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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37화 (137/250)
  • [제44장] 신선술 3

    “달마수호진법이 사흘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안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몰살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중원무맹 총군사 만박서생의 말이었다.

    소림사 취의청에 모인 삼백여 지휘부 고수들이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낙양 총단을 버리고 이곳 소림사로 오십만 무사들이 피신을 해왔지만, 이곳 역시 곧 적들에 의해 개방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삼신승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진법을 보완하면 좀 더 버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중원무맹 태상장로 천수노인의 물음이었다.

    소림방장 공무대사가 말했다.

    “삼신승께 문의한 결과 사흘 이상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신승들께서도 지금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 진을 보호하고 계시지요. 하지만 한계에 이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신승들께서는 여전히 진의 중심에서 진법을 운용하고 계십니까?”

    “네. 하지만 더는 할 일이 없다며 곧 이곳 취의청으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다시 한번 여쭤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무대사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술렁였다.

    소림삼신승이 진법 가동을 이유로 여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각 천승(天僧), 지승(地僧), 인승(人僧)으로 불리는 그들은 전대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오십 년이 넘는 폐관 때문에 실제 모습을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소림사 내에서도 공무대사만이 가끔 볼 수 있을 뿐이었다.

    형산파 장문인 장대선생이 말했다.

    “신승들께서 진법 수호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이곳으로 오신다는 것은 아마도 전면전을 준비하시려는 것 같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사실 식량 등의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불리해지는 것은 명확합니다. 따라서 달마수호진법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남은 사흘 동안 전면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먼저 총군사께서 대략적인 현 상황에 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네. 다들 대강 알고 있다시피 먼저 병력의 차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소림사 경내에 있는 우리 중원무맹 무사들의 수는 대략 오십만 정도입니다. 실로 대단한 병력이며 중원 무림인 중 올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반면 놈들의 병력은 백만입니다. 이는 사사천교 강시 삼십만 구를 제외한 숫자이니, 강시부대까지 합치면 백삼십만 정도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중과부적이군요. 개인별 무공 수위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납니까?”

    “놈들은 정심회 반선들의 지원을 받아 그 무공들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최소 우리 무사들보다 두 배 이상의 무위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사사천교 강시 삼십만 구의 무력은 가공할 정도입니다. 마교 이십만 무사들이 강시 부대에 의해 궤멸되었을 정도이니까요.”

    만박서생의 비관적인 상황 설명에 지휘부 고수들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장대선생이 다시 물었다.

    “지원 병력이 올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불패마왕과 그 손녀인 임 소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동방무맹은 아직도 봉쇄되어 있습니까?”

    “불패마왕과 임 소저의 행방은 저도 모릅니다. 병력을 모두 잃고 낙양 총단에 잠시 머물렀던 그들은 다시 마교 세력을 규합해서 지원을 오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 연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방무맹의 상태는 더욱더 절망적입니다. 봉쇄 진법이 동방 지역 주위에 펼쳐져 있어 아무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뼈아픕니다. 동방무맹 무사 병력 또한 오십만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대인자문 백만 무사가 바다 위에서 사라진 이후 동방무맹 무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실제 상황은 매우 곤혹스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참. 하지만 가장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맹주님의 실종입니다. 대인자문과의 해전 중에 사라졌다고 하던데, 아직도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까?”

    “네. 동방무맹 측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맹주님이 동방무맹주, 그리고 마교주 직함까지 가지고 있어 그 비중이 가히 막대합니다. 지금이라도 맹주님께서 귀환하시면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 텐데······.”

    만박서생이 아쉬워했다.

    사실 백자안의 존재는 현재 절대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자안이 실종된 후 무림인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맹주님께서 대인자문을 궤멸시켰지 않나요? 소문에 의하면 대인자문 무사들이 모두 강시가 되어 신선계로 끌려갔다고 하지만, 그 역시 맹주님의 공격에 의해 궁지에 몰렸기 때문으로 판단해요. 그 말은 맹주님이 복귀하신다면 혼자서 오십만 무사 정도는 능히 감당하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 예감으로 맹주님은 꼭 돌아오실 거예요.”

    단목수련의 말이었다.

    전대 맹주 단목군의 죽음 이후 그녀는 만박서생과 함께 실질적으로 맹을 관리해오고 있었다.

    슬퍼할 틈도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친을 생각하면 그녀의 마음은 끊어질 듯 아팠다.

    무엇보다 선천의 시신이 실종된 것이 큰 문제였다.

    자식 된 도리로 시신조차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녀를 더욱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단목 소저의 말대로 맹주님은 반드시 돌아오실 겁니다. 아니 벌써 인근에 도착하셨을지도 모르지요.”

    만박서생의 말에 사람들이 그제야 안색을 조금 폈다.

    그때였다.

    취의청 안으로 세 명의 노승이 들어왔다.

    바로 소림삼신승이었다.

    “아미타불! 다들 모여 계셨군요. 빈승들이 늦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삼신승 중 대표라 할 수 있는 천승의 말이었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예를 표했다.

    “다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승들께서 우리를 인도해주십시오. 맹주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만박서생의 말에 천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빈승들의 능력이 부족한데 어찌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달마수호진법이 더는 견디기 힘들 것 같아 전면전 준비를 하러 왔습니다.”

    “좋은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먼저 달마수호진법의 특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엔 달마수호진법이 매우 강한 보호진이라고만 알려졌지만, 실은 공격진의 역할도 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진법이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공격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번 공격진으로 바꾸면 다시 보호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공격진마저 붕괴하면 그대로 진법이 소멸하게 되지요. 한번 무너진 진법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다시 설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요컨대 보호진이 놈들에 의해 붕괴하기 전에 재빨리 공격진으로 전환한다면 전면전 때 우리 측 무력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런 묘용이 있었군요. 중과부적이라 할 수 있는 지금 우리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실례지만 공격진으로 전환이 되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까?”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잘만 되면 두 배 이상의 무력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일단 공격진으로 바뀌었을 때 그 이용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그 중심에는 빈승들이 자리할 겁니다.”

    천승이 말을 한 후 공격진에 관해 설명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휘부 고수들이었다. 그들이 다시 수하들에게 가르치면 전 무사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있었다.

    설명의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일단 달마수호진법이 공격진으로 바뀌면 소림사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금빛 안개가 흩어져 오히려 혈사맹 무리를 포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혈사맹 무사들의 공력이 흩어지게 되는데, 이는 군자산의 효능과 비슷했다.

    무사들의 공격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내공인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설득력 있는 설명이었다.

    물론 한계점도 있었다.

    첫째 진법이 군자산의 효능을 발휘한다고 하지만 완전히 내공 발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절반 정도에 그쳤다.

    물론 이 역시 대단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상승고수에게는 그다지 군자산 효능이 작용하지 않는 단점도 있었다.

    둘째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그 지속 시간이 한시진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소규모 전투라면 한시진이라도 충분한 시간이지만, 수백만이 싸우는 전장은 하루 이상 싸움이 지속하는 게 보통이었다.

    따라서 한시진이 지나면 혈사맹 무사들의 공력이 원래대로 회복되어 치명적인 반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만박서생이 눈을 빛냈다.

    “설명 잘 들었습니다. 물론 한계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아무런 대책 없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일방적인 패배가 예상되는 싸움이었지만, 말씀대로 공격진법이 가동되면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사사천교의 강시부대라고 생각합니다. 천승께 여쭤보겠습니다. 공격진법의 효력이 강시들에게도 미칩니까?”

    장대선생의 질문이었다.

    천승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미타불. 아쉽게도 강시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살아 있는 자들에게만 영향을 주게 되어 있지요. 빈승들도 그 점이 염려되어 여러분과 논의하려 했습니다.”

    “아!”

    “으음······.”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휘부 고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실 강시들이었다.

    이는 강시들에 의해 마교 이십만 무사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전멸에 가까운 대패를 당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요. 강시들을 상대할 방법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일단은 달마수호진법을 공격진으로 변환시킬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만박서생이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천승이 말했다.

    “강시 부대는 빈승들이 전담해서 제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제 놈들의 움직임과 기를 보게 되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비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군요.”

    “네. 빈승들이 합공으로 펼치는 항마사자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강시들에게도 통하는데, 일시 놈들의 움직임을 정지시키고 방어력까지 둔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아! 잘만하면 공격진법과 비슷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군요.”

    만박서생이 기뻐했다.

    천승이 미소를 지었다.

    “네. 하지만 놈들 중에 절대고수가 있어 사자후로 맞대응하면 그 위력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다시 임기응변하면 되지요. 일단 그 정도로라도 좋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공격 시기이겠군요. 언제가 좋겠습니까?”

    “너무 늦게 되면 공격진의 위력 또한 약해질 것이니, 내일 새벽이 좋을 듯합니다. 놈들도 지금 양동작전을 위해 병력을 분산하고 있고, 아마 내일 새벽쯤에는 휴식을 취하며 방심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좋습니다. 천승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모두 들으십시오. 내일 새벽 전면전을 벌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무사에게 그렇게 전달해주십시오. 신승들께서 진법을 변환시키면 그때 바로 총공격을 가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진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면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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