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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26화 (126/250)

[제41장] 신선감옥 1

[제41장] 신선감옥

“으으······.”

백자안이 깨어난 곳은 이름 모를 뇌옥 안이었다.

“이곳은?”

백자안이 매우 놀라며 앞을 바라봤다.

붉은빛을 발하는 석벽과 쇠창살.

석벽과 쇠창살의 재질이 매우 기이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보통의 감방 모습이었다.

백자안이 일어나려고 했으나 단전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제야 대인자문주의 피가 묻어 중독된 사실을 떠올렸다.

아직 그 해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의 혈도가 찍혀 있었다.

내공을 조금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명점혈술로도 풀 수 없었다.

아니 해혈을 한다고 해도 중독 때문에 여전히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체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분명 놈들의 대장선이 침몰하면서 나 역시 정신을 잃고 물에 빠졌는데······.’

백자안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후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사람이 올 것이다. 그때 전후 사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백자안이 마음을 다스렸다.

하지만 전투 상황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그가 제거한 무사들이 비록 대인자문주를 비롯한 핵심 지휘부 고수들이지만, 여전히 남은 무사들의 수가 백만에 가까웠다.

일만 척의 배 역시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게다가 각 배에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지휘부 고수가 승선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 중 한 명이 새 지휘부를 결성해 진군을 계속하였다면 동방무맹 함대와 마주쳤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내가 끝까지 처리했어야 했는데, 걱정이 크구나. 고작 대장선 한 척만 침몰시켰으니······.’

백자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무명심법을 구성까지 익혀 나름대로 이제 자신이 있었던 그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중독으로 다시 낭패를 본 것이다.

‘괴수의 피라는 것이 그렇게 지독할 줄이야. 독을 제거하지 못하면 상태가 더욱더 나빠질 것이다.’

백자안이 몸속 기운을 느껴봤다.

내공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정확한 판정은 어려웠지만, 정신이 든 이후 독이 퍼지는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발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쇠창살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후후! 깨어났군.”

“아니! 그대는?”

백자안이 매우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바로 오행반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공정한 대결을 주장하며 신선계로 돌아간다던 그가 지금 백자안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후후후!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하겠군.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도 좋다.”

“여기가 어디요?”

“신선계에 있는 신선감옥이다.”

“이곳이 신선계란 말이오?”

“그렇다. 중원삼성이 너에게 신선계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 한 곳을 가르쳐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곳이 아마 숭산이겠지?”

“그렇소. 그럼 나를 숭산까지 데려가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오?”

“그렇지 않다. 네가 착각할까 봐 숭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숭산에 있는 통로는 반선이 아닌 외부인들이 우리 신선계로 들어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지. 게다가 그 통로 역시 주기적으로 바뀐다. 하지만 우리 반선들은 특수 이동대법을 알기 때문에 굳이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나는 너를 특수 이동대법을 펼쳐 이곳으로 데려왔다. 이곳 신선감옥은 우리 정심회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금 너 말고도 한 사람이 더 갇혀 있지.”

“악미미 소저 말이오?”

“그렇다. 내가 여러 번 말했었지. 지금 그녀는 옆방에 있다. 하지만 음파가 차단되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으음······.”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좀 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전투는 어떻게 되었소? 바다에 빠진 나를 어떻게 건졌소?”

“기억이 나지 않느냐? 하기야 천마룡 위에 계속 엎드려 있더니만······.”

“천마룡이라고?”

“그렇다. 네놈은 정신을 잃고 바다에 빠졌지만, 이내 다시 올라왔다. 놀랍게도 천마룡이 너를 등에 태우고 올라왔었지. 이후 천마룡이 내뿜는 불길 때문에 대인자문 함선이 모두 불타버렸다. 나는 공정한 대결을 공언했기 때문에 지켜보기만 했었지. 솔직히 그때 네가 계속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그래서?”

“천마룡의 불길은 놀라웠다. 일만 척에 달하던 배들이 모두 불타 물속으로 가라앉았으니까. 배에 타고 있던 대인자문 백만 무사들이 불에 타죽지 않으려고 앞다투어 바다로 몸을 던졌다.”

“놈들이 모두 죽었다는 말이냐?”

“후후후! 그렇지는 않다. 마침 동료 반선들이 도착해 특수 이동대법을 펼쳐 대인자문 무사들 모두를 이곳 신선계로 데려왔다. 다만 긴급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모두 활강시로 만들었지. 그들은 지금 우리 정심회 반선들의 명을 수행할 정예무사로 조련 중이다.”

“어찌 그런 일이······ 백만 무사 모두를 이곳 신선계로 데려왔다는 말이냐? 그것도 이미 죽은 자라 할 수 있는 활강시로 만들어서 말이냐?”

“그렇다. 반선 한 명이 최소한 만 명 정도는 데려올 수 있지. 그 말은 백 명의 반선이 있으면 백만 명의 무사도 데려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활강시는 네 말이 맞다. 일단 대인자문 백만 무사들은 모두 죽은 게 맞다. 긴급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활강시로 만들어지도록 안배된 죽음을 맞이했기에 살아있을 때보다 무공이 열 배 이상 높아지지. 거기에다 특수 조련을 받게 되면 그 힘은 가공할 것이다.”

“그 힘으로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중원삼성과 나를 비롯한 여러 반선은 만년서약 때문에 무림에서 직접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너를 비롯해 여러 명을 최종 대리자 후보로 생각했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백자안 너는 물론이고 혈교와 사사천교 교주 등 우리가 지목한 자들이 다들 꿍꿍이를 갖고 속이려 했기 때문이지. 겉으로만 우리를 따르는 척했다는 말이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오. 하지만 그게 다 그대들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오?”

“후후후! 물론 우리도 알고 있었다. 사실 토사구팽할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지. 하지만 혈교와 사사천교 수장들에 대한 우리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그들은 마교를 무력화했고 내친김에 중원무맹 총단까지 공격하고 있지. 조만간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동방무맹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소?”

“그들은 계속 동방에 있다. 대인자문 함대가 모두 침몰한 것을 보고 다시 부산성으로 돌아갔지. 물론 네놈이 실종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말이다.”

“그들을 어떻게 할 것이오?”

“대인자문 무사들로 이루어진 활강시가 완성되면 시범적으로 동방무림을 초토화할 예정이다. 아마 동방무맹 오십만 무사 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 일은 중원에도 알려질 것이고 혈교와 사사천교 역시 우리를 두려워하게 되겠지.”

오행반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백자안이 물었다.

“천마룡은 어떻게 되었소?”

“천마룡은 저절로 사라졌다. 어차피 환영이 아니었느냐? 네놈이 정신을 계속 잃고 있으니 그 힘이 다한 것이지. 물론 공력을 회복하면 다시 만들 수 있겠지만, 괴수 독에 당한 이상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괴수 독?”

“그렇다. 네놈에게 죽은 신임 대인자문주는 사실 미끼였다. 놈의 피는 우리 반선들이 오래도록 연구해 만든 특수 독으로 무형검의 고수에게 치명적이지. 해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깨어난 후 사흘 안에 반드시 죽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해약을 얻고 싶지 않으냐?”

“조건이 있겠군.”

“그렇다.”

“어서 말해보시오. 일단 들어나 봅시다.”

“후후후. 아직 여유가 있군. 아무래도 좋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음뿐이니까. 비단 네놈 목숨뿐만 아니라 옆방에 있는 악미미 그 계집 또한 죽게 될 것이다. 어차피 네놈 때문에 잡아 온 년이니까.”

“수도자답지 않게 말이 험하군. 어서 말해보시오.”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여전히 나는 너를 최종대리자로 생각한다. 너보다 우수하게 임무를 수행할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네놈에게 죽은 대인자문주처럼 괴수들을 조작해 만들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 따라서 제의를 받아들여 최종대리자가 되어라.”

“둘째 조건은?”

“두 번째는 네놈이 갖고 있던 천마검을 넘기라는 것이다. 바다에 빠졌다가 다시 천마룡에 의해 건져져 올라왔을 때 아무 병장기도 없던데 어디에 숨겨둔 것이냐? 이미 몸수색을 해봤건만 아무것도 없던데, 설마 잃어버린 것이냐?”

“그건······.”

백자안 역시 당황하며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던 천마검과 지존검을 떠올렸다.

그의 몸에는 두 검 모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병장기 모두 무영신투술로 피부 속에 축소해 숨겨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외 천상여의주나 무자천서, 옥비녀 등 다른 소지품도 외부에 보이지 않도록 보관하고 있었다.

‘으음, 위급한 순간에 저절로 무영신투술이 발휘되도록 해두었는데, 이번에도 주효했군. 자칫하면 천마검을 빼앗길 뻔했구나.’

“천마검을 필요로 하는 것이오?”

“그렇다. 천마룡의 위력을 보니 탐이 나서 말이야. 천마검으로 천마룡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

“원칙적으로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오. 천마력이 있으면 굳이 천마검이 없어도 되오.”

“그랬군.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천마검만 있으면 된다. 천마룡이 만 척의 배를 불태우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비록 지금은 환영에 불과하지만, 실은 그 녀석은 살아있는 놈이다. 아마도 고대 신선계에 살던 영물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문에 이번에 가공할 위력을 보였던 것 같더군. 제대로 각성한다면 정말 무서운 놈이 될 것이다.”

“천마룡이 말이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천마검은 내게 없소. 아마 바닷속에 빠졌을 때 잃어버린 것 같소. 비단 천마검뿐이 아니오.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이 사라진 것 같소.”

“거짓말 마라. 네놈은 천마검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 무슨 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바로 꺼내놓을 수도 있을 터.”

“일단 세 번째 조건부터 말해보시오.”

“세 번째는 바로 첫 번째 조건과 관련 있는 것이다. 최종 대리자로 활동하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 맹세를 해야 한다. 진심으로 말이다. 일종의 서약이라고 할 수 있지.”

“충성 맹세를 하라는 말이오?”

“그렇다. 네놈을 어떻게 믿고 최종대리자로 세우겠느냐? 서약의 돌에 손을 대고 충성맹세를 하게 되면 구속력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나도 너를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네 정혼녀도 풀어주겠다.”

“서약을 어기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바로 가루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네 가족 역시 자동적으로 죽게 된다. 어떻게 하겠느냐? 일단 천마검부터 넘겨라. 주지 않으면 옆방에 있는 악미미의 목을 베겠다. 어떻게 하겠느냐?”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사실 천마검을 찾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오. 하지만 보다시피 중독이 되고 혈도까지 찍혀 천마검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오. 아, 물론 지금이라도 해약을 준다면 바로 찾아서 주겠소.”

“그럴 수는 없다. 대신 시간을 주지. 하루의 말미를 주겠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천마검이 있는 장소를 말하지 않으면, 악미미 그 계집의 목을 자르겠다. 이것은 절대 빈말이 아니다. 어차피 그 계집은 네놈을 유인하기 위해 잡아 왔으니, 이제 죽여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녀를 죽이면 영원히 천마검을 얻지 못할 것이오.”

“과연 그럴까? 한번 시험해보지. 그 계집을 죽인 후 네놈 가족을 잡아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다시 말하지만 딱 하루다. 나 역시 너에 대한 우선권을 무한정 갖고 있는 게 아니니까 더는 줄 수 없다.”

“우선권이라면 중원삼성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오?”

“그것까지 네놈이 알 필요는 없다. 내일 아침 다시 오겠다. 그때 만족할 대답을 얻지 못하면 악미미의 목을 보게 될 것이다. 잘 판단해라. 그럼.”

오행반선이 말을 마친 후 사라졌다.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상황이 어렵구나. 좋은 방도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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