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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12화 (112/250)

[제36장] 천혈곡 3

낙양성 북쪽 외곽에 있는 이곳 천무벌에는 백여 명의 무사들이 지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한데 그들은 바로 만박서생, 단목수련, 천수노인, 공무대사, 장대선생, 중원군자, 남해기인, 영호광 등 중원무맹 총단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아닌가.

삼십만 정도의 병력으로 총단을 지키고 있던 그들이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그 이유는 얼마 후 드러났다.

천혈곡에서 돌아온 백자안 등 백여 명의 무사들과 이곳 천무벌에서 만난 것이다.

백자안 등 백여 명의 무사들은 도착하자마자 만박서생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총단이 놈들에게 함락이 되었단 말씀입니까?”

백자안의 물음에 만박서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맹주님. 면목이 없습니다. 놈들이 어제 새벽 기습을 가해와 도저히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한데 천혈곡에 갔던 삼십만 병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육십만에 달했던 병력이 고작 이백 명밖에 남지 않았군요.”

백자안이 탄식했다.

매화검선 등이 천혈곡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만박서생이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총단을 지키던 삼십만 무사들이 대패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전멸한 것은 아니었다.

적의 공격으로 총단이 무너지며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물론 최소한 십만 이상이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천혈곡에 갔던 삼십만 무사들과 합류하면 반전의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삼십만 무사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니까 신선계란 곳으로 끌려갔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중원삼성 중 한 명이 제게 직접 이야기한 것이니 틀림없을 겁니다.”

“아, 그런 특수 이동대법이 있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천외천이라 할 수 있는 천계나 마계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요. 정말 믿기 어렵군요.”

만박서생이 허탈해했다.

불패마왕이 물었다.

“어떻게 놈들에게 당한 것이오? 천혈곡에서 우리를 유인한 후 낙양으로 갔던 혈교와 대인자문 놈들까지 사사천교와 합공을 가한 것이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삼십만 병력이었는데, 놈들은 무려 칠십 만에 가까웠지요. 개개별 무력도 우리가 약한데 수적으로도 열세라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기야 사사천교 이십만에 혈교 이십만, 그리고 대인자문 삼십만이 총공격을 가했으니. 그래 총단 방어병력이 몰살한 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전사자는 십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이십만 정도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전투 전에 미리 패배하게 되면 이곳 낙양에서 가까운 소림사로 재집결할 것을 명했습니다.”

만박서생의 말에 백자안과 불패마왕 등이 눈을 빛냈다.

패잔병이긴 하지만 소림사에 다시 이십만 정도가 모인다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는 있었다.

임요요가 말했다.

“본교 총단에서 오고 있는 십만 무사가 근방까지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 그들을 소림사로 집결시키는 게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다. 지금 바로 전서구를 날려라.”

“네.”

임요요가 급히 명령서신을 써 전서구를 날렸다.

마교 총단의 정예 십만이 합류를 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은 물론이었다.

백자안이 말했다.

“총군사님. 지금 즉시 천하 각지의 지부에 전서구를 보내 지부 무사들까지 모두 소림사로 모이도록 해주십시오.”

“네. 지부 무사뿐만 아니라 천하 각지의 무사들 모두 소림사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총단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남아 있던 무림인들이 모두 모일 겁니다.”

만박서생이 말을 하며 한숨을 돌렸다.

비록 이곳 천무벌에 모인 무사 수는 고작 이백여 명밖에 되지 않지만, 소림사에 모일 무사가 최소한 다시 삼십만은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중원무맹 천하 각 지부와 각파 총단을 지키던 무림인들까지 대거 모여들면 그 배도 가능했다.

육십만 정도면 칠십만 정도인 삼혈맹과 다시 맞붙어볼 수 있는 것이다.

부채도사가 물었다.

“낙양으로 돌아오면서 대인자문 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놈들의 병력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면서요?”

“네. 동방 부산성에서 동방무맹 무사들과 대치하고 있던 대인자문 무사 이십만이 전격적으로 철수해 이곳 낙양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까?”

“아!”

부채도사와 백록공자, 김지혜 세 사람이 탄식을 터뜨렸다.

물론 절망의 탄식은 아니었다.

다만 대인자문 놈들의 농간에 빠져 중원으로 동방무맹 무사 이십만이 지원을 오다가 도로 철수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동방에 있던 대인자문 놈들 이십만까지 낙양에 도착하면 대인자문 놈들만 오십만이 되겠군요. 맹주님께 즉시 그 사실을 알려 총단에 있는 우리 동방무맹 이십만을 다시 중원으로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소림사로 집결하게 하는 게 좋겠군요.”

부채도사가 말을 하며 백자안을 바라봤다.

백자안이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대인자문이 전 병력을 중원에 집결시키는 것은 이번 기회에 중원에서 자리를 확고히 자리 잡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보였다.

물론 중원무림을 완전히 장악한 이후의 상대는 동방무림이 될 것은 틀림없었다.

“대인자문 놈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계책을 써 우리 동방무맹 무사들의 추가 파견을 막았지만, 이제 대놓고 우리를 이곳 중원으로 유인하는 격이니······.”

백록공자가 안색을 굳혔다.

전쟁이 동방이 아니라 중원에서 끝을 보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나, 전황이 너무 불리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중원삼성이었다.

그들이 중원무맹과 마교, 동방무맹의 삼십만 무사들을 신선계로 끌고 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소름이 끼쳤다.

적이 항거불능의 상대라는 생각에 의기가 소침해지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던 걸까.

“중원삼성을 비롯한 신선계의 반선들에 대한 걱정은 당분간 하지 않아도 좋을 겁니다. 신선계에 인질로 잡혀 있는 무사들 또한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지금은 구십만에 가까운 삼혈맹 놈들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데 성안 상황은 어떠합니까? 무관들이나 중소문파, 그리고 많은 곳이 위험에 처했겠군요.”

“네. 말씀대로입니다. 총단을 장악한 놈들이 피의 숙청을 하고 있을 겁니다. 투항하는 자는 받아들이고, 항거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박서생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총단을 잃고 자신들만 살아나온 것이 부끄러운 것 같았다.

백소영이 재빨리 물었다.

“우리 풍운장원 소식은 들은 게 있나요?”

그녀의 말에 백자안 역시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낙양 총단이 점령되었다는 소식에 부모님과 백자룡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풍운장원에 대한 소식은 잘 모르겠소. 하지만 백자안 공자의 집이니, 놈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소이다.”

“아무래도 제가 집으로 가봐야겠어요.”

백소영이 성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곳 천무벌에서 낙양성까지는 반나절 거리였다.

백자안이 말했다.

“백 소저. 고정하시오. 풍운장원에 있는 가족분들은 내가 데려오겠소. 안 그래도 놈들의 동태를 살피려 했으니까.”

“맹주님께서 직접 성안에 들어가 보실 겁니까?”

“네. 총군사께서는 여기 계신 분들과 소림사로 먼저 가 있으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만박서생이 대답 후 은밀히 백자안에게 전음을 날렸다.

「맹주님. 저번에 말씀드린 화약 말입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총단 지하에 엄청난 양의 화약이 매설되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화약을 터뜨릴 장치가 바로 지존령기입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계책입니다. 아무래도 이제 맹주님께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삼혈맹 놈들을 지하 광장으로 유인할 수만 있다면, 단번에 놈들을 저승에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지하 광장이 지하 뇌옥과 연결된 곳이라 하셨지요? 어느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까?」

「수백만 명도 거뜬합니다. 사실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솔직히 맹주님을 제가 완전히 못 믿어서······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만박서생이 중원무맹 총단 지하에 묻어 놓은 화약을 터뜨리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조금 전 그가 말한 대로 지존령기가 기폭장치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지존령기를 이용해 기관을 작동시키면 화약이 폭발해 지하 광장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방법도 고려하겠습니다. 폭발이 일어나면 지상에 있는 전각들은 괜찮습니까?」

「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문제는 놈들을 지하로 유인하는 방법인데, 최소 이삼십만 정도만 유인해 몰살시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인데 최대한 많이 제거해야겠지요. 하지만 당분간은 사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총단 안까지 침투해 놈들의 동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총군사께서는 불패마왕, 부채도사 두 분과 상의해 소림사에서 최대한 많이 사람들을 모으고 계십시오. 정탐을 마친 후 곧바로 저도 가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만박서생과 전음으로 대화를 나눈 백자안은 소림방장 공무대사에게 물었다.

“대사님. 소림사에 계신 소림삼신승(少林三神僧)께서는 아직 폐관 중이십니까?”

“아미타불. 그렇습니다. 군웅들이 소림사에 모두 모이게 되면 신승들께서도 백 년 폐관을 깨고 나오실 겁니다. 아마 지금쯤은 다들 무형검의 경지에 오르셨을 것이니, 놈들도 함부로 우리 소림사를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잘되었군요. 총군사께서 군웅들을 소림사로 모이게 한 것은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까?”

“아미타불. 그렇습니다. 본사에서는 천하제일의 방어진법이 있습니다. 달마조사께서 직접 창안하신 진법인데, 소림사 주위를 석 달간 봉쇄해 어떤 적도 물리칠 수가 있지요.”

“달마수호진법말입니까?”

“네. 맹주께서도 알고 계시는군요. 그 진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삼신승뿐입니다. 전서구를 이미 보냈으니 지금쯤 설치를 하고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이 든든해지는군요. 혹여 제가 늦게 가더라도 잘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여러분 모두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럼.”

백자안이 포권한 후 곧바로 신형을 날려 낙양성 쪽으로 가려 했다.

그때였다.

백소영이 말했다.

“맹주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제 부모님과 동생을 데려오려면 제가 꼭 가야 해요. 그 일을 맹주님께 맡길 수는 없어요.”

“저도 가겠어요. 이번에는 절대 양보 못 해요.”

임요요의 말이었다.

백자안이 잠시 고민하다 두 소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사실 혼자서 가족들까지 데려오는 것이 난감하긴 했다.

“좋습니다. 두 분만 데려가겠습니다. 나머지 분은 소림사에서 군웅들을 모으는 데 집중해주십시오. 그럼.”

백자안이 백소영, 임요요와 함께 경공을 펼쳤다.

백소영의 경공 실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기에 임요요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휙휙휙.

세 사람의 신형이 빠르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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