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적 반로환동-64화 (64/250)
  • < [제21장] 남해검파 2 >

    한 달 후.

    복건성 성도 복주에 위치한 남해검파 총단에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왜구들과의 결전을 앞두고 인근 무림인 삼만이 모인 상황.

    그들 대부분은 해안 지방 문파 소속으로 왜구들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이었다.

    왜구들의 출몰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왜구는 주로 왜국의 해적들이라 할 수 있었다. 식량이 부족할 때면 해안가 마을을 습격해 살인, 방화, 약탈, 강간 등을 일삼았다.

    그 피해는 마적 떼보다 오히려 심하면 심했지 약하지 않았다.

    왜구들의 습격을 받은 마을은 대부분 초토화되어 살아남은 자가 거의 없게 마련이었다.

    사내들은 모조리 죽이고, 부녀자들은 잡아가서 노리개로 삼기 때문이었다.

    관군들이 급히 출동해도 이미 노략질을 마치고 배를 타고 바다로 도주한 이후가 대부분이었다.

    왜구들이 타는 배는 매우 빨랐다. 관군들이 타는 배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관군들 역시 왜구 토벌에 소극적이었다.

    황군은 황도 수비에 주력하고, 각 성의 성주 역시 병력이 한계가 있었다.

    효과적으로 왜구 공격을 막으려면 상주 병력이 수만 이상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왜구 토벌은 무림인들이 맡게 되었다.

    물론 무림인들 역시 처음에는 각파가 개별적으로 인근 마을을 방어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왜구 출몰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면 인근 문파 무사들이 최대한 빨리 가서 놈들을 쫓아내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왜구 토벌을 위한 무림연합체인 남해무림연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맹주 역할을 하는 문파가 바로 남해검파였다.

    그렇게 오래도록 남해검파를 중심으로 수백 곳이 넘는 문파들이 협력해 왜구들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왜구들의 무공이 급상승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최근 잘 알려진 대로 대인자문 무사들이 왜구들의 수뇌부를 차지하면서부터였다.

    대인자문 출신 수뇌부들이 그들의 무공을 왜구들에게 전수하고, 대인자문 무사들의 합류가 가속화되었다. 그러자 그 전력이 열 배 이상 강해졌다.

    남해검파 장문인 남해기인이 급히 단목수련을 부른 이유도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자체 방어가 가능함을 이유로 무림맹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던 남해검파였다.

    하지만 단목수련을 연결고리로 해 무림맹의 지원을 모색한 것이었다.

    사실 남해검파와 무림맹의 협력은 이전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무림맹은 유사시 남해검파를 비롯한 남방 문파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남해검파 역시 오늘과 같은 사태를 대비해 단목수련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단목수련이 도착하자 남해기인은 즉시 무림맹의 지원을 요청했다.

    단목수련의 보고를 받은 단목군은 일단 와룡대 무사 전원을 남해검파로 파견하였다.

    처음부터 많은 병력을 보내지 않은 것은 사사천교와 혈교 때문에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어떻게 알았는지 화산으로 향하던 독고준이 무적세가 무사 천 명을 데리고 남해검파에 도착했다.

    무적세가 역시 남해검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남해기인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무적세가 무사들을 앞세워 남해무림연합 무사들이 왜구들의 점령지를 총공격한 결과는 처참했다.

    이미 정보를 얻은 놈들이 해상에 있던 왜구들의 수뇌부 고수들을 미리 불러들였던 것이다.

    특히 최근 왜구들은 대인자문과 공식적인 협력 체계를 구성해 약탈에 그치지 않고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대패를 한 남해무림연합은 이제 최후 결전을 위해 남해검파 총단에 모두 모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고대하던 무림맹 추가 지원 병력이 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만박서생이 직접 무림맹 무사 만 명을 이끌고 온 것이었다.

    사흘 전 도착한 그들은 휴식을 취하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원 병력 중에는 무관 사범들도 있었다.

    모두 백여 명으로 대부분 낙양 무관 소속이었다.

    백자안과 김지혜 두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백자안은 만박서생의 부탁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김지혜는 대인자문에 대해 정보가 많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물론 예정대로 악미미, 백리설아, 백소영 세 소녀도 합류했다.

    그 외 단목군의 대제자인 영호광 역시 왔다. 그는 단목군의 위임을 받아 지존수호대 무사 천 명을 이끌고 있었다.

    지금은 남해검파 취의청에서 지휘부 고수 삼백여 명이 모두 모여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남해기인 주재 회의였다. 만박서생과 독고준 등 무림맹과 무적세가 지휘부 고수들도 많았다.

    특히 독고승이 정의련 무사 만 명을 추가 파견해주었기에 사기는 매우 올라 있었다.

    남해무림연합 삼만, 무림맹 일만, 정의련 일만 모두 오만의 병력이 준비된 것이다.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청수한 용모의 노인, 즉 남해기인이 말했다.

    “이제 본격적인 공격 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그전에 먼저 대략적인 현 상황을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왜구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인지,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인지 모두 파악이 되었습니까?”

    만박서생의 물음이었다.

    아무리 모르는 게 없다고 하지만 이곳 남방 무림에 대해서는 그 역시 생소한 것 같았다.

    남해검파 총관 남해선생(南海先生)이 말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왜구 놈들의 공격이 노골화된 것은 대략 석 달 전부터였습니다. 이에 대응해 남해무림연합 무사들이 출동을 했으나, 그만 대패를 당하고 말았지요.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계속 지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놈들의 무공이 급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놈들의 배후에 대인자문이 있다는 것을 모르던 시기라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문제는 놈들이 바다로 물러가지 않고 점령지를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결국 관군들이 출동했지요. 광서, 광동, 복건 이렇게 세 성의 성주께서 합동하여 관군 오만 명을 출동시켰습니다. 하지만 왜구 놈들에게 대패하고 말았지요. 그때 사망자가 삼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성주들이 손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왜구들을 상대할 사람들은 우리 남해무림연합 무사들만 남게 되었지요.”

    “황도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까?”

    “황군은 황도 방어를 위해 필요하니 각 성의 관군과 무림인들이 자체 해결해달라고 답변이 왔답니다.”

    “이런······.”

    “그렇게 무책임할 수가······.”

    지휘부 고수들이 웅성댔다.

    조정의 반응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황군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게 전통이긴 했다.

    섣불리 황군을 움직였다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무리가 황궁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태가 심각해지면 황군 역시 출동을 하겠지만, 그때는 아마 각 성 백성들이 초토화되고 황도까지 위험해지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기에 각 성의 무림인들이 전투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후 상황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무적세가 무사 천 명이 몰살당했고, 우리 남해무림연합 무사 역시 지금까지 이만 정도가 전사했습니다.”

    “왜구 놈들의 피해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총 병력은?”

    “놈들의 피해는 경미합니다. 병력은 대략 십만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해남도에 있는 놈들의 본거지 병력을 포함한 겁니다.”

    “해남도가 정말 놈들 손에 완전히 넘어갔습니까?”

    “네. 한 달 전 해남도가 완전히 놈들에게 넘어가 천여 척의 배가 정박해있다고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아예 해남도 쪽에 접근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놈들이 내륙 쪽에 점령지를 늘려가며 오히려 우리 남해검파 총단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요. 어서 빨리 대책을 세워 총공격을 가하지 않으면 이곳 역시 놈들에게 점령될 겁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군요. 예상 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만박서생이 안색을 굳혔다.

    사실 처음 지원요청이 있었을 때 그는 남해기인이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했었다.

    남해무림연합 무사들의 수는 오만 가량이 되고, 그 무공 역시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남해기인의 무공 역시 무림십대고수답게 무척 강했다.

    일차 지원병력으로 와룡대 무사 삼백 명만 보낸 것도 사실 그 이유였다.

    하지만 현지에 와서 직접 확인하니 엄살이 아니었다.

    “왜구 놈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병력을 결집해 이곳으로 진군해오고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네. 광서, 광동 지역에 있던 왜구들이 총소집령을 발동해 우리 남해검파 총단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열흘 이내 총공격을 받게 될 겁니다.”

    “십만 병력의 왜구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단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오만 정도는 해남도에 있고, 이곳으로 오고 있는 병력은 오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병력으로만 보면 우리와 비슷하지요. 물론 지금 상태에서 해남도까지 탈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남해선생의 말에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해남도에 있는 왜구들의 무공이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잠자코 있던 백자안이 물었다.

    “놈들의 수괴는 어디에 있습니까?”

    “왜구들의 수장 해신(海神) 미야모토는 지금 해남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장선에 타고 있다는데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제가 놈을 암살하겠습니다.”

    백자안의 말에 지휘부 고수들이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남해기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정 사범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해남도까지 가는 길은 모두 막혔습니다. 쾌속선을 타고 가도 놈들이 바다에서 길목을 막아 침몰시킬 겁니다. 게다가 왜구 수장 미야모토는 대인자문 태상장로 출신으로 그 무공이 가히 입신에 달했다고 하더군요. 신분이 낮아 문주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 무공은 오히려 현 대인자문주보다 뛰어나다고 합니다. 혹시 총군사께서 계획하신 겁니까?”

    “네. 제가 무정 사범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왜구들은 관례로 수장이 죽으면 일단 본토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돌아가서 장례를 치른 후 새 수장을 세우는 것이지요. 그 기간이 최소 반년 정도일 것이니, 그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암살이 가능하기만 하면 그보다 더 좋은 계획은 없을 겁니다. 다만 우리 쪽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놈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수장을 죽인 후 놈들이 당황할 때 반드시 토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침공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토벌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 겠지요. 일단 무정 사범에게 쾌속선 한 척을 빌려주십시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해기인이 총관 남해선생에게 지시해 쾌속선 한 척을 백자안에게 주게 했다.

    “따라오십시오. 출발은 언제 하실 겁니까?”

    “내일 새벽에 바로 가겠습니다. 가면서 먹을 물과 식량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자안이 남해선생을 따라가며 담담히 말했다.

    이미 자신이 왜구 수장 암살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악미미, 백리설아, 백소영 세 소녀에게도 알렸다. 그 때문에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하기만 하면 되었다.

    다만 해남도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만박서생이 따라 나와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백자안은 어떤 경우에도 해남도까지는 가볼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의 내공은 무궁무진해 등평도수가 가능했다.

    최악의 경우 배가 침몰하더라도 갈댓잎 하나만으로도 물 위를 지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공 소모가 극심해 먼 거리는 가능하지 않겠지만, 그가 취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정면으로 부딪혀 보는 것이다. 그럼 위험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 [제21장] 남해검파 2 > 끝

    ⓒ 행호사

    =======================================

    0