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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28화 (128/250)
  • [제41장] 신선감옥 3

    얼마 후 나타난 사람은 역시 오행반선이었다.

    “생각해 보았나?”

    “무엇을 말이오?”

    “지금 장난하는 건가? 천마검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으면 경고한 대로 악미미 그 계집을 죽이겠다.”

    “악 소저부터 보여주시오. 그러면 천마검을 주겠소.”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악미미의 안전만 확보되면 빠르게 오행반선을 제압하고 이곳을 나갈 생각이었다.

    오행반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천마검을 확보해두었군. 아니 무슨 특수대법으로 지금 몸속에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오. 악 소저를 어서 보여주시오. 천마검을 주면 악 소저를 중원으로 돌려보내주는 것까지 약속하시오.”

    “그건 안 된다. 네가 먼저 천마검을 주어야 악미미를 풀어주겠다.”

    “일단 얼굴만 보여 달라는 것이오. 그것도 안 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소. 내 말은 끝났으니 마음대로 하시오.”

    “으음, 네 말을 믿을 수 없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놈이 무슨 검을 내줄 수 있다는 말이냐? 천마검을 숨긴 곳을 말해주면 확인한 후 악미미를 풀어주겠다.”

    “으음, 할 수 없군.”

    백자안이 무영신투술을 펼쳐 천마검을 꺼냈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천마검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천마검이 백자안의 몸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오행반선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아니! 천마검!”

    “어서 안으로 들어와서 천마검을 가져가시오. 그리고 바로 악 소저를 데려오시오.”

    “천마검을 창살 밖으로 던져라.”

    “꼼짝하지도 못하는 몸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어서 가져가시오.”

    “좋다.”

    오행반선이 열쇠로 감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천마검을 집으려는 순간.

    백자안이 손을 뻗어 오행반선의 혈도를 찍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이었다.

    백자안의 혈도가 이미 풀린 것을 알지 못한 오행반선이 그대로 당한 것이었다.

    다만 바로 죽이지 않은 것은 오행반선이 한 말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게 되면 악미미도 죽게 된다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악미미의 상태부터 살펴본 후 오행반선의 생사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으윽. 네놈이······.”

    혈도를 찍힌 오행반선이 경악했다.

    하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잠시 여기 있으시오.”

    백자안이 감방에서 나와 옆 감방으로 갔다.

    하지만 오행반선의 말과 달리 아무도 없지 않은가.

    다시 원래 감방으로 돌아오니 오행반선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악미미 그 계집은 이곳에 없다. 하지만 나와 목숨이 연동된 것은 사실이다. 나를 죽이면 그 계집 역시 죽게 될 것이다.”

    “그녀는 어디에 있소?”

    “정심회 총단에 있다. 내가 너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게 되자 대신 중원삼성 그자들이 그 계집을 데려갔지.”

    “정심회 총단은 어디에 있소? 이곳이 신선감옥인 것은 맞소?”

    “후후후! 정심회 총단은 정심봉(正心峰)이란 봉우리 위에 있다. 신선운(神仙雲)을 타고 가지 않으면 절대 그곳에 갈 수 없지. 정심봉으로 가는 길목에 무수히 많은 요괴와 괴수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곳이 신선감옥인 것은 맞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감옥 중 한 곳이다. 쉽게 말해 정심봉에 있는 신선대감옥의 지부라고나 할까. 지금은 내가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감방이지. 그러니 어서 내 혈도를 풀어라. 혈도를 풀지 않으면 연동대법을 펼쳐 악미미 그 계집의 숨통을 끊어놓겠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그대의 말을 신뢰하기 힘드오. 악 소저가 정말로 정심회 총단에 있소?”

    “후후후! 그렇다. 어서 혈도를 풀어라. 일각의 시간을 주겠다. 그때까지 풀지 않으면 악미미 그 계집을 죽이겠다. 연동대법으로 시전자가 피시전자를 언제든 죽일 수 있다. 여러 번 말했지만 시전자가 죽게 되면 피시전자도 죽게 되지. 그것은 일종의 고독을 피시전자의 몸속에 넣어두기 때문이다. 더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시 말하지만 일각이다.”

    “악 소저가 죽게 되면 나 역시 그대를 편하게 죽일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

    “그건······.”

    오행반선이 안색을 굳혔다.

    백자안의 말이 그의 허점을 찌른 셈이었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일각의 시간을 주겠소. 악 소저의 행방을 말하시오. 내 생각에 악 소저는 이곳 근처에 있소. 중원삼성이 그녀를 데려갔다는 말은 속임수에 불과하오. 또한, 그대를 죽이면 악 소저가 죽는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오. 왜냐하면 나 역시 이런 경우를 대비해 악 소저에게 미리 안배해두었기 때문이오. 다시 말해 그대를 죽여도 악 소저는 무사할 것이오. 다만 그 행방을 아직 몰라 그대에게 묻는 것이오. 하지만 일각이 지나도 말하지 않으면 그대를 죽일 수밖에 없소.”

    “으음······ 좋다. 대신 나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물론이오. 다만 이번 한 번뿐이오. 혈도는 하루가 지나면 풀리도록 해두었으니, 악 소저만 넘기면 무사할 것이오.”

    “여기서 나가면 정심회 반선들의 목표물이 될 것이다. 차라리 내 요구를 듣는 것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심회 반선 중에는 네놈을 죽이려는 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로?”

    “네놈이 천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네놈을 최종대리자로 세워 우화등선에 이용하려는 나와 중원삼성의 의견에 반대하는 자들이지. 그들의 무공은 막강하다. 또한 괴수들을 잘 부리기 때문에 너는 절대 당해낼 수 없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어서 악 소저의 행방을 말하시오.”

    백자안이 천마검을 들어 오행반선의 목을 겨누었다.

    오행반선이 말했다.

    “좋다. 악미미 그 계집은 옆방에 있는 게 맞다. 특수 진법을 펼쳐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었지. 열쇠로 감방문을 열면 보일 것이다.”

    “열쇠는 이방과 같은 것이오?”

    “그렇다.”

    “좋소. 일단 믿겠소.”

    백자안이 지풍을 날려 오행반선의 수혈을 짚었다.

    “으윽!”

    오행반선이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잠이 든 것이었다.

    그는 이제 백자안의 말대로 하루가 지나야 깨어날 것이었다.

    사실 죽일 수도 있었으나 여전히 그가 말한 연동대법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전 그가 말한 안배 이야기는 일종의 속임수였다.

    백자안이 천마검을 다시 몸속에 넣은 후 열쇠를 들고 옆 감방으로 갔다.

    문을 연 순간, 감방 한구석에 쓰러져 있는 악미미의 모습이 보였다.

    초췌한 표정이었다.

    백자안이 급한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악 소저!”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백자안이 어쩔 수 없이 악미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때였다.

    악미미의 눈이 떠졌다.

    한데 그 눈빛이 기괴했다.

    원래의 맑은 눈빛이 아니라 잿빛이었다.

    백자안이 깜짝 놀라는 순간.

    악미미가 입을 벌려 백자안의 목을 깨물었다.

    백자안이 급히 뒤로 물러났으나, 이미 물린 후였다.

    “으윽!”

    백자안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악미미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어리석은 놈. 아직도 내가 악미미 그 계집으로 보이느냐?”

    악미미가 우수를 들어 얼굴을 문질렀다.

    순간, 처음 보는 한 노인의 얼굴로 변했다.

    “으으······ 당신은?”

    백자안이 몸을 떨며 물었다.

    그의 안색은 창백해져 독이 이미 몸속으로 침투한 것 같았다.

    “후후후! 나는 정심회 반선이다. 네놈이 오행반선을 제압할 줄 알고 이곳에서 너를 기다렸지. 나는 너를 천족의 후예로 생각한다. 그래서 네놈이 각성하기 전에 없애려는 것이다.”

    노인이 천천히 우수를 들었다.

    백자안의 천령개를 쳐서 단숨에 죽이려는 것 같았다.

    “으음, 악 소저는 어디에 있소?”

    “그 계집은 따로 쓰일 때가 있어 총단으로 데려갔다. 회주님께서 직접 지시한 것이지. 옆방에 있는 오행반선은 모르는 일이다. 오행반선 저자는 도력도 제일 약한 놈이 잔꾀만 많아 혼자서 우화등선을 하려고 네놈을 확보했었지. 하지만 대다수 우리 정심회 반선들은 너를 보는 즉시 죽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하지만 악 소조가 정심회 총단으로 끌려간 것은 사실인 것 같구려.”

    백자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창백했던 표정 역시 원래 안색을 회복했다.

    “아니! 네놈이! 중독이 되지 않았던 것이냐?”

    “그렇소. 이전 같았다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어떤 독에도 당하지 않는 몸이 되었소.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나는 무심반선(無心半仙)이라 한다.”

    무심반선이 안색을 굳혔다.

    백자안이 자신의 독에 당하지 않은 것이 의외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내 껄껄 웃었다.

    “하하하. 중독은 피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내 적수는 아니다. 쓸데없는 말 필요 없이 그냥 죽여주마.”

    무심반선이 우수를 내밀었다.

    백자안 역시 장풍으로 맞섰다.

    상승 고수들끼리의 대결일수록 단순한 법.

    한 번의 장력 대결로 승부를 보려는데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한 것 같았다.

    꽈앙.

    감방 안이 떠나갈 듯한 폭음이 일었다.

    “으윽!”

    백자안이 신음과 함께 쓰러졌다.

    반면 무심반선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후후후! 중독을 피했다고 하더니 내게 거짓말을 했구나. 운 좋게 치명상은 피했으나 무심독(無心毒)은 기본적으로 군자산의 효능을 가지고 있지.”

    “으으······ 나를 어쩔 셈이오?”

    “생각 중이다. 원래는 너를 바로 죽이려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너를 신선법정에 세워야겠다. 독심반선을 살해한 죄로 네놈에 대한 체포령이 떨어져 있으니, 네놈을 데려가면 회주님께서 큰 상을 내리실 것이다. 영단이나 법보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면 내 수련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

    “나를 정심회 총단으로 데려가려는 것이오?”

    “그렇다. 가게 되면 악미미 그 계집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심반선이 말을 마친 후 지풍을 날려 백자안의 혈도를 찍었다.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품속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먹였다.

    백자안은 반항할 힘이 없는지 순순히 따랐다.

    그제야 안심을 했는지 무심반선이 붉은색 자루 하나를 꺼내 백자안을 집어넣었다.

    “후후후! 별것 아닌 놈인데 괜히 두려워했구나. 다른 반선들이 무척 놀라겠군.”

    무심반선이 백자안이 들어가 있는 자루를 어깨에 메고 옆 감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오행반선이 여전히 수혈을 찍힌 채 쓰러져 있었다.

    “잘난 척하더니 꼴이 좋군. 생각 같아선 모른 척하고 싶지만, 나중에 회주님께 책망을 받을 수 있으니 데려가야겠다.”

    무심반선이 자루 하나를 다시 꺼내 오행반선 역시 그 안에 넣었다.

    자루 두 개를 든 무심반선이 신선감옥에서 나왔다.

    외부 환경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었다.

    온갖 기화이초와 수목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무심반선이 자루들을 왼손에 모두 쥐고 우수를 높이 들었다.

    순간, 구름 한 조각이 하나 아래로 내려왔다.

    바로 신선운이었다.

    신선운은 신선계에 떠다니는 구름으로, 반선들의 주 이동수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선계 전체는 끝을 모를 정도로 광활한데다가 곳곳에 요괴와 괴수들이 출몰하고 있었다.

    다만 반선들이 살고 있는 수십만 개가 넘는 봉우리 주위에는 요괴와 괴수들이 일절 출몰하지 못했다.

    봉우리들은 신선봉이라 하며 각 봉우리마다 그 이름이 있었다.

    반선들이 사는 곳은 신선봉 위나 그 지하였다.

    각 봉우리에는 다시 수많은 동굴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반선이 살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는 신선계의 끝을 가본 반선들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그만큼 신선계는 신비한 곳이었다.

    신선운 위에 올라탄 무심반선이 우수로 북쪽을 가리켰다.

    “가자! 정심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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