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82화 (82/250)

[제27장] 영웅대회 1

[제27장] 영웅대회

둥둥둥.

“일차 관문은 내공 평가입니다. 바위를 들고 세 걸음 걸어가면 성공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자, 번호표에 적힌 순서대로 시작하십시오. 참고로 이번 일차 관문을 통과한 분들은 설사 다음 관문에서 떨어지더라도 기본 무사 자격을 획득하게 됩니다. 일차 관문 통과 증명패를 꼭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대회가 모두 끝난 후 그분들에게도 적절한 보직을 부여할 계획이니 그렇게 알고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와아아.

참가자들이 함성을 질렀다.

일차 관문 돌파만으로 정식 무사 자격을 준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위기 상황에 이런 특혜는 관례이긴 하나 실제 확인되자 다들 기뻐했다. 특히 외공 위주로 무공을 연마해 힘만 강한 사람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바위를 아직 보지 못했으나 단순히 그것을 들고 걸음을 옮기는 것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일차 관문 돌파만으로 무사가 되면 그 보직은 최하일 것이 유력했다.

최전선에 투입되기보다는 후방 보급을 주로 맡는 보급부대에 배치될 가능성이 컸다.

참고로 동방무맹의 전투 조직은 크게 동서남북 사대당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각의 명칭은 동백당(東白黨), 서백당(西白黨), 남백당(南白黨), 북백당(北白黨)이었다.

물론 이들 사대당 외에도 여러 전투부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사대당이 중심이 됨은 물론이었다.

심사단 무사의 말에 일만여 참가자들이 차례대로 관문 돌파장 앞으로 갔다.

막사처럼 입구를 가림막으로 둘러싸고 있어 외부에서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열 명씩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 바위가 열 개 준비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무명객과 김지혜, 부채도사, 백록공자는 가장 마지막 순서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모두 내기를 다스리세요. 갑자기 기운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기혈이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김지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부채도사와 백록공자 역시 예선 관문 돌파는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문제는 무명객이었다.

김지혜가 내기를 다스리라고 말한 상대도 사실 무명객이었다.

김지혜가 무명객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아까 내색은 안 했지만 무명객이 예선 관문 시험에 도전한다고 하자 무척 놀랐던 그녀였다.

분명 무명객에게는 아무런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아무 생각 없이 도전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자기 실력을 모르고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면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걱정이구나.’

김지혜가 안색을 굳혔다.

바위를 드는 일차 관문도 사실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

아예 들지 못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어중간하게 들다가 떨어뜨리면 발등이 찍힐 수도 있었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 아무튼 기이한 사람이야. 예측도 되지 않고. 다만 분위기가 어딘지 익숙해. 무정 사범님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무정공자를 생각하자 김지혜의 표정이 더욱더 굳어졌다.

무정공자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시신을 직접 본 것이 아니므로 어디엔가 살아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분명 살아 계실 거야. 나는 믿는다. 다시 함께 영웅무관에서 관원들을 가르치는 때가 오리라는 것을.’

희망을 품자, 김지혜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네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열 명씩 한 조로 들어가는데, 마침 그들 네 명 역시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

“다음 조 들어가십시오.”

“네.”

힘찬 대답과 함께 무명객, 김지혜, 부채도사, 백록공자를 비롯해 열 명의 참가자들이 관문장 안으로 들어갔다.

관문장 안은 예상대로 어른 키만 한 바위 열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을 정도의 무게로 보였다.

일차 관문에서 절반 이상이 떨어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크다!”

참가자 한 명이 바위를 보며 투덜댔다.

한눈에 봐도 자신의 힘으로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반면 내공을 연마한 사람은 대부분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외공을 익힌 자들 역시 대부분 그 힘이 좋아서 세 걸음 정도는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각자 바위 앞에 서십시오. 북이 울리면 바위를 들고 세 걸음을 걸어야 합니다. 참고로 전혀 바위를 들지 못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 내용이 기록이 될 것이니 다들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심사단 무사의 말에 참가자들이 눈을 빛냈다.

그의 말은 바위를 들기만 하고 걸음을 떼지 못해도 나중에 동방무맹 무사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바위를 들기만 한 사람보다 한걸음이라도 뗀 사람이 더 유리한 것은 물론이었다.

생각보다 합격자가 적을 수 있어 나름대로 인원 확보책을 마련해놓은 것 같았다.

척척척.

열 명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바위 앞에 섰다.

무명객 역시 바위 하나를 배정받았다.

“준비하십시오!”

참가자들이 모두 바위에 손을 댔다.

미리 내기를 배출시켜 예열을 해두는 격이었다.

“북이 열 번 울릴 때까지 세 걸음을 걸어야 합격입니다. 전혀 바위를 들지 못하는 사람은 즉시 탈락입니다. 일단 바위를 든 사람은 불합격이라 해도 나중에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예정이니 그렇게 알기 바랍니다.”

상세한 설명이 한 번 더 있고 난 후 심사단 무사 한 명이 들고 있던 깃발을 힘껏 내렸다.

둥!

북소리가 울렸다.

“시작!”

“하압!”

“핫!”

기합이 곧바로 터져 나오며 참가자들이 바위를 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바위를 들고 세 걸음을 옮긴 사람은 바로 부채도사였다.

놀랍게도 그는 한 손으로 바위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린 후 세 걸음을 빠르게 걸었다.

쿵.

바위를 내려놓은 그에게 특별 관람객 천여 명이 박수를 보냈다.

“와! 최고다!”

짝짝짝.

마치 솜뭉치를 들고 가는 사람처럼 너무 쉬워 보였다.

다음으로 성공한 사람은 바로 김지혜였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바위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세 번째는 백록공자였다.

그 역시 여유 있게 바위를 들고 걸어나가 합격했다.

북소리가 다섯 번째 울렸지만, 아직 그들 세 명을 제외하고 합격자는 없었다.

남은 일곱 명 중 다섯 명은 바위를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두 명은 바위를 들긴 했는데 한 걸음밖에 가지 못했다.

무명객은 전혀 움직이지 못한 사람들에 속했다.

그저 바위에 양손을 대고 무슨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이미 합격한 부채도사, 김지혜, 백록공자 세 사람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세 사람 모두 아직 무명객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기대치도 컸다.

특히 두 의동생이 보기에 무명객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결과는 아직 기대 이하였다.

둥!

아홉 번째 북소리가 울렸다.

이제 한 번만 더 울리면 종료였다.

바위를 들고 한 발짝 움직였던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바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한번 든 바위를 내려놓으면 더 시도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불합격이었다.

다만 한 걸음 움직였다는 기록이 있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임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컸다.

나머지는 여전히 전혀 바위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하기야 어른 키 정도의 바위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부피도 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겨우 옮길 수 있는 무게였다.

“아!”

부채도사가 안타까운 탄성을 내었다.

이제 곧 마지막 북이 울리기 직전이었다.

설사 지금 바위를 든다고 해도 세 걸음을 옮길 시간이 없었다.

바위를 드는 것만으로 기록은 남겠지만 일차 관문 돌파는 실패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보고 있어 무명객을 도와줄 수도 없었다.

부채도사와 백록공자가 안색을 굳혔다.

무명객에게 실망했다기보다 오히려 그가 상심할까 봐 걱정이 든 것이었다.

애초 시합에 나오지 않았다면 신비함을 간직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탈락한다면 무명객의 체면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마지막 북이 울리기 직전.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무명객이 바위와 함께 위치를 순간 이동한 것이었다.

그 거리는 세 걸음을 훨씬 뛰어넘어 합격을 부정할 수 없었다.

주최 측에서 혹시 몰라 바위에서 떨어진 곳에 합격선을 그려 놓았는데, 그 선을 넘어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처럼 무명객이 움직이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할 때 매우 유용한 것은 물론이었다.

와아아!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형환위다!”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정말 빠르군!”

“보통 고수가 아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마지막 북이 울렸다.

둥!

결과는 부채도사, 김지혜, 백록공자, 무명객 네 사람의 일차 관문 통과였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박수의 대부분은 바로 무명객을 향한 것이었다.

“큰형님! 대단하십니다!”

부채도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경공이군요. 정말 이형환위인가요?”

김지혜 역시 들뜬 표정이었다.

백록공자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그 변화를 보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최소한 경공에 있어 무명객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운이 좋았네.”

무명객이 담담히 말했다.

그가 펼친 무공은 바로 팔대무공 중 하나인 지존비였다.

너무 빨라 이형환위로 보일 정도였는데, 실제는 아니었다.

“왜 그렇게 늦게 움직이신 겁니까?”

백록공자의 물음에 무명객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적으로 기혈이 막혔네. 긴장했다고나 할까. 막판으로 몰리자 기적이 일어났지. 아직 몸과 마음의 정리가 덜 된 것 같네.”

“그래도 대단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기대할게요. 이로써 무명객님이 이전에 무림인이었다는 사실이 확실히 증명되었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 김 소저 덕분이지요.”

“호호. 제가 뭘 해드린 게 있다고 그러세요?”

“절 구해주셨으니까요.”

무명객이 자신감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심사단 무사의 말이 들렸다.

“일차 관문 합격자들은 이차 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십시오.”

“네.”

무명객, 김지혜, 부채도사, 백록공자 네 명이 이차 관문장으로 향했다.

이차 관문장은 일차 관문장과 연결이 되어 있어, 일차 합격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탈락자는 다른 출입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이차 관문장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일차 관문을 통과한 백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심사단 무사 한 명이 말했다.

“자, 또 한 조를 만들 인원이 된 것 같으니 설명을 다시 해드리겠소. 이차 관문은 기관 돌파 시험이오. 백여 명의 인원이 동시에 들어가서 한정된 시간 안에 기관을 돌파한 사람만이 합격자가 되는 것이오. 제한 시간은 반시진이니 그렇게 알고 최선을 다하기 바라오. 인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오. 그런 상황에서도 기관을 돌파하는 능력을 보고자 하는 것이니 지혜롭게 대처하면 될 것이오. 자, 그럼 모두 기관 장치가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시오.”

“네.”

끼이익.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백여 명의 일차 관문 합격자들이 일제히 특수 기관이 설치된 기다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통과하려는 참가자들이 다투어 경공을 펼쳤다.

휙휙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