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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34화 (134/250)

[제43장] 이동대법 3

천음반선이 돌아온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백자안은 그동안 운기조식을 통해 몸을 더욱더 회복할 수 있었다.

“허허허. 깨어났군. 역시 천족의 후예답소.”

천음반선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백자안과 정식적으로 통성명은 한 상태.

편안한 인상에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는 천음반선을 보고 백자안 역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희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말 반선님이 아니었다면 큰일이 났을 겁니다.”

“허허허.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여기 있는 악 소저가 정말 목숨을 걸고 공자를 보호했소.”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한데 제가 정말 천족의 후예입니까? 은둔회란 조직에 몸담고 계신다고 했는데, 신선계 내부 상황에 대해 좀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모두 말하자면 며칠은 걸릴 것이오. 한 가지씩 물어보시오. 내가 아는 데까지 말해주겠소.”

“감사합니다. 먼저 조금 전에도 여쭤봤듯이 제가 천족의 후예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천족이란 게 과연 뭡니까?”

“으음, 천족은 천계의 주류를 이르고 있는 가문을 말하오. 천계의 주인인 천제(天帝)와 천후(天后)의 자식이 그 대표적이오.”

“그런 의미라면 저는 천족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제 부모님은 지금 낙양에 계십니다.”

“속세의 부모가 있어도 천족일 수 있소. 천족의 후예로서 경험을 쌓기 위해 인간계로 보냈을 수도 있지. 물론 당사자는 깨닫지 못하겠지만 말이오. 그래서 묻는데 혹시 과거에 일신상에 매우 특이한 일이 없었소?”

“······.”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특이한 일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반로환동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반로환동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지 않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 지금까지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기회에 말씀을 드리는 게 좋을까? 아니다. 왠지 아직은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듯하구나. 시간이 흐르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시오? 뭔가 특이한 일이 없었소? 예를 들어 시간과 공간의 왜곡 같은 것 말이오.”

“있긴 있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있긴 있었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소. 어차피 다른 방법으로 그 증명을 하려 했으니까 말이오.”

“죄송합니다. 다른 방법이라 하심은?”

“바로 지존검을 이용하는 방법이오. 지존검으로 공자가 천족의 후예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소.”

“지존검 말입니까?”

“왜 그러오? 공자가 지존검을 갖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소. 아, 맞다. 천마검까지 갖고 있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오?”

“아닙니다. 두 검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백자안이 순순히 시인했다.

안 그래도 조금 전 반로환동 사실을 솔직히 밝히지 않아 미안한 참이었다.

지존검과 천마검의 보유 사실까지 숨긴다면 그것은 목숨을 구해준 은공에게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으음, 역시 지존검까지도 갖고 있었군. 놀라운 일이오. 지존검은 천계의 보검으로 천족의 후예에게 인연이 닿게 되어 있소. 정심회주에게 들었겠지만, 지존검은 여러 위력을 가지고 있소. 그중 하나는 만년서약을 깨트릴 수 있다는 것이지. 어디 그뿐인가. 지난날 천계와 마계의 전쟁 때 봉인되었던 마신들 역시 부활시킬 수 있소.”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특히 천마신인가 하는 마신은 지존검외에도 천마검까지 있어야 한다더군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하오. 천마신은 봉인된 마신들의 우두머리로 그 마력이 경천동지할 정도이네. 절대 그자를 부활시켜서는 안 되오. 그자가 부활하면 그 화가 무림까지 미칠 것이오.”

“천마신은 어떤 자입니까? 혹시 마교의 창시자인 천마와 관련 있습니까?”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오. 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무림에서 활동한 천마와는 다른 자라고 하오. 왜냐하면 천마신은 그 활동 시기가 천마보다 훨씬 전이니까.”

“으음, 그렇다면 천마신이 봉인된 이후로 어떤 경로를 통해 천마검이 무림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군요. 지존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이오. 하지만 우리 반선들에게 중요한 검은 역시 지존검이오. 지존검을 통해 우화등선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정설이오. 그래서 한번 꼭 보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오.”

“지존검을 보여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데 어떻게 지존검으로 제가 천족의 후예인지 알 수가 있지요?”

“그건 간단하오. 일단 지존검을 꺼내 보시오.”

천음반선이 조급한 표정을 지었다.

백자안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이분도 역시 우화등선에 집착이 심한 것 같구나. 하지만 지금 지존검을 보여주지 않으면 나를 오해할 소지가 크다. 도리도 아닌 것 같고.’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존검을 보여드리지요.”

백자안이 무영신투술을 통해 지존검을 꺼내려 했다.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악미미가 말했다.

“반선님. 한데 퉁소가 안 보이네요. 잃어버리신 겁니까?”

악미미의 물음에 천음반선이 흠칫했다.

“퉁소 말이오? 사흘 전 너무 무리해 퉁소에 흠집이 나 동료 반선에게 그 수리를 맡겼소. 허허허. 악 소저는 역시 예리하구려.”

“아, 그러셨어요?”

악미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 역시 천음반선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추궁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백자안의 생각은 달랐다.

직접 퉁소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변명이 궁색하다고 느껴진 것이다.

‘설마······ 가짜란 말인가?’

백자안이 지존검을 꺼내지 않고 주저했다.

“왜 그러시오?”

“아,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지존검과 천마검 등 제가 가지고 다니던 모든 물건을 특수대법을 통해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끄집어내는 것 또한 공력이 필요하답니다. 한데 아직 회복이 덜 되어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언제 가능하겠소?”

“하루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그보다 동료 반선에게서 영약 두 알을 얻어왔소. 두 사람 모두 어서 복용하시오. 공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천음반선이 품속에서 환약 두 알을 꺼냈다.

백자안과 악미미가 공손하게 받았다.

두 사람 중 특히 악미미가 더욱더 기뻐했다.

백자안과 달리 아직 그녀는 회복이 덜 되어 있었다.

백자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그녀로서는 항상 최선의 몸 상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감사해요.”

악미미가 먼저 환약을 입에 넣으려 했다.

“잠깐!”

백자안이 급히 저지했다.

“왜 그러세요?”

“악 소저 역시 회복이 덜 되었으니, 내가 보조를 해주겠소. 반선님. 실례가 안 된다면 동굴 밖에서 호법을 서주시겠습니까?”

“으음, 그 정도로 위험하오?”

“네. 운공 중에 만약 제가 공격을 받게 되면 바로 즉사하기 때문에 반선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 역시 아직 위험한 상태라 악 소저와 함께 환약을 복용한 후 치유를 하려 합니다.”

“알겠소.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겠소?”

“길지 않을 겁니다. 최대 반시진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잘못되면 지존검은 반선님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죽게 되면 어차피 특수 대법이 깨어져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칫 지존검이 정심회주의 손에 들어갈 수 있으니 반선께서 알아서 사용해주십시오.”

“그런 말 하지 마시오. 공자는 무사할 것이오. 지금 보니 거의 다 회복이 된 것 같군.”

“아닙니다. 겉으로만 회복이 되었을 뿐이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운공 중에 저는 전혀 반격할 수 없으므로 호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바로 시작할 거요?”

“네.”

“좋소. 지금 바로 나가서 호법을 서겠소. 안전은 신경 쓰지 말고 회복에 전념하시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시오. 다 끝나면 나를 부르시오. 그때까지는 절대 들어오지 않겠소.”

천음반선이 미소를 지은 후 석실에서 나갔다.

얼마 후 악미미가 물었다.

“정말 그렇게 위험한가요?”

“으음, 그렇지는 않소. 일단 천음반선으로부터 받은 환약을 내게 주시오.”

“왜요? 환약에 문제가 있나요?”

“그런 것 같소.”

“아, 여기 있어요.”

악미미가 환약을 건넸다.

백자안이 자신이 받은 환약과 함께 좀 더 살펴본 후 삼매진화로 완전히 태워버렸다.

“아! 이건 좀······.”

악미미가 당황해했다.

환약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천음반선에게 미안해서였다.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아마도 조금 있다가 천음반선이 안으로 들어와 나를 공격할 것이오. 그때 너무 당황하지 마시오.”

“그게 정말인가요?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죠?”

“소저가 가르쳐주었소. 천음반선이 가지고 있었다는 퉁소는 아마도 몸의 일부와 같은 것이었을 것이오. 그것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무엇보다 느껴지는 기감이 순수하지 못했소.”

“그럼 그가 가짜라는 말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크오.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부득이 모험해야 하오.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네.”

“좋소.”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인 후 전음으로 악미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핵심은 바로 운공을 하는 척하고 있다가 천음반선이 들어오면 그때 오히려 그를 제압한다는 것이었다.

악미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모든 것을 백자안에게 맡기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회복운공이 시작되었다.

백자안이 악미미의 명문혈에 두 손을 대고 진기를 주입하자 두 사람 주위에 금빛 기운이 가득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반시진이 채 되지 않은 시각.

석실 안으로 유령같이 잠입한 사람이 있었다.

한데 그는 바로 천음반선이 아닌가.

백자안과 악미미는 눈을 감고 연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천음반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준 환단이 독약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천음반선이 두 손을 올려 그대로 백자안의 등을 후려쳤다.

퍽.

“크윽!”

백자안이 피를 한 사발 토한 후 쓰러졌다.

“으으······ 왜 이러시는 겁니까?”

백자안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후! 운공 중에 내 일장을 맞았으니 내부 심맥이 거의 끊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대단하구나. 아직 죽지 않다니.”

“이러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지존검······ 때문입니까?”

“후후후! 그렇다. 무엇보다 나는 천음반선이 아니다.”

천음반선이 우수를 들어 얼굴을 문지르자 여우 비슷한 얼굴이 드러났다.

“호호호! 나는 천미호(千尾狐)라고 한다.”

“으으······ 요괴였구나. 나를 속이다니. 천음반선님은 어떻게 되었느냐?”

“천음반선 그자는 곧 돌아올 것이다. 그 때문에 내가 더 기다리기 힘들어 이렇게 손을 쓴 것이지. 무엇보다 네 놈이 어리석었다. 네 입으로 네놈이 죽으면 지존검이 드러난다고 했으니, 어찌 내가 손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느냐?”

“역시 그랬군. 요괴 주제에 우리를 속이려 하다니. 한데 어떻게 신선봉 주위에 올 수 있었느냐? 괴수와 요괴는 신선봉 인근에 들어올 수 없다고 들었거늘······.”

“호호호. 그건 도력에 따라 다르다. 괴수나 요괴라도 도력이 뛰어나면 가능하지.”

“도력이 아니라 요력이겠지.”

“호호호. 아무렴 좋다. 이제 할 말을 모두 한 것 같으니 죽여주마. 네가 준 지존검으로 내가 우화등선에 성공하면 명복을 빌어주마.”

“요괴 주제에 우화등선까지 꿈꾸는 것이냐?”

“그렇다. 우화등선에 무슨 신분과 자격이 필요하겠느냐?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이미 많은 괴수왕들이 반선들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것이 그 예이다. 비록 우리 요괴들은 괴수들처럼 세력을 규합하지는 않았지만, 개개별 능력은 오히려 괴수들보다 뛰어나지. 더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으니 잘 가라.”

천미호가 우수를 들었다.

그녀의 손톱이 일자 정도로 늘어났다.

“호호호. 솔직히 죽이긴 아깝지만 할 수 없다.”

천미호가 기다린 손톱으로 백자안의 목을 그었다.

그때였다.

백자안이 일장을 날려 천미호를 가격했다.

숨을 헐떡여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것으로 보였던 백자안의 반격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빠른 공격이었다.

천미호가 이를 피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퍽!

“크윽!”

석실 바닥에 쓰러진 천미호가 자신의 배를 보니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게 아닌가.

“으으······ 네놈이 오히려 나를 속였구나.”

“그렇소. 그대의 조급한 마음이 나를 일깨워졌소.”

“으으······ 하지만 나 혼자 죽지는 않는다. 이미 동굴 입구에 폭발 기관을 설치했다. 내가 죽게 되면 입구가 봉쇄되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크윽!”

천미호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순간, 그녀의 시체가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녹색 피고름이었다.

악미미가 급히 물었다.

“괜찮으세요? 아까 심하게 당하신 것 같던데······.”

“나는 괜찮소. 그보다 악 소저는?”

“저 역시 괜찮아요. 한데 아까 천미호라는 그 요괴가 동굴 입구를 파괴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이미 간파하고 무형지기를 보내 기관을 파괴해두었소.”

“아, 안심이에요.”

“그보다 이제 본격적으로 악 소저의 내상을 치료해주겠소. 자체 회복력이 발동되긴 했으나 하루 이틀 정도는 더 운공해야 할 듯하오.”

“감사해요.”

악미미가 미소를 지었다.

단둘이 있는 공간.

그곳에서 정혼자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마음이 설레는 그녀였다.

‘부모님끼리 우리 두 사람의 정혼을 잘 약속하신 것 같아. 사실 백 공자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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