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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12화 (212/250)
  • [제68장] 생사천겁 3

    백자안의 피가 다시 돌아가자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당연히 천마신이었다.

    부활대법을 거의 마무리하기 직전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 컸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는 부활대법의 특성으로 한번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그 속도가 열 배 이상 빨라지기 때문이었다.

    천마신의 눈이 급히 구천마녀에게 향했다.

    도움을 청하는 게 틀림없었다.

    “어서!”

    천마신이 급히 소리쳤다.

    구천마녀 역시 당황하며 백자안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쏴아아.

    꽈앙 하는 소리와 함께 백자안의 신형이 흔들렸다. 하지만 피를 회수하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아니 피만이 아니었다.

    피로 만들어진 붉은 안개 역시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천마신이 다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서 놈의 목을 베십시오!”

    “알겠어요.”

    구천마녀가 품속에서 비수 하나를 꺼내 그대로 백자안의 목을 갈랐다.

    그녀의 비수는 보통 비수가 아니었다. 백자안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호신강기 때문인지 목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빠져나간 피가 회수됨과 동시에 호신강기 또한 되살아난 것 같았다.

    이제 망부곡에 있던 안개는 모두 걷힌 상태.

    남은 것은 천마신의 공력이었다.

    백자안의 피가 모두 회수되자 천마신의 공력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그동안 구천마녀는 계속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백자안의 몸은 금강불괴와도 같았다.

    “어찌 이런!”

    구천마녀가 망연자실할 때.

    천마신의 몸이 쩍쩍 갈라지며 그대로 터져버렸다.

    “크윽!”

    천마신이 비명과 함께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완전히 봉인을 풀어 천하무적이 되었다는 그의 말이 무색했다.

    다음 차례는 구천마녀였다.

    백자안이 우수가 그녀의 맥문을 잡자, 이번에도 흡수대법이 발동했다.

    “이런······.”

    구천마녀가 당황했으니 그녀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마신과 달리 절대황녀로부터 몸을 빌린 상태였다.

    백자안이 교묘한 수법으로 구천마녀의 혼만 공격했다. 견디다 못한 그녀가 절대황녀의 몸속에 빠져나와 본신을 드러냈다.

    털썩.

    몸을 되찾은 절대황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백자안이 공격할 대상은 이제 그녀가 아니라 구천마녀의 본신이었다.

    쏴아아.

    백자안이 급히 우수를 뻗어 흡수대법을 펼치자, 구천마녀의 본신마저 잡혀 공력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구천마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교의 흡수대법의 위력은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무림인의 무공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기야 조금 전 소멸한 천마신의 경우를 생각하면 자신의 처지 역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불가항력.

    흡수대법이 강해서가 아니라 백자안의 무위 자체가 절대적이었다.

    “으으······ 설마 지성자에 도달한 것인가. 하지만 나를 죽이면 마계 총단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네놈이 어디에 있든 반드시 피의 보복이 있을 것이다.”

    구천마녀가 경악했다.

    하지만 공력은 금세 완전히 빠져나가 버렸다.

    파파팡.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구천마녀의 본신 또한 소멸하고 말았다.

    그 순간 백자안이 차고 있던 구천마갑 또한 먼지로 변해버렸다.

    한편 그녀의 본신은 예상대로 나이를 추측할 수 없는 노파였다. 그녀 역시 마계사자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소멸한 것이었다.

    그때였다.

    조금 전 천마신의 소멸로 인한 여파인가.

    정심회 반선과 마신들로 추정되던 일만여 개의 돌이 부시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생명이 연동된 천마신이 소멸하자, 조금 뒤늦게 나머지 마신들과 반신들 모두 소멸하고 만 것이었다.

    “휴우!”

    백자안이 한숨과 함께 주위를 둘러봤다.

    삼의맹과 영웅맹 무사들로 추정되는 수백만 개의 돌만 원래대로 남아 있었다.

    기세를 모아 그들을 회복시키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힘이 부족했다.

    절박한 상태애서 무형검 경지가 일취월장했지만, 여전히 최고봉은 아니었다.

    그래도 막강한 적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그는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지존검의 각성으로 인해 잠재되어 있던 힘이 폭발한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천마신과 구천마녀를 제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만여 정심회 반선과 백대마신 모두 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정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구나. 하지만 무림인들을 구할 능력이 여전히 없으니 그게 난감하구나.’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최후의 적으로 생각했던 천마신과 구천마녀가 제거되었지만, 마음은 그다지 가볍지 못했다.

    아직 남아 있는 돌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 지성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만일의 경우 마계에 있다는 진성마신들이 공격을 가해올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천마신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구천마녀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가 경고도 했었지만, 마계 총단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해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따질 때가 아니었다.

    비약적으로 높아진 무공 경지를 여기서 더욱 높여 지성자까지 도전해볼 것인지, 아니면 일단 이곳을 떠나 지성자가 된 후 다시 돌아올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휴우!”

    백자안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일단 정신을 잃고 있는 절대황녀에게 갔다.

    아무래도 황제 신분인 그녀의 몸 상태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백자안이 그녀에게 내공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몸을 빼앗긴 충격이 큰지 쉽사리 정신이 돌아오지 못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아무래도 이곳 중간지대에서 빠져나가야 정신이 돌아올 것 같구나.’

    백자안이 절대황녀를 옆에 잠시 두고, 이번에는 구천마녀의 시체 앞으로 갔다.

    소멸한 그의 육신은 한 줌 고름으로 변해있었다.

    백자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섭혼술을 펼쳤다.

    과감하게 그녀의 기억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특히 그가 알아내려는 정보는 바로 은둔반선들을 소환하는데 필요한 장소였다.

    특정 장소에 지존검을 꽂아야 은둔반선들이 소환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망부석들을 회복시키는 일은 나중에 미루더라도 신선계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곧바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렇게 섭혼술을 펼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가까스로 구천마녀의 기억 중 일부를 읽어낼 수 있었다.

    특히 다행히도 그중에 백자안이 알고 싶었던 특정 장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소환봉(召喚峰)이라. 이름에서부터 그 봉우리 특징이 드러나는구나. 절대마물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고 했지만, 지금 내 무공 경지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 특수 이동대법이 가능한지 시험부터 해보는 게 좋겠군.’

    백자안이 공터를 이용해 특수 이동대법을 시범 삼아 펼쳐보았다.

    그 결과 무리 없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일단 신선계로 돌아가 소환봉으로 가자.’

    백자안이 절대황녀를 등에 업고 곧바로 특수 이동대법을 펼쳤다.

    그가 일단 도착한 곳은 그와 천마신, 구천마녀 세 사람이 통과했던 통로였다.

    신선계와 중간지대를 연결하는 길.

    백자안은 안전을 기하기 위해 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 길을 이용했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긴 하나 일단 내가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간다. 은둔반선들이 신선계를 다스리면 나는 무림으로 돌아가 지성자가 되기 위해 매진하면 될 것이다.’

    * * *

    신선계 소환봉.

    백자안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해 질 무렵이었다.

    소환봉 위에는 붉은 안개가 가득했다.

    백자안이 신선운을 타고 봉우리 위에 내리자 우뚝 솟은 바위 하나가 보였다.

    서약의 돌보다 부피는 작지만 십장 이상 높이라 올라가 보지 않으면 그 윗면을 알 수 없었다.

    구천마녀의 기억상으로는 그 바위 위에 지존검을 꽂는 자리가 있었다.

    백자안이 절대황녀를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놓은 후 바위 쪽으로 다가가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절대마물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마물은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은 없다. 일단 올라가 보자.’

    휙휙.

    백자안의 신형이 위로 솟구쳤다.

    십장 높이였지만 금세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기둥 모양의 바위 바닥을 보니 동심원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곳에 각성한 지존검을 꽂으면 소환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그였다.

    백자안이 다시 한번 주위를 살폈다.

    절대마물도 문제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신선계 분위기가 이상했다.

    평소 몇 명씩은 보이던 은둔반선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중간지대로 들어갈 때도 비슷했다.

    ‘서약의 돌이 파괴되면서 반선들이 깊이 숨어든 것 같구나. 하기야 자칫하다가는 돌로 변할 수도 있으니 몸을 사릴 만하지.’

    백자안이 지존검을 뽑아 높이 들었다.

    이제 동심원 모양이 그려져 있는 곳에 검을 꽂으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절대마물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터라 주위를 마지막으로 살폈다.

    바로 그때였다.

    백자안이 서 있는 바위 밑바닥에서 뭔가 조그마한 것이 튀어나와 발목을 물어버렸다.

    “앗!”

    백자안이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바위를 뚫고 뭔가가 튀어나오리라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통증이 너무 심했다.

    백자안이 반사적으로 아래를 보니 발목에 붉은 지네 한 마리가 붙어있었다.

    보통 지네와 비슷한 크기였다.

    백자안이 통증을 참고 지존검으로 지네를 내리쳤다.

    따앙 소리와 함께 지네가 튕겨 나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튕겨 나간 지네가 한차례 꿈틀거리더니 두 마리가 되어버렸다.

    그중 한 마리가 백자안의 발목을 다시 문 것은 그 직후였다.

    그 빠르기가 너무 빨라 피할 시간도 없이 당하고 말았다.

    지성자를 바라보는 백자안으로서는 기가 찰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네의 독은 매우 강했다.

    만독불침인 백자안의 몸이지만 금세 중독을 시키고 만 것이었다.

    털썩.

    백자안이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그러는 동안 지네는 스스로 분열해 수백 마리로 변해있었다.

    백자안이 장풍을 날려도 끄떡없었다. 지존검으로 잘리지도 않았다.

    ‘설마 전설의 절대지네인가.’

    절대지네.

    신선비급에 수록되어 있던 고대마물 중 하나로 그 어떤 보검에도 잘리지 않는다.

    원래 한 마리이지만 끝없이 분열하는 데다가 특수 독을 품고 있어 아무리 고수라도 세 번을 물리면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다.

    백자안은 두 번 물린 상황.

    벌써 다리에 마비가 와서 일단 바위 옆 허공으로 물러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백자안이 결단을 내리고 지존검을 날린 것은 그때였다.

    슈우욱!

    하지만 바위 바닥은 이미 수천 마리 자네가 덮여 있었다.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존검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백자안이 지존검을 회수한 후 우수를 내밀어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지존검이 지네 벽을 뚫지 못하자 아예 태워버리려는 것 같았다.

    화르르!

    지네에 붙은 불이 바위기둥을 휘감았다.

    백자안이 멀찌감치 떨어졌다.

    화염이 생각보다 높게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지네들이 타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백자안으로서는 초조한 순간.

    불길 속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불꽃 속에서 거대한 지네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집채만 한 크기로 아마도 독지네 중 우두머리 같았다.

    쐐애액.

    우두머리 지네가 입을 벌리자 독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백자안이 지존검강으로 방패를 만들어 이를 막았다.

    꽈앙.

    “으윽!”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 것일까.

    백자안이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신형을 솟구쳤다.

    우두머리 독지네가 연이어 독 기운을 뿜어냈다.

    백자안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으윽!”

    백자안이 신음과 함께 겨우 일어났다.

    위를 쳐다보니 화염은 계속 치솟고 있었다.

    ‘불을 괜히 질렀구나. 일단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해야겠다. 이상하게 바위 근처에서 내공이 잘 모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이유부터 알아내야겠다.’

    백자안이 한쪽 옆으로 물러나 가부좌를 틀고 회복운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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