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141화 (141/250)
  • [제46장] 생사결 1

    [제46장] 생사결

    동방무맹 오십만 무사들의 등장.

    이는 중원무맹과 마교 무사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수적인 면에서도 동방무맹 무사들이 합류함으로써 혈사맹과 동등해졌다.

    백삼십만 대 백삼십만.

    그야말로 강호에 활약 중인 무림인 대부분이 모인 공전절후의 대결이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방무맹 무사들이 오는 길에 낙양 중원무맹 총단에 들러 혈사맹 무사들을 몰살시켰다는 사실이었다.

    “낙양에 있던 혈사맹 놈들은 모조리 제거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부채도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자안과 만박서생 등이 매우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하하. 거참 잘된 일이오. 어떻게 총단을 수복할 시간이 있었소?”

    “네. 모두 은둔회 반선분들의 도움 덕분이었지요. 이제 저놈들만 제거하면 됩니다.”

    부채도사가 혈사맹 백삼십만 무사들을 가리켰다.

    백자안에 의해 이만 명이 넘는 병력이 소실되었지만, 아직 전체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사사노야가 안색을 굳혔다.

    “흥! 그래 봤자 네놈들만 모두 제거하면 다시 중원무맹 총단을 점령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보나 마나 총단은 거의 비어있겠지?”

    “그렇긴 하다. 하지만 제거될 놈들은 바로 네놈들이다.”

    부채도사가 언성을 높였다.

    “부채도사라고 했던가. 네놈하고 입씨름할 시간이 없다. 백자안 네놈에게 최후 경고를 하겠다. 이제라도 지존검과 천마검을 바치고 투항해라. 그러면 네놈들의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네놈들도 알겠지만, 우리 무사들의 무력은 네놈들의 두 배 이상이다. 병력은 이제 비슷해졌지만, 전면전이 벌어지면 승리는 우리가 차지할 것이 확실하지. 어떻게 하겠느냐?”

    “투항은 없소. 정녕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오. 다만 수하들의 희생을 줄이고 싶다면 전면전보다는 대표를 내세워 대결을 벌이는 것이 어떻겠소?”

    “어떤 식으로 말이냐? 백자안 네놈이 대표로 나와 싸우겠다는 말이냐?”

    “그렇소. 다만 그쪽 대표는 두 명까지 봐주겠소.”

    백자안이 말을 하며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을 함께 쳐다봤다.

    사사천교주와 혈교주 두 명을 한꺼번에 상대해 이번 싸움을 종료하고자 하는 백자안의 의지였다.

    ‘저 두 놈만 죽으면 수하들은 구심점을 잃고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때 내 모든 힘을 다해 놈들의 내공을 제한한다면 우리 삼의맹 무사들이 마무리할 것이다.’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사실 막대한 희생이 따르는 전면전은 그가 매우 꺼리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불리함을 감수하고 대표결을 펼쳐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의 반응은 의외였다.

    잠시 두 사람이 상의하는가 싶더니 전격적으로 수락을 하였다.

    “좋다. 하지만 대결 전에 확실히 해둘 것이 있다. 만약 우리 두 사람이 승리하면 네놈들 삼의맹 무사들은 일제히 투항하고 우리 명을 받아야 한다. 약속할 수 있겠느냐?”

    “약속하겠소. 한데 우리가 이기면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소?”

    “우리 역시 너의 명을 받을 것이다. 만약 네놈이 이기면 우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

    “아마도 그대들 모두의 무공을 폐쇄할 것이오. 그래도 목숨만은 살려주는 것이니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오.”

    백자안의 말에 혈사맹 무사들의 안색이 하나같이 굳어졌다.

    무림인에게 있어 무공 폐쇄는 죽음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미 사사노야와 광세혈신 두 사람이 승낙한 상태였다.

    감히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만박서생이 급히 백자안에게 전음을 날렸다.

    「맹주님. 비록 맹주님께서 승리해도 놈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저는 공개적으로 적의 수장들을 제거해 대세를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이대로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최소한 우리 무사 중 절반은 사망하게 될 겁니다. 이는 치유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될 겁니다. 대책 없는 전면전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사사노야와 광세혈신 두 명을 제거하는 것은 맹주님 무공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남은 수하들이 백만이 훨씬 넘으니 아무리 맹주님이라고 해도 놈들 모두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 놈들의 내공을 무력화시킬 수는 있을 겁니다. 제가 아는 비술이 하나 있는데 내공을 기화시켜 마치 산공독처럼 뿌릴 수 있게 되지요. 마치 비가 내리듯 광범위한 지역에 살포가 가능하니, 아마도 놈들 모두를 중독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총군사께서 무사들에게 일제히 명을 내려 총공격을 가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없더라도 큰 피해 없이 놈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 겁니다.」

    「맹주님이 없으면 안 됩니다. 말씀하신 비술을 펼치면 맹주님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마 십중팔구 실신을 하게 될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중원삼성 등 정심회 반선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자들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일단 혈사맹 무리를 무림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제 명을 따라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만박서생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즉시 백자안의 계획을 불패마왕과 부채도사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는 동안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은 천천히 백자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백자안 역시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양 진영의 무사들이 긴장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번 대결에 자신들의 운명도 판가름 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광세혈신이 급히 옆에 서 있는 사사노야에게 전음을 날렸다.

    「정말 중원삼성을 비롯한 반선들이 우리 두 사람을 도와주기로 했소? 왜 그대에게만 이야기해준 것이오?」

    「아무래도 본교의 전력이 혈교보다 강하기 때문이 아니겠소?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지존검과 천마검 때문이라도 반선들이 우리를 돕지 않을 리 없을 것이오. 게다가 사실 반선들이 없어도 우리 두 사람이 합공을 가하면 충분히 백자안 저놈을 죽일 수 있소.」

    「그건 사실이오만 설사 백자안 저놈이 죽더라도 삼의맹 놈들이 순순히 투항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오.」

    「하하하. 그건 당연하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하지만 반선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백자안 저놈이 죽은 후 특수대법을 통해 삼의맹 무사들을 모두 세뇌할 생각이라고 하니까.」

    「아, 그러면 안심이오. 이제야 반선들이 정파 놈들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나 보오.」

    「그런 것 같소. 이제 슬슬 시작합시다. 백자안 저놈의 숨통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야 하오. 놈이 대인자문주를 죽인 것을 생각하면 그다음 차례가 우리란 것이 자명하지 않겠소? 오늘 그 화근을 반드시 잘라내야 하오.」

    사사노야가 전음을 날린 후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광세혈신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심회 반선들이 자신이 아닌 사사노야에게만 계획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사사노야. 지금 네놈이 나보다 잘나가는 것 같지만 두고 보자. 삼의맹 놈들을 몰살시킨 후 기회를 봐서 네놈부터 죽일 것이다. 네놈이 죽게 되면 반선들 역시 나를 최종대리자로 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광세혈신이 안색을 회복했다.

    일단 사사노야와 함께 백자안부터 죽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사실 그와 사사노야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백자안이었다.

    나머지 삼의맹 무사들은 그 수가 비록 자신들과 비슷해졌으나 그다지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백자안이 천마검 외에 지존검마저 꺼내 양손에 들었다.

    사사노야와 광세혈신 두 고수의 합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미리 무영신투술을 안배해 자신이 의식을 잃게 되면 자동으로 지존검과 천마검이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도록 해두었다.

    이는 혼란의 와중에 중원삼성 등이 두 보검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산공비술(散功秘術)을 펼치고 난 후 정신을 잃지 않아야 할 텐데······ 그러려면 최대한 내공의 소모 없이 이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백자안이 내공을 모아 지존검과 천마검에 담았다.

    그의 내공은 지금 무형공력과 천마력, 그리고 천력 등이 모여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현재 천력이었다.

    천력을 중심으로 모든 기운을 하나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천력이 없었다면 아까 이만 명이 넘는 혈사맹 병력을 몰살시킬 수 없었을 것이었다.

    사사노야가 말했다.

    “후후후! 고맙게도 지존검과 천마검을 꺼내주었군.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너는 우리를 과소평가했다. 너는 절대 우리를 이기지 못한다.”

    “백자안 네놈은 이제 죽음뿐이다.”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이 병장기를 뽑았다.

    두 사람 모두 검이었다.

    “시작합시다. 모든 것이 실력으로 판가름 날 것이오. 확실히 말하지만 이번 승부는 상대편이 죽을 때까지 진행되는 생사결(生死決)이오. 이 점을 명심하기 바라오.”

    “알겠다. 우리 역시 바라는 바이다.”

    “좋소. 그럼 진짜 시작하겠소.”

    백자안이 지존검과 천마검을 수평으로 뻗었다.

    순간, 금빛과 붉은빛 강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사사노야와 광세혈신 역시 강기를 날린 것은 그 직후였다.

    각각 최고의 절기라 할 수 있는 사사검법(邪邪劍法)과 혈마검법이었다.

    슈우욱. 슈욱.

    차차차창.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검광이 일었다.

    양 진영의 무사들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검광으로 인한 음파차단 효과 때문인지 그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았었다.

    잠시 후 드러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자신 있어 보이던 백자안이 피를 흘린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

    혈사맹 무사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중원무맹 무사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백자안이 패하게 되면 약속에 따라 그들 역시 투항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맹주님!”

    백자안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었다.

    아직 백자안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가 죽을 때까지 진행되는 생사결이었다.

    물론 생사결이라고 해도 꼭 상대가 죽어야 승부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미리 개념을 정리했기 때문에 생사 확인이 꼭 필요했다.

    사사노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백자안 네놈이 기고만장하더니 꼴이 좋구나. 내상 때문이겠지만 생각보다 실력이 형편없었다. 무엇보다 우리 두 사람의 합공이 완벽했다. 광세혈신 그대가 저자의 죽음을 확인해주시겠소? 지존검과 천마검이 보이지 않으니 몸을 뒤집어 보시오.”

    “알겠소.”

    광세혈신이 백자안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사사노야가 일장을 날려 광세혈신의 등을 강타했다.

    퍽.

    “크윽!”

    광세혈신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으······ 사사노야 네놈이!”

    “후후후! 백자안 그놈은 이미 죽었다. 이왕이면 네놈도 함께 죽어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사사노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으으······ 악독한 놈. 그럼 반선들이 도와줄 거라는 말도 거짓이었느냐?”

    “그렇다. 어차피 백자안 저놈은 내상을 입은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놈과 합공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네놈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반선들의 도움이 있을 것 같이 너를 속인 것이다.”

    “으으······.”

    광세혈신이 처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상세는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혈교 무사들 역시 경악했지만 당장 복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광세혈신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사사노야가 소리쳤다.

    “혈교 무사들은 들어라. 나는 이제 혈사맹의 단독맹주가 되어 너희를 다스릴 것이다. 어떤 차별도 없을 것이니, 나를 믿고 따라주기 바란다.”

    “개소리!”

    평소 광세혈신을 근접 호위하던 살인혈객이 사사노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사사노야의 일장에 그대로 가슴에 구멍이 뚫려 즉사하고 말았다.

    사사노야가 기세를 몰아 지풍을 날려 광세혈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리자, 혈교 무사들의 동요가 극에 달했다.

    혈교 총군사 혈군자가 즉시 무릎을 꿇었다.

    “본교는 사사노야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척척척.

    눈치를 보던 혈교 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사사천교가 혈교를 흡수하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영웅인 법이지.”

    사사노야가 껄껄 웃었다.

    만뇌서생이 급히 말했다.

    “교주님. 어서 백자안 저놈의 머리통을 날리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