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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86화 (86/250)
  • [제28장] 절대신위 2

    세 번째 시합은 바로 부채도사와 한강어옹(漢江漁翁)의 대결이었다.

    한강어옹은 동방성을 가로지르는 한강에서 수십 년째 어부로 살고 있는 자로, 대표적인 정파의 은거고수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전대고수라 나이가 어린 무림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승승장구하며 지금까지 올라온 부채도사로서는 처음 맞는 고비라 할 수 있었다.

    이미 백록공자와 더불어 그 역시 명성은 얻었다.

    이대로 떨어져도 소기의 성과는 거두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성이 차지 않는 그였다.

    사실 그가 백록공자와 함께 강호에 출도한 것은 대인자문의 침공에 도움이 되기 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사문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그의 사문의 이름은 동방수호문(東邦守護門)이었다.

    동방 무림이 위기에 처하면 강호에 나가 공을 세우는 것이 문파의 오랜 규율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규율 때문에 문파 발전에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평상시에는 은거해 힘을 기르는 바람에 제자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 때문일까.

    부채도사와 백록공자의 사부들은 고아인 두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참고로 백록공자의 사부 역시 동방수호문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원래 동방수호문 제자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문파를 떠나고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들이 바로 부채도사와 백록공자의 사부들이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두 사람은 동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방수호문이라는 문파는 오래전 사라졌다. 더는 그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부채도사는 이번 기회에 백록공자와 뜻을 함께해 동방수호문을 다시 세울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했다.

    만약 그가 맹주가 된다면 동방수호문은 소수 제자로 구성된 문파가 아닌 태극문처럼 대문파로 거듭나게 될 것이었다.

    쉬이익.

    휘리릭.

    한강어옹의 낚싯대와 부채도사의 부채가 동시에 날아가며 서로 부딪혔다.

    한 번의 대결로 승부를 보기 위해 첫 공격에 최고의 공격을 퍼부은 셈이었다.

    그 결과는 부채도사의 근소한 승리였다.

    한강어옹의 낚싯바늘이 부채도사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부채도사의 부채는 한강어옹의 어깨를 강타했다.

    그 바람에 한강어옹이 중심을 잃었다. 부채도사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풍을 날려 비무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말은 길었지만,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비무대 밑으로 떨어진 한강어옹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한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하더니. 젊은 영웅이 나타났군. 내 비록 시합에서 졌으나 이런 후배가 나와 기쁘기 짝이 없네. 소속 문파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나?”

    “동방수호문이라고 합니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문파였고 최근까지 문파의 명맥이 끊어졌으나, 이번에 문파를 다시 일으켜 세웠지요.”

    “오! 동방수호문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네. 아무쪼록 무운을 비네.”

    “감사합니다.”

    부채도사가 부채를 회수한 후 합격자 대기석으로 물러났다.

    대기석에 있던 무명객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하네. 둘째가 알고 보니 동방수호문의 문주였군. 그럼 막내 역시 동방수호문 제자인가?”

    “네. 큰형님. 두 사람뿐이라 아직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어느 정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아마 동방수호문은 앞으로 동방무림을 대표하는 대문파가 될 걸세. 내가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감사합니다. 큰형님. 큰형님께서도 어서 사문에 대한 기억을 되찾으셔야 할 텐데······.”

    “나야 뭐 원래부터 없었던 것 같네. 그보다 막내가 조금 힘들 것 같군.”

    무명객이 안색을 굳히며 비무대 위를 가리켰다.

    비무대 위에는 네 번째 시합을 벌이기 위해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바로 백록공자와 한 청년이었다.

    흑의를 입은 청년은 매우 잘생겼는데,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 기도는 매우 평범했다.

    너무나 평범해서 그가 팔인 고수 시합까지 진출한 지도 모를 정도였다.

    앞선 시합에서도 평범한 승리를 거둔 그였다.

    백합은 기본으로 싸웠고,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그의 승리였다.

    무명객이 그를 눈여겨본 이유이기도 해다.

    기이하게도 그 역시 흑의청년의 무공 수위를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역용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둥둥둥!

    “백록공자와 평범서생(平凡書生)의 대결입니다. 시작하십시오!”

    와아아.

    짝짝짝.

    함성과 박수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차차차창.

    초반부터 검법 대결을 벌인 두 사람은 순식간에 백여 초를 교환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정이 달랐다.

    백록공자는 갈수록 다급한 표정이었고, 평범서생은 느긋했다.

    그 때문일까.

    시간이 갈수록 백록공자가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어느새 비무대 끝에 몰린 백록공자가 비장의 한 수라 할 수 있는 백록장(白鹿掌)을 날렸다.

    이 백록장은 장법의 최고봉으로 순간적이지만 자신의 공력을 두 배까지 높일 수 있었다.

    위기에 처한 백록공자가 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펼친 무공이었다.

    하지만 평범서생의 대응은 그대로였다.

    펼치던 검법을 그대로 펼쳤다.

    이렇다 할 사문도 없는 그라 검법 역시 지극히 평범했다.

    그의 별호가 평범서생인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될 정도였다.

    ‘고수다!’

    무명객이 눈을 빛냈다.

    일반적으로 상대의 공격이 두 배로 강해지면 자신 역시 그에 맞춰 힘을 배가해야 했다.

    하지만 평범서생은 이전 세기 그대로 검초를 펼쳤고, 그 결과는 그의 승리였다.

    “으윽!”

    백록공자가 비명과 함께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부채도사 보다 한 수 떨어지는 무공을 가진 그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떨어질 수준은 아니었다.

    “아!”

    부채도사가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가 봐도 평범서생의 우세가 확연했다.

    “아쉽군. 막내가 밀린 것 같네.”

    “그런 것 같습니다.”

    “자네가 갚아주게. 다만 방심은 말게. 저자는 아직 자신의 실력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네.”

    “알겠습니다. 큰형님께서도 혈심노인 저자를 이겨주십시오.”

    “당연하지.”

    * * *

    해가 졌지만, 대회의 열기는 그대로였다.

    이미 공지한 대로 준결승에 오를 최후 2인을 뽑기 위해서였다.

    대연무장 전체에 횃불이 밝혀져 있어 대낮과도 같이 밝은 비무대 위에 네 명이 다시 올라왔다.

    바로 무명객과 혈심노인, 부채도사, 평범서생 네 명이었다.

    각각 만만치 않은 상대를 꺾고 올라온 터라, 이들 네 명의 명성은 앞으로 한동안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바로 남은 두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시합은 무명객과 혈심노인의 대결입니다. 두 번째 시합은 부채도사와 평범서생 두 분의 대결입니다. 참고로 각 대결의 승자는 내일 각각 흑의무제와 백의무제 두 분과 겨루게 됩니다. 내일은 정사 통합 무림맹의 새 맹주님을 뽑는 최종 결승전도 벌어질 예정이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십시오. 우리는 이미 정사를 막론하고 피의 맹세를 했습니다. 어떤 분이 맹주가 되더라도 그분의 명에 따르겠다고. 이 맹세를 어긴다면 우리 동방의 혼들이 용서치 않을 겁니다. 제 말에 동의하면 모두 함성을 질러주십시오.”

    와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풍류도인의 의도를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인자문의 침공을 막아내야 한다는 대의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그 때문일까.

    흑의무제 역시 사석에서 이제는 화친론을 거둘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그가 화친론을 주장했던 것은 혹시라도 화친하게 되면 백의무제 대신 자신이 맹주가 될까 해서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인자문에 알아본 결과 자신 역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던 것이다.

    물론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몰라 백의무제에게 확답은 하지 않았으나, 화친론은 거의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았다.

    둥둥둥!

    “그럼 바로 첫 번째 시합부터 거행하겠습니다. 바로 시작해주십시오.”

    풍류도인이 말을 한 후 제자리로 돌아갔다.

    부채도사와 평범서생 또한 대기석으로 갔다.

    비무대 위에 남은 사람은 무명객과 혈심노인 두 사람뿐이었다.

    “무명객이라고 했느냐? 태극선자 그 계집과는 무슨 사이냐?”

    “아는 사이요.”

    “아는 사이? 후후후! 아까 보니 제법 친한 것 같은데, 계집의 복수를 하려는 것이냐?”

    “그렇다고 할 수 있소.”

    “네까짓 놈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론이오.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가능하오.”

    “후후후! 무슨 헛소리냐? 백골객을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구나. 하지만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마.”

    “좋은 말이오. 사람이라면 하늘 위에 하늘이 있으니 늘 겸손해야 할 것이오.”

    “네놈의 사부가 누구냐?”

    혈심노인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겉으로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으나, 속으로는 달랐다.

    무형의 기세 싸움에서 현격히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바로 싸움을 벌이게 되면 자신이 패배할 가능성이 컸다.

    이미 기혈이 흔들리고 있어서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가 힘든 것이다.

    그 이유로 계속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무명객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일부러 무형지기를 강하게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무형지기라 함은 그 사람의 기세를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무형지기는 무형검의 고수만이 낼 수 있는 힘이었다.

    무형검 중에서도 높은 경지의 고수는 무형의 기세만으로도 상대를 바로 죽일 수 있었다.

    일반 무사는 한꺼번에 수백, 아니 수천 명도 무형지기로 죽일 수 있었다.

    그만큼 무형지기는 무서운 무공이었다.

    하지만 무명객은 아직 무형검 초보였다.

    그래서 강적을 만난 김에 연습 삼아 한번 시험을 해본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무형지기만으로 혈심노인을 이길 수는 없는지, 그가 지존검을 뽑았다.

    “하늘과 땅이 본인의 스승이오. 시작합시다.”

    무형지기의 압력이 완화되자, 혈심노인 역시 기형도를 들었다.

    바로 혈심도법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미 상대의 기세에 밀린 것을 느낀 터라, 곧바로 최고의 초식을 펼칠 생각이었다.

    무명객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존검법을 준비했다.

    “갈!”

    혈심노인이 필생의 공력을 끌어모아 도를 내리쳤다.

    쏴아아.

    거대한 도강이 해일이 되어 무명객을 덮쳐갔다.

    무명객이 가볍게 지존검으로 원호를 그렸다.

    순간, 원형 모양이 검기가 생겨 도강을 막아냈다.

    도강이 검기에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혈심노인이 당황한 순간.

    무명객이 지존보를 펼치며 다가가 지존검으로 혈심노인의 어깨를 찔렀다.

    푸욱.

    공간을 접고 들어오는 속도에 혈심노인이 피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으윽!”

    황급히 뒤로 물러나던 그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관리 무사들이 급히 그를 부축했으나,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와아아.

    짝짝짝.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무명객이 포권으로 답례한 후 대기석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오늘 시합은 모두 마쳤으나, 부채도사의 시합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평범서생에 대한 전력 탐색이 더 필요했다.

    ‘어쩌면 두 무제보다 평범서생 저자의 무공이 더 뛰어날지도 모르겠구나. 저자의 진짜 정체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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