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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99화 (99/250)

[제32장] 마혈존자 3

불패마왕이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마교 무사들이 움찔하며 눈치를 봤다.

임요요가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교주님이시다. 무릎을 꿇지 못할까?”

“요요야. 됐다. 다들 들어라. 나 불패마왕은 마혈존자 저놈을 죽여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모두 비켜라. 나를 막는 자는 모두 죽는다.”

불패마왕이 우수를 들었다.

순간, 멀리 떨어져 있던 지휘부 고수 한 명이 끌려왔다.

불패마왕이 손으로 그자의 머리를 잡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쭈그러들며 그대로 납작해지고 말았다.

“크윽!”

그는 비명과 함께 골수가 터져 즉사했다.

“흡수대법이다!”

“흡수대법!”

마교 무사들이 놀라며 너도나도 없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교주님!”

“교주님!”

“하하하!”

불패마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백자안이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

흡수대법의 상징적인 위력이 대단함을 다시금 느낀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마혈존자와 그의 추정 세력인 지휘부 고수 삼백 명이 있었다.

그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물론 그들을 모두 제거하면 마교의 힘이 약화하겠지만, 천하에는 은둔한 마교 고수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중에는 불패마왕을 따르는 고수들도 많을 것이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혈존자가 품속에서 핏빛 방울 하나를 꺼냈다.

바로 교주 신물 천마령이었다.

“천마령으로 명을 내린다. 불패마왕 저놈을 죽여라. 명을 따르지 않는 자는 모조리 참수할 것이다.”

딸랑딸랑.

천마령이 울리자, 마교 무사들이 다시 일어나 불패마왕과 임요요, 백자안 세 사람을 포위했다.

천마령의 권위에 항거하는 자는 죽음뿐이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공격을 가하는 자는 없었다.

“뭣들 하느냐? 놈들을 어서 공격하라.”

마혈존자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는 동안 몰려든 마교 무사는 일만 명이 넘었다.

천지곡 마교 진영에 있던 마교 무사 십만 중 일할이 모여든 것이었다.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무사들이 모일 것 같았다.

“흥! 천마검을 보고도 명을 거역할 것이냐?”

임요요가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천마검이라는 말에 마교 무사들이 매우 놀랐다.

특히 삼백여 지휘 고수들의 놀라움이 더욱 컸다.

천마검이 무엇이던가.

바로 마교 초대 교주 천마의 애검이었다.

“무슨 헛소리냐? 그 검이 천마검이라는 증거라도 있느냐?”

마혈존자가 소리쳤다.

물론 그는 천마검의 진위를 알고 있었다.

천룡삭을 끊을 수 있는 보검으로 천마검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천마동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다. 천마검을 보고도 명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천마의 저주가 내릴 것이다.”

천마의 저주라는 말에 마교 무사들이 몸을 떨었다.

마교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천마의 저주였다.

천마의 저주를 받게 되면 그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조리 처참하게 죽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마교의 교리 중에 수록된 내용으로, 교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사실 천마검의 권위는 천마령보다 훨씬 높았다.

다만 천마검을 직접 본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진위가 문제 될 뿐이었다.

하지만 마교의 원로 고수들 몇 명은 천마검의 모습에 대해 알고 있었다.

문헌이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천마검의 특징이 일부 알려졌다.

마교 무사들이 동요하자, 마혈존자가 소리쳤다.

“진짜 천마검이라면 천마룡(天魔龍)의 형상을 만들 수 있지. 천마룡을 못 만들면 가짜다. 어서 증명해 보아라.”

“으음······.”

임요요가 안색을 굳혔다.

그녀 역시 천마룡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천마대장경에 천마룡에 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천마룡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천마룡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마강기를 일으켜야 한다. 그녀에게는 그런 천마강기가 없었다.

천마룡을 만들 수 있는 천마강기는 오직 천마만이 가능했다.

그 말은 천마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임요요가 불패마왕을 쳐다봤다.

하지만 불패마왕 역시 천마룡을 만들 능력이 없었다.

천마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거기다가 천마심공까지 익혀야 했다.

불패마왕이 껄껄 웃었다.

“무정공자.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요요야. 천마검을 무정공자에게 주거라.”

“네. 아버지.”

임요요가 천마검을 백자안에게 주었다.

백자안이 엉겁결에 천마검을 받았다.

그 역시 천마룡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내용을 읽었을 때 어쩌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제가 마음에 걸렸다.

천마룡을 만든 자는 천마검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당연히 마교의 교주가 되어야 한다는 율법 때문이었다.

“뭘 망설이는 것인가. 이제 자네가 본교의 교주네. 사실 자네가 천마력을 흡수했을 때부터 이미 결정이 되었지. 운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네. 요요야. 무정공자가 천마검의 주인이 되는 것에 너무 섭섭해하지 말거라.”

“아니에요. 아버지. 사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천마검을 필요로 했던 것은 교주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사실 천마검을 계속 지니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천마력이 부족한 자가 천마검을 사용하면 주화입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다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아버지가 아쉬워할까 봐 그랬어요.”

“하하하. 그랬었구나.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마검을 처음 만져봤을 때 주화입마의 기운을 느꼈었지. 반면 너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계속 천마검을 사용하게 했던 것이란다. 무정공자. 내 말을 잘 들었겠지. 이제 자네가 본교의 교주가 되어 배신자들을 모조리 처단해주게.”

불패마왕이 언성을 높였다.

그 바람에 어느새 모두 모여든 십만 마교 무사들이 그 말을 듣고 말았다.

마혈존자가 언성을 다시 높였다.

“네놈이 정말 천마룡을 만들 수 있단 말이냐? 감히 우리를 속이려 하다니. 자신 있거든 해보아라. 네놈이 성공하면 내가 교주 자리를 바치겠다.”

“그게 정말이오?”

“그렇다. 어서 천마룡을 만들어 보아라.”

마혈존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네놈이 어찌 천마룡을 만들 수 있겠느냐? 천마룡은 역사상 천마 조사님 한 분만 만든 적이 있지. 만약 만들다가 실패를 하면 곧바로 천마의 저주를 받아 죽게 된다. 나로서는 부담을 더는 셈이지.’

불패마왕이 말했다.

“무정공자. 미리 말해주지만 실패하면 죽음을 피하기 어렵네. 자신이 없다면 안 해도 좋네. 그냥 힘을 합쳐 마혈존자 저놈을 제거하는 것도 괜찮지.”

“아닙니다. 시도해보겠습니다. 천마력과 천마심공이 합쳐지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교주가 되는 것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천마검을 저 혼자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또한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교주는 제가 맡을 자리가 아닙니다.”

“아닐세. 이미 결심했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바로 천마 조사님의 뜻인 것 같네. 미리 천기를 보시고 인연을 안배한 것이지. 다만 자네는 본교 일 외에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으니, 교의 실무는 내가 계속 맡는 게 좋겠네. 물론 중요한 일은 자네의 명을 따라야겠지.”

“그 말씀은?”

“하하하. 바로 자네가 태상교주가 되는 것이네. 대부분의 업무는 교주인 내가 관장하게 될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네. 물론 천마조사님의 뜻을 받들어 태상교주의 명이 교주의 명보다 우선할 것이네. 앞으로 혈교 공격 등 중요한 일만 결정해주면 될 것이네.”

“저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지난번에 이야기한 대로 무림 평화를 위해 애써주셨으면 합니다. 믿겠습니다.”

백자안이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우우웅.

천마심공으로 천마력을 일으키자, 천마검에서 검명이 울리며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바로 검강으로 만들어진 천마강기였다.

하늘로 솟아오른 천마강기는 용의 모습을 이루었다.

바로 천마룡이었다.

마교 무사들이 매우 놀랄 때.

천마룡이 입을 벌리며 불을 내뿜었다.

화르륵.

한데 그 불이 향한 곳이 바로 마혈존자가 있는 곳이 아닌가.

“앗!”

마혈존자가 다급성을 내며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어느 정도 회복을 했었지만 아까 백자안에게 당한 내상이 완전히 회복이 덜 된 상태였다.

“크아악!”

천마룡이 뿜어낸 불에 탄 그의 육신이 그대로 녹아내렸다.

천마룡이 단순히 상징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할 공격수단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백자안이 천마령을 회수해 불패마왕에게 돌려주었다.

“이제 교주 자리를 정식으로 되찾으셨군요.”

“고맙네. 자네의 뜻은 잊지 않겠네. 앞으로도 본교를 계속 도와주게.”

불패마왕이 천마령을 받아 높이 들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십만 마교 무사들 역시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때였다.

마혈존자의 심복들로 구성된 삼백여 고수들이 일제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피의 숙청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을 놔줄 백자안이 아니었다.

이대로 도주하면 분명 화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화르르.

천마룡이 다시 화염을 내뿜었다.

“크아악!”

불이 붙은 지휘부 고수 십여 명이 비명을 질렀다.

지휘부 고수들이 동요하자, 백자안이 무형지기로 음파를 날려 그들을 공격했다.

막강한 음공으로 인해 지휘부 고수 대부분이 비틀거렸다.

크고 작은 내상을 입고 만 것이었다.

불패마왕과 임요요가 그들을 무참히 제거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배신자들에게 죽음을!”

불패마왕이 흡수대법을 펼칠 때마다 십여 명의 머리가 쪼그라지며 즉사했다.

임요요 역시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흔들릴 때마다 어김없이 대여섯 명이 쓰러졌다.

하지만 지휘부 고수들의 마지막 발악 역시 만만치 않았다.

불패마왕과 임요요를 돕기 위해 나선 마교 일반 무사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어 사망자가 속출했다.

보다 못한 백자안이 다시 나서려 했다.

사실 그가 잠시 공격을 멈춘 것은 불패마왕의 위신 때문이었다.

천마룡 문제로 마교 무사들의 이목이 백자안 자신에게 쏠린 상황.

반면 불패마왕은 아직 실력 발휘를 못 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무공이 강해졌고 건재하다는 사실을 수하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마교 무사들이 피해가 커지려 하자, 백자안이 다시 천마룡을 만들려 했다.

사실 천마룡을 유지하는 것 역시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조금 전 공격을 마치고 일시 천마강기를 거두었다.

당연히 천마룡 또한 사라졌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백자안이 다시 천마룡을 만들려 할 그때.

천지곡 한쪽에서 함성과 함께 삼백여 고수들이 나타났다.

와아아.

그들을 본 불패마왕이 껄껄 웃었다.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수하들이었던 것이다.

마혈존자에게 숙청을 당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던 그들은 생강시로 만들어지기 위해 목숨은 부지한 상태였다.

다만 혈도가 모두 찍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다른 마교 고수들이 급습을 해 모처 뇌옥에 갇힌 그들을 구한 것이었다.

이후 그들은 불패마왕을 찾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곳 천지산에서 불패마왕이 탈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고, 마침 지금 도착한 것이었다.

“교주님!”

“성녀님!”

“하하하. 모두 살아있었군. 일단 저놈들부터 제거하세.”

“네. 교주님.”

새롭게 나타난 고수들이 가세하자, 마혈존자를 따르던 고수들은 추풍낙엽이 되었다.

금세 전멸을 당하고 만 것이었다.

와아아!

마교 무사들의 함성이 천지곡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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