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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43화 (143/250)
  • [제46장] 생사결 3

    “백자안 네놈이 정말!”

    백의반선이 노성을 터뜨렸다.

    그를 비롯한 반선 다섯 명은 천마룡이 뿜어냈던 화염을 방어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마룡이 사사천교 강시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그들을 둘러싼 화염 역시 옅어지고 있었다.

    일시 화염망을 만들었으나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마룡이 계속 화염을 뿜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백자안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공격을 준비했다.

    어차피 지상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삼의맹 측에서 승기를 잡은 상황.

    백자안이 반선들만 제거하면 최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다만 백자안이 너무 무리해서 의식이 가물가물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 번의 공격으로 이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 뒤는 아무래도 좋다.’

    백자안이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지존검과 천마검에 내공을 담자, 금빛과 붉은빛 광채가 검봉에 서렸다.

    그때였다.

    중원삼성과 오행반선, 그리고 무심반선이 기어코 화염망을 제거했다.

    백의반선이 말했다.

    “백자안! 최후의 승부를 보자는 뜻이냐?”

    “그렇소. 나는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시작합시다. 정정당당한 대결을 위해 잠시 기다려주었으니, 그대들이 혹여 죽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오.”

    “미친놈! 네놈 혼자서 우리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백의반선이 우수를 들었다.

    나머지 흑의반선, 청의반선, 오행반선, 무심반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순간 그들의 손에서 경력이 발출되더니 한데 뭉쳐 하나의 공이 생겨났다.

    기로 뭉쳐진 덩어리였다.

    기 덩어리는 금세 불어나 작은 야산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신선합공이란 것이다! 잘 가라!”

    기 덩어리가 서서히 움직이며 백자안에게 다가왔다.

    워낙 부피가 커서 덩어리 뒤에 있는 반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자안은 알고 있었다.

    기 덩어리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선들의 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 덩어리는 다섯 반선의 도력을 하나로 뭉친 것으로 바로 신선합공술의 일환이었다.

    백자안은 천음반선의 도움으로 익힌 신선비급을 통해 이와 같은 신선합공술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파훼방법은 몰랐다.

    ‘어차피 정면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가 의식을 잃게 된 후 천마룡이 언제까지 활약해줄 것인 가인데······ 예측이 불가능하구나.’

    백자안이 잠시 아래를 보니 천마룡의 화염에 의해 강시들이 거의 몰살을 당하고 있었다.

    거의 천적 수준이었다.

    혈사맹 무사들 또한 비슷한 처지였다.

    내공이 제한된 그들은 삼의맹 무사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다만 상승고수 수만 정도가 남아 분투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정도면 내가 없어도 충분히 대승을 거둘 수 있겠다.’

    백자안이 미소를 지으며 일장을 날렸다.

    반선들이 날린 기 덩어리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꽈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허공에 여러 가지 색깔의 광채가 가득했다.

    지상에서 싸우던 무사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쳐다볼 정도였다.

    특히 그중 만박서생은 조금 전부터 백자안과 반선들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왠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맹주님!”

    만박서생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지만 폭발 후 나타난 모습은 의외였다.

    백자안과 반선들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설마!”

    만박서생이 안색을 굳혔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백자안과 반선들이 서로 동귀어진해 완전히 가루가 된 것 같았다.

    폭발의 위력이 너무 강해 육신을 보존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아!”

    만박서생이 탄식했다.

    백자안이 반선들과 폭사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승기를 잡았다고는 했으나 혈사맹 고수들의 마지막 발악이 강렬했다.

    게다가 백자안의 죽음 때문인지 천마룡 또한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물론 사사천교의 강시들은 거의 불타버렸지만, 아직도 일만 구가 넘는 강시들이 남아 있었다.

    만박서생이 대충 보니 남은 혈사맹 무사들의 수는 강시들을 합쳐 대략 오십만 정도.

    반면 삼의맹 무사들은 여전히 백만이 훌쩍 넘는 숫자였다.

    그때였다.

    백자안의 죽음 때문인지 내공 제한이 걸렸던 혈사맹 무사들이 속속 내공을 회복했다.

    이는 삼의맹 무사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미 백자안이 폭사해 시신도 보존하지 못한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

    혹여 잘못 안 것일 수도 있어 백자안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렸으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천마룡이 사라지고 혈사맹 무사들이 속속 내공을 회복했다.

    사사천교 총군사 만뇌서생이 소리쳤다.

    “백자안은 죽었다. 반선들과 동귀어진했다. 비록 우리가 네놈들보다 그 수가 적어졌으나 개별 무력은 강하다. 전력을 다해 싸우면 반드시 우리가 승리한다!”

    혈군자 역시 혈교 무사들을 독려했다.

    “백자안은 죽었다! 이제 놈들 중에 진짜 고수는 없다! 총공격하라!”

    와아아!

    혈사맹 무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내공이 회복된 그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했다.

    물론 백삼십만 병력이 졸지에 오십만으로 줄었지만, 삼의맹 무사들 역시 이삼십만의 병력 손실을 보고 있었다.

    게다가 개별 무력은 여전히 혈사맹 무사들이 강했다.

    혈사맹으로서는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된 것이었다.

    특히 사기 면에서도 혈사맹 무사들이 높았다.

    백자안이 반선들과 동귀어진해 가루가 된 것이 점점 확실해지자, 그 충격의 여파는 삼의맹 무사들이 훨씬 컸다.

    특히 백자안과 친분이 있던 사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맹주님은 살아계실 거예요!”

    악미미가 소리치며 무사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전열은 걷잡을 수 없었다.

    만박서생이 안색을 굳혔다.

    ‘맹주님의 생사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암울하다. 현 상태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양패구상하여 양측에 생존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무림 말살이 되겠구나.’

    만박서생이 암울해 할 때.

    한쪽에서 거대한 먼지구름과 함께 강시들이 나타났다.

    한데 사사천교 강시가 아니라 대인자문 강시들이었다.

    게다가 그 숫자가 무려 백만 정도였다.

    특히 강시들의 두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뜩이는 것이 사사천교 강시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았다.

    “아!”

    만박서생이 탄식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던 일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대인자문 무사들 백만이 백자안과 전투 중 신선계로 끌려간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특히 그들 모두 죽음을 맞이한 후 강시가 되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래서 내심 잠재적인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백자안도 없는 상황에서 삼의맹 무사들로서는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만뇌서생이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역시 반선들께서 최후의 안배를 해두셨구나. 대인자문 강시들의 출전을 준비해두셨다니. 혹시 정심회 회주님의 배려인가.”

    “그러게 말이오. 이제 우리 승리는 확실하오.”

    혈군자가 말을 하며 혈교 무사들로 하여금 뒤로 물러나게 했다.

    만뇌서생 또한 명을 내려 사사천교 무사들을 뒤로 물렸다.

    대인자문 강시로 하여금 삼의맹 무사들을 몰살시키도록 하고 자신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 대인자문 강시들은 천천히 삼의맹 무사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삼의맹 무사들 역시 만박서생과 불패마왕, 그리고 태극검선의 지시로 모두 뭉쳐 있는 상황.

    병력에 있어선 대인자문 강시들과 비슷했지만 이미 그 기도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승산이 전혀 없다!’

    만박서생이 침통해 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만박서생이 대인자문 백만 강시부대를 유심히 살폈다.

    이내 귀면탈을 쓰고 강시들 선두에 서 있는 자를 발견했다.

    다른 강시들이 모두 본래 얼굴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그 혼자 귀면탈을 쓰고 있었다.

    ‘저자가 강시 우두머리인가. 어쩌면 저자만 제거하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박서생이 고개를 돌려 불패마왕을 쳐다봤다.

    소림삼신승이 아직 내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불패마왕이 아군 측에서는 최고수라 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불패마왕은 깨달음을 얻어 그 무공이 더욱더 높아져 있었다.

    불패마왕 역시 만박서생의 의도를 알고 귀면탈 강시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귀면탈 강시가 돌연 걸음을 멈추고 신형을 돌렸다.

    “제군들은 들어라. 그대들이 공격할 상대는 바로 혈사맹 저자들이다. 한 놈도 빠짐없이 죽여라.”

    귀면탈 강시가 혈사맹 무사들을 향해 우수를 뻗었다.

    순간, 강시들이 일제히 신형을 돌려 혈사맹 무사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오?”

    만뇌서생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귀면탈 강시가 날린 지풍이었다.

    슈우욱.

    “으윽!”

    만뇌서생이 비명과 함께 쓰러져 즉사했다.

    그의 이마에는 큰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이를 본 혈군자가 안색을 급변한 것은 물론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하지만 혈군자 역시 귀면탈 강시의 지풍을 막아낼 수 없었다.

    혈군자마저 즉사하자, 혈사맹 무사들이 크게 동요했다.

    곧이어 대인자문 강시들의 공격을 받게 된 혈사맹 무사들이 썩은 짚단처럼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으윽!”

    “아악!”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인자문 강시들이 뿌린 경력에 조금이라도 스친 자는 피를 뿌리며 즉사했다.

    사사천교 강시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강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대인자문 강시들의 무력이 압도적이었다.

    와아아.

    지켜보던 삼의맹 무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어찌된 이유이건 간에 혈사맹 무사들을 학살하고 있는 대인자문 강시들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아니 진정으로 환호성을 보내는 상대는 바로 귀면탈 강시였다.

    그가 대인자문 강시들을 완전히 장악해 그 공격 대상을 바꾼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동안 일방적인 공격은 계속되었다.

    오십만 혈사맹 무사들이 끊임없이 쓰러졌다.

    상승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귀면탈 강시의 지풍이 한번 날아갈 때마다 어김없이 수십 명의 고수가 즉사했다.

    그야말로 무신의 활약이었다.

    ‘도대체 저자가 누구기에?’

    만박서생이 기쁨도 잠시 경악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시진 정도가 지난 후 마침내 혈사맹 무사들과 강시들이 완전히 소탕되었다.

    하지만 대인자문 강시들이 나타난 이후로 삼의맹 무사들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

    “휴우!”

    귀면탈 강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가 대인자문 강시들을 향해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제군들은 이미 망자이니 이제 저승길을 계속 가도록 하라. 스스로 끝을 내도록 하라.”

    귀면탈 강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인자문 백만 강시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퍽퍽퍽!

    대인자문 강시들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가 터진 강시들은 곧바로 부식하며 한 줌 혈수로 변하고 말았다.

    “아! 어찌 저런 일이······.”

    만박서생이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비록 자신들을 도와줬지만 대인자문 강시들의 존재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귀면탈 강시가 놈들의 자결을 명한 것이었다.

    대인자문 강시들이 몰살당하자, 이제 모든 사람의 이목이 귀면탈 강시에게 쏠렸다.

    악미미와 부채도사 등 일부는 혹시 귀면탈 강시가 백자안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거는 표정이었다.

    “귀하는 어떤 분이시오? 보아하니 강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만박서생이 조심스레 물었다.

    귀면탈 강시가 대답 대신 귀면탈을 벗었다.

    한데 그는 죽은 줄 알았던 전대 중원무맹주 단목군이 아닌가.

    죽음 후 그 시신이 사라져 큰 소란이 있었던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살아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맹주님!”

    “허허허! 오랜만이오. 총군사. 나 단목군이 죽음의 강을 건너 부활했소이다. 이제 무림의 평화는 내가 지키겠소.”

    귀면탈 강시, 즉 단목군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딸 단목수련이 급히 달려와 품에 안겼다.

    “아버지!”

    “허허허! 수련아. 널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다.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모든 것을 바르게 되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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