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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91화 (191/250)

[제62장] 공전절후 1

[제62장] 공전절후

황궁 백대고수와 백자안의 대결.

그 결과는 백자안의 승리였다.

최후의 힘을 쏟아부은 절대검강에 황궁 백대고수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말았다.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줄곧 침착함을 유지하던 황제마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를 표시할 정도였다.

와아아.

흑도맹 무사들을 비롯해 군웅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천하를 지배하고 있는 삼대세력의 고수 삼백 명을 단숨에 제거한 백자안을 향한 탄성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백자안은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

예상대로 황궁 백대고수의 무공은 실로 놀라웠다.

최근 무공이 급상승했다는 소문을 듣긴 들었지만, 앞선 서장무맹과 천축무맹 고수들보다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백자안은 무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승리했지만 후유증이 엄청났다.

내상은 심대했으며 지금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마혈을 찍힌 것도 아닌데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말은 아예 내공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지금 상태에서는 누구라도 공격해오면 방어할 수 없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백자안의 마음을 알았을까.

방일화가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사부님. 조금 쉬도록 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상대하겠어요.”

“그렇게 해주겠냐?”

백자안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이야기라도 해서 시간을 벌어야 약간의 회복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적들이 아니었다.

당장 서장무맹 총군사 안심서생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자안! 네놈이 한계에 달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네 무공이 대단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 네놈도 끝났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놈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맹주님. 놈이 회복하기 전에 어서 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총군사가 저 계집부터 제거하시오.”

“존명!”

안심서생이 고개를 숙인 후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비록 총군사라고는 하나 그의 무공은 서장무맹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절세고수였다.

특히 그의 지풍은 살인지풍으로 유명했다.

상대의 호신강기를 무력화시키는 특징이 있는 지풍으로 가공할 위력이 있었다.

“흥! 실력이 있다면 날 죽여 봐라!”

방일화가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백자안을 따라다니며 수없이 실전을 치렀지만, 안심서생 같은 고수와의 대결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자신의 무공 실력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있는 점이 컸다.

“당돌한 계집! 시간이 없으니 바로 죽여주마!”

안심서생이 두 손을 들어 지풍을 날렸다.

휙휙.

열 손가락 끝에서 모두 지풍이 나오는 십지풍(十指風)이었다.

안심서생이 방일화를 경시하지 않고 처음부터 최고의 지풍을 날린 것이었다.

방일화가 흠칫하며 검을 휘둘러 지풍을 쳐냈다.

팅팅팅.

마치 암기처럼 지풍이 튕겨 나가며 금속성을 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가닥이 그만 옆구리를 스쳤다.

“으윽!”

방일화가 옆구리를 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첫 대결부터 부상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부상보다 심각한 것은 바로 자신감의 하락이었다.

대부분 첫 대결에서 우열이 갈라지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질 것은 분명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백자안 또한 안색을 굳혔다.

방일화의 무공 수위라면 불사대불이나 우주존자 정도 외에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고수와의 대결 경험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실력은 충분하다. 단지 아직 경험이 부족해 자기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구나.’

백자안이 다소 힘겹게 전음을 보냈다.

「일화야. 마음을 여유 있게 가져라. 그러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이다.」

「네. 사부님.」

백자안의 조언에 뭔가를 깨우친 걸까.

방일화의 안색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때였다.

안심서생의 지풍이 다시 날아왔다.

이번 역시 십지풍이었다.

한데 조금 전보다 그 세기가 두 배 이상이 아닌가.

안심서생이 최대한 빨리 방일화를 죽이기 위해 모든 내공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잠력까지 포함된 지풍의 위세는 놀라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름이 없었다.

속도 또한 처음보다 느렸다.

문제는 그 무게감이었다.

어떤 장애물도 뚫고 나갈 수 있는 견고함이 지풍에 담겨 있었다.

“흥!”

방일화가 코웃음 치며 신형을 솟구쳤다. 안심서생이 손을 흔들자 날아오던 지풍이 방향을 바꿔 그녀를 쫓아왔다.

마치 이기어검술처럼 실로 놀라운 조종술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방일화는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검막을 형성해 지풍을 막는 동시에 안심서생을 향해 강력한 일장을 날렸다.

위에서 아래로 펼치는 장력이라 그런지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안심서생이 흠칫하며 옆으로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고 말았다.

“앗!”

안심서생이 다급성을 지를 때.

지켜보던 불사대불이 일장을 날려 공격을 막아줬다.

꽝 하는 폭음과 함께 방일화의 신형이 뒤로 날아갔다.

반탄력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쉴 새 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하지는 않지만, 내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사부님! 안 되겠어요. 다음 기회를 노리고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요. 제가 모실게요.”

창백한 안색의 방일화가 비틀거리며 백자안에게 다가갔다.

이미 그녀는 백자안의 몸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백자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네 덕분에 힘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백자안이 무형지기를 보내 방일화의 내상을 치료해줬다.

“아!”

방일화가 깜짝 놀랐다.

그 짧은 시간에 일부지만 백자안이 회복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몸속에 들어온 기운이 매우 강했다.

‘아! 또 잠력을 발동하셨구나. 지금 상태에서 무명폭잠공을 발동하게 되면 그 후유증이 정말 클 텐데 걱정이다.’

그랬다.

방일화의 염려대로 백자안이 최후의 수단으로 무명폭잠공을 일으킨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최악의 순간에 발동한 것이라 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할 것이 분명했다.

죽음 아니면 최소 주화입마될 것을 각오하고 마지막 승부를 건 셈이었다.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불사대불, 우주존자, 그리고 황제 그대들 세 사람의 합공을 허락하겠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니 거절 즉시 개별적으로 공격해 목숨을 끊어버리겠소.”

“네놈이! 무엄하게!”

황궁 고수들이 발끈했다.

비록 황궁 백대고수가 전멸했지만, 여전히 많은 고수가 있었다.

사실 백대고수와 일반 고수의 실력 차이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다.

이는 서장무맹과 천축무맹 또한 마찬가지였다.

병력이 사백만에 달하는 지금 여전히 고수들 또한 건재한 셈이었다.

황제를 호위하는 무사 중 한 명이 백자안을 향해 검을 날렸다.

휙!

조금 전 분노의 고함을 친 사람이었다.

지금 백자안을 죽이면 그야말로 출셋길이 열리는 것이기에 기회를 잡으려는 것 같았다.

백자안이 피하지 않고 신형을 조금 흔들었다.

순간, 호신강기에 부딪힌 호위무사의 검이 그대로 돌아갔다.

그 속도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호위무사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으윽!”

사람들이 놀라서 보니 이미 목이 잘려 즉사한 후였다.

백자안이 급히 방일화에게 전음을 날렸다.

「일화야. 놈들을 반시진 정도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니, 내가 쓰러져 정신을 잃더라도 흑도맹 무사들을 지휘해 놈들을 모조리 죽이도록 해라. 알겠느냐?」

「네. 하지만 무리하시면 절대 안 돼요.」

방일화가 눈물을 글썽였다.

왠지 백자안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적의 전력은 막강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부님은 내가 보호한다.’

방일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백자안의 도움으로 내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힘을 아끼기로 했다.

유사시에 백자안을 데리고 도주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백자안의 말대로 적들이 일시 무력화되면 흑도맹 무사들을 동원해 끝장을 내야 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불사대불과 우주존자, 그리고 황제 세 사람은 어느새 모여 숙의를 하고 있었다.

백자안의 말대로 합공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는 수락이었다.

“좋다. 네놈 소원대로 합공을 가해주마. 어리석은 놈!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우주존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휙.

우주존자가 비무대 위로 오르자, 불사대불과 황제 또한 양옆에 섰다.

군웅들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그 광경을 지켜봤다.

특히 황제가 직접 나선 모습에 다들 경악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이전 승상 시절부터 절대고수로 소문이 자자했었다.

하지만 직접 무위를 보여준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점이 백자안의 마음을 조금 무겁게 했다.

게다가 이번 대결에 공력을 모두 사용할 수도 없었다.

여전히 적의 병력은 사백만.

장로나 호법, 대장군 등의 직함은 없어도 그중에 지휘부 고수로 나설 자는 수없이 많았다.

따라서 설사 불사대불과 우주존자, 황제 세 사람을 제거해도 백자안이 쓰러지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병이 있으면 약도 있는 법.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백자안이 마음을 편히 했다.

절대검강을 펼치기 위해 상황보검을 천천히 다시 들었다.

그동안 우주존자를 중심으로 불사대불, 황제 세 사람은 품자형을 이뤄 합공을 준비했다.

“백자안!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네가 우리를 도와주면 무림 전체가 평화로울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편이 되면 너에게 한 개 성의 지배권을 통째로 주겠다.”

우주존자의 제의였다.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말이 많은 것을 보니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구려. 이미 그대들은 졌소.”

“미친놈! 헛소리 말고 시작하자!”

불사대불이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네 사람은 무형의 대치에 들어간 후였다.

다들 무형지기 발산이 기본일 정도로 절대고수였다. 가까이 마주하고 서 있는 것만으로 기의 파동이 충돌했다.

지금 상태는 양측의 기운이 매우 팽팽했다.

이는 대결의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황제가 우주존자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아무래도 놈이 잠력을 폭발시킨 것 같소. 대결을 벌이면 우리가 이기겠지만 내상을 피하기 힘들 것 같소. 반야마신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소?」

「죄송합니다. 폐하. 지금 신선계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반야마신뿐이라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심회주가 갖고 있는 신선경을 통해 이곳 상황을 직접 볼 수도 있을 것이니, 상황이 불리해지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위기에 처하면 도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오?」

「네. 제 생각으로는 백자안 저놈을 제압하는 과정 자체를 최종대리자 선정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와 불사대불 두 사람 중 누가 백자안을 죽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가가 핵심이 되겠지요. 다만 폐하까지 끌어들이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는 폐하의 무공이 꼭 필요합니다.」

「알겠소. 나는 존자만 믿고 힘을 보태겠소. 놈이 회복을 계속하고 있으니 어서 공격합시다.」

「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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