 늘 해법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은 너무 극단적인 견해 같군요. 최소한 십만혈군 자신은 돌로 변한 사람들을 되살릴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 아니오?”

    “하하하. 귀하의 말씀 역시 일리가 있소. 하지만 그것은 일반 술법의 경우에만 맞는 말이오. 예를 들어 술법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둔갑술의 경우는 언제나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소. 역시 배교의 술법 또한 같은 원리로 회복이 가능하오. 한데 금지된 술법의 경우에는 그러지 못하오. 회복이 되지 않소.”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지된 술법이 된 것이오?”

    “그렇소. 원래 모든 술법은 임시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어 회복력이 있게 마련이오. 하지만 금지된 술법의 경우는 그러하지 못하오. 또한 그런 금지된 술법의 경우에는 결국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오. 금지된 술법을 술법사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적과 우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차별 공격을 가할 우려가 있는 것이오. 이제 어째서 혈교에서 그 술법을 금지시켰는지 알겠소?”

    “으음······.”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십만혈군을 만나도 어쩌면 수확이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귀하는 누구요?”

    만변술사가 백자안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그 역시 백자안의 기도가 남다름을 느낀 것 같았다.

    “이름 없는 낭인무사에 불과하오. 귀하의 말씀은 잘 들었소. 아무쪼록 십만혈군의 술법을 잘 깨트려 주기 바라오.”

    “알겠소.”

    만변술사가 시큰둥해하며 다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내용은 그다지 중요한 게 없었다.

    백자안은 조용히 묵상에 잠겼다.

    ‘결국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데, 내가 알고 있는 술법들을 총정리해봐야겠구나. 여러 비술을 연구하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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