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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04화 (104/250)

[제34장] 지존력 1

[제34장] 지존력

백자안과 구룡객.

두 사람의 대결에 군웅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아직 공격을 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

북소리가 울린 지는 오래.

역시 사전 기세 싸움이 진행 중이었다.

‘이놈이······.’

구룡객이 생각도 못 한 백자안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

한 가락 하는 놈일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 일지는 몰랐던 것이다.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구룡객과 달리 백자안은 여유가 있었다.

‘내가 너무 이자를 과대평가했구나. 이전 같으면 모르지만 나 역시 최근 들어 무공이 계속 급상승하고 있으니······.’

백자안이 미소를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무공 경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모든 기억을 회복한 이후 그 속도가 가팔랐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고수를 만나지 않았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백자안이 가장 경계를 하는 고수는 바로 중원삼성이었다.

아직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생각해본 결과 그들은 무형검의 고수일 가능성이 컸다.

물론 백자안 역시 우여곡절 끝에 무형검의 경지에 올랐지만, 여전히 초보 수준이었다.

무형검은 총 27단계로 나눌 수 있었다.

상선(上仙), 고선(高仙), 대선(大仙), 현선(玄仙), 천선(天仙), 진선(眞仙), 신선(神仙), 영선(靈仙), 지선(至仙), 상진(上眞), 고진(高眞), 대진(大眞), 현진(玄眞), 천진(天眞), 진진(眞眞), 신진(神眞), 영진(靈眞), 지진(至眞), 상성(上聖), 고성(高聖), 대성(大聖), 현성(玄聖), 천성(天聖), 진성(眞聖), 신성(神聖), 영성(靈聖), 지성(至聖)이 바로 그것이었다.

백자안이 도달한 경지는 바로 무형검 중 최하 단계인 1단계 상선이었다.

물론 상선 역시 그 경지는 천차만별이었다.

백자안은 상선 중에서도 최하는 아니고 중반을 넘어 후반에 이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다음 단계인 고선에 도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세밀한 단계의 구별을 백자안 스스로 정확히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단계인 지성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지가 가변적이었다.

그 뜻은 높은 단계의 고수가 반드시 낮은 단계의 고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예외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백자안은 최고의 단계인 지성을 목표로 묵묵히 나아갈 뿐이었다.

지성이야말로 절대의 경지였다.

흔들리지 않아 퇴보가 없는 궁극의 경지.

불가에서 말하는 열반의 경지라고 할까.

백자안은 그 목표를 향해 계속 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중상을 입힐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구나. 아직은 적이라 할 수 없으니까.’

백자안이 지존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무형의 검기가 빠르게 뿜어져 나왔다.

검기는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검강과 달리 가볍고 빨랐다.

“흥!”

구룡객이 순간적인 압박의 해제를 느끼고 검을 휘둘렀다.

비장의 검초.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만 사용하기 위해 꼭꼭 숨겨둔 구룡점정(九龍點睛)이란 초식이었다.

이 구룡점정은 아홉 갈래의 검강을 발출하는 것이었다. 한번 펼치면 최소 한 달간은 같은 초식을 펼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강력한 초식이었다.

사실 먼 훗날 무적세가주 독고승마저 넘기 위해 지난 십 년간 연마한 최고의 절초였다.

백자안이 흠칫했다.

검강이 아닌 검기를 날렸지만 무형검의 경지에서 그 구별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속도 면에서 유리한 검기를 날렸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구룡객이 뜻밖에 상승검초를 뿌린 것이었다.

하지만 백자안은 물러나지 않았다.

예정한 대로 검기를 계속 발출했다.

꽈앙.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구룡객의 신형이 급격히 뒤로 물러났다.

마치 불에 덴 사람처럼 황급하게 뒤로 물러나는 그였다.

금세 비무대 끝에 다다른 그는 비무대에서 떨어지면 패하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앗!”

비무대 끝에서 기합과 함께 그의 신형이 솟구쳤다.

비무대와 달리 허공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조금 전의 격돌로 내상을 입었지만 이대로 패배하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그였다.

백자안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그로서는 적당히 구룡객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는 않은 상황.

무형검에 기반한 공격을 가했지만, 아직 능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존검의 위력은 이번에도 실감할 수 있었다.

천하제일보검답게 그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보완해주었다.

게다가 한번 검초를 펼칠 때마다 검신을 통해 기이한 경력이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마치 천마검을 통해 흡수했던 천마력과도 같았다.

다른 점이라고는 천마력은 한꺼번에 몸속으로 들어왔지만 이 경력은 조금씩 쌓인다는 것 정도.

‘이러한 힘은 지존력(至尊力)이라 불러야 하나? 지존검을 사용할 때마다 기이한 경력이 늘어남을 느끼게 된다. 물론 상대가 어느 정도 고수일 때만 느껴지는 것 같지만······.’

백자안이 고개를 들어 구룡객을 바라봤다.

허공에 떠 있는 구룡객은 최후 공격을 가하기 위해 모든 내공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바로 그의 독문장법인 구룡신장(九龍神掌)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이 구룡신장은 앞서 날린 검초인 구룡점정과 함께 그의 구명절초였다.

특히 장법이라는 면에서 자신의 모든 잠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동귀어진 수법이라 할 수 있었다. 백자안으로서는 의외였다.

풍운회라는 조직의 회주가 되기 위한 욕망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였으나, 사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백자안으로서는 구룡객의 야망이 거대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하지만 더는 힘을 조절하기 어렵겠구나. 어쩔 수가 없지.’

백자안이 좌장을 뻗어 지존장을 날렸다.

쏴아아.

무명심법을 토대로 한 지존장법은 갈수록 그 위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꽈앙.

연무장 전체가 흔들리는 폭음과 함께 구룡객의 신형이 포물선을 그리며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갔다.

연무장 구석진 곳까지 날아간 그가 쓰러진 후 다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패배는 확정되었다.

내상을 입은 듯 입가에 가느다란 피를 흘리고 있는 그가 말했다.

“풍운검객이라고 했나? 오늘 내가 당한 수모는 반드시 갚을 날이 올 것이다. 아니 금방일 것이다. 경고하지만 풍운회를 해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련주께서 용서치 않을 것이다.”

“참고로 하겠소.”

백자안이 담담히 말했다.

사실 조금 전 대결에서 백자안은 구룡객의 무공을 폐쇄하려 했다.

아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섣불리 힘을 조절하다가 자신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정의련 세력이 우군이었다.

내일 정의련 해체가 이루어지면 그 병력은 모두 중원무맹 소속이 될 것이었다.

정의련 이십만 무사가 기존 중원무맹 무사 이십만과 합쳐 사십만이라는 거대 병력이 되는 것이다.

동방무맹에서 일차 파견 온 십만 무사와 합치면 오십만 병력이 되는 셈이었다.

물론 무사들의 무공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 병력 은 사기 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한편 혈교, 사사천교, 대인자문으로 재편된 삼혈맹의 무사 수는 모두 칠십만 정도였다.

혈교 이십만, 사사천교 이십만, 대인자문 삼십만 정도였다.

동방에서 동방무맹 이십만 무사와 대치중인 대인자문 무사 이십만도 있었지만, 그들은 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외한 숫자였다,

‘마교가 총단에 있는 십만 무사들까지 오게 하면 총 이십만 무사가 될 것이니, 우리 측도 칠십만 정도가 될 터. 그렇게 되면 칠십만과 칠십만으로 수적으로는 대등해질 것이다.’

백자안이 풍운장원을 급히 떠나는 구룡객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때였다.

영웅객이 기쁜 표정으로 소리쳤다.

“풍운검객의 승리요. 자, 이제 다시 도전자를 받습니다. 딱 세 번만 허용이 되니 신중하게 도전하십시오. 북이 열 번 울릴 때까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풍운검객께서 회주가 될 겁니다.”

둥둥둥.

북소리가 빠르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구룡객을 이긴 백자안의 기세가 군웅들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한 사람이 단상 위에 올라왔다.

낙양 십대무관 중 한 곳의 관장이었다. 그는 백자안의 일장에 비무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백자안의 배려로 조금도 다치지 않은 것은 물론이었다.

두 번째 도전자는 낭인무사였다.

강호에 제법 알려진 고수로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매우 놀랐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역시 백자안의 일장에 나가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나선 사람은 의외의 인물로 바로 백자안과 동기 사범인 철혈객이었다.

사실 그는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김지혜의 권유 때문이었다.

또다시 의외의 인물이 나와 백자안을 이기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아직 정체를 모르지만 백자안의 기도가 방정하고 사기가 없음을 느낀 그녀의 선의라 할 수 있었다.

백자안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철혈객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와아아.

둥둥둥.

“이로써 풍운검객께서 우리 풍운회의 회주가 되셨습니다.”

짝짝짝.

이만여 명의 군웅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들이 모두 풍운회에 가입할 것인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회원 수는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었다.

영웅객이 말했다.

“그럼 회주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풍운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에 대한 소신을 말씀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풍운검객입니다. 먼저 무명소졸인 제가 운이 좋아 이렇게 회주가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풍운회주는 모레 열릴 영웅대회 팔인 결선에 자동진출하게 됩니다. 일단 영웅대회에 나가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할 원칙은 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바로 절대 삼혈맹과 임시방편적인 화친을 맺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혈교, 사사천교, 대인자문 이 세 곳은 극악무도한 세력으로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화친이란 미명 하에 그들에게 무림의 일부를 세력권으로 내준다면 그 위세를 막아내기 힘들 겁니다. 일단 그 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명명백백히 밝혀두는 바입니다.”

와아아.

짝짝짝.

군웅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백자안이 말한 내용은 풍운회가 결성된 핵심 가치였다.

백자안의 말이 이어졌다.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삼혈맹을 박멸해야 합니다. 다만 마교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때에 따라 전략적으로 그들과 제휴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심도 있는 토론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일 당장 무적세가주를 만나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만나보고 대의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제가 직접 중원무맹주가 되어 대국을 처리해나가겠습니다.”

와아아.

다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자안이 드러낸 자신감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애초 그들이 의도한 것은 무적세가주 독고승에 대한 압박이었다.

한데 지금은 그것을 넘어 회주가 직접 대국을 이끌어가려고 하지 않는가.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삼혈맹과의 굴욕적인 화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회주님 만세!”

“풍운회 만세!”

군웅들의 함성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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