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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94화 (194/250)

[제63장] 탈태환골 1

[제63장] 탈태환골

중간절벽.

용암과도 같이 뜨거운 기운을 뿜어내는 금빛 막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다름 아니라 백자안이었다.

중간지대에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됨에 따라 특별한 장소에 하나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망부곡, 망부석 등도 같은 과정을 거쳐 이름이 정해졌다.

하지만 이곳 중간절벽은 다른 곳과 달랐다.

특수 이동대법을 통해 중간절벽을 통과하다가 잘못되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그 때문일까.

백자안이 마지막까지 그 돌파 시도를 주저하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과연 중간절벽 뒤에 신선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선계가 있을 거라는 것은 그만의 추측이었다.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무림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워지자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회의감이 한번 들자 자신감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구중천심공을 육성까지 연마해 무공의 경지가 극대화되었지만, 아직 대성을 이룬 것이 아니라 그것 역시 일말의 불안 요소였다.

백자안이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정면으로 맞서면 위기는 반드시 반으로 줄어든다.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백자안이 눈을 빛내며 곧바로 특수 이동대법을 펼쳤다.

중간절벽 건너편이 꼭 신선계가 아니라도 좋았다.

일단 중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다.

스스슷!

백자안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로 특수 이동대법의 과정이었다.

특수 이동대법을 일단 펼치게 되면 시전자의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대법의 성취도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지는데, 백자안의 경우는 아직 초보 수준이라 그 잔영이 보였다.

특수 이동대법이 극성에 달하면 어떤 먼 거리라도 순간이동이 가능했다.

한편 이동하는 장소는 의념을 이용했다.

이동 장소를 생각하면 실제 그곳으로 옮겨가게 되는 원리였다.

다만 이동 도중 잠시 정신을 잃게 되는 것은 불가피했다.

이는 이동대법의 핵심원리 때문으로, 이론상 이동하는 순간 시전자의 몸은 허깨비처럼 변하게 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때 정신을 잃게 되는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대법을 펼치는 도중에 장소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백자안의 의념은 당연히 중간절벽 건너편이었다.

‘중간절벽 건너편으로 간다.’

백자안이 다시 한번 의념을 집중시켰다.

그의 신형은 이제 거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순간이동의 성공을 뜻하는 의식의 혼동은 아직 오지 않았다.

백자안이 초조함을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다.

몸은 이제 거의 다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동은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이동대법의 실패로 직결되어 몸과 혼백이 허공에 산산이 흩어지게 될 것이었다.

‘실패란 말인가.’

백자안이 허탈해했다.

실패의 원인은 그 자신도 잘 몰랐다.

다만 아직 완벽하게 특수 이동대법을 체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이제 그의 몸은 극히 일부만 남은 상태.

그 부분은 공교롭게도 머리 부분이었다.

‘아무도 없는 이런 황량한 곳에서 내 삶이 끝난단 말인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백자안이 구중천심공을 일으켰다.

동시에 무명심법과 흡수대법도 펼쳤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작용하여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번에도 흡수대법이 작동한 것이었다.

백자안이 흡수한 것은 다름 아니라 중간절벽에 가득한 열기였다.

이동 대법으로 통과가 어려워지자 아예 중간절벽 자체를 흡수하는 셈이었다.

다만 그 열기를 백자안이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예상대로 열기를 흡수하자마자 그 뜨거움에 온몸이 녹아내릴 정도였다.

머리밖에 보이지 않는 그였지만 그의 감각은 온몸 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흡수대법을 중단하려 할 때.

몸속에 있던 천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열기에 비해 천력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기운이었다.

다시 말해 상대적인 음기였다.

열기는 당연히 양기였다.

음기와 양기가 충돌하여 처음에는 융화되지 못했으나, 어느 순간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백자안은 온몸이 상쾌함을 느끼며 계속해서 열기를 흡수했다.

음양의 지극한 기운이 서로 합쳐지자, 그의 몸도 변화가 생겼다.

온몸의 근골이 뒤틀리며 완벽한 상태로 변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탈태환골(脫胎換骨)이었다.

사실 백자안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에 생사현관이 타통된 상태였다.

하지만 탈태환골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생사현관이 타통되는 것과 탈태환골이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백자안의 몸 상태가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몸속 기운의 조화가 부족했다.

그 예가 바로 독 기운의 흡수였다.

비록 독 기운을 내공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물론 백자안의 경우 독 기운 외에도 천마진기 등 여러 가지 기운을 흡수한 바 있었다.

한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모든 기운을 올바르게 융합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백자안은 한 가지의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내공은 내공일 뿐이다. 천력 또한 내공의 일부인 것을. 그동안 선천진기와 유사한 천력의 우수함 때문에 다소 억지로 다른 기운을 흡수하려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내공이란 이름 아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할 필요가 있다.’

백자안의 모습은 어느새 원래대로 모두 드러나 있었다.

탈태환골을 이룬 지금 그의 피부는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용모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잘생겨졌다.

하지만 지금 백자안의 마음은 중간절벽을 통과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백자안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대로 통과한다. 열기를 이미 이겨냈기에 길이 열릴 것이다. 어차피 중간절벽 또한 환상진법의 일종. 주저하면 닫히고 나아가면 열린다.’

백자안의 몸이 금빛 막에 닿았다.

그때였다.

거짓말처럼 백자안 앞의 공간이 뒤로 밀리며 통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백자안은 무심한 표정으로 계속 걸어갔다.

길은 계속 열리고 있었다.

다만 아직 진법이 깨어진 것은 아닌 듯 백자안 뒤로는 다시 막히고 있었다.

‘좀 더 빨리 간다.’

백자안이 경공을 펼쳤다.

휙휙.

완벽한 지존비였다.

길은 계속 열렸고, 백자안의 신형은 더욱더 빨라졌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중간절벽의 두께는 상상을 초월했다.

백자안이 경공을 펼쳐 빠르게 나아갔지만, 여전히 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게 마련인가.

백자안이 중간절벽 속으로 길을 만들어나간 지 사흘 후 드디어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흡수한 열기의 양 또한 엄청났지만 천력과 조화를 이뤄 무한한 힘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

“아!”

백자안이 탄성을 질렀다.

아직 금빛 안개가 자욱해서 앞을 보기 힘들지만, 최소한 중간절벽을 통과하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금빛 막 같은 것이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막은 중간지대 안에서 보던 것과는 성질이 완전히 달랐다.

쉽게 말해 정반대였다.

누구든지 잘못 건드리게 되면 오히려 중간지대 안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이 느껴졌다.

‘열기보다 흡입풍이 느껴진다. 중간절벽을 통과한 나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접근하다가 당하기 쉽겠구나. 그렇다면 이곳이 신선계란 말인가.’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안개를 헤치고 앞으로 걸어갔다.

신비한 안개는 중간지대와 신선계를 구분 짓는 완충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신선계 외곽지대이고 중간지대로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위험 지역쯤 되겠군. 신선계로 들어온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

백자안이 속도를 조금 내자 한 시진 후 드디어 안개가 사라지며 시야가 트였다.

백자안의 눈에 보인 것은 끝없이 펼쳐진 산맥이었다.

수없이 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그리고 울창한 숲.

한눈에 봐도 신선계였다.

백자안이 내친김에 구름, 즉 신선운을 불러 가장 가까운 봉우리 위로 올라갔다.

봉우리 이름은 모르지만 좀 더 넓게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이곳이 신선계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신선계에 왔을 때 그 전체 모습을 기억해두었던 것이다.

‘일단 천음봉으로 가야겠다. 황궁마신의 말대로 천음반선님이 정말 돌아가셨는지 확인해야 한다.’

천음봉 방향을 알아낸 백자안이 구름을 타고 날아갔다.

오랜만에 도착한 천음봉은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백자안은 먼저 천음반선이 기거하던 천음동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생기가 없었다.

‘하기야 황궁마신이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지. 천음반선께서 돌아가신 게 사실인 것 같다.’

백자안이 깊은 탄식을 하며 동굴 안을 둘러보았다.

천음반선이 천마신을 죽이기 위해 새로운 은둔반선들과 함께 떠나기 전에 백자안을 위해 뭔가를 남겨두었을 것만 같았다.

백자안이 기감을 펼쳐 그러한 물건이 있는지 알아봤다.

“아!”

백자안이 탄성과 함께 동굴 한쪽 벽면으로 갔다.

몸속 깊은 곳에 완전히 용해된 천상여의주의 울림이 한 곳을 계속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자안이 가볍게 수공을 펼쳐 벽면을 일부 떼어내니 그곳에 하나의 구슬이 보였다.

바로 또 다른 천상여의주였다.

천음반선이 가지고 있던 천상여의주가 분명했다.

백자안이 천상여의주를 손에 들고 내공을 불어넣자 구슬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바로 천음반선의 목소리였다.

“백 공자. 마침내 돌아왔구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아마도 나는 이미 죽은 후일 것이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소. 백 공자로부터 지존검과 천마검을 빌리는 데 성공했지만, 지존검을 각성시키지 못한 것이 아마 치명적인 패인이었을 것이오.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가지 않을 수 없었소. 다만 우리의 희생으로 천마신 그놈이 완전히 봉인 해제를 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소. 나의 죽음을 가정하여 쓰는 글이라 모든 게 명확하지 않지만, 백 공자가 이곳까지 다시 왔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오. 당부할 것은 단 하나요. 어떤 경우에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지존검과 천마검부터 회수하시오. 그리고 서약봉으로 가서 지존검의 각성을 이루시오. 이후에는 전에 내가 말했던 방법대로 천마신을 제거하면 될 것이오. 만약 천마신 그놈이 이미 완전히 부활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요. 지존검의 각성이 가장 중요하오. 할 말이 많지만 이만 줄이겠소. 부디 지존검의 각성을 통해 보다 많은 은둔반선들을 결집시켜 정심회 반선들과 마신들을 척결해주길 바라오. 백 공자를 믿겠소. 무운을 비오.”

“천은반선님!”

백자안이 급히 소리쳤으나, 천음반선의 목소리는 끝난 후였다.

백자안이 천상여의주를 향해 절을 세 번 한 후 품속에 갈무리했다.

백자안이 그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한 후 눈을 빛냈다.

‘천음반선님의 말씀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일단 몸 상태부터 다시 점검해야겠다. 탈태환골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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