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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13화 (213/250)
  • [제69장] 천족의 후예 1

    [제69장] 천족의 후예

    “휴우!”

    백자안이 회복운공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 시진 정도의 운공으로 독지네의 독을 몸에서 몰아낸 것이었다.

    그의 몸이 만독불침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해독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중독되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세 번째로 중독되면 비록 해독된 상태라 해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네의 독이 갈수록 독해지고 있다. 그 수도 수천만 마리로 불어난 것 같구나.’

    백자안이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는 바위기둥을 쳐다봤다.

    다행히 독지네들이 바위를 벗어나 백자안이 있는 곳까지 오지는 않았다.

    놈들이 공격하는 범위는 바위를 중심으로 최대 십장 거리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백자안으로서는 충분히 안심 놓고 회복운공을 할 수 있었다.

    백자안이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절대황녀를 쳐다봤다.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으나 아무래도 신선계 밖으로 나가야 정신이 돌아올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금 상태를 유지할지 알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절대황녀를 이렇게 계속 방치할 수도 없다. 한 번 더 시도해보고 안 되면 무림으로 데려가야 한다. 특수 이동대법으로 무림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백자안이 천천히 바위기둥 쪽으로 걸어갔다.

    불꽃 위에는 우두머리 독지네가 마치 수문장처럼 떠 있었다.

    누구든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백자안이 십장 이내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우두머리 독지네가 돌연 말을 했다.

    “후후후! 백자안!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지키고 있는 한 어림도 없다.”

    “말을 할 줄 아는구나. 구천마녀가 네놈을 파견한 것이냐?”

    “나는 마계에서 직접 파견되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이지. 한 번만 더 네놈 공격을 막아내면 이곳이 영구히 무너져 은둔반선들을 소환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냐?”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사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은둔반선들이 소환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였던 정심회 반선들이 모두 제거된 뒤라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궁금한 모양이군. 좋다. 설명해주마. 의문점을 이야기해보아라.”

    “은둔반선들이 소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 그분들 스스로 은둔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소환력으로 소환되는 은둔반선들은 일반 은둔반선들이 아니다.”

    “은둔반선들도 일반과 특수로 나뉘는 것이냐?”

    “그렇다. 네 말대로 특수 반선들만이 소환령에 따라 소환되지.”

    “소환되면 이후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소환되는 반선들은 소환을 한 사람의 명을 들어야 한다. 네놈이 만일 소환에 성공한다면 그들에게 명을 내릴 수 있지. 보나 마나 너는 그들에게 신선계가 본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질서 유지를 명하겠지.”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 될 것이다. 다시는 정심회처럼 세상을 어지럽히는 단체가 나오지 않도록 부탁하는 것이지. 한데 그분들은 어떻게 소환력에 의해서만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냐? 그것 또한 만년서약의 일부인가?”

    “그렇다. 역시 총명하군. 특수 은둔반선들은 이곳 신선계에서 수도하기 전 만년서약과 동시에 소환령에 응한다는 맹세까지 했다. 그 대신 그들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수도에 전념할 수 있는 특권을 받았지. 그에 반해 일반 은둔반선들은 언제든 자의로 공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외부 공격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 정심회 반선들은 모두 그런 일반 은둔반선들 출신이었다.”

    “역시 복잡하군. 하지만 좋다. 어차피 정심회 반선들은 백대마신과 함께 모두 소멸하였으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느냐?”

    “물론이다. 이게 다 네놈이 천마신과 구천마녀를 죽인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천계의 안배라 할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백자안 네놈 역시 어차피 천계의 안배에 의해 이용당한 희생자에 불과하다. 아마도 네놈이 나까지 죽이고 특수 은둔반선들을 소환하는 데 성공하면 그것으로 네 임무는 끝일 것이다. 이후 네놈은 토사구팽당할 거라는 말이다. 너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겠지. 그러하니 지금이라도 우리 마계와 손을 잡는 것이 어떻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군.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백자안이 언성을 조금 높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철렁하는 느낌이 있었다.

    사실 무저곡에서 반로환동하고 시간 회귀까지 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당시 그에게 벌어졌던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모두 천계의 안배였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조금씩 하고 있었다.

    특히 신비의 회오리바람이 그러했다.

    “헛소리가 아니다. 애초부터 너는 천계의 이용물에 불과했다. 자신들이 직접 정심회 반선들과 백대마신을 제거하기 힘드니까 너를 이용한 것이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느냐?”

    “물론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최근 들어 너의 정체가 마계 총단에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지. 너는 혹시 반로환동과 동시에 시간 회귀를 동시에 겪지 않았느냐?”

    “으음······.”

    백자안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반로환동과 시간 회귀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한데 우두머리 독지네가 알고 있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느냐?”

    “마계 총단에는 정보를 담당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는 천계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매일 수집하고 조사를 하지. 특히 최근 천상선녀가 신선계에 나타난 것이 결정적이었지. 우리는 그녀의 행적을 추적해 백자안 네놈이 생사천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생사천겁에 대해서는 천마신이 말해준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으냐?”

    “대충 듣긴 했다. 하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역시 내가 천족의 후예라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일반 무림인으로 천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하니 이 어찌 모순된 말이 아니겠느냐?”

    “하하하! 어리석구나. 아직도 내 뜻을 모르다니. 아니 생사천겁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사실 우리도 처음에는 네가 단순히 천족의 후예라고 생각을 했었다. 구천마녀와 천마신 또한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말을 돌리지 말고 확실히 말해라. 그렇게 해야 내가 네 제의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게 아니냐?”

    “후후후! 이제야 조금 말이 되는군. 물론 아직은 내게서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속임수에 불과하겠지만, 모두 듣고 나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서 말해라. 생사천겁이 대체 무엇이냐? 내가 정말 천족의 후예가 아니냐? 천족은 천계에서 어떤 지위에 있느냐?”

    백자안이 내친김에 여러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고 마계와 손잡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의문점을 완전히 풀 생각이었다.

    “후후후! 설명해주지. 먼저 생사천겁이란 천족의 후예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기쁨이 될 수도 있지. 쉽게 말해 향후 진정한 천족이 되기 위해서 무조건 거쳐야 하는 절차라 할 수 있다. 천족은 바로 천제의 후손들을 일컫는 말이다. 천계에는 마계와 마찬가지로 일반천신과 진성천신이 있는데, 천족은 진성천신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혈통이지. 마계의 마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천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천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족 또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너는 생사천겁을 겪고 있지만 천족의 후예는 아니다.”

    “그 이유는?”

    “천족의 후예는 생사천겁을 통과해야만 진정한 천족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게 되는데, 그 생사천겁을 통과하는 과정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지. 일반적으로 천족의 후예는 대부분 천족의 지위를 얻게 되지만, 문제는 그가 향후 천제가 될 사람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천족이라도 다 같은 천족이 아니기 때문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천제의 아들 중 차기 천제로 예정된 태자의 경우는 다른 천족의 후예와 다르게 특별한 생사천겁을 겪게 된다. 왜냐하면 생사천겁을 통과하는 데 실패하여 소멸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지. 그 때문에 안전을 기하기 위해 천계 태자의 경우 대리자를 이용해 생사천겁을 겪게 된다. 그 대리자가 바로 너다.”

    “내가 태자의 생사천겁을 위해 대리자로 선정되었었다는 말이냐?”

    “그렇다. 네가 반로환동했을 당시 시간 회귀까지 한 것은 바로 그때 생사천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지. 중요한 것은 생사천겁이 성공하면 너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다. 이용 가치가 다했기 때문이지.”

    “네 말이 맞는다고 하자.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내가 죽는다는 것을 믿으라는 말이냐? 설사 내가 천계 태자의 대리자로 활동했다고 해도 생사천겁 이후에는 각자 행동하면 되는 것이지.”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일단 우두머리 독지네의 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것 같았다.

    물론 이는 그 전제 사실이 맞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것까지 알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재미있구나. 큰 충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겉으로는 동요가 심하지 않군.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다. 생사천겁은 이제 너의 존재 이유가 되었기 때문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마계와 손잡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당장 네가 특수 은둔반선을 소환하지만 않으면 너는 네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생사천겁 때문에 오히려 너의 목숨이 끊어지기를 바라느냐? 아니면 이 정도에서 멈추고 우리와 손잡겠느냐? 선택은 너의 몫이다.”

    “네 말만 믿고 어떻게 내가 결정을 하겠느냐? 설사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마계와 손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

    “어리석은 놈! 네놈 인생이 불쌍해서 알려주는 것인데 고집을 부리다니. 좋다. 결정적인 사실을 하나 알려주지. 지금 천계 태자는 네놈 때문에 무의식 상태에 있다. 네가 죽어야만 그가 깨어나게 된다. 그러니 생사천겁 이후에는 천계에서 너를 보호해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내 말은 사실이니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천상선녀에게 확인을 해보도록 해라.”

    “천상선녀는 천계 태자와 무슨 관계에 있나?”

    “그녀는 천계 태자의 정혼녀다. 태자의 생사천겁이 끝난 후 두 사람이 혼인하게 되어 있지. 하지만 그녀는 태자가 굳이 천제 자리를 이어받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말은 네가 언제든 죽어도 좋다는 것이지. 비록 생사천겁에 실패해도 태자와 혼인하여 평화롭게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럴듯하군.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나는 다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어리석은 놈. 네 무덤을 스스로 파는구나. 하지만 내 말을 끝내 믿지 못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너는 중간지대에 돌로 변해있는 사람들을 회복시키고 싶겠지만, 생사천겁이 끝난 후에는 그럴 기회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좋겠냐?”

    “으음······.”

    백자안이 다시 안색을 굳혔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상대의 말이지만 제법 큰 동요를 보인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중간지대에 있는 수백만 개의 돌은 네가 예상하듯이 무림인들이다. 대부분 삼의맹과 영웅맹 무사들이지만, 그중에는 네놈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지. 하지만 천계로서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다. 생사천겁이 끝나면 너는 죽어야 하므로 그들을 구할 사람은 영원히 나타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설사 네가 태자 자신이라고 해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네가 태자라면 생사천겁 이후 곧바로 천계로 복귀해야 할 테니까, 누가 그들을 구할 수 있겠는가?”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군. 더는 대답을 듣기 싫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백자안이 지존검에 이어 천마검을 꺼내 높이 들었다.

    우두머리 독지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지네 무리를 상대할 방법을 연구한 결과 천마룡을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지존검을 상대하기 위해 파견된 마물이기 때문에 의외로 천마룡의 불길에 약할 가능성이 크다. 천마룡은 원래 마물 중 으뜸이었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일단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놈이 내가 심마에 걸리는 것을 바라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백자안이 천마검에 내공을 불어넣어 천마룡을 불러냈다.

    곧이어 거대한 천마룡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주인을 만났기 때문인가.

    천마룡이 포효했다.

    “쿠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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