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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40화 (140/250)

[제45장] 정의 3

“후후후! 네놈은 무모한 고집 때문에 죽을 것이다.”

“이번에는 네놈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명을 내렸다.

그러자 사사천교 강시 천 구와 혈교 혈사자 천 명이 앞으로 나왔다.

모두 이천 명.

백자안은 천마검을 높이 든 채 부동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도 천마강기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선 적들 역시 혈사맹 전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아직 대결을 벌이지도 안 했지만 그는 이후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가게 되면 결국 진기의 소모가 있게 마련이다. 한 번의 공격으로 놈들 모두를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히며 내공을 천마검에 불어 넣었다.

그때 만뇌서생과 혈군자의 명이 떨어졌다.

“공격하라!”

“클클클!”

“와아아!”

강시들과 혈사자 이천 명이 일제히 백자안을 향해 몰려들며 장력을 퍼부었다.

쏴아아.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경력에 중원무맹 무사들이 하나같이 안색을 굳혔다.

아무리 백자안의 무공이 뛰어나도 이를 막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다들 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백자안의 엄명이 떨어진 상황.

돕고 싶어도 혹시 방해가 될까 봐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백자안이 천마강기를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번에도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건 셈이었다.

파파파파!

연쇄 폭발로 불꽃이 터지듯이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물밀 듯이 다가오던 강시들과 혈사자들이 전체적으로 출렁이며 비틀거렸다.

백자안 역시 그 자리에서 잠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백자안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핏물을 도로 삼키며 빠르게 조식을 취했다.

‘역시 이천 명은 무리인가. 하기야 일류고수 이천 명의 합공과 같으니······.’

백자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혼자서 이천 고수의 합공을 막아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놈들은 나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

백자안이 천마검으로 다시 천마강기를 날렸다.

부채꼴 모양의 강기가 빠르게 날아가자 강시들과 혈사자들이 흠칫했다.

조금 전 격돌로 호신강기가 대부분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도검불침이었던 강시들의 방어력 훼손은 심각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천마강기 공격을 받게 되자 당황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철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강시들과 혈사자들 이천 명이 최후의 힘을 모아 천마강기에 맞섰다.

꽈아앙.

지축이 흔들리며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놀라서 보니 강시 천 구와 혈사자 천 명 모두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힘이 분산되었는지 아직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백자안이 세 번째 천마강기를 날린 것은 그때였다.

파파파팡.

강시들과 혈사자들의 몸뚱이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불과 세 번의 격돌로 이천 명의 고수가 몰살당한 것이었다.

무림 역사상 단신으로 천 명 이상을 상대해 승리를 거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그 두 배인 이천 명을 제거한 것이었다.

와아아.

중원무맹 무사들이 환호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사사노야와 광세혈신 두 명 모두 안색을 굳혔다.

그만큼 백자안의 무공이 대단했다.

하지만 백자안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그들이었다.

“후후후! 대단하군.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번에는 강시 일만 구를 출전시키겠다.”

“우리 혈교 역시 나머지 혈사자들을 출전시키도록 하겠소.”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의 말이 있자, 이만에 가까운 강시와 혈사자들이 앞으로 나왔다.

워낙 인원이 많아서인지 그들은 이만 명의 공력을 모아 맨 앞에 있는 강시와 혈사자 두 명에게 집중시켰다.

즉, 이만 명이 두 명에게 힘을 모아준 셈이었다.

게다가 강시들은 강시진법의 효과까지 더해져 그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해졌다.

반면 백자안은 여전히 혼자였다.

아무리 그의 내공이 강하다고는 하나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맹주님.”

만박서생이 우려 섞인 표정을 지었다.

백자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놈들이 총공격을 가하지 않는 한 제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놈들이 총공격하게 되면 그때는 총군사께서 무사들을 지휘해 이에 대응하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만박서생이 고개를 숙였다.

이미 전면전에 대한 계획은 세워둔 상태였다.

만박서생 등 중원무맹 지휘부 고수들 역시 계속 이런 식으로 백자안이 단독으로 적들을 막아내리라 믿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백자안의 무공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혈사맹 측이 어느 순간 총공격을 가해올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백삼십만에 달하는 대병력을 지니고 있는 혈사맹으로서는 굳이 백자안과의 소모적인 대결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지존검과 천마검 확보가 중요하다는 정심회 반선들의 요구 때문에 일단 백자안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전략적으로 백삼십만 병력이 일제히 공격을 가하면 백자안 혼자서 이를 막아내는 것을 불가능할 터.

결국 양측이 전면전을 벌이게 될 것이었다. 백자안 때문에 희생이 커지게 되겠지만 결국 최종 승리는 혈사맹의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만뇌서생이 급히 사사노야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번에도 백자안 저놈이 승리를 거두면 그때는 반드시 총공격을 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중원무맹 무사들을 보호하느라 놈 역시 집중력이 흐트러질 겁니다.」

「알고 있소. 그렇게 하겠소.」

사사노야가 전음을 보낸 후 광세혈신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다.

광세혈신 역시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혈군자와 상의한 후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일단 강시와 혈군자 이만 병력으로 백자안을 죽이는 게 최선이었다.

“놈을 죽여라!”

“죽여라!”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의 명이 떨어지자, 준비하고 있던 대표 강시와 대표 혈군자가 모든 힘을 모아 장력을 날렸다.

쏴아아.

이만 고수가 뿜어낸 극도의 힘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오히려 매우 평범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백자안에게는 평범하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본능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피하면 뒤에 있는 중원무맹 무사들이 희생을 당할 가능성이 컸다.

‘내가 피하면 최소한 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다. 어차피 격돌해야 하니 피해서는 안 된다.’

백자안이 천마검을 앞으로 내뻗으며 천마강기를 발출했다.

쏴아아.

곧바로 거대한 경력의 충돌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양 진영에 있던 무사들이 비틀거렸다.

그만큼 충격파가 강했다.

게다가 돌과 먼지들이 비산하여 거대한 구름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서서히 그 결과가 드러났다.

“아!”

“저런!”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온 쪽은 바로 중원무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자안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비록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내상을 입은 듯 입가에서는 연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반면 강시와 혈사자 이만 명은 처음 그대로 모습이었다.

힘을 대표 두 명에게 모아주기 위해 갖추었던 대열 역시 흐트러지지 않았다.

“하하하! 백자안 네놈도 이제 한계에 달했구나.”

사사노야가 껄껄 웃었다.

혈사맹 무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은 물론이었다.

와아아아.

반면 중원무맹 무사들의 사기는 완전히 떨어져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맹주님!”

만박서생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백자안을 불렀다.

“저는 괜찮습니다.”

백자안이 천천히 다시 일어섰다.

천마검을 다시 위로 든 순간.

쩍쩍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격돌했던 강시와 혈사자 이만 명의 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충격파로 몸이 산산이 부서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워낙 충격파가 커서 단번에 쓰러지지 않고 잠시 버틴 것 같았다.

이윽고 강시와 혈사자 이만 명이 모두 소멸하거나 즉사하자, 중원무맹 무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어찌 이런 일이······.”

“빌어먹을······.”

사사노야와 광세혈신이 황당해하면서 매우 분노했다.

그 많은 병력이 불과 한 사람에 의해 당하리라고는 생각 못 한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결과였다.

“백자안! 너무 좋아하지 마라. 어차피 네놈 역시 심한 내상을 입은 것 같으니, 이제는 우리 차례라 할 수 있지. 이제부터 개별 대결은 하지 않겠다.”

“전면전을 하자는 것이오?”

“그렇다. 네놈이 각개 격파 전략을 써 우리를 상대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네놈 뜻대로 끌려갈 우리가 아니다. 병력에 있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우리가 왜 네놈에게 끌려다니겠느냐?”

“역시 신의가 없군. 좋소. 어차피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면 그렇게 합시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히며 만박서생을 쳐다봤다.

만박서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명을 내리면 전면전 태세로 전환될 것이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역시 병력 부족이었다.

안 그래도 개별 무력에 있어 밀리는데 병력에 있어서도 두 배 이상의 격차가 있어 예상되는 결과가 암울했다.

게다가 백자안은 이미 심한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무엇보다 아직 중원삼성 등 정심회 반선 다섯 명은 개입하지 않고 있었다.

전면전이 벌어질 때 만약 그들이 개입하면 전세는 더욱더 불리해질 것이 자명했다.

그때였다.

양 진영이 대치하고 있는 옆 숲속에서 함성과 함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아.

사람들이 깜짝 놀라 보니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은 무사였다.

대략 삼십만 정도.

한데 맨 앞에 그들을 이끄는 한 명을 보고 중원무맹 무사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불패마왕!”

그랬다.

새롭게 나타난 무사들은 다름 아닌 마교 무사들이었던 것.

불패마왕 옆에는 임요요도 있었다. 그녀는 백자안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얼마 후 마교 무사들이 일제히 백자안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무릎을 꿇지 않은 사람은 태상교주 신분인 불패마왕뿐이었다.

백자안이 두 손을 들어 말했다.

“모두 일어나시오.”

“명을 받듭니다.”

마교 무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중원무맹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불패마왕이 껄껄 웃었다.

“백 교주. 역시 무사했군. 정말 다행이네.”

“어떻게 된 겁니까?”

“지난번에 저기 있는 사사천교 강시들에게 당한 후 나는 요요와 함께 신강에 있는 총단으로 향했네. 마침 천하에 흩어져 있던 본교 무사들이 일제히 모여 혈교 놈들로부터 총단을 탈환할 수 있었네.”

“뭣이라고? 총단을?”

광세혈신이 깜짝 놀랐다.

마교 총단은 혈교가 점령하고 있었다.

물론 중원무맹 총단을 공격하기 위해 병력 대부분을 이곳 소림사로 데리고 왔지만, 그래도 수만 병력이 지키고 있었다.

“본교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광세혈신이 불패마왕을 향해 물었다.

불패마왕이 껄껄 웃었다.

“혈교 놈들은 모조리 죽었다. 총단을 탈환한 후 모든 본교 무사들을 대동해 소림사로 왔지.”

“그럴 시간이 없었을 텐데?”

“후후후! 물론 반선들의 도움을 받았다.”

“정심회 반선들이 어떻게 네놈들을 도왔단 말이냐?”

“후후후! 신선계에는 정심회 반선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를 도와준 반선들은 은둔회 소속이다. 그들은 우리를 특수 이동대법을 통해 이곳 소림사로 데려왔지. 우리가 왔으니 상황은 이제 많이 달라질 것이다.”

불패마왕이 자신이 데려온 삼십만 마교 무사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천하에 흩어져 있던 마교도들로서, 마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 고수들이었다.

특히 그들의 무공은 지난번에 강시들에 의해 궤멸된 마교 무사들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했다. 그야말로 마교의 진짜 힘이라 할 수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태상교주님의 영도력으로 본교가 부활하게 되었군요. 잘 오셨습니다.”

백자안의 칭찬에 불패마왕이 껄껄 웃었다.

임요요가 말했다.

“은둔회 반선분들의 말에 의하면 동방무맹 무사들 역시 이곳으로 보낼 거라고 하셨어요.”

“아! 동방 주위에는 봉쇄진법이 펼쳐져 있어 쉽지 않을 텐데······.”

백자안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중원무맹과 마교 무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교 무사들이 지원을 왔다고는 하나 아직 혈사맹 무사들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동방무맹 무사들이 오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때였다.

다시 한쪽 편에서 먼지구름이 일더니 무사들이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숫자였다. 바로 동방무맹 오십만 무사들이었다.

백자안은 그들 맨 앞에 있는 태극검선과 풍류도인, 부채도사, 백록공자, 김지혜 등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동방무맹 무사들이 조금 전 마교 무사들과 마찬가지로 백자안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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