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139화 (139/250)
  • [제45장] 정의 2

    “백자안! 네놈이 너무 기고만장하구나. 좋다. 일단 혈사맹 무사들과의 대결부터 이겨라. 최종 승리를 거두면 그때 우리마저 꺾어야 할 것이다.”

    백의반선의 말에 혈사맹 무사들이 술렁였다.

    조금 전에는 반선들이 자신들 편에 서겠다고 해놓고 다시 물러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혈교와 사사천교의 수장들인 광세혈신과 사사노야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정심회 반선들이 개입하게 되면 자신들의 공적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그들 역시 최종 결정권자가 중원삼성이나 오행반선, 무심반선 다섯 사람이 아니라 정심회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공적을 세워 최종대리자가 되어 무림을 다스리는 것.

    그것이 그들의 일차 목표였다.

    사사노야가 물었다.

    “반선께 여쭙겠습니다. 저희가 중원무맹 놈들을 궤멸시키면 어떤 상이 내리게 되는 겁니까?”

    “최종대리자 선정을 말하는 것이오?”

    “네. 공적의 측정을 통해 저희 두 사람 중 한 명을 고르게 되는 겁니까?”

    “하하하. 그건 아니오. 일단 무림을 둘로 나눠 두 분이 다스리도록 해주겠소. 물론 오늘 전투에서 공이 더 큰 분은 최종대리자로 선정되는 데 유리할 것이오. 사실 그대들도 알다시피 최종 결정 권한이 신선계에 계신 회주님께 넘어간 상태요. 그 점은 양해 바라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바라던 바였습니다. 오늘 대승을 거두면 중원을 남북으로 나눠 혈교와 본교가 사이좋게 통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반선들께서 의도하시는 이상 정치는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고맙소. 사실 여태까지 두 분을 그렇게 신뢰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오해가 조금 있었던 것 같소. 무운을 빌겠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사노야는 물론이고 광세혈신 또한 감사를 표했다.

    비록 백자안이 건재하지만, 전황은 그들에게 매우 유리했다.

    강시부대를 제외하고도 두 배의 전력이었다.

    게다가 개별 무사들의 무공 수준도 중원무맹을 압도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악의 경우에는 중원삼성 등 정심회 반선들의 도움이 예상된다는 점이었다.

    이미 백자안과 반선들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황.

    지존검과 천마검 확보 때문이라도 반선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하하! 그럼 시작하시오. 우리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소.”

    백의반선의 말과 함께 그와 나머지 반선들을 태운 구름이 사라졌다.

    물론 어디에선가 보고 있겠지만 일단 외부적으로는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사사노야가 말했다.

    “백자안! 이제 정말 승부를 결정지을 순간이 왔구나.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느냐?”

    “없소. 다만 그대들은 본인 혼자 먼저 상대하겠소.”

    “하하하! 정말 미친놈이구나. 좋다.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들어주마. 일단 강시부대 맛을 좀 보아라.”

    사사노야가 눈짓하자 총군사 만뇌서생이 강시부대에게 명을 내렸다.

    그러자 백여 구의 강시가 앞으로 나왔다.

    삼십만 강시 중 고작 백여 구였으나 상대는 백자안 한 사람이었다.

    개별 강시들은 도검불침에다가 그 무공 역시 일류고수들을 능가했다.

    게다가 백 명씩 짝을 이루어 공격하는 합공이 매우 강력했다.

    효율적인 합공을 위해서 놈들이 펼치고 있는 것은 강시진법이란 것이었다.

    이는 강시 한 구가 공격을 가해도 나머지 강시들의 힘까지 끌어 쓸 수 있는 것으로, 그 위력이 막강할 것은 불문가지였다.

    이 때문일까.

    만박서생을 비롯한 중원무맹 무사들이 안색을 굳혔다.

    “맹주님! 괜찮겠습니까? 일백강시의 합공은 그 위력이 엄청납니다. 이십만 마교 무사들이 당한 것도 바로 저 강시진법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일백강시 부대는 끝없이 만들어질 것이고 끝까지 싸운다면 맹주님 역시 지치고 말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따로 명을 내릴 때가지는 아무도 나서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사실 적들은 지금 이곳에 있는 저자들만이 아닙니다. 지금 암중에 숨어 있는 다섯 반선뿐만 아니라 신선계에는 일만 명이 넘는 정심회 반선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그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괴수와 요괴들도 무수히 많습니다. 아, 그리고 대인자문 무사들로 이루어진 백만 강시부대도 있지요. 그러니 저놈들을 제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야 장차 우리 무림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정심회 반선들의 목표는 결국 무림 멸망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에, 이번에 보다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나가야 할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만박서생이 안색을 굳혔다.

    백자안 혼자 힘으로 상대하기에는 적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하려 했으나 그만두었다.

    백자안의 의지가 확고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결심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대로 믿어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안이었다.

    “맹주님을 믿겠습니다!”

    만박서생의 말에 중원무맹 오십만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그러는 동안 백자안과 일백강시의 간격은 좁아지고 있었다.

    강시 병력이 삼십 만이니, 수치상으로 보면 이런 일백강시가 삼천 개나 만들어질 수 있었다.

    물론 이번 승부에 대한 예측은 진영 여부와 관계없이 대개 일치하고 있었다.

    즉, 승리가 예상되는 쪽은 역시 백자안이었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이기는가에 있었다.

    만약 내상을 조금이라도 입게 된다면 중원무맹 측의 사기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백자안이 천마검을 꺼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강시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보검은 매우 큰 위력을 발휘하게 마련이었다.

    특히 그 검이 천마검이라면 더욱더 큰 위력이 예상되었다.

    그 때문일까.

    강시들이 흠칫했다.

    천마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때문이었다.

    간밤에 깨달음을 얻어 다시 무공이 진보한 백자안의 무공 수준은 측정이 불가할 정도였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그 진보가 그가 익힌 모든 무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천마의 무공 역시 그 안에 포함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후후후! 제법 강해 보이는구나. 하지만 우리 강시부대에게는 안될 것이다.”

    만뇌서생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자안과 일백강시의 간격이 십장 이내로 좁혀지자 명을 내렸다.

    “놈을 죽여라!”

    “크크크!”

    강시들이 괴이한 목소리를 내며 일제히 경력을 발출했다.

    쏴아아.

    붉은 경력이 백구의 강시 모두에게서 분출되었다.

    강시진법의 효과로 개별 경력이 백배로 강해졌다.

    놀라운 것은 강시들의 장풍이 각각 모두 백배 강해졌다는 점이었다.

    강시 한 구에만 힘이 모인 것이 아니라, 개별 강시들이 각자 모든 힘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위력 면에서는 강시 백구의 합공이 아니라 만구의 합공이었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그 역시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마교 무사들이 일방적으로 당한 이유가 있었구나. 일시적이겠지만 강시진법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백자안이 내공을 끌어올려 천마검에 담았다.

    경지에 오른 그는 이제 천마검을 사용하는 데 굳이 천마력만 사용하지 않았다.

    쏴아아아.

    천마검 역시 붉은 강기를 발출했다.

    그 강기는 부채꼴로 퍼지며 강시들이 날린 경력을 그대로 막아냈다.

    “천마강기!”

    누군가의 놀란 목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음이 일어났다.

    꽈아앙.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진동이었다.

    동시에 백자안과 일백강시 주위에 붉은 광채가 일어났기에 양 진영의 무사들은 아직 그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광채가 사라지고 먼지가 가라앉자 그 모습이 드러났다.

    일백강시.

    놈들은 가루가 된 채 소멸하여 있었다.

    붉은색의 가루가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 놈들의 최후 모습이었다.

    반면 백자안은 천마검을 든 채 그대로였다.

    조금 전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겉으로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는 아직 알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와아아.

    중원무맹 무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흥!”

    사사노야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만뇌서생이 말했다.

    “교주님. 걱정하실 것 같습니다. 놈은 분명 내상을 입었을 겁니다. 다만 우리만 전력을 낭비할 수 없으니 두 번째 대결은 혈교에게 맡기십시오.”“으음, 그러는 것이 좋겠소.”

    사사노야가 옆에 있는 광세혈신을 쳐다봤다.

    광세혈신이 안색을 굳혔다.

    혈군자가 말했다.

    “교주님. 본교 최강의 무력인 혈사자(血使者)들을 내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좋소. 혈사자 중 백 명을 선발하시오.”

    “존명!”

    혈군자가 고개를 돌려 눈짓하자 혈교 무사 백 명이 나섰다.

    곧바로 나오는 것으로 봐서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일백혈사자들이다. 백자안! 네놈의 목을 베겠다.”

    스스슷.

    혈사자들이 귀신과도 같은 신법으로 백자안을 부채꼴로 포위했다.

    사사천교 강시들과 달리 그 움직임이 매우 부드러웠다.

    사실 이들 혈사자들은 정심회 반선들의 도움으로 최근 무공이 급상승하여 혈교 무력의 주력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 백 명은 만 명이 넘는 혈사자 중 최정예였다.

    애초 소림삼신승을 죽이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그들이었기에 그만큼 기대도 높았다.

    백자안은 여전히 태연했다.

    여유가 있는지 중원무맹 무사들 진영 쪽을 둘러보기까지 했다.

    ‘그나마 가족들이 이곳에 없어서 다행이다. 놈들이 부모님이나 소영이, 자룡이를 인질로 삼았으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백자안이 다시 한번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소림사로 복귀한 후 사실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풍운장원에 있던 가족들 소식이었다.

    혹시라도 혈사맹 놈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의 결과 그의 가족들은 모두 낙양을 벗어나 안전한 곳에 피신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혹여 백자안이 돌아왔을 때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백리설아와 백리관 등 대륙표국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이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백자안의 숙부인 백풍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이자들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백자안이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그때 일백혈사자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해왔다.

    검, 도, 창, 암기.

    각기 전문화된 무기로 합공을 가하는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

    쏴아아. 휙휙휙.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백자안조차 흠칫할 정도로 정교하고 위력적이었다.

    백 명의 고수들의 합공이었지만, 그 공격 궤적이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내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백자안이 천마검으로 다시 천마강기를 발출했다.

    천마강기는 상대의 공격에 맞게 그 강기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상대의 전력에 맞게 강기 모양과 그 위력이 자동으로 변해 그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꽝, 하는 폭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혈사자들의 병장기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들이 되돌아간 것이었다.

    온몸이 수십 조각으로 찢겨 즉사한 혈사자들의 육편이 낙화처럼 떨어져 대지를 적셨다.

    피분수가 마치 운무처럼 피어오른 후 사라지자 일백혈사자 중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저놈이!”

    광세혈신이 두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전에 천마광장에서 백자안과 한번 대결을 한 바 있었던 그였다.

    그 당시 그는 혈마검법을 대성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반선들의 도움을 받아 대성해 내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백자안의 무공을 보고 나니 위축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혈군자가 말했다.

    “교주님. 그래 봤자 백 명의 혈사자가 전사했을 뿐입니다. 이제 인원을 늘려 사사천교와 합공을 가하면 백자안 저놈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는 게 좋겠소.”

    광세혈신이 사사노야를 쳐다봤다.

    혈군자의 말을 사사천교 측의 사사노야와 만뇌서생도 들었기 때문에 곧바로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천 구의 정예강시를 내보내겠소.”

    “우리는 혈사자 천 명을 내보내겠소. 합공을 가하면 모두 이천 명이 되겠구려.”

    “그렇소. 놈이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절대 버티지 못할 것이오.”

    사사노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광세혈신 또한 안심되는 표정이었다.

    “백자안! 들었느냐? 우리는 이천 명의 강시와 무사들을 내보내겠다. 하지만 너는 약속대로 계속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 설마 벌써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이오. 처음 내 뜻에는 변함이 없소.”

    백자안이 천마검을 고쳐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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