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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81화 (81/250)

[제26장] 지존검명 3

“발표가 났다고 하네. 영웅대회 우승자에게 맹주 자리를 넘긴다고 하는군. 물론 현 맹주인 백의무제께서 우승하면 그대로 맹주 자리를 유지하게 되시겠지만 말이야.”

“그 말은 흑의무제 역시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말인가?”

“물론이네. 어찌 그뿐이겠는가. 흑도 고수들도 대거 참가하기로 했네. 십만으로 추산되는 흑도 무사들 모두 영웅대회 우승자의 지휘에 따르기로 맹세했다고 하니, 대인자문이라는 공통된 적을 앞두고 힘을 합치는 셈이지.”

“누가 맹주가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군. 내일부터 대회가 시작되니 정말 흥미진진하겠군. 도대체 어떤 식으로 시합이 진행될까?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 문제가 되겠군.”

“그 문제 역시 합의가 되었다고 하네. 일단 흑도 무사들의 대표인 흑의무제와 현 맹주인 백의무제 두 고수는 곧바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하네.”

“그것은 무슨 말인가? 준결승에 몇 명이 올라가는데?”

“총 네 명이네. 이미 백의무제와 흑의무제 두 고수는 올라가 있으니, 두 명만 더 뽑으면 되지.”

“으음, 그렇다면 두 고수가 각기 한 명씩의 준결승 진출자와 싸워 이긴 후 최종 결승전을 갖게 되겠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두 무제의 대결 승자가 맹주가 된다고 봐야지.”

“하지만 모르는 일이지. 맹주 자리가 걸려있어 은거고수들이 대거 출전할 테니까.”

“그렇긴 하지. 그래서 더욱더 재미있는 대회가 될 걸세. 물론 대회가 끝난 후 대인자문 놈들과 전면전을 치러야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대회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네.”

보수대 조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명객이 눈을 빛냈다.

지존검을 얻고 새벽에 백의각에 돌아온 그는 잠시 쉬다가 식사를 위해 지하 식당으로 왔다.

‘대회 우승자가 맹주가 되겠구나. 내 실력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무명객이 식사하며 영웅대회 참가를 생각했다.

그랬다.

실전무공이 가능해진 그가 대회 참가를 결심한 것이었다.

지금 그가 고민하는 것은 언제 보수 작업을 그만둘 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그만두고 대회 준비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그만두려니 마음에 조금 걸렸다.

그때 이문수가 들어왔다.

그만두려면 지금이 말할 기회였다.

무명객이 영웅대회 참가 결심을 말하려던 찰나.

조원 중 세 명이 먼저 이문수에게 갔다.

“무슨 일입니까?”

“저희 세 명은 영웅대회 참가를 결심했습니다. 미흡하지만 약간의 무공을 익힌 적이 있어 무사가 된 후 대인자문 놈들을 격퇴하고 싶습니다. 한데 알아보니 대회 본선에 오르려면 오늘 예선에 출전하여 관문을 돌파해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부득이 보수 작업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안 그래도 상부에서 무공을 조금이라도 배운 분의 대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쟁에서 무사들의 수가 많을수록 여러모로 유리하니까요. 다만 탈락 후 아무 보직도 받지 못하면 다시 우리 보수대로 와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세 명의 조원이 일제히 포권한 후 식당 밖으로 나갔다.

이문수가 남아 있는 조원들을 향해 말했다.

“다른 분도 혹시 대회 참가를 하실 분은 지금 말씀해주십시오. 굳이 말씀을 안 하시고 가도 되지만, 저로서는 인원 파악을 해야 하니까요.”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한 명이 더 나섰다.

바로 무명객이었다.

허리에 지존검을 차고 있는 그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 병장기까지 미리 준비하셨군요. 무명객이라 하셨던가요?”

“네. 부족하지만 저 역시 대회 참가를 하려 합니다. 예선이 오늘 열린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참가 자체를 못 할 뻔했군요.”

“좋습니다. 예선은 대연무장에서 곧 벌어질 겁니다. 너무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바람에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한 조치이지요. 자세한 진행 방식은 대연무장에 가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서두르십시오.”

“감사합니다.”

무명객이 포권한 후 백의각에서 나왔다.

대연무장에 가니 이문수의 말대로 예선 참가를 위해 벌써 수많은 무사가 도착해 있었다.

그 수는 대략 만여 명 정도.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으음, 정말 많군.”

무명객이 감탄했다.

아직 이른 시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올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무명객은 일단 대회 진행 방식을 설명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설명을 들은 후 관문 돌파에 응시하는 것이 대략적인 절차 같았다.

심사단 무사로 보이는 중년인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예선은 매우 간단합니다. 관문은 모두 세 개이며, 모든 관문을 통과한 분만이 내일 본선에 진출하게 됩니다. 본선에서는 준결승 진출자 두 명을 뽑게 되며, 그 두 명은 각각 백의무제님과 흑의무제님 두 분과 겨루게 될 것입니다. 자, 그럼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고 관문장으로 들어가십시오. 일차 관문 돌파 합격자는 자연스럽게 이차 관문에 도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오늘 예선은 해질 때까지 번호표를 받은 분들만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참가자들이 우렁찬 대답을 했다.

그들 중에는 동방무맹 소속 고수들은 물론이고 흑도 고수들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흑도 고수들은 지금까지 대회 참가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어젯밤 대타협 소식을 듣고 적극 참가로 자세를 바꿨다.

주로 화친파인 그들 중에는 내심 맹주 자리에 대한 욕망을 가진 자도 많았다.

흑의무제가 흑도 무사들의 상징적인 대표이긴 하나, 동방무맹처럼 따로 단체를 만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백도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참이 유력했던 사람들도 맹주 자리가 걸리자 대거 참가 쪽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부맹주 태극검선이었다.

부산성에 가 있던 그는 백의무제의 긴급 연락을 받고 내일 영웅대회에 직접 참가할 예정이었다.

동방무맹의 지휘부 고수는 예선 관문 돌파 없이 바로 본선 진출의 혜택이 있어서 내일 도착해도 참가가 가능했다.

무명객은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가 그 소식을 들었다.

‘잘하면 김 소저도 돌아올 수 있겠구나. 동방무맹 지휘부 입장에서는 한 명의 고수라도 더 내놓아야 흑도 고수에게 맹주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없을 테니······.’

무명객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그들은 바로 그의 의동생들로 부채도사와 백록공자였다.

무명객이 일부러 그쪽으로 가자, 두 사람 역시 매우 기뻐했다.

“큰형님도 대회 참가를 결심하신 겁니까?”

“큰형님!”

“그러하네. 무공을 잘 몰라도 근력만 어느 정도 있으면 무사가 될 수 있다고 들어서 한번 와 봤네. 동방비고 역시 개방된다는 말도 있고 말이야.”

“잘 오셨습니다.”

부채도사가 껄껄 웃었다.

웃음소리에 내공이 실려 있어 쩌렁쩌렁했다.

사실 백록공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는 사부에게 모든 내공을 물려받은 바 있었다.

두 사람의 사부는 동방무림의 전대 고수들로서 오래전 은퇴한 사람들이었다.

나이도 백 살이 훌쩍 넘었는데, 말년에 자질이 뛰어난 제자들을 만나 평생 연마한 공력까지 물려준 것이었다.

물론 두 사부는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그 때문에 부채도사와 백록공자 두 사람은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았다.

무명객이 말했다.

“첫 관문이 무엇일까?”

“아무래도 내공 평가가 아니겠습니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흑도 쪽에서도 심사단을 파견했다고 하니 상식을 벗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군. 오늘 몇 명 정도 합격할 것 같나?”

“최대 삼백 명 정도일 겁니다. 그 이상은 대회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우려가 커 난도를 그 정도에 맞춰놓았을 겁니다.”

“삼백 명도 무척 많은 숫자인데, 본선도 만만치 않겠군. 하기야 지금은 예선만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그렇습니다. 한데 정말 오늘 큰 형님의 숨은 실력을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검까지 장만하신 것을 보니까 장난이 아닌데요?”

부채도사가 부채를 부치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어젯밤부터 무공 연마를 시작했네. 이전에 배웠던 무공도 몇 가지 기억해냈고 말이야.”

“아!”

“오!”

부채도사와 백록공자가 탄성을 냈다.

특히 무공에 대한 기억을 일부라도 찾았다는 말에 은근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무명객의 무공 경지는 여전히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큰 형님의 무공을 견식하게 되겠군요. 기대가 큽니다.”

“아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첫 관문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 더는 물어보지 말게. 부끄럽군.”

“네. 알겠습니다.”

“네. 큰형님.”

부채도사와 백록공자가 말한 그때였다.

대연무장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며 한 소녀가 들어왔다.

한데 그녀는 바로 김지혜가 아닌가.

무명객의 예상대로 부산성에 내려가다가 그녀 역시 전갈을 받고 도로 동방성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사실 맹주 자리를 우승자에게 주겠다는 발표는 오늘 났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전에 결정난 사항이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 김지혜까지 출전을 독려한 것이었다.

김지혜가 무명객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맨 마지막 줄에 있었기 때문에 눈에 뜨인 것 같았다.

“무명객님.”

“김 소저.”

“무명객님도 대회 참가를 하신 건가요?”

“네. 부산성에 내려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려가는 도중 전서구를 받았어요. 부산성 상황은 아직 위험 단계는 아니니 대회 참가를 하라는 총군사 선생님의 지시 사항이었지요.”

“총군사 선생님이라면 풍류도인이라는 분 말입니까?”

“네. 제가 설명한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호호호.”

김지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무명객과 함께 있는 부채도사와 백록공자를 봤다.

“이분들은?”

“아, 제 아우들입니다. 이번에 의형제를 맺었지요. 인사드리도록 하게. 김지혜 소저이시네.”

“부채도사입니다.”

“백록공자입니다.”

부채도사와 백록공자가 기뻐하며 자신의 별호를 밝혔다.

동방제일미녀인 김지혜와 이전부터 알고 지내고 싶었던 그들이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무명객님을 잘 부탁드려요. 두 분을 보니 이제 제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염려 마십시오. 큰형님은 저희가 책임질 겁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큰형님께 의지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부채도사가 무명객의 허리에 달린 지존검을 쳐다보며 말했다.

김지혜 역시 아까부터 지존검을 계속 보고 있었다.

“검을 한 자루 장만하셨군요.”

“네. 평범한 검입니다. 예선 도중 혹시 필요할까 싶어서······.”

무명객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자신의 무위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에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초래된 때문이었다.

하기야 무사라면 검이나 도 등 병장기를 차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당장 김지혜와 부채도사, 백록공자 세 사람 모두 병장기를 갖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세 분 모두 행운이 따르길 빌게요. 관문 돌파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니 다들 최선을 다하셔야 할 거예요.”

“김 소저의 무공은 여중제일로 알고 있으니, 저희가 문제지요. 큰형님 역시 숨겨둔 한 수가 있는 것 같고.”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무명객님의 의동생인 두 분의 무공이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요? 아마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몰고 올 것 같아요.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네 사람이 덕담을 나누는 그때.

드디어 번호표를 받았다.

무명객은 네 사람 중 가장 마지막 표를 받았다.

‘이제 진지하게 이번 대회 목표를 정해야겠구나. 내 실력으로 대회 우승이 가능할지 모르겠군. 상황에 맡기도록 하자. 일단 예선은 무난하게 통과할 필요가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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