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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20화 (120/250)

[제39장] 출정 2

한 달 후. 동방성 외곽 대야벌.

동방무맹 삼십만 무사와 마교 무사 이십만 모두 오십만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앞에는 백자안, 불패마왕, 임요요, 부채도사, 백록공자, 김지혜 등 지휘부 고수들이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돌아왔군요.”

부채도사가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한 달간 중원에서 이곳 동방까지 오면서 크고 작은 전투를 치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상대는 대인자문이었다.

하지만 백자안의 놀라운 무공 덕분에 큰 피해를 보지 않고 동방무맹 총단이 있는 이곳 동방성 앞까지 당도한 것이었다.

멀리 보이는 동방성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인자문이 동방무맹 총단에 이어 관아까지 장악한 상황.

부득이하게 공성전이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풍류도인과 태극검선 두 분은?”

백자안의 물음에 부채도사가 대답했다.

“곧 도착할 겁니다. 두 분께서 비록 총단을 빼앗겼으나 인근 무림인들을 대거 모아 항거하고 계셨지요. 아, 저기 오는군요.”

부채도사가 옆쪽을 가리켰다.

십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동방무맹 무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동방무맹 총군사 풍류도인과 부맹주 태극검선, 총관 동방선생 등 동방무맹의 지휘부 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중원으로 가지 않고 동방에 남아 있던 무사들로 지금까지 대인자문과 끈질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맹주님.”

“맹주님.”

풍류도인과 태극검선이 예를 표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백자안의 여러 신분과 본얼굴이 이곳 동방에도 널리 알려진 상태라 혼란은 없었다.

십만 무사들 역시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표시했다.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들 십만 무사들은 동방무맹의 원래 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원과 마찬가지로 동방에서도 총단이 함락되자 의병처럼 천하 각지에서 일어난 무인들이었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힘드셨지요?”

“아닙니다. 맹주님께서 돌아오신다는 소식에 다들 힘을 내고 있었습니다.”

풍류도인이 미소를 지었다.

“먼저 인사들 하시지요.”

백자안이 풍류도인과 태극검선 등에게 불패마왕과 임요요 등 마교의 지휘부 고수들을 소개해주었다.

“불패마왕이오.”

“임요요라고 해요.”

“풍류도인입니다.”

“태극검선입니다.”

간단한 통성명이 끝난 후 백자안을 비롯한 지휘부 고수들은 지휘막사 안으로 들어가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그동안 육십만으로 불어난 무사들이 일제히 전열을 정비하여 공격 준비에 매진했다.

“놈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백자안의 물음에 풍류도인이 안색을 굳혔다.

“상당히 많습니다. 그동안 왜국에서 추가 병력이 도착해 두 배로 늘어났지요.”

“대인자문 무사들의 수가 백만이 된다는 겁니까?”

백자안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놈들이 절대 동방성을 내주지 않을 작정인 것 같습니다. 지금 관부 무사들까지 모조리 쫓아내고 성 전체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입니다.”

“성곽에 있는 놈들 역시 모두 대인자문 소속 무사들입니까?”

“네. 다들 무공이 고강합니다. 개별 무력에서도 우리가 열세라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리가 기대할 것은 맹주님의 무공인데, 작전을 잘 짜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불패마왕과 임 소저께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하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백 맹주의 무공은 가히 천하무적이라 할 수 있으니, 변수가 없는 한 이번 기회에 놈들의 씨를 말릴 수 있을 것이오.”

불패마왕이 껄껄 웃었다.

마교 태상교주가 된 그는 여전히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백자안의 무공 수준이 이제는 자신이 넘보기 힘든 경지에 오른 것을 알고 있는 그였다.

“과찬이십니다. 그럼 어떻게 놈들을 공략해야 할지 좋은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백자안이 의견을 물었다.

무작정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양패구상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를 줄이며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그래야 다시 병력을 중원으로 돌려 혈교와 사사천교, 정심회 등과 대적할 수 있었다.

임요요가 말했다.

“그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어요. 대인자문 무사 백만 외에 놈들에게 다른 지원 병력은 없나요? 가령 혈교나 사사천교 측 무사들 말이에요.”

“지금까지 파악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성안에 들어가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소문대로 정심회 반선들이 특수 이동대법을 구사한다면 지원 병력 수십만을 이곳까지 금세 옮길 수도 있겠지요. 사실 그 점이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사실 믿기지도 않고요.”

풍류도인의 말에 다들 안색을 굳혔다.

특히 보이지 않는 적이라 할 수 있는 신선계 정심회 반선들의 존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심회 반선이었던 독심반선 한 사람에 의해 일어났던 사태가 그 좋은 예였다.

비록 백자안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독심반선의 무공은 압도적이었다.

그런 반선이 여러 명이 함께 공격해온다면 설사 백자안이라도 적수가 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컸다.

백자안이 말했다.

“아무래도 무사들을 이곳에 계속 주둔시키면서 놈들의 동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놈들과 크고 작은 전투를 치렀지만, 놈들 대부분이 끝까지 싸우지 않고 후퇴를 했던 게 의심스럽습니다. 마치 우리를 이곳까지 유인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드는 게 사실입니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네. 놈들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닐까?”

불패마왕의 말이었다.

그 역시 이번 싸움의 승패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예상과 달리 무사 수에서 있어서도 열세가 아닌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들 믿고 있는 것은 백자안의 무공이었다.

사실 백자안의 무공은 지난 한 달간 또 한 단계의 상승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팔대무공의 경지가 매우 높아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제 중원삼성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정도라 할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정심회 반선들의 연합 공격 정도였다.

아무리 자신의 무공이 강해도 반선 열 명 이상의 합공을 당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자체 판단이었다.

‘무사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성안으로 들어가 놈들의 계략을 알아내야 한다.’

백자안이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이곳 대야벌은 성곽과 반나절 거리이니, 일단 모두 대기를 하고 계십시오. 저 혼자 들어가 놈들의 동태를 살펴보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놈들이 대야벌에 도착했습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 되느냐?”

“육십만 정도입니다. 원래 오십만인데 풍류도인 그놈이 이끌고 있던 십만이 합류했습니다.”

“하하하. 드디어 우리 유인작전에 걸려들었구나. 그동안 우리 무사들이 일부러 패한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지.”

대인자문주가 껄껄 웃었다.

그의 옆에는 자신의 아들이자 대인자문 선봉대장인 키요토가 있었다.

“놈들이 우리 계획대로 움직일까요?”

“물론이다. 놈들의 목표는 이곳 동방무맹 총단 탈환이다. 놈들이 성문을 열고 들어오면 패퇴하는 척하여 이곳까지 유인한다. 놈들은 우리 병력이 백만이나 되기 때문에 유인작전을 펼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건 확실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인작전을 펼치면서 우리 역시 최소한 일만 정도는 전사할 겁니다.”

“상관없다. 어차피 약한 놈들은 죽게 될 테니까. 일단 놈들이 총단을 탈환하면 우리는 다시 재빠르게 철수한다. 이미 비상통로를 구축해놨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봉쇄진법도 가동이 되겠지요?”

“물론이다. 놈들이 총단에 모두 들어왔을 때 봉쇄진이 자동으로 가동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시진 동안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지. 그때 이미 매설해둔 화약을 터뜨리면 그야말로 놈들은 몰살당하고 말 것이다. 이 어찌 완벽한 계획이 아니겠냐?”

“뛰어난 지략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백자안 그놈까지 죽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나 역시 그동안 무공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폭발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설사 살아난다 해도 나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이후 우리는 다시 무사들을 이끌고 중원으로 간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넓은 중원대륙이니까. 그렇게 알고 너도 준비하도록 해라.”

“네. 바로 성문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놈들이 내일 아침 정도면 공격을 가해올 것 같습니다.”

키요토가 고개를 숙인 후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일단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성문 쪽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성곽 위에는 대인자문 무사 이십만 정도가 있었다.

백자안이 이끄는 육십만 토벌군이 공격을 가해오면 유인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그 지휘를 직접 자신이 맡을 생각이었다.

‘후후후! 어리석은 놈들. 네놈들의 총단 자리에 엄청난 양의 화약이 매설된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키요토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동방무림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이곳은 자신이 맡아 다스리기로 되어있었다.

대인자문주는 중원무림까지 정복한 후 그곳을 다스릴 계획이었다.

‘문제는 중원삼성 그자들이다. 독심반선도 이제 죽고 없으니 그자들에게 잘 보여야 할 텐데······.’

키요토가 안색을 굳혔다.

그때였다.

그의 뒤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오?”

“누구냐?”

키요토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의 정수리에 상대의 손이 닿은 후였다.

“으윽!”

키요토가 괴로워했다.

골수가 빠져나가는 고통을 받은 것이다.

“네놈이 동방 여인들을 무참히 유린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원래는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했는데, 섭혼술을 펼치기 위해 간단히 죽여주는 것이다.”

사내, 즉 백자안의 말이었다.

그랬다.

백자안이 동방무맹 총단에 잠입하여 키요토를 따라온 것이었다.

물론 그 전에 대인자문주와 키요토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백자안은 그들의 계획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단 키요토부터 제거하기로 한 것이었다.

섭혼술을 통해 기억을 빼앗긴 키요토는 즉사했다.

백자안은 삼매진화를 이용해 그의 육신을 완전히 가루로 만든 후 역용술을 펼쳐 키요토의 얼굴로 바꿨다.

‘화약이라. 중원무맹 총단에서 실패했던 그 작전을 이곳에서 펼칠 수 있겠군. 총단 건물이 상당수 파괴되겠지만 놈들을 모조리 없앨 수 있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데 화약 폭발 장치가 대인자문주 그자에게 있다니, 이걸 어떻게 한다?’

백자안이 고민에 빠졌다.

조금 전 본 대인자문주의 무공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아져 있었다.

그의 아들인 키요토를 먼저 제거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쩔 수가 없구나. 대인자문주 그자를 직접 제거할 수밖에. 그다음 폭발 장치를 빼앗아 화약을 폭발시킨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 있는 놈들 대부분이 죽게 될 것이다. 그다음 대야벌에서 대기하고 있는 무사들로 하여금 총공격을 가하도록 한다면 대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백자안이 눈을 빛내며 방에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대인자문주의 집무실이었다.

집무실 밖에는 대인자문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그를 키요토로 착각하고 있어 길을 비켜주었다.

얼마 후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대인자문주가 물었다.

“무슨 일로 다시 왔느냐?”

“한 가지 물건이 필요합니다.”

“무슨 물건 말이냐?”

“총단에 매설한 화약을 폭발시킬 장치 말입니다. 소자가 놈들을 유인한 후 직접 폭발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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