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136화 (136/250)

[제44장] 신선술 2

숭산 소림사.

무림의 태산북두로 불리는 이곳 소림사는 지금 밤낮없이 불이 밝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원무맹 무사 오십만이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었다.

전략적 이유로 낙양 총단을 버리고 이곳 소림사로 왔다고 하지만 사실 쫓겨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혈교와 사사천교 세력은 기세등등했다.

중원무맹 총단을 장악한 그들은 기세를 몰아 백만 무사를 동원해 이곳 소림사를 포위하고 있었다.

대인자문 무사 백만이 바다에서 사라진 이후 두 세력은 이제 혈사맹(血邪盟)으로 불리고 있었다.

혈교와 사사천교 세력의 이름을 본따 만든 것이 바로 이 혈사맹이었다.

혈사맹주는 혈교주와 사사천교주가 동시에 맡고 있는 상황.

혈교주 광세혈신과 사사천교주 사사노야(邪邪老爺)가 바로 그들이었다.

“늦어도 사흘 후에는 달마수호진법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혈교 총군사 혈군자의 말이었다.

소림사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혈사맹의 지휘막사 안에 있던 백여 명의 고수들이 득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백 명은 혈교와 사사천교의 핵심 지휘부 고수들로 각각 오십 명씩 작전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사사천교의 총군사 만뇌서생(萬腦書生)이 말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흘 이내 반드시 달마수호진법이 무너질 겁니다. 비록 소림삼신승 그자들이 이전보다 두 배 더 강하게 진법을 보완했지만, 우리 역시 진법 전문가가 수두룩하지요.”

“사흘 이내라는 말은 내일이라도 진의 해체가 가능하다는 말이오?”

사사노야의 물음이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서릿발 같은 그는 다소 언짢은 표정이었다.

“네. 교주님. 현재 구할 정도 진을 해체했습니다. 다만 달마수호진법의 특성상 완전히 해체되어야 진입이 가능합니다. 그러지 않고 무리하게 들어가면 우리 측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알겠소.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하시오. 한시가 급하니까.”

사사노야가 명을 내린 후 옆에 앉아 있는 광세혈신에게 물었다.

“진이 해체될 때의 구체적인 작전을 최종적으로 수립할 때가 된 것 같소. 혈교 쪽에서는 어떻게 결정했소?”

“지금처럼 합동 공격을 가할지, 아니면 원래대로 세력을 나눠 양동 작전을 가할지 결정하자는 말씀이었지요?”

광세혈신이 안색을 굳혔다.

사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혈사맹 무사들이 섞여 전투를 치르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사사노야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소림사를 포위하는 데 성공한 그들이었다.

이제 마지막 전투가 남았다. 승리를 거둔 후 그 공의 판정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신선계에 계시는 정심회주께서 직접 명을 하달하셨소. 사사천교와 혈교 중 공이 큰 쪽의 수장을 최종대리자로 임명하겠다고. 한데 무사들이 섞여서 전투를 벌이면 그 공을 산정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 분명하오. 이미 승리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이점에 대한 확실한 정리가 사전에 필요할 것이오.”

“사사천교 측 입장부터 말씀해주시면 우리도 결정하겠소.”

“본교는 무사들을 분리해 소림사 양측에서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결정했소. 포위망은 최소한의 병력으로 유지하되, 주된 전력은 동서로 움직여 진이 해체되면 양측에서 일제히 소림사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오. 그러면 어느 쪽에서 더 큰 공을 세웠는지 확연히 드러날 것이오.”

“으음, 이미 귀측에서 결정한 마당에 더 이상의 논의는 불필요할 것 같구려. 좋소. 우리 혈교 역시 그렇게 하겠소이다.”

광세혈신이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사사노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화끈해서 좋소. 그럼 그렇게 결정하기로 하고 곧바로 진영을 나누도록 합시다. 우리 사사천교는 서쪽을 맡겠소.”

“우리 혈교는 동쪽으로 주력을 옮기겠소. 남북 쪽은 어느 정도 병력을 남길 생각이오?”

“남북 역시 나누도록 합시다. 우리 사사천교에서 남쪽을 맡겠소. 혈교에서는 북쪽을 맡도록 하시오. 병력은 각각 십만 정도면 충분할 것이오.”

“좋소. 그렇게 합시다.”

광세혈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르던 혈군자, 살인혈객 등 오십여 명의 혈교 지휘부 고수들이 같이 일어났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이 혈교와 사사천교 세력의 실질적인 동맹 해체라고 생각했다.

양동 공격으로 소림사가 무너지고 그 안에 있던 중원무맹 오십만 무사들이 몰살당하면, 이후에는 혈교와 사사천교 두 세력의 패권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컸다.

어쩌면 두 세력의 싸움이 이곳 소림사에서 발생할 수도 있었다.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이전부터 예견되었고 다들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얼마 후 광세혈신을 비롯한 혈교 고수들이 지휘막사 밖으로 나가자, 만뇌서생이 말했다.

“교주님. 잘하셨습니다. 혈교 놈들은 숫자만 많았지 그 힘이 본교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마교 총단을 놈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문제없소. 실제 마교 놈들을 거의 몰살시킨 것은 본교 강시 병력이었소. 본교 강시들은 천하무적이오. 소림사에 있는 중원무맹 무사들을 몰살시킨 후 곧바로 혈교 놈들 역시 몰살시키도록 하시오. 그런 후 혈교 놈들이 점거하고 있는 마교 총단 역시 공격을 가하면 무리 없이 천하통일이 가능할 것이오.”

“낙양에 있는 중원무맹 총단에 남아 있는 혈교 놈들도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

“아, 그놈들도 있었군. 하지만 그 수가 적으니 큰 문제 없을 것이오. 강시 부대가 그쪽에도 배치되어 있지 않소?”

“네.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이야기하시오. 정심회 반선들에 대한 것이오?”

“네. 본교가 마교에 이어 중원무맹, 혈교까지 모두 제거한다고 해도 정심회 반선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게 됩니다. 그들이 결국 교주님을 최종대리자로 결정하게 되겠지만, 결국 대인자문처럼 토사구팽되지 않을까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대인자문의 경우는 나도 뜻밖이었소. 하지만 무엇보다 백자안 그자가 대인자문주를 죽인 것이 컸소. 이후 신선계 괴수를 추대해 새 대인자문주로 삼았지만, 결국 백자안 그놈 때문에 대인자문 백만 무사가 모조리 신선계로 끌려가고 말았지. 그것도 모두 죽어 강시가 된 채로 말이오.”

“정확히 알고 계시군요. 본교가 천하통일을 한 이후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정심회 반선들을 절대 믿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정심회주가 직접 최종대리자 선정 작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본교 세력을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믿고 있다가 대인자문처럼 당할 수 있습니다.”

“으음, 대인자문의 경우는 백자안 그놈이 펼친 천마룡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 않았소?”

“그것은 오행반선 그자의 해명이었지만, 백만이 되는 무사들을 강시로 만든 것은 본교에도 위협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제 생각으로 천마룡의 불길을 피하기 위해서라 해도 충분히 대인자문 무사들을 살리면서 구출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죽여 강시로 만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정심회 반선들이 본교처럼 강시부대를 이용해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오?”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우리가 그자들에게 절대복종한다면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면 여차하면 대인자문 백만 강시를 동원해 우리를 칠 겁니다. 강시들을 이용하게 되면 그들이 말하는 만년서약을 위배하지 않고 무림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어쩌자는 것이오? 나의 무공이 비록 극한에 달했지만, 반선들의 합공을 막아내기는 힘드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하루빨리 백자안 그놈을 찾아내 우리가 먼저 지존검과 천마검을 확보하는 겁니다.”

“으음, 놈이 지존검까지 갖고 있는 게 사실이겠소?”

“오행반선이 직접 전해준 이야기이니 사실일 겁니다. 정심회 측에서는 혹시 백자안 그놈이 신선계에서 탈출해 이곳 소림사로 올 것을 우려해 미리 우리에게 협조를 부탁한 것이지요. 오행반선의 말에 따르면 지존검과 천마검 두 검만 있으면 봉인되어 있는 마신들 모두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먼저 확보해 직접 마신들의 봉인을 풀어준다면 더는 정심회 반선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본교와 혈교, 그리고 대인자문 모두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왔지 않습니까? 이제 마신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상황은 우리 쪽에 급격히 유리해질 겁니다. 마신들은 반선들과 달리 무림 지배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하기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신들은 천계에 대한 복수심이 강한 것 같았소. 하지만 신선계와 마계, 천계의 이야기는 사실 아직도 너무 낯선 게 사실이오. 정심회 반선들이 말하는 이상향 건설을 통한 우화등선 계획도 이해하기 힘들고 말이오.”

“우리는 본교의 안전만 확보하면 됩니다. 무림 정복 외에 신선계 상황은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일단 지금 말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겠습니다.”

“알겠소. 만약 백자안 그놈이 나타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존검과 천마검을 확보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우리에게는 무적의 강시부대가 있으니 제아무리 그놈의 무공이 높아도 문제없을 겁니다.”

“알겠소. 그럼 다들 물러가 막바지 전투 준비를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백자안과 악미미 두 사람이 신선계를 벗어나 숭산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천음반선의 도움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특수 이동대법의 활용이 어려워 하루 정도 지체된 결과였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특수 이동대법의 묘리를 이제는 완전히 터득한 백자안이었다.

“휴우! 하마터면 실패할 뻔했소. 하지만 이제는 무림과 신선계를 오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오.”

“다행이에요. 저 역시 도중에 큰일 나는 중 알았어요.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어느 순간 주위 풍광이 확 달라지더군요. 천음반선님 말씀에 의하면 숭산에 무림과 신선계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있다고 하던데, 차라리 그곳을 이용할까 그랬어요.”

“그 통로의 존재는 나도 알고 있었소. 하지만 정심회 측에서 감시하는 곳이라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게다가 그 통로라는 것이 수시로 변한다고 하니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소.”

“네. 하지만 저같이 특수 이동대법을 모르는 사람은 그 통로 위치를 알아두면 긴급할 때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당장 백 공자님이 안 계시면 저 혼자 신선계로 들어갈 수 없잖아요?”

“하기야 그건 그런 것 같소. 아무튼 소림사 인근에 잘 도착했는데, 벌써 엄청난 인원의 무사들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소.”

수풀을 헤치며 걸어가던 백자안이 기감을 넓혔다.

원래대로라면 특수 이동대법을 통해 곧바로 소림사로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달마수호진법의 영향력이 아직 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소림사 인근에 그 도착점을 정한 것이었다.

이는 미리 혈사맹 무사들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의 눈에 소림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금빛 안개에 휩싸여 아련하게 보이지만 분명 소림사였다.

하지만 그보다 두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은 혈사맹 무사 백만 명이었다.

마침 지금은 혈교 오십만 무사들이 대거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조금 전 작전 회의의 결과 서쪽과 남쪽은 사사천교가 맡고, 동쪽과 북쪽은 혈교가 맡기로 한 결과였다.

백자안이 유심히 본 것은 바로 사사천교의 강시 부대였다.

강시 부대의 강시는 대략 삼십만 정도. 이는 사사천교 오십만 무사와 별도의 병력이었다.

따라서 강시부대까지 합치면 사사천교 병력은 팔십 만까지 늘어나게 되어 있었다.

‘보통 강시들이 아니다. 이전에 악양에서 사라졌던 강시들이 열 배 규모로 확장되었구나. 강시들에 의해 막강한 마교 무사들이 궤멸되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이제야 실감이 나는구나. 저 정도 위세라면 정심회 반선들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잘못하면 뜻밖의 변수가 될 수도 있겠군. 나 역시 신중해야겠다.’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사실 여차하면 소림사로 들어가기 전에 혼자 힘으로 혈사맹 무리를 공격할 생각을 갖고 있던 그였다.

그것이 중원무맹 무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소림사 경내에 있는 중원무맹 무사들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자진 철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소림사로 오는 도중 혈사맹 무사들의 공격을 받아 부상자가 무척 많았다.

그 점이 혈사맹이 소림사 공략을 자신 있어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백 공자. 어떻게 할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진법 때문에 소림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요.”

“좀 더 생각해 봅시다. 서두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다행히 놈들이 전력을 둘로 나누는 것 같으니까, 어쩌면 각개 격파가 가능할 것 같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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