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168화 (168/250)

[제54장] 동심무적진 3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백자안과 불사대불의 싸움은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만통자와 함께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서불마신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신님. 예상외로 백자안 저놈이 맹주님과 대등한 무위를 보이고 있군요. 저대로 두실 겁니까? 맹주님이 승리하겠지만 내상이 심해질 것 같아 그게 걱정입니다.”

“누가 대등하다고 했나? 지금 상황만 보면 백자안 저놈이 승리를 거둘 걸세. 어쩔 수 없이 내가 개입해야겠군. 하지만 나 또한 저놈을 죽일 수 있다고 장담은 못 하겠네.”

“그 정도로 무공이 강합니까?”

“그러하네. 지금 자세히 살펴보니 놈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천력이 대단한 것 같네. 천력은 천족의 후예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그 힘은 무궁무진하지. 내가 놈을 죽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것도 그 천력 때문이지.”

“목을 잘라내면 어떻겠습니까? 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물론 호신강기가 그만큼 튼튼하다면 말은 다르겠습니다만.”

“한번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겠군. 마신인 내가 일개 인간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놈은 천마신께서도 우려하는 적이니······.”

서불마신이 신형을 솟구쳐 백자안을 향해 다가갔다.

차차차창.

백자안과 불사대불의 싸움은 여전히 격렬했다.

하지만 서불마신이 보기에 일각 정도만 더 지나면 백자안의 승리가 확정될 것 같았다.

“놀랍군! 일개 인간이 마신의 무공과 비슷한 무위를 지니다니. 천력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서불마신이 우수를 내밀었다.

순간, 그의 장심에서 붉은 강기가 생성되었다.

강기는 비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바로 서불마신이 마력으로 만든 서불비수(西佛匕首)였다.

슈우욱.

서불비수가 앞으로 날아가 백자안의 가슴에 꽂혔다.

“으윽!”

백자안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와아아!

서장무맹 무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들의 맹주인 불사대불이 고전을 겪고 있었던 백자안을 단 한 수에 쓰러트린 서불마신에 대한 탄성이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아직 죽지 않았다.

쓰러진 채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맹주가 마무리하시오. 놈의 호신강기가 사라졌으니 목을 벨 수 있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백자안에게 혼쭐이 난 불사대불이 고개를 조금 숙인 후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깡.

“아니! 아직도!”

불사대불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불마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천력이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호신강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다니. 아무래도 내가 직접 처리해야겠군.”

서불마신이 다가가 백자안의 심장에 꽂힌 서불비수를 뽑았다.

순간, 푸확 하는 소리와 함께 피 분수가 솟구쳤다.

서불마신이 서불비수를 손에 들고 직접 백자안의 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마치 톱으로 나무를 자르듯 목을 베니 서서히 핏물이 배어 나왔다.

서불마신의 공력이 담기자 백자안의 최후 호신강기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불사대불과 만통자, 혈안대불 등 서장무맹 고수들이 주위에 모여들어 감탄했다.

백자안이라는 대어를 잡은 후 그 처리를 축제 분위기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때였다.

극심한 통증으로 정신을 잃었던 백자안이 갑자기 눈을 떴다.

한데 그 눈빛이 핏빛이 아닌가.

평소 혈안으로 유명한 혈안대불의 눈빛보다 수천 배 더 강렬했다.

“헉! 이놈이!”

불사대불, 만통자 등이 놀라는 가운데 백자안이 오른손으로 서불비수를 움켜쥐었다.

“으윽! 이놈이!”

서불마신이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마치 악마가 된 듯 얼굴 전체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절대마인(絶對魔人)!”

서불마신이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그의 몸이 쩍쩍 갈라지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마신의 소멸이었다.

“마신님!”

불사대불, 만통자 등이 매우 놀라며 소리쳤다.

서불마신이 누구던가.

백대마신 중 한 명이었다. 비록 마신 중 가장 약하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자신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는 신급 고수였다.

한데 백자안에게 너무나 쉽게 당하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절대마인이란 말이 모두의 머리에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절대마인은 주화입마로 인해 마성에 빠져 마인이 되었을 때를 일컫는 말이었다.

절대마인이라 부르는 것은 그러한 마인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마신 또한 마인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었기에 서불마신의 소멸은 아직도 의문투성이였다.

결국 천력이 기반이 된 절대마인이 마신들의 천적이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

백자안이 천천히 일어나 사자후를 터뜨렸다.

그의 손에는 서불비수가 들려있었다.

“놈을 죽여라!”

불사대불의 명에 따라 혈안대불을 비롯한 십대장로가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푸푸푹.

백자안의 몸에 병장기가 우수수 박혔다.

순간, 백자안이 사자후를 다시 터뜨리며 서불비수로 십대장로의 목을 베었다.

“으윽!”

“크윽!”

서불비수가 마치 쇠사슬 모양으로 늘어나며 십대장로의 목이 날아갔다.

혈안대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어찌! 이런 일이!”

불사대불이 매우 놀라 뒤로 물러났다.

서장무맹 오십만 무사들이 일제히 백자안을 공격했다.

백자안의 몸에서 혈광이 뿜어져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동심원 모양으로 끝없이 퍼져나가는 혈광에는 독 기운이 포함되어 있었다.

“허억!”

“으윽!”

서장무맹 무사들이 다급성을 터뜨렸다.

안개처럼 뻗어난 혈광이 마치 쇠사슬처럼 그들을 옥죄고 있었다.

그들이 동심무적진을 펼치느라 동심원 모양으로 모여 있었기 때문에 피할 공간도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 기운의 침투에 이어 흡수대법이 다시 작동되었다.

만통자와 불사대불 또한 이 흡수대법에 당했다. 내공을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거대해 아무도 벗어나지 못했다.

“우우우!”

절대마인이 되어 이성이 마비된 백자안이 사자후와 함께 서장무맹 무사들의 내공을 흡수했다.

“으윽!”

“크윽!”

이미 처형장에는 백자안과 서장무맹 무사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오십만이라는 병력이 엄청나다고는 하나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순식간에 백자안과 가장 가까이 있던 서장무맹 무사 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모든 내공을 백자안에에 빼앗긴 후 심맥이 그대로 터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원래 흡수대법에 당하게 되면 피골이 상접해지며 그대로 말라 죽고 만다.

한데 지금 백자안이 펼치는 흡수대법은 원래의 위력에다가 마공이 첨가되어 있었다.

절대마인의 펼치는 마공은 그야말로 순수마기의 결정체였다.

그 마공이 절대마공(絶對魔功)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으윽! 맹주님!”

내공을 모두 빼앗긴 만통자가 불사대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불사대불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에도 바빴다.

결국 만통자는 껍데기만 남아 죽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서장무맹 무사들의 떼죽음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워낙 많은 인원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었지만, 벌써 십만 명이 넘는 무사들이 죽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할 가능성이 컸다.

반면 백자안은 흡수대법으로 흡수한 내공 때문인지 갈수록 그 위력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는 절대마기 또한 강해져 자신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제 백자안에게 있어 적은 서장무맹 무사가 아니라 바로 본인이었다.

불사대불이 불사대법을 펼쳐 빠져나가는 내공을 최소화하며 버티는 이유이기도 했다.

‘절대마인은 결국 다시 주화입마가 되어 스스로를 태워 죽고 만다. 수하들을 모두 잃더라도 놈이 죽으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어차피 사천성 전역에 나가 있는 나머지 오십만 병력이 건재하니까.’

불사대불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서불마신이 갑자기 소멸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불마신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버틸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겉보기와 달리 백자안이 서불마신을 제거할 때 엄청난 마기를 사용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차피 잘되었다. 서불마신이 살아있었다면 그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백자안 저놈이 죽은 후 반야마신이나 황궁마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장차 중원무림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마신은 소멸한 서불마신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니까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이다.’

불사대불의 바람 때문일까.

백자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흡수대법으로 흡수한 내공이 너무 많아져 그 보관 장소가 전신 혈맥으로 넓혀졌기 때문이었다.

이 상태에서는 운공으로 그 힘을 분산시켜야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백자안에게 남은 것은 본능뿐이었다.

이지가 상실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직 파괴본능만으로 흡수대법을 펼치자 우려대로 전신이 폭발할 지경에 달한 것이었다.

그 증거일까.

흡수대법의 위력이 갑자기 약해졌다.

외부의 내공을 빨아들이는 그 힘이 자신의 심맥을 보존하기 위해 돌아왔다.

하지만 그 역시 적절한 운용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고 섣불리 그 힘을 자신에게 향하면 전신이 폭발할 시기를 오히려 앞당길 수 있었다.

그때였다.

백자안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일부 흘러나오며 흡수대법이 멈췄다.

“놈!”

불사대불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불사신장을 날렸다.

펑.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백자안이 서불비수를 떨어뜨리고 뒤로 십여 장이나 날아갔다.

그 바람에 죽을 운명에 처했던 나머지 사십만 서장무맹 무사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놈! 명줄을 끊어주마!”

불사대불이 빠르게 날아가 다시 불사신장을 날렸다.

펑.

“으윽!”

백자안이 피를 한 모금 토한 후 십여 장이나 날려갔다.

조금 전 흡수한 서장무맹 십만 무사들의 내공을 아직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그였다.

물론 몸 전체에 퍼져있긴 했으나, 그것을 써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심법이었다.

그러한 심법은 백자안에게 있어서는 무명심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지를 상실해 그 방법도 무용지물.

그래도 금빛 기운이 흘러나오자 정신이 약간 들기 시작했다.

땅바닥으로 추락하던 백자안이 신형을 솟구쳐 처형장 밖으로 도주한 것은 그때였다.

여전히 주화입마로 인한 광기에 쌓여 있었으나, 본능적으로 이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었다.

“쫓아라!”

“쫓아라!”

서장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백자안을 쫓아갔다.

하지만 백자안이 뿌린 장력에 한 번에 수백 명씩 몸이 터져나갔다.

본능적으로 도주하던 백자안이 자신을 쫓아오는 서장무맹 무사들을 주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가 날린 장력은 강력한 마기가 깃든 절대마장(絶對魔掌)이었다.

쏴아아아.

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서장무맹 무사들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어느새 다시 처형장으로 돌아온 백자안은 그야말로 양 떼 속의 호랑이처럼 공포의 화신이었다.

안 그래도 몸속에 마기가 가득 차 이것을 발산하지 못해 몸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적절한 분출구를 마련해준 셈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모두 철수하라!”

급기야 불사대불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서장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산개하며 그들의 임시총단이 있는 당문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불사대불 역시 서둘러 사라졌다.

백자안은 굳이 그런 그들을 쫓지 않았다.

아직 몸속 가득한 마기 때문에 괴로운 그였다.

어서 한적한 곳으로 가서 자신의 내공으로 완전히 만들든지 아니면 밖으로 분출해야 했다.

“우우우!”

백자안이 머리를 부여잡고 사자후를 터뜨렸다.

사자후를 계속 터뜨리는 것은 마기를 분출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처형장에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는 백자안 한 명뿐.

물론 처형장에는 백자안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십만 정도의 서장무맹 무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시체였다.

백자안이 고개를 한번 세차게 흔들더니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휙휙휙.

무서운 경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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