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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67화 (167/250)
  • [제54장] 동심무적진 2

    백자안이 마음을 편히 하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의 내공은 천력을 바탕으로 재편된 상태.

    하지만 서장무맹 오십만 무사의 압박으로 지존금광과 독 기운을 발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편해지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이는 그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일각도 남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백자안이 온 힘을 다해 지존금광을 펼쳤다.

    지존금광에는 독 기운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장무맹 오십만 무사 모두를 전멸시킬 수도 있었다.

    “저놈이!”

    홀로 단상 위에서 대결을 지켜보던 만통자의 안색이 굳어졌다.

    꼼짝 못 하고 온몸이 가루가 될 것으로 봤던 백자안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우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백자안의 몸속에서 우러나오던 금빛이 급격히 소멸하였다.

    바로 동심무적진 때문이었다.

    진의 총지휘를 맡고 있던 혈안대불이 백자안의 변화를 눈치채고 진의 위력을 최고조로 올린 것이다.

    “으윽!”

    백자안이 피를 한 사발 정도 토했다.

    내공을 발산하여 무공을 펼치려다가 실패한 것 자체가 엄청난 타격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내부의 기혈이 진탕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으으······ 동심무적진이 아직 최고조로 발동되지 않았었다니······.’

    백자안이 탄식했다.

    그는 직전의 동심무적진 수준에 맞게 최후 공격을 가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 수준이 덩달아 올라가는 바람에 모든 시도가 물거품이 된 것이었다.

    그 결과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만통자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무모한 놈! 아무렴 네놈 혼자 오십만 무사들을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태상장로! 놈이 완전히 무력화되었으니 기다리지 말고 어서 목을 베시오!”

    “알겠소이다.”

    혈안대불이 검을 뽑아 백자안에게 다가갔다.

    동심무적진의 총지휘자인 그는 유일하게 운신이 자유로운 상태였다.

    반면 백자안은 이제 온몸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굳이 혈안대불이 목을 베지 않아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강대강으로 붙어서 안 된다면 다른 방도가 있지 않을까. 내게는 무수히 많은 무공이 있다. 어찌 한 가지 방법에만 집착하겠는가.’

    백자안의 눈을 빛냈다.

    그 순간 혈안대불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호신강기가 무력화된 백자안의 목이 잘릴 것은 명확해 보였다.

    ‘정말 끝인가?’

    백자안이 탄식했다.

    조금의 시간만 있으면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데 뜻하지 않게 혈안대불이 개별공격을 가해온 것이었다.

    이는 오십만 서장무맹 무사들이 백자안의 몸을 묶어놓고 혈안대불이 직접 처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백자안의 목에 불꽃이 튀었다.

    놀랍게도 사라졌던 호신강기가 목 부위에 다시 가동되어 검을 막아낸 것이었다.

    깡깡깡!

    놀란 혈안대불이 계속해서 백자안의 목을 쳤다.

    하지만 호신강기는 더욱 강해졌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백자안이 약간의 여유를 가진 것은 물론이었다.

    ‘천력 덕분에 금강불괴의 몸이 되었구나. 지금의 호신강기는 이전의 것과 성질이 다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방어강기라 할 수 있겠군.’

    “태상장로! 놈의 심장을 찌르시오! 아니 팔다리부터 잘라내시오!”

    만통자가 소리쳤다.

    “알겠소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혈안대불이 백자안의 가슴을 검으로 찔렀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검이 피부를 뚫지 못했다.

    손과 발을 잘라봤지만 똑같았다.

    남은 것은 원래대로 동심무적진의 힘으로 백자안의 심맥을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백자안 역시 이전의 그가 아니었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이게 바로 천력의 힘인가. 보통의 잠력을 일반 잠력이라 한다면 천력은 최후 잠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굳이 서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놈들을 제거하지는 못해도 그렇다고 나 역시 죽지 않는다. 물론 내상은 입고 있지만 명이 끊어지지 않으니 내 어찌 자포자기할 것인가.’

    백자안이 자신감을 가지자 바로 여유가 생겼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무공이었다.

    원래는 그 무공 역시 자동으로 발동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천력 중심으로 내공을 개편하면서 그가 의지를 갖고 일부러 발동해야 무공 시전이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그렇다. 흡수대법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마교의 흡수대법.

    상대의 내공을 흡수하는 절세의 신공.

    백자안이 곧바로 흡수대법을 펼쳤다.

    그때였다.

    혈안대불의 검이 이번에는 그의 입으로 들어왔다.

    온몸 구석구석을 찔러도 소용이 없자 혈안대불이 목구멍을 노린 것이었다.

    백자안이 입으로 들어오는 검을 꽉 깨물었다.

    흡수대법을 펼침과 동시에 그의 몸 구석구석이 깨어나고 있었다.

    원래는 말도 하기 어려웠는데, 입으로 검을 붙잡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순간 검을 통해 혈안대불의 내공이 백자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헉!”

    놀란 혈안대불이 급히 좌수를 뒤로 뻗어 다시 동심무적진과 연결했다.

    나머지 십대장로 역시 혈안대불의 위기를 간파하고 서로 협력해 혈안대불의 기와 연결했다.

    원래 십대장로는 일차 포위망을 가동해 오십만 서장무맹 무사의 기운을 그들에게로 모으고 있었다.

    그런 차에 의도적으로 혈안대불 한 사람에게 내공을 집중하자, 금세 변화가 나타났다.

    백자안의 내공이 반대로 혈안대불에게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흡수대법의 원리상 당연하였다.

    흡수대법으로 상대의 내공을 흡수하려면 상대보다 내공이 강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백자안의 내공은 오십만 서장무맹 무사의 총합보다 못한 상태였다.

    이는 내상에서 회복이 덜 된 탓도 컸다.

    하지만 완벽한 몸 상태였다고 해도 열세를 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백자안의 안색이 굳어졌다.

    천력으로 최후 잠력이 발동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일차적으로 방어력에 국한된 것이었다.

    지금처럼 모든 기운이 몸속에서 빠져나가면 그 역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아직 천력 자체는 빠져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천력 역시 빠져나갈 공산이 컸다.

    백자안이 순간적으로 눈을 빛내며 운기를 통해 몸속에 있던 독 기운부터 빠져나가도록 했다.

    그 결과 서장무맹 무사들의 몸속에 독 기운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이는 그들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혈안대불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지만, 그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지금 와서 백자안과 떨어지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흡수대법 도중 억지로 빠져나가면 엄청난 타격을 받아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보다 못한 만통자가 소매를 흔들어 비수를 날렸다.

    쉬이익.

    비수가 날아간 곳은 백자안의 눈이었다.

    그는 백자안의 급소가 눈이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깡.

    비수가 백자안의 오른 눈에 맞았으나 바로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비수는 무서운 속도로 되돌아가 만통자의 목을 노렸다.

    “허억!”

    만통자가 다급성을 내며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 가닥 지풍이 날아와 비수를 퉁겨냈다.

    만통자가 급히 보니 노인 한 명이 서서히 날아오고 있었다.

    한데 그는 바로 서장무맹주 불사대불이 아닌가.

    그때 불사대불 옆에 갑자기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통자가 놀란 것은 바로 불사대불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청년 때문이었다.

    “서불마신님!”

    그랬다.

    드디어 백대마신 중 한 명인 서불마신이 등장한 것이었다.

    물론 겉모습과 달리 그의 나이는 추측할 수 없었다.

    사실 마신이 된 이후 그를 인간으로 부르는 것조차 의문시되었다.

    “저자가 백자안이었군. 독 기운으로 전세를 역전한 후 흡수대법으로 내공을 흡수하려 하다니. 임기응변이 대단한 자로군.”

    단상 위에 오른 서불마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서 있는 불사대불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마신님. 놈의 재주가 비상하니 마신님이 직접 제거해주십시오.”

    “으음, 잘 될지 모르겠군. 놈이 천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커 완전히 숨을 끊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서불마신이 안색을 굳혔다.

    만통자가 급히 말했다.

    “마신님. 맹주님. 지금 상황이 급합니다. 저대로 두면 백자안 저놈이 오십만 무사들의 내공을 모두 흡수해버릴 겁니다. 어서 독 기운을 제거해야 합니다.”

    “보통 독 기운이 아니야. 천마신께서 저놈을 경계하는 이유가 있었군. 저 녀석 자체가 천계의 안배였군. 맹주가 먼저 놈을 제거해보시오. 맹주의 불사대법이라면 흡수대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오. 흡수대법이 무력화되면 독 기운은 자연스레 해결되게 되어있지.”

    “알겠습니다. 사실 안 그래도 저놈을 제 손으로 죽이고 싶었습니다.”

    “맹주가 성공한다면 반야마신과 상의해서 그대를 최종대리자로 삼아 중원 무림을 다스리게 하겠소.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황궁 정도인데, 이미 황궁 역시 절반은 황궁마신(皇宮魔神)의 사주를 받은 승상이 장악했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오.”

    ‘황궁마신?’

    아까부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물론 그 역시 불사대불과 서불마신의 등장에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견한 상황이기도 했다.

    부딪혀야 한다면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던 차에 또 다른 백대마신으로 보이는 황궁마신에 대해 들은 것이다.

    ‘어쩌면 절대황녀가 황궁으로 돌아간 것도 그 때문인 것 같군. 잘은 몰라도 승상이 황궁마신이란 자의 지원을 받아 반역을 시도한 것 같다.’

    백자안이 일단 그 정도만 생각하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불사대불이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백자안! 네놈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들었다. 나의 불사신장(不死神掌)을 맞고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귀하가 서장무맹주 불사대불이오?”

    “그렇다. 생각보다 여유가 있구나.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어림없다.”

    불사대불이 말을 마친 후 불사신장을 날렸다.

    쏴아아.

    단순해 보이는 장풍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천지를 뒤흔들 힘이 담겨 있었다.

    불사대불이 비상시에는 이 장법으로 마신들을 상대할 생각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흡수대법을 통해 약간의 기력을 회복한 백자안이 왼손을 들어 올려 불사신장을 막았다.

    파앙.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백자안이 뒤로 물러났다.

    그 바람에 십대장로를 비롯한 서장무맹 오십만 무사와도 떨어졌다.

    동심무적진의 영향권에서 비로소 벗어난 셈이었다.

    서장무맹 무사 측에서도 독 기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서로 이득이 있었다.

    불사대불이 이를 예상한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흡수대법을 깨트렸으니 이제 죽여주마. 잘 가라.”

    쏴아아.

    불사신장이 다시 펼쳐지며 조금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한 장력이 백자안을 향해 날아갔다.

    백자안이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사실 그 역시 조금 전 불사신장에 의해 그렇게 쉽게 흡수대법이 깨어질지는 몰랐었다.

    하지만 그 바람에 동심무적진의 영향권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곧바로 다시 공격을 받은 것이다.

    백자안이 응수한 것은 지존장법이었다.

    쏴아아아.

    꽈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백자안과 불사대불 두 사람 모두 비틀거렸다.

    “놈! 대단하구나. 역시 소문대로다.”

    불사대불이 감탄하며 빠르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한 자루 검이 있었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예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보검이 없는 백자안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백자안이 다시 지존장으로 응수했다.

    파팡.

    검이 장세와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백자안이 우수를 뻗어 근처에 있던 서장무맹 무사 한 명이 들고 있던 검을 허공섭물로 빼앗아 병장기로 삼았다.

    차차창.

    불꽃이 더욱 튀며 순식간에 수백 합을 겨뤘다.

    백자안과 불사대불.

    놀랍게도 두 사람은 동수를 보이고 있었다.

    백자안의 놀라움은 컸다.

    ‘혈교주와 대인자문주, 사사천교주 그들보다 훨씬 강한 자다. 서불마신 저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시간을 끌면 결국 내가 불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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