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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84화 (184/250)

[제59장] 건곤일척 3

왕일과 왕이 두 사람이 백자안과 방일화를 데려간 곳은 한 폐가였다.

풍운장원에 가기 전에 들러야 한다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곳은 우리 대녹림의 비상 연락처 중 한 곳이오. 정파 놈들의 잔당이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 이렇게 은밀히 연락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오.”

왕일이 말과 함께 폐가 안을 둘러봤다.

하지만 폐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왕이가 말했다.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소. 두 분은 여기서 좀 기다리시오. 조금 있으면 올 것이오.”

왕일과 왕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모두 먹잇감을 앞에 둔 표정이었다.

하지만 백자안과 방일화의 기세가 남달랐기 때문일까.

특히 방일화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했다.

백자안은 반박귀진의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이기 때문에 겉으로 무공을 익힌 표시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왕일과 왕이 두 사람은 은연중 방일화를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럴 게 아니라 사람이 올 때까지 우리 서로 무공을 겨뤄보는 게 어떻겠소?”

왕일의 제의였다.

아무래도 꺼림칙한지 일단 무공을 겨뤄보고 행동을 개시할 생각인 것 같았다.

백자안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놈들이 이제야 일화의 기도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구나. 일화에게 전수한 무명심법의 특성상 그 기도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아직 대성하지 못해 어느 정도 기세가 드러나게 마련인데 용케도 그 점을 간파했군. 이를 어떻게 한다? 하기야 일단 풍운장원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 굳이 이놈들을 죽이고 역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의 무공은 변변치 않소이다. 두 분의 지위는 대녹림 안에서도 높을 것 같은데, 어찌 우리가 상대가 되겠소?”

“하하하. 흑상서생께서는 겸손하시구려. 다치는 일은 없게 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정 그렇다면 대결보다 자신의 무공을 보여주면 되지 않겠소?”

“으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군요.”

백자안이 승낙하자 왕일와 왕이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가 먼저 한번 선보이겠소.”

왕이가 장원 마당 한구석에 있는 바위 앞으로 다가갔다.

“하압!”

기합과 함께 왕이가 우수를 칼날같이 세워 바위를 그대로 내리쳤다.

쩍!

바위가 두 쪽으로 완전히 갈라져 버렸다.

“오!”

백자안이 탄성을 터뜨렸다.

“놀라운 내공이오. 예상대로 두 분은 대녹림 안에서도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을 것 같군요.”

“하하하. 과찬이오. 사실 우리는 대녹림의 호법 자리를 맡고 있소.”

“아! 그럼 혹시 칠십이 호법에 속해 있는 것이오?”

“그렇소. 이제 여러분 중 한 분이 시범을 보여주시겠소?”

“물론이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 제자가 나보다 무공이 훨씬 강하오. 여러분도 이미 느꼈으리라 믿소. 시범은 본인의 제자가 할 것이오.”

백자안이 방일화에게 눈짓을 했다.

방일화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백자안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녀가 즉시 전음을 날렸다.

「사부님! 어쩌실 생각이세요? 이놈들을 처리할까요?」

「아니다. 이놈들이 네 무공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으니, 실력을 보여줘서 겁을 먹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끝까지 우리를 해치려 하면 그때는 제거해야겠지.」

「알겠습니다.」

방일화가 대답 후 마당 근처에 있는 다른 바위 하나에 천천히 다가갔다.

조금 전 왕이가 일격에 바위를 두 쪽으로 냈기 때문에 좋은 비교가 될 것 같았다.

왕일와 왕이 두 사람 입장에서는 방일화의 무공이 변변치 않다고 생각되면 곧바로 제압해 욕심을 채울 계획이었다.

물론 그 전에 백자안은 죽일 생각이었다.

팍.

방일화가 우수를 들어 그대로 바위를 내리쳤다.

조금 전 왕이의 동작과 거의 같았다.

“아니!”

“저럴 수가!”

왕일과 왕이가 약속이나 한 듯이 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바위가 완전히 가루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공력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시범이었다.

“대단하구려. 우리가 소저의 무공을 몰라봤소이다.”

왕일의 칭찬에 방일화가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세요. 사실 저의 무공은 사부님 발끝에도 못 따라가요. 사부님은 손짓 하나로 웬만한 야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가 있으시지요.”

“그게 정말이오?”

“하하하. 제자가 이 사부에게 예의상 하는 말이지요.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이곳에서 기다려야 하오?”

“아!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군요. 더는 기다릴 수 없으니 바로 풍운장원으로 가지요. 두 분의 무공이 매우 높으니 식객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을 해드리겠소.”

“우리 신원을 보장해준다는 말이오?”

“그러하오. 대신 나중에 녹림왕님의 눈에 들어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우리를 잊지 마시오.”

“그야 당연한 게 아니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백자안이 호탕하게 웃었다.

왕일과 왕이가 얼굴을 조금 붉히며 장원 밖으로 나갔다.

백자안과 방일화도 따라 나왔다.

네 사람이 향한 곳은 물론 풍운장원이었다.

가는 도중 방일화가 백자안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놈들이 운이 좋군요. 우리를 해치려 했다면 도리어 자신들이 목숨을 잃었을 테니까요.」

「그런 것 같구나.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자들이니 방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단 어떤 식으로든 녹림왕을 만나는 게 급선무이니 그때까지는 이들을 잘 이용해야 한다.」

한편 왕일와 왕이 두 사람 역시 서로 바쁘게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이자들을 풍운장원까지 데려갈 겁니까? 신원이 불확실한 자들입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우리까지 책임지게 될 겁니다.」

왕이의 전음에 왕일이 안색을 굳혔다.

두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의형제를 맺고 있었다.

지금까지 온갖 악독한 짓은 다 하고 살았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비상한 머리 덕분이었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어쩌겠느냐? 데려가지 않는다고 하면 이자들이 가만있겠느냐?」

「형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저 계집에 대해 아직 생각이 있으십니까?」

「물론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흑선자 이 계집의 얼굴 역시 역용한 것 같다. 뭐 좋은 방도라도 있는 것이냐?」

「네. 제게 군자산이 있습니다. 특수 제조된 것으로 무색무취한 것이라 제아무리 고수라 해도 당할 수밖에 없지요. 지금 바로 살포하면 그대로 공력이 흩어지고 기혈이 막혀 쓰러질 겁니다. 그때가 되면 바로 흑상서생 이자를 죽이고, 계집 역시 혈도를 찍은 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으음, 좋다. 사내가 한번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철해야지. 내가 옆에서 보고 있을 테니 어서 뿌려라.」

「네. 형님.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같은 호법끼리 내가 해줄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느냐?」

「만약 계획이 성공하면 제가 먼저 계집을 취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으음, 좋다.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왕일이 안색을 굳혔다.

화를 누르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특수 군자산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그였다.

보통 군자산이 아니라 고수만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특수 군자산은 그 가격이 엄청났다.

‘이 녀석이 계집에 환장했군. 어쩔 수가 없지.’

왕일이 입맛을 다셨다.

그러는 동안 왕이가 품속에서 군자산이 든 약병을 꺼내 백자안과 방일화를 향해서 뿌렸다.

“으윽!”

“으윽!”

백자안과 방일화가 약속이나 한 듯이 쓰러졌다.

왕일와 왕이가 매우 기뻐했다.

마침 그들이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백자안이 짐짓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낌새를 알아차리고 군자산의 독을 없앤 후였다.

다만 어떻게 하려는지 보기 위해 방일화로 하여금 함께 연극을 하게 했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내공이 너무 강해 군자산의 효능이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지금과 같은 특수 군자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후후! 계집의 무공이 놀라워 잠시 놀랐었지만, 역시 애송이들이었구나. 흑상문이라고 했었나? 그런 문파를 이전에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신원이 불확실한 자는 즉결 처형하라는 것이 상부 명령이니 죽어줘야겠다.”

왕일이 검을 뽑아 백자안의 목을 쳤다.

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이 두 동강 났다.

왕이가 깜짝 놀라 자신의 검으로 백자안의 목을 쳤지만 마찬가지였다.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는군.”

백자안이 천천히 일어났다.

방일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으으······ 중독이 되지 않은 것이냐?”

“그렇다. 내 눈을 똑바로 봐라.”

백자안이 곧바로 섭혼술을 펼쳤다.

죽고 나서 일정 시간 동안에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살아있을 동안 펼치는 것이 효과가 좋았다.

왕일과 왕이가 각각 일장을 날리려 했으나, 방일화가 급히 마혈을 찍었다.

백자안은 섭혼술로 그들의 기억을 읽었다.

특이한 것은 그 내용을 방일화도 알 수 있도록 섭혼술을 변형시킨 것이었다.

이는 방일화 역시 무명심법을 연마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왕일과 왕이는 섭혼술에 당한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냥 그대로 있으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저항한 탓이었다.

백자안은 두 사람의 시체를 삼매진화로 태워 한 줌 재로 만들어버렸다.

그 전에 백자안과 방일화는 각각 왕일과 왕이의 얼굴로 역용을 했다.

“그들이 칠십이 호법 중 두 명인 것이 맞긴 하네요. 전 허풍일지 모른다고도 생각했는데······.”

방일화의 말에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조금은 의심했었다. 하지만 호법 신분은 확실한 것 같구나. 다만 호법 중에서도 최고 높은 지위라 할 수 있는 오대호법에는 들지 못해서 그런지 쓸 만한 정보가 없는 게 아쉽다.”

“녹림왕에 대한 정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영웅대회가 시작되기 전 어떻게든 녹림왕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칠십이 호법이라고 해도 오대호법 안에 들지 못하면 개별적으로 만나기 힘들다고 하니 쉽지 않을 듯하구나.”

“칠십이 호법이면 칠십이 호법이지 왜 또 오대호법을 만들어 번거롭게 한 거죠?”

“칠십이 호법은 아마도 대녹림이 녹림칠십이채를 중심으로 조직된 단체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하지만 보안상 중요회의가 열릴 때는 오대호법만 참석하게 한 것이지.”

“그건 그러네요.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오늘 밤 녹림왕이 도전자를 맞이할 때 아마도 공개적인 대결을 할 것 같으니, 그때 보면 되잖아요?”

“그래,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좋을 듯하구나. 그나마 호법신분이니 단상 위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풍운장원으로 가면서 섭혼술 구결을 가르쳐줄 테니 틈틈이 연마하도록 해라.”

“아! 감사해요. 사부님.”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 섭혼술을 연마하게 되면 할 일이 더 많아지게 될 테니까.”

“사부님을 위한 일이야 많을수록 좋지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자. 이제부터 내가 왕일이고 너는 왕이다.”

“네. 사부님. 한데 결국 또 남장을 하게 되네요.”

“그렇구나. 그래도 이젠 경험이 있으니 그렇게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일화 너의 임무가 매우 중요하다. 꼭 무공 때문만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일단 풍운장원으로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 상황에 따라 어쩌면 내가 대녹림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미리 가서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네. 모든 게 잘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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