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145화 (145/250)
  • [제47장] 절대황녀 2

    낙양.

    삼의맹이 소림사에서 대승을 거두고 무림의 평화가 찾아오자, 거리는 기뻐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물론 적들의 배후라 할 수 있는 신선계 정심회 반선들이 건재했지만, 대다수 무림인은 그다지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반 무림인들에게는 혈교와 사사천교, 대인자문 이렇게 세 곳의 위협이 가장 피부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복귀한 단목군의 말에 의하면 정심회 반선들과의 평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일말의 불안감마저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었다.

    정오 무렵.

    객잔 한 곳에 천천히 들어서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데 그들은 바로 백자안과 절대황녀가 아닌가.

    낙양에 입성한 그들은 식사도 할 겸 정보도 얻기 위해 객잔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점소이가 재빨리 다가와 창가에 있는 빈자리로 안내했다.

    손님들로 가득한 객잔은 여러 사람이 떠들어대는 소리로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간단한 음식을 시킨 두 사람은 엽차를 마시며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상대로 그 내용은 삼의맹의 대승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각기 검증도 되지 않은 말들이 난무했다.

    백자안과 절대황녀는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객잔 문이 열리며 노인과 소녀 한 명이 들어왔다.

    소녀는 비파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반가워했다.

    “비파노인과 비파소녀다!”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이 재빨리 자리를 비켜줬다.

    점소이 또한 그들을 알아보고 술과 음식을 내주었다.

    객잔 중앙에 자리한 그들은 별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비파소녀가 먼저 비파를 타자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연주가 끝나자 비파노인이 말했다.

    “허허허. 오랜만에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겠군요.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먼저 저희에게 노잣돈이나 좀 보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 있소이다.”

    “은자 한 냥이오.”

    십여 명의 손님들이 기꺼이 돈을 꺼내 비파노인에게 주었다.

    일종의 선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비파노인의 신용이 매우 높다는 증거라 할 수 있었다.

    수금이 끝나자, 대한 한 명이 급히 물었다.

    “백자안 맹주께서 정말 돌아가신 것이오?”

    “으음,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으로서는 생사를 모른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일 뿐이지요.”

    “그 말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말하는 것이오? 그들은 백 맹주께서 돌아가셨다고 주장하며 하루빨리 단목 대협을 다시 맹주로 모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소?”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백 맹주님의 생사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팔일 앞으로 다가온 영웅대회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소림사 전투에서 목격했듯이 폭사하셨을 가능성이 크지요.”

    “그 말은 백 맹주께서 영웅대회가 끝날 때까지 복귀하지 않으시면 단목 대협께서 다시 중원무맹주로 복귀하신다는 뜻이오?”

    “네. 벌써 그렇게 하기로 대체로 합의가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전부가 아니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입장이긴 합니다.”

    “화산파도 찬성을 했소?”

    “화산파 장문 매화검선은 이번에도 반대를 했지만, 닥목군과의 친분 때문에 끝까지 고집할 수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하기야 화산파 혼자 반대를 해도별 수가 없긴 하지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전체의 결정은 다수결로 정해지는 게 관례이니까요. 그 때문에 외부로는 전체 합의라고 전해져도 실은 소수의 반대가 종종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비파노인이 잠시 말을 끊은 후 술을 마셨다.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도중 술을 마시는 것은 그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질문은 계속되었다.

    “단목 대협께서 정말로 정심회 반선들과 평화협상을 벌이는 중이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교와 동방무맹 쪽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요.”

    “무슨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이오? 설마 그들이 단목 대협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오?”

    “따지고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일단 마교와 동방무맹 쪽에서는 중원무맹과 달리 일치단결해 백 맹주의 생존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서둘러 정심회 반선들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그 말도 일리가 있군요. 그동안 정심회 반선들이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어찌 그들을 믿을 수 있겠소? 일반 무림인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최근 일어난 무림대란은 모두 그들이 배후가 아니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심회 반선들의 무공이 얼마나 강한지를 다들 알고 있기에 은근히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지요. 그래서 협상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상당합니다.”

    “그러한 중차대한 결정은 당연히 삼의맹주가 내려야 마땅하지 않소?”

    “그렇습니다. 사실 그 때문이라도 이번에 새롭게 삼의맹주를 선출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지요. 요컨대 백 맹주께서 제때 복귀하시면 문제가 없으나, 영웅대회 때까지 나타나지 않으시면 돌아가신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삼의맹주가 탄생할 겁니다.”

    “새 삼의맹주는 단목 대협이 될 가능성이 크겠군요. 중원무맹주가 삼의맹주가 되는 게 관례로 굳어졌으니, 단목 대협께서 중원무맹주로 복귀하시면 당연히 삼의맹주 자리까지 차지하실 것 같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마교와 동방무맹 쪽에서는 기한을 두지 않고 교주와 맹주 자리를 비워두고 백자안 대협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요. 따라서 당연히 삼의맹주 자리는 새롭게 선출될 중원무맹주가 겸임하게 되겠지요.”

    비파노인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마다 한마디씩 했는데, 예상대로 의견이 나뉘고 있었다.

    단목군을 지지하는 쪽은 그가 이번에 소림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기에 다시 중원무맹주로 복귀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이는 일면 타당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공을 세운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가 죽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면 백자안 역시 절대 중원무맹주가 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백자안 역시 그 점을 생각해 중원무맹주 자리를 단목군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 바로 정심회 반선들과의 일방적인 평화협정 체결이었다.

    단목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정심회주의 속임수에 당할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중원무맹주 자리는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원래 단목 대협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서둘러 정심회 쪽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구나.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평화협정 문제만 아니라면 이대로 영웅대회 때까지 기다려 자연스럽게 중원무맹주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화협정과 맞물러 삼의맹주 자리까지 논의되고 있었다.

    자신을 애타고 기다리고 있는 마교와 동방무맹 무사들을 생각해서라도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조기에 그가 복귀하면 분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농후했다.

    ‘중요한 것은 단목 대협의 의지일 것 같구나. 그분이 대의를 생각해서 평화협정 체결을 나와 상의하려 한다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지존검과 천마검 문제도 있으니, 좀 더 생각한 후 결단을 내려야 할듯하다. 아직 영웅대회 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동안 최대한 내상 치료에 매진해야겠군.’

    백자안이 잠시 생각에 잠길 동안에도 비파노인에 대한 질문은 이어졌다.

    “단목 대협은 분명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강시가 되었고, 또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 돌아올 수 있었소? 무공 역시 백자안 대협을 능가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하오?”

    “허허허. 사실 그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단목 대협께서 스스로 밝히신 바에 의하면 죽음의 강을 건넜다고 하셨지요.”

    “한번 죽었다가 되살아났다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다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당시 단목 대협께서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정심회 쪽에서는 원래 강시부대를 만들 생각이 있었고, 강시부대의 특성상 지휘강시가 필요해 그 대상을 단목 대협으로 정한 것이지요. 그래서 한 줌의 온기를 보존하도록 했는데, 단목 대협께서 무의식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소림사에서 위대한 반전을 끌어냈지요. 사실 단목 대협이 아니었다면 무림은 거의 멸망했을 겁니다.”

    비파노인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라 해도 단목군의 공이 매우 컸다.

    물론 백자안이 그 기반을 닦아주었지만, 확실히 결정지은 것은 바로 단목군이었다.

    그때 누군가 다시 물었다.

    “소문에 의하면 낙양 외곽에 황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오?”

    순간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절대황녀가 흠칫했다.

    이를 놓칠 백자안이 아니었다.

    ‘너무 놀라는군. 아무래도 봉황선자가 황군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구나.’

    비파노인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렇소이다. 낙양 외곽에 황군 십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제 중원무맹 쪽에서 황군 쪽에 사람을 보내 확인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무림대란이 다시 벌어질 것을 대비해 황군이 움직였을 뿐 무림의 일에 개입할 생각은 원칙적으로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서 말입니까? 혹시 지난번 해남도 전투에서 명성을 높인 절대황녀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황룡선생으로 불리는 황궁의 책사가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절대황녀 역시 무림의 일에 관심이 높으니, 어쩌면 이번 영웅대회 때 참석할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비파노인의 말에 절대황녀가 눈을 빛냈다.

    ‘진법의 보안이 깨어진 모양이구나. 하기야 알려져도 큰 문제는 없다. 황룡선생이 잘 대처했구나. 곧 내게도 연락이 오겠군.’

    비파노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백 맹주의 생사에 대한 대립이 실제 삼의맹의 내분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미 불패마왕과 태극검선 등 마교와 동방무맹의 지휘부 고수들이 속속 거처를 풍운장원으로 옮기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들이 중원무맹 총단을 놔두고 풍운장원에 모이는 것은 뜻을 같이하는 세력을 집결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하하. 이전의 풍운회를 보는 것 같군요. 그렇다고 설마 그들이 우리 중원무맹과 싸움이라도 벌이겠습니까?”

    “그건 모릅니다. 동방무맹은 잘 모르겠지만 마교는 다르지요. 지금까지 백 맹주를 연결고리로 해서 평화가 이루어져 왔지만, 불패마왕 등 마교 고수들은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자칫 잘못하면 정마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루빨리 정리되어야 할 부분인군요. 단목 대협께서는 어떤 입장이라고 합니까? 다시 중원무맹주 자리로 복귀하고 싶어 하십니까?”

    “고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백 맹주가 영웅대회 때까지 복귀하면 맹주 자리를 다투지 않고 태상맹주 자리 정도를 맡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심회 반선들과의 평화협정 체결에는 강렬한 열의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뭐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 무림인들에게 큰 피해만 없다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고작 반선 몇 명 때문에 천하가 난리를 겪었습니다. 게다가 그 무슨 특수 이동대법이란 것으로 수백만 명을 마음대로 이동시키는 믿지 못할 비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실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들인데, 그들과 정면으로 싸우면 어찌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큰 피해가 없다면 평화협정 체결에 찬성합니다.”

    대한의 말에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비파노인이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단목 대협께서 정심회 반선들의 최종대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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